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난다 왕으로서의 생애
그 생에서 많은 공덕을 쌓고 천수대로 산 다음에 그 부유한 부부는 천상에 태어났다. 다시 거기서 생을 마감한 다음, 남편은 바라나시 시에서 14km 떨어진 마을의 고귀한 가문에서 난다(Nanda)라는 이름의 아들로 태어나서 났으며, 아내는 바라나시 왕의 공주로 태어났다.
두 사람이 모두 성년이 되었을 때, 그 고귀한 집의 아들 난다가 사는 마을에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다는 어머니에게 축제에 입고 갈 옷을 달라고 했더니, 입던 옷을 세탁하여 주었다. 아들은 그 옷은 조잡하니까 다른 것을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다른 옷을 대신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거칠거칠하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이고 거부당하자 어머니가 말했다.
“아들아, 우리는 고귀한 가문이지만 재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좋은 옷이 없단다.”
“그렇다면 어머니, 좋은 옷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네가 오늘 당장 바라나시의 왕이 되기 바란다.”
어머니는 그렇게 상서로운 말을 했다.
젊은 난다는 어머니에게 절을 하고 나서 떠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기꺼이 승낙했다. 그러나 그녀가 승낙한 것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 아들이 가긴 어디를 가? 갈 데가 없으니, 그냥 집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겠지.” 그러나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기에 난다는 마을을 떠나서 바라나시로 갔으며, 왕립 공원의 장중한 돌침대에서 얼굴을 가리고 낮잠을 잤다. 그날은 왕이 서거한 지 이레째 되는 날이었다.
그때 대신들은 장례를 마치고 궁정 안마당에서 다음과 같이 회의하고 있었다. “왕에게 아들은 없고 따님 한 분뿐입니다. 왕이 없는 왕국은 있을 수 없습니다. 누가 지배자가 되어야 할까요?” 그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서로를 왕으로 추대했다. “그대가 우리의 왕이 되시오!” “아니오, 그대가 지배자가 되어야 하오.” 그러자 바라문인 왕사가 말했다. “우리가 왕을 뽑는데 후보자가 많아서는 안 됩니다. 왕의 마차를 보내서 적절한 사람을 찾도록 합시다!” 왕사의 제안에 모두 동의를 하자 왕의 마차를 풀어놓고 육군 네 개 사단과 다섯 가지 종류의 악사들을 따라가게 했다.
마차는 왕성의 동쪽 성문으로 나가서 왕립 공원을 향해 달렸다. 어떤 사람들은 마차가 습관적으로 공원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이므로 다시 돌아오리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왕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차는 공원으로 들어가서, 난다의 주위를 세 번 돌더니 멈추어 서서 난다가 타기를 기다렸다. 왕사는 발에 덮혀 있는 옷을 들치고 그의 발바닥을 본 다음 이렇게 선언했다. “이 분은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네 개의 대륙과 그에 딸린 2,000개의 섬을 다스릴 만큼 훌륭하신 분이다.” 그리고는 악사들에게 세 번 연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난다는 얼굴을 가린 천을 벗고 대신들을 보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난 다: 그대들은 왜 여기에 왔는가?
대신들: 대왕이시여, 바라나시의 왕위는 대왕의 것입니다.
난 다: 왕은 어디 계신가?
대신들: 왕은 돌아가셨습니다.
난 다: 돌아가신지 얼마나 되었는가?
대신들: 오늘이 이레째 되는 날입니다.
난 다: 돌아가신 왕께는 아들이나 딸이 없는가?
대신들: 대왕이시여, 아들은 없고 따님만 한 분 계십니다.
대신들이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그렇다면 내가 왕이 되겠소.”라고 말하면서 왕위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대신들은 즉위식을 위한 천막을 치고, 공주에게 성장을 시켜 참석하게 한 다음 정식으로 즉위식을 거행하여 그를 바라나시의 왕이 되게 하였다.
그런 다음에 대신들은 은전 천 냥 값이 나가는 옷을 만들어 난다에게 바쳤다. 난다 왕이 이렇게 물었다 “벗들이여, 이것은 무슨 옷인가?” “대왕이시여, 그것은 왕께서 입으실 옷입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이것은 단지 조잡할 뿐이오. 좀더 좋은 옷이 없소?” 대신들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인간이 사용하는 옷 가운데 이보다 더 좋은 옷은 없습니다.” 난다가 “그대들의 돌아가신 왕께서는 그런 옷을 입으셨는가?”라고 물었다. 대신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난다 왕은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신 왕께서는 큰 부자가 아니셨던 것 같군. 황금으로 만든 병에 물을 가득 채워 가지고 오시오. 아주 좋은 옷을 만듭시다.” 대신들이 병을 가져와서 왕에게 드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왕은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한 다음, 손바닥에 물을 받아서 동쪽으로 뿌렸다. 그러자 거대한 대지를 뚫고 여덟 그루의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 나무가 솟아올랐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을 향해서도 그렇게 했다. 각 방향에서 나무가 여덟 그루씩 솟아올랐다. 그래서 네 방향에 모두 32그루의 나무가 생겼다. 난다 왕은 하반신에 성스러운 옷을 입고, 상반신에도 다른 성스러운 옷을 입었다. 그리고는 북을 울리게 하고는 이렇게 선언했다. “난다 왕의 나라에 사는 여인들은 실을 짤 필요가 없을 지어다.” 그는 스스로 왕이 사용하는 흰 우산도 장식품으로 치장을 한 다음, 코끼리의 등에 올라타고 왕성으로 들어가서, 궁전의 테라스 위로 올라가서 위대한 왕의 삶을 즐겼다.
난다가 왕으로서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몇 년간 즐긴 다음에, 그의 삶을 본 왕비는 “새로 짓는 공덕이 거의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왕을 불쌍히 여겼다. 왕이 왜 불쌍히 여기는지 왕비에게 묻자, 이렇게 회상시켜 주었다. “당신의 호사스런 생활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과거생에 신심을 가지고 참으로 덕행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지금 당신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요.” 왕이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누구에게 보시해야 하겠소? 보시를 받을만한 덕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소!” 왕비가 대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인도에 아라한이 안 계신 것이 아닙니다. 왕께서는 보시할 물건을 준비하십시오. 저는 보시를 받을 만한 훌륭한 분을 모셔 올 테니까요.”
다음 날 왕은 왕성의 동쪽 대문에 공양을 준비했다. 왕비는 아침 일찍 계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고, 동쪽을 향해서 엎드려서 입으로 이렇게 초대했다. “동쪽에 아라한들이 계시다면, 오셔서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쪽에는 아라한이 없어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준비한 공양은 가난한 사람들과 거지들에게 주었다. 다음 날에는 유사한 행사가 남문에 준비되었다. 사흘째에는 서문에서 준비되었다. 그러나 그쪽에서도 아라한이 없었기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네 번째 날에는 북문에 보시할 준비를 하고, 왕비가 전처럼 초청하자, 모두 빠두마와띠 왕비의 아들인 500명의 벽지불 중의 가장 나이 많은 마하빠두마 벽지불이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우 벽지불들이여, 난다 왕이 그대들을 초대했다. 초대를 즐거이 받기로 하자!” 고귀한 분들은 기꺼이 초대를 받고, 아노땃따(Anotatta) 호수에서 세수를 하고, 공중으로 날아서 왕성의 북문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이 왕에게 가서 “대왕이시여, 500분의 벽지불이 도착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왕은 왕비를 대동하고 벽지불들에게 가서 합장하면서 그들을 환영했다. 왕은 발우를 들고 500명의 벽지불을 왕궁의 위쪽 테라스로 모시고 공양을 올렸다. 공양이 끝난 다음, 왕은 그들 중 가장 나이 많은 분의 발 앞에 앉고, 왕비는 가장 젊은 분의 발 앞에 앉아서 이렇게 청했다. “존자들이시여, 여러분들께서 저희들이 드리는 필요한 물품을 받으시면서 저희들의 공원에 머물러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의 공덕도 쌓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바라나시 시의 공원에 머문다고 약속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왕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자, 왕은 왕립 공원에 500채의 집, 500개의 경행로 등 완전한 숙박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그들이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비구의 네 가지 필수품도 제공되었다.
공양이 얼마간 그런 식으로 계속되었을 때, 국경 지방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왕은 국경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러 가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자신이 없는 동안 벽지불들을 잘 돌보아 드리라고 왕비에게 부탁했다.
왕이 지시한 대로 왕비는 벽지불들에게 네 가지 필수품을 공급하면서 정성껏 후원했다. 얼마 후 왕이 돌아오기 직전에, 벽지불들이 생을 마감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가장 나이 많은 마하빠두마는 밤새도록 선정에 든 다음에, 나무로 만든 허리 받침에 기대어 선 채 무여의열반(無餘依涅槃)에 들었다.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벽지불들도 반열반에 들었다.
다음 날, 왕비는 꽃을 흩뿌려서 공기를 향기롭게 만들어 벽지불들의 자리를 마련해 놓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이 오는 기미가 안 보이자, 이렇게 말하면서 남자 시종을 보냈다. “가서 고귀한 분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슨 불편한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아라.”
시종이 공원으로 가서 마하빠두마 벽지불을 찾으려고 그의 숙소 문을 열어보았지만 거기 없었고, 경행로에 가니 나무 난간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종은 제일 나이 많은 벽지불에 게 인사를 드리고 “존자시여, 공양 드실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반열반에 들어서 몸이 차가워진 생명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벽지불께서 주무시고 계신다고 생각한 시종은 가까이 다가가서 벽지불의 발등에 손을 대어보았다. 그렇게 해 보니 발이 차고 딱딱해서 벽지불이 반열반에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벽지불과 세 번째 벽지불에게도 갔다. 그렇게 알아보고 나서 그는 벽지불들이 모두 완전히 소멸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궁전으로 돌아오자 왕비가 물었다. “벽지불들께서는 어디에 계시는가?” “왕비님, 그들은 모두 반열반에 드셨습니다.” 시종이 대답했다. 왕비는 슬피 울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왕성에서 왕립 공원으로 가서 장례식을 거행하고 화장을 했다. 또한 사리를 거두어서 사당을 지어서 안치했다.
국경 지방을 평정하고 왕성으로 돌아온 왕은 마중 나온 왕비를 보고 물었다. “친애하는 왕비여, 벽지불들을 잘 돌보아 드렸소? 고귀한 분들께서는 건강하시오?” 그들이 모두 반열반에 드셨다는 왕비의 대답을 들은 왕은 충격을 받고 이렇게 숙고했다. “이러한 현자들에게조차 죽음이라는 자연현상이 일어나는구나! 어찌 우리가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왕은 왕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왕립 공원으로 곧장 갔다. 그는 큰 아들을 불러서 왕위를 넘겨주고 자신은 은둔자(부처님 시대의 비구 같은 것)가 되었다. 왕비도 “왕이 은둔자가 되었으니 내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왕을 따라서 왕립 공원에서 여자 고행자가 되었다. 선정을 성취한 두 사람은 모두 범천에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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