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 좋은인연
4월10일 일요일 새벽 4시반 알람소리에 잠을 깬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주 일요일에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는데
하필이면 오늘 멀리 거제도 노자산, 가라산 사전답사팀으로 함께
답사에 동행하려 하는데 비가 내린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봄비가 오랜만의 남도 여행을 시샘이라도 하는 듯 하다.
봄비가 소리없이 살짜기 내려오더니 내가슴에 파고들면서 내가슴을
움츠리게 만든다. 불길한 예감이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뇌리를 스친다.
어두운 기분들을 밝은 기분으로 전환하기 위해 봄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살려도 보고 봄비에 대한 노래도 흥얼거려 보지만
어제밤 늦게까지 마신 술기운까지 머리를 어지럽게 하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이미 건네 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부랴부랴 배낭을 챙기고 택시를 불러 타고 약속 장소인 우방토파즈 앞으로 간다.
시계를 보니 5시5분이다. 약속시간이 5분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선배님께 전화를 하여 확인해본다. 거제도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오늘 산행이
어려울 것 같아 다들 연락을 하였는데 나만 빠졌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세상에 무슨 이런일이 있단 말입니까? 꼭두새벽에 와이프의 쌍심지 켜듯 치켜
세운 눈을 뒤로하고 핫바지 빵구 세듯 슬그머니 나왔는데 허탈 할 따름이다.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진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빗방울이 나의 허탈한 마음을
더욱더 슬프고 외롭게 만들면서 은근히 화가 치밀더니 오기가 생기면서 멀리
떠나기로 작정을 하니 이제까지의 어두웠던 기분들은 여름낮 선들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나는 새로운 행복으로의 고민으로 빠져들어간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갈까
낯선곳으로의 떠남은 나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어 놓는다.
나의 머릿속에서는 아름다운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펼쳐지더니만 정동진의 모래시계 앞에서의 사진한장에
나의 시선은 고정되면서 어설픈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 난다.
와이프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처제의 두손이 나의 어깨를 연인처럼
껴안는다.이성과감성이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어설픈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아내가 웃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자기 뭐해 자기도 같이 껴안아"한다
번뇌가 가득찬다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주여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소서!!
사진속의 어설픈 내모습에서 야릇한 웃음이 흘러 나오고 나의 발걸음을 벌써
기차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른새벽시간이라 대합실에는 희미한 형광등불빛만이
외롭게 대합실을 지키고 있고 밤새워 당직근무를 하였는지 초췌한 얼굴에
역무원 한분이 하품을 하면서 시계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열차시간표를 보면서 숫자 감각에 둔한 머리로 시간을 계산해 보고 또 해보지만
계산이 영 안된다. 다시 손가락을 하나둘 폈다 오므렸다를 몇 번 해보았지만
정동진 기차여행은 당일코스로는 불가능이라는 결론이 나면서 나는 다시
멍청해 버린다.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가 않는다. 대합실을 빠져나와
오거리 식당가로 무작정 발길을 옮겨 놓는데 구수한 해장국 냄새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 선지국에 씨린 속을 달래고서는 다시 잔대가리를 굴린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운동장으로 달려간다. 이른시간 인데도 관광버스가
서너대 보인다. 나는 일일 회원으로 참석을 하기 위해서 이곳저곳 기웃기웃한다.
새천년 관광버스 앞에서 멈추어 선다. <영일만 산친구들>산악회에서 영취산으로
진달래꽃 산행에 나선다. 비가 와서 회원들이 많이 빠진 관계로 일일회원으로 반갑게
맞아준다.바쁘게 달려온 고단한 날개를 접고서는 포근한 잠자리에 들어선 기분이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회장님께서 인사를 하시더니 갑자기 미소의 반댓말이 무어냐고 물으신다.
미소의 반대말이라 안미소,덜미소.울소... 하면서 찾아보지만 아무도 못찾고 있는데
회장님이 미소의 반댓말은' 땡기소'라고 하면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게한다
이어 산행대장님의 오늘 산행에 대한 안내말씀을 이야기 하신다. 여수 영취산 진달래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진달래 향에 물씬 젖어 보라고 하신다.
이어 한분 한분 소개와 인사가 이어진다.
반갑습니다. 좋은만남 좋은인연입니다. 오늘 이 만남이 비켜가는 인연이 아니고 함께하는
좋은 인연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잘 부탁해요~~~~
이렇게 오늘 나는 영일만 산친구들과 함께 하여 돌산 갓김치가 유명하고 이순신장군의
호국정신이 살아 숨쉬는 영취산에서 인간과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진달래의 향연에
빠져든다.
갓잎이 넓고 크며 섬유질 조직이 적으며 잔털과 매운맛이 적고 쏘는 맛이 부드러워
독특한 맛과 향기의 돌산 갓김치의 맛에 침을 흘리면서 꿈속으로 빠져든다.
오늘의 들머리인 상암초등학교에 도착하여 시계를보니 11시 반이다.
비가 그치고 엷은 구름속에서 태양이 살짜기 얼굴을 내밀더니 멀리 갱상도 포항 영일만에서
이곳 남도의 끝자락 영취산 까지 온 우리들을 맑은 미소로 인사를 땡긴다.
능선따라 골짜기마다 피어나는 꽃
진달래꽃!!
동백처럼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매화처럼 고귀하지도 않습니다.
겨레이 숨결이 녹아 있습니다
민족의 서정이 고스란히 베어 있는꽃
진달래꽃입니다.
그리고 진달래는 거짓이 아닌 참이라 하여
참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진달래
많은 시인들이 설레임,그리움,순정한 눈물,무구한사랑,가여운 설음...등으로
노래 하였습니다.
그 진달래꽃을 소월님은 가시는 걸음 걸음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하였습니다. 오늘 나는 한아름의 진달래를 꺽어 가슴에 담아 둡니다.
님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드리오리다. 두고 두고 그향기에 취하세요
상암초등학교를 들머리로 해서 개구리바위쪽 진달래 군락지로 오른다
멀리 한려수도가 펼쳐지고 여수산업단지,칼텍스 정유공장과 남해 화학공장들의
저유탱크와 높은 굴뚝들이 인간과자연과 함께 어울어진다.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면서 피어있어 등산로는 진달래꽃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나는 나의 마음을 전부 빼앗기고 혼마저 놓아 버린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진달래와 함께 참꽃이
되어 버린다.그리움,설레임,순정,설음등이 뒤범벅이 되어 그렇게 진달래에 파 묻혀버린다
금쪽같은 시간은 멈추질 않고 흘러만 가는데 모두는 진달래에 취해버려 통제가 안된다.
한참만에 한자리에 모여 늦은 점심을 함께 한다. 진달래꽃 이야기에서부터 반도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여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를 희망
하고 있고 여수국가산업단지는 동양최대의 석유화학공업단지 이며 그리고 오동도는
울창한 희귀식물과 동백열차가 운행되고 관광식물원은 남국의정취를 더욱더 느끼게
만들어 놓고 있단다.
반주로 소주를 한잔한다. 술맛이 예전의 그맛이 아니더라 한잔술에 남도의 모든 것들이
녹아 나의 가슴으로 전해진다.
저멀리 영취산정상이 빨리 오라 손짓을 보낸다. 영취산은 예로부터 지역민들에게
신령스러운 산으로 기우제나 치성을 드렸던 곳이라한다.기도도량인 금성대가 있고
그아래 도솔암이 자리하고 있다.
영취산정상 진례봉에서 국태민안 민족통일 시정형통 시민안정 산업안전과 지역발전
개인의 소원성취를 염원하는 산신제가 매년 열리고있고 제13회 산신제가 어제(4월9일)
오전에 이곳에서 성대히 모시었다고 한다.
저아래 봉우재가 보이고 그뒤로 진달래 군락지가 또다시 펼쳐지고 사람과사람들 그리고
꽃과꽃들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 놓는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발걸음 더디게 하였지만 진달래향기를 더 오래
곁에 둘 수 있어 좋고 멀리 펼쳐지는 한려수도 다도해의 그림을 오래도록 감상할수 있어
나는 무척이나 행복했다.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흥국사 쪽으로 하산을 하여 흥국사 홍교에 도착하니
홍교다리밟기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자기 나이 숫자만큼 다리를 왕복하면서
건강한 다리로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답교 놀이다. 흥겨운 사물놀이패의 뒤를
따라 몇바퀴 돌아본다.작은 소원을 빌어본다. 오늘 이렇게 좋은만남의 인연이
비켜가는 인연이 아니라 함께하는 아름다운 인연이 되어주소서
그리고 영일만 산친구들의 무궁한 발전과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취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