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섬 영흥도 및 선재도를 걷다
영흥도 국사봉 등산로 등 다양한 트레킹 코스
선재도 목섬은 CNN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섬 33곳 중 하나
인천 남서부 앞바다에 위치한 영흥면은 영흥도를 비롯하여 선재도, 측도, 부도 등 4개의 유인도와 18개의 무인도가 있다.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십리포 해변과 서해의 낙조가 장관인 장경리 해변에 여름이 찾아오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섬의 중앙에는 국사봉, 서남쪽에는 양로봉이 솟아 있다. 두 산은 모두 해변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산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멋진 걷기길을 제공해 준다.
영흥도는 특히 고려말기의 왕족 출신인 익령군 왕기(王琦)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으며, 영흥도라는 섬이름도 이에 유래됐다고 한다. 익령군 왕기는 고려가 망할 것을 알고 이곳으로 피신을 와서 신분을 숨기고 은거하였으며, 후손들의 화를 피하기 위하여 성을 바꿔 옥(玉)씨와 전(全)씨로 성을 바꾸고 목장에서 말을 기르는 목자로 살았다고 전해진다. 고려 중기 원종에서 충숙왕(1267-1319) 때에는 정치범들의 유배지로 이용되었고, 원종 13년(1270년대) 경에는 삼별초의 은둔지가 되기도 하였다. 영흥도에 주민 입주가 본격화된 것은 17세기 마성이 생기며 목장이 확대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병자호란 이후 한말까지 강화도와 도성 방어체계의 강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오면서 영흥도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가 지대해졌다. 업벌에 영흥진을 설치한 것도 그러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영흥도의 대표적 등산로는 도장골 등산로, 잔여부리 등산로, 망태산 등산로, 양로봉 등산로, 당작골 등산로 등이다. 도장골 등산로는 도장골-고리장골-통일사-국사봉-장경리해수욕장 코스로 약 2시간 소요되며, 잔여부리 등산로는 십리포해수욕장-잔여부리-통일사-장경리해수욕장 코스로 약 3시간 걸린다. 또, 망태산 등산로는 통신공사 입구-통신공사-국사봉-진여부리-십리포해수욕장 코스로 약 3시간, 양로봉 등산로는 장경리해수욕장-신노루-양로봉-버섯재배단지-에너지파크 코스로 약 2시간 소요된다. 이 이외에도 당작골-헬기장-양로봉-신노루-장경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약 2시간 정도의 당작골 등산로도 있다.
영흥도에는 등산코스와는 별도로 장경리솔길, 통일염원길 등 총 17개의 짧고 가벼운 트레킹 코스도 있다. 이들 전체 트레킹 코스를 ‘영흥 익령군(翼靈君) 길’이라 부른다. 장경리솔길은 장경리해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나무숲을 주제로 한 길로 1.25km, 약 20분 소요되며, 통일염원길은 장경리주차장-마을회관-삼거리-통일사-국사봉 코스로 1.85km, 약 40분 정도 걸린다.
필자의 경우에는 초봄에 노루귀 등 야생화도 찍을 겸 장경리주차장-삼거리-통일사-국사봉-고개넘어-사회복지법인 해피타운-십리포해수욕장 코스로 돌아봤다. 점심시간 포함, 야생화도 찍고 여유있게 걷다보니 약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장경리해수욕장에서 통일염원길 이정표를 보고 걷다보면 삼거리를 만나고, 좌측 명성리조텔 방향으로 통일사 이정표가 계속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평지숲길을 약 10분 정도 걸으면 통일사에 이른다. 통일사는 대지 70평, 건평 20평 정도의 작은 사찰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남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여승 최선규 스님이 1983년에 세운 절이다. 스님의 남편인 서형석 씨는 1951년 1·4후퇴시 학도병으로 서부전선에서 1개 소대병력으로 중공군 대부대와 맞서 싸우다 전우들이 모두 전사하자 자신도 장렬하게 자결하였다고 한다.
그 후 미망인이 된 스님이 그 한을 풀기 위해 이곳 국사봉에 현 사찰을 짓고 조국 통일을 비는 염불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한다.
통일사에서 좌측 숲길을 따라 조금 오르면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장경리해수욕장 방향(1.2km), 우측은 국사봉 오르는 산길이다. 국사봉까지는 불과 490m 남았다. 산행이랄 것도 없다. 마치 마을 뒷동산을 오르는 기분이다.
완만한 비탈길을 좀 더 오르면 능선에 이르고, 우측145m 만 더 가면 국사봉 정상이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국사봉 직전 좌측 산비탈에는 노루귀, 바람꽃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필자가 국사봉 트레킹을 한 시기는 3월 23일. 이때쯤이 노루귀 등 야생화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때이다.
이곳 국사봉 야생화는 국사봉 정상 직전 좌측 산비탈에 가장 많이 보이지만 통일사 좌측 산비탈에서도 드믈게 발견된다. 이 때문에 3월 하순-4월 초순 경에는 등산객 뿐 아니라 사진작가들도 야생화를 찍기 위해 국사봉에 적지않게 오른다.
드디어 국사봉 정상에 도착했다. 국사봉은 영흥도에서 제일 높은 해발 128m의 봉우리로서, 정상 전망대에 올라 서면 팔미도 등대와 인천항은 물론 맑은 날에는 멀리 강화도 마니산과 당진 화력발전소, 백령도와 황해도 해주의 수양산까지 보인다.
정상 주변에는 수백년 된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곳 소사나무숲은 높이가 8m 정도로 5월에 꽃을 피고 10월에 열매를 맺는 낙엽교목이다.
국사봉은 고려말 정국이 불안할 때 왕족인 익령군 왕기가 영흥도에 숨어 살면서 두고 온 개경이 그리워 매일 산 정상에 올라 북쪽의 송악산을 바라보며 고려의 평안과 융성을 기원하였다 하여 국사봉(國思峰)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원도 보람 없이 고려는 3년 만에 결국 망하고 말았다.
국사봉 정상 소사나무숲에서 잠시 쉰 후 하산은 십리포해수욕장 방향으로 내려갔다. 국사봉 정상에서 올라온 길로 다시 145m 내려오면 통일사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통일사 쪽, 직진하면 고개넘어길(1.2km) 이다.
거의 평지 수준의 숲길을 약 30분쯤 걸어내려가면 대나무숲을 지나 사회복지법인 해피타운 건물을 만난다. 국사봉 등산은 일단 이곳에서 마무리하고 큰 길을 따라 십리포해수욕장으로 갔다.
십리포 해수욕장은 왕모래와 작은 자갈돌로 이루어진 특이한 해변으로 특히 소사나무군락지로 유명하다. 십리포 해변에는 100-150년된 소사나무 350본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십리포 해변 좌우에도 예쁜 트레킹 코스가 있다. 시간 여유가 있을 경우 추가로 더 걸어보는 것도 좋다. 십리포해변 우측은 ‘십리포숲마루길’로 십리포주차장-임도-영흥도갤러리-삼박골 코스로 약 2.2km, 40분(왕복 4.4km, 80분), 좌측은 ‘십리포해안길’로 십리포해변-십리포데크길-진여부리 코스로 약 1.44km, 30분(왕복 2.88km, 60분) 정도 걸린다.
영흥도 트레킹 후에는 옆섬인 선재도를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고려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소우도로 불러오다가 1871년 전후부터 선재도로 개칭되었다. 선재도에서는 특히 목섬이 유명하다.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이다.
선재도는 선재대교로 대부도와 연결되고, 영흥도와는 영흥대교로 이어진다. 목섬은 무인도로서 향도라고도 불리워진다.
선재대교를 건너다 보면 만두같은 작은 섬이 좌측에 보인다. 목섬 주변에는 갯벌이 꽤 넓은데 물이 빠졌을 때 목섬으로 들어가는 길 만은 유독 모래밭이다.
간조시간에 맞춰 S자로 예쁘게 구부러진 모래밭길로 목섬에 들어간 후 섬을 한바퀴 돌면 드넓은 갯벌과 모래턱이 가슴 가득히 안겨온다.
또, 목섬 너머로 보이는 측도도 선재도의 ‘바닷길보물’ 중 하나다. 측도는 밀물 때면 선재도와 분리되고 썰물 때는 차량 및 도보통행이 가능한 유인도이다. 현재 10여 가구가 사는 측도는 원래 칡넝쿨이 많아 ‘칡도’라 불렸던 곳이다. 왕복 550m 정도의 작은 바닷길이지만 물 빠질 때까지 연인 둘이서 만 비경을 독차지할 수 있어 로맨틱 데이트 코스로 최적이다. (글,사진/임윤식)
*영흥도 가는 방법은...
영흥도는 대부도-선재도-영흥도로 다리가 이어져 있어 자동차로 왕래가 가능하다. 영흥도 옆섬인 선재도 앞바다에는 측도와 목섬도 유명하다. 목섬 및 측도는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모랫길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영흥대교 아래에 위치한 영흥수협수산물직판장은 수산물 판매 뿐 아니라 생선회 등 다양한 수산물 요리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