남섬 여행 3- 마운틴 쿡
다른 세상을 체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경험의 폭을 넓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깨달음의 지형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그곳에 가 보기 전의 뉴질랜드라는 나라는 남쪽 나라에 있으니까 무척 따뜻하고 당연 눈은 없을 것이고 푸르른 들판이 펼쳐져 있으리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는 무식을 드러냈습니다. 그곳은 남반구이니까 북두칠성이 아닌 남 십자성을 찾아야지요. 그리고 저는 남반구는 남쪽으로 갈수록 더 춥다는 생각을 전혀 못한 것이지요. 뉴질랜드 남섬은 칠레 남단 다음으로 남극과 가까운 곳이며 겨울에는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늘 눈이 쌓여 있는 만년설이 있는 산이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남섬은 남극과 가까워 남극을 목적지로 한 배들의 기항지이기도 하답니다.
뉴질랜드 남섬은 아웃도어 레포츠의 천국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환경 보전을 위해서 공장은 짓지 않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계발했다고 할까요? 사실 자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짧은 시간 자동차로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트레킹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음미하며 여러 레포츠도 경험하면 좋겠지만 나그네는 아쉬움을 접어야 했습니다.
가이드가 빙하와 빙산의 차이를 묻더군요. 빙산은 바다에 뜬 얼음이고 빙하는 육지의 거대한 얼음이 녹아 흘러내리는 하천이랍니다. 남섬에는 빙하가 많은데, 특히 마운트 쿡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최고봉인 마운틴 쿡을 비롯한 수많은 만년설의 산과 빙하가 어우러져 ‘남반구의 알프스’라고 불립니다.
마운트 쿡은 해발 3753m의 높이이며 주변으로 3000m 이상 높이의 고봉들이 나란히 솟아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비록 히말리야는 아니라도 어릴 적 만화책에 나오는 설산을 바라보는 것은 경이로웠습니다. 여름에는 남반구 최대 규모의 빙하인 태즈먼 빙하와 광대한 야생보호구역을 탐험할 수 있어 아주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고 하는데 저희가 마운틴 쿡이 바라다 보이는 아래 전망대에 갔을 때는 별로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빠른 걸음으로 겨우 40 분 정도의 아주 짧은 코스의 트레킹으로 전망대를 향해 걷게 되었는데, 곧 해가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는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갔습니다. 햇살이 비친 설산의 봉우리는 오렌지빛으로 변하기도 하고, 구름과 어우러진 산 봉우리는 기가 막힌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길에서 돌아서서 마운틴 쿡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서서는 그냥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마운틴 쿡은 뉴질랜드에서 제임스 쿡 선장의 이름을 따서 마운틴 쿡으로 불리어지고 있지만 마오리족이 부르는 이 산의 이름은 '아오라키'이며 이는 전설속의 조상신을 뜻한다고 합니다. 마운틴 쿡보다는 아오라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그 신비로움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산, 아오라키는 에베레스트와 등반조건이 비슷해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에 앞서 예행연습을 하는 산으로도 유명하며 이 산에서 단련을 한 뉴질랜드인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운틴 쿡 국립공원 안에는 타즈만 빙하 보트 투어, 마운틴 쿡 정상까지의 헬기 투어가 있다고 하는데, 저에게는 돈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가이드는 헬기 투어를 하면 형언할 수 없는 대자연에 대한 외경심에 빠져든다고 저를 유혹했지만 375 불은 저에게는 사치이기에 사양했습니다. 마운틴 쿡 정상의 얼음을 깨서 언더록으로 위스키를 마시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하니, 애주가들은 한 번 해 볼만 하겠습니다마는 저는 그 정도의 애주가는 아니니, 사양하겠습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 족에 대해 간단히 들은 바를 전합니다. 대략 1200년 전인 8 세기 경에 남태평양의 하와이 또는 타이티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하월키라는 섬에서 살고 있던 폴리네시안 항해자인 쿠페라는 청년이 와카(카누의 일종인 작은 배)를 타고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끝에 그는 남섬에 상륙하면서 아테오로라 (길고 흰 흰구름의 땅)라고 표현한 것이 마오리 족에게는 그들의 나라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곳을 둘러 본 후에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으나 긴 흰 구름으로 덮여있고 습도가 높아 부드러운 토양을 가진 땅을 발견했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증거물로 마오리족들이 신성시 여기는 비취옥과 걸어 다니는 공룡새인 모아새의 알을 고향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당시 인구가 늘어 경작지가 부족해서 고민했던 그들이 드디어 살고 있던 작은 섬을 버리고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면서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는 유럽인들의 시각으로 New sea land를 붙여 발음하면서 뉴질랜드가 되었다는 설과 네델란드의 질란드 해안과 닮았다고 해서 Newzealand가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이제 마오리의 이름을 되찾아 ‘아테오로라’라고 부르면 너무 이름이 부르기 어려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