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수화 김환기 화백은 1963~64년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절, 고국에 두고온 아내(김향안 여사)를 그리며 숱한 그림편지를 보냈다.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 날씨는 어떠했는지, 자신의 작품세계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구절구절 사연들을 그림과 함께 담아 보냈다.그림 뒷편에 적힌 글 한토막.
「향안에게, 오늘은 해가 나고 바람이 자서 따뜻해요. 역시 붓을 써야겠어. 칼로 완성했던 것 다시 붓으로 고쳐요. 동양 사람의 체질은 역시 모필이 맞고 미묘감이 오는 것 같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하늘과 땅」등 색점 추상화로 한국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김환기 화백의 「환기 미술관(02-391-7701)」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골짜기(210-8번지)에 서있다. 김환기 화백이 1974년 미국에서 타계한 뒤, 20년만인 1993년 완공됐다. 현재 뉴욕서 살고 있는 김향안 여사는 환기미술관을 재단으로 설립, 김환기의 예술을 사회에 환원했다.
주택가에 섞여 있지만 독특한 설계로 빚어 놓은 이 미술관은 빼어난 조형미로 건축학도들의 순례코스도 겸하고 있다. 한편에 마련된 찻집에서 죽죽 뻗은 대나무를 바라보며 차 한잔 마실 수 있다. 정겨운 한국미와 인정을 성실하게 그림에 담았던 대화가가 남겨놓은, 이 예쁜 미술관을 찾으면 미술, 특히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선입관을 조금은 깰 수 있다. 환기 미술관 큐레이터 박미정씨는『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문화가 미술관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며 『작가의 인생과 그림을 함께 본다면 미술은 우리 옆에 가까이 있는 일상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기 미술관」처럼 정신을 살찌울 수 있는 미술관들은 서울 여러곳에 있다. 종로구 신문로엔 야외 조각공원을 함께 갖춘 성곡미술관(02-737-7650)이 있다. 『철저히 대중 눈높이에 맞춘 미술관』이란 공근혜 큐레이터의 말처럼 넓직한 조각공원은 그저 산책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공원 중앙엔 사방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조망이 툭 트인 찻집도 있다.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02-733-8945)는 전시실, 음악당. 레스토랑, 아트숍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교양강좌와 공연, 콘서트 등이 수시로 열려 청소년들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이다.
서울 시내 미술관들 중 대중 교통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곳들이 많다. 하지만 1000원만 내면 서울 도심 미술관들을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순회버스를 이용하면 좋다.
▲미술관 순회버스 이용법: 승차료 1000원.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아트숍 앞 출발. 오전 10시부터 약2시간 간격으로 매일 이곳에서 출잘. 19인승 소형버스만 타면 인사동~사간동~순화동~평창동 지역의 미술과과 화랑을 둘러볼 수 있다. 순회버스 이용권은 하루종일 무제한 승하차가 가능하며 이 티켓을 가지면 가나아트센터와 삼성-환기 미술관의 전시입장료중 일부를 할인받을 수 있다. 자세한 노선문의는 (02)720-1020
*환기미술관 교통편*
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 효자동 방면 3번출구로 나와 연계버스 이용 (59,143-1,135,135-1,135-3, 136-1 )
② 지하철 5호선 광화문 하차 - 한국통신 앞에서 연계버스 이용(59, 143-1, 135, 135-1, 135-3)
③ 자하문 터널 노선(청색버스) 터널통과 직후 하차 - 부암수퍼 골목으로 도보로 3분
④ 자하문 고개노선(적색버스,136청색) - 부암동 동사무소 하차 - 북악 스카이웨이 입구에 있는 미술관 이정표를 따라 도보로 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