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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사치재-육십령구간)
◎일 시 : 2006.9.1~2(1박2일)
◎산행기록 :
◦1일차-사치재(07:30)-복성이재(10:30)-점심-봉화산(13:15)-임도(13:35)-월경산(15:50)-중재(16:40,1박)
◦2일차-중재(06:10)-중고개재(06:40)-백운산(08:17)-영취산(09:43,알바50분-10:30원위치)-점심-북바위(13:10)-깃대봉(14:10)-육십령(15:30)
◎산행거리 : 약 38.8km
이젠 확실히 큰일이 벌어진 것 같다. 아직까진 대간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몇 구간을 가보았고 그것도 여러명이 가거나 친구와 둘이가거나 했을 뿐이고 오늘과 같이 홀로가야 할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그렇다면 이제 헤어날 수 없다면 나름대로 몇가지 원칙을 만들어야겠다.(산행경력이 일천하고 걸음도 느린편이고 겁도 많은 편이라 고수님들이 보면 한심할거라 생각됩니다)
첫째 단체 산행이 아니라면 야간산행, 우중산행은 하지 않는다.
둘째 순서는 관계없으나 북진을 원칙으로하고 1박2일 위주로 한다.
셋째 위험구간이 포함된 곳은 혼자가지 않는다.
넷째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다섯째 전체를 36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이런 것들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이번구간만 이어지면 천왕봉-빼재 구간이 완성된다는 설레임에 모든일 접어두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8.31(목)
일과 끝나고 모두들 귀향했건만 나혼자 무슨 큰일이나 있는 것처럼 슈퍼에 들러 이것저것 챙겨사고 저녁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와 등산 준비를 하고 들어누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출발할시간! 준비된 사수처럼 계획된 시간에 맞춰 행동개시한다.(23:00)
9.1(금)
열차는 한치의 오차없이 02:53분 남원역에 도착한다. 열차에는 등산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으나 여기서 내린 등산객은 나혼자 뿐이란 걸 대합실을 나오면서 알게된다. 대합실에서 시간을 좀보내고 04:30분 택시를 타고 남원시외터미널 근처로 이동, 24시해장국집으로 들어가 아침을 해결하고 시외터미널 맞은편(24시해장국집 바로앞)에서 06시경(종점 05:50발)에 사치마을행 버스에 승차했는데 이곳저곳을 들러 사치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07:00경, 그러나 어벙한 초보 대간꾼은 시작부터 실수를 범하고 만다. 사치마을에 내렸어야 하는데 사치재까지 간다고 버티다가 버스가 되돌아 나오는데 놀라 내려달랬더니 벌써 지난번 통과하여 눈에 익은 유치삼거리까지 와버렸네.. 휴~ 마누라가 혼자 산에가지 말라했거늘 말안듣다 벌받는건가? 그려 벌받는셈치고 걸어가자(달리 방법이 없음). 다시 사치마을까지 오는데 15분정도,여기서 사치재들머리까진 채10분이 걸리지 않는다.
07:30분 나만의 외롭고 고독한 대간길이 시작된다. 하지만 초보가 1박2일에 40여km를 잘갈수 있을까? 나자신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만 앞서간 분들의 산행기를 조사해본결과 거리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은 것으로 봐서 등산로가 대체로 고도가 심하지 않을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에 도전 해볼만하다고 생각되었다.
산불로 그을린 소나무 숲을낀 오르막을 단숨에 오르니 88휴게소가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고 저멀리 지나온 고남산이 보인다. 이슬 머금은 억새와 잡목을 헤치며 몇차례 오름과 내림을 반복했지만 새맥이재,사리봉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고(하긴 가는데마다 표지판이 있는것도 아니고 고도를 재면서 스스로 위치 확인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런 능력이 없는 초보라 스스로도 한심하다.),복성이재 도착전 비포임도가 있어 이곳이 복성이 뒷재구나 하는 것을 알게된다.
10:30분 복성이재에 도착, 안내판을 보니 아직 오늘의 목적지가 반도 더남았다.(사치재←7.2km,중치→12.1km) 복성이재에는 마을이 있는줄 알았는데 마을(성암마을)은 여기서 700m떨어져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식수를 구할려면 마을까지 가야할 것 같으나 아직은 가지고온 것이 많이 남아 있으니 그냥간다.도로를 가로질러 표시기가 있는 곳으로 해서 얼른 그늘속으로 숨는다. 솔밭에 앉아 숨을 고르고 간식도 챙겨먹고 20여분을 쉬었다.
40여분을 더가자니 이제 밥힘이 다떨어졌는지 눈앞이 가물가물 주저앉기 1보 직전이다. 적당한 솔밭 그늘에 입고 신었덨것 다벗어 던지고 반나체로 주저앉아 24시 해장국집 아주머니가 담아준 밥을 먹는다.
비록 반찬은 김치뿐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밥을 진작에 먹어본적이 있던가!! 도시락에 계란 두개까지 먹어 치우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감상에 젖어본다.
50여분이 속절없이 지나가 버리고 다시 출발했지만 역시 치재가 어딘지 모르고 지나치고 봉화산인 것 같은 봉우리가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렇게 먼데서도 눈에 띄는 커다란 정상석을 품은 봉화산에 당도한 것이 오후 1시15분경, 셀카로 증명사진 한 장찍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통 억새밭이다. 명성산이 억새로 유명한 곳인데 명성산에서 본 것 보다도 더광할 한 것 같은 일렁거리는 은빛 억새가 갈길 바쁜 나그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700여m 아래가 봉화재(내가붙인이름)이다.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고 중재까진 7.2km라는 것 을 알 수 있다. 뚜렷한 특징도 표시도 없으니 그냥 표지기만 따라 걸을 뿐이다. 어디쯤일까? 월경산이 아직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졸다 걷다를 반복하다 그냥 등로에 쓰러져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 것은 그로부터 20여분이 지난뒤였다. 다시 대간길을 간다. 우측에 약간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길은 좌측으로 구부러지는데 직감적으로 저것이 월경산이로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시간은 오후4시를 넘어서고 있다. 봉화재에서 중재까지 7.2km였으니 이제 중재가 얼마남지 않은 것 같은데 민박집에 일찍가서 딱히 할일도 없으니 서두를건 없다.
중치라는 표지목이 있는 곳에 내려서서(16:40) 중기마을 민박집에 전화하니 반대쪽 오르막을 더올라 10여분 더오면 우측으로 내려오는 곳이 있다 한다. 그리고 밭을 따라 내려서니 아스팔트길, 아저씨가 차를가지고 여기까지 오셨다. 마을까지는 꼬부랑길을 따라 5분정도 내려가야하고 전에 왔던분들 산행기를 보니 15분정도 걸었다고 되어있다.주인은 부산에 집이있는분인데 가족을 남겨두고 홀로 낙향하여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분이다. 집은 새로 지은집이니 깨끗했고 마당 배나무에는 그간 다녀가신 분들의 표지기도 보이고 방벽엔 메모도 눈에 뛴다. 샤워도하고 빨래도하고 아저씨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쉴겸 누웠다가 잠이 들어 알람이 맞춰진 새벽4시반까지 거의 기절한 정도로 깊은잠을 잤다. 역시 시골이라 그런가 밤의 공기는 이불을 덮어도 추울 정도로 찼다.(중기마을 민박 055-963-0948)
9.2(토)
0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아침식사하고 도시락까지 넌네받고 아저씨차를 타고 어제 내려왔던 곳으로 다시 간다.
06:10 무릎과 발목이 뻐근하지만 대간길을 다시 이어간다. 30분 정도가니 중고개재가 나온다.거의 1시간 정도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 오르막이 나온다. 민박집 아저씨가 백운산까지 3시간정도 가야 할거라고 일러줬는데 직각에 가까운 오르막이 나오는 것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이윽고 정상 표지목이 나타나고 백운산 정상에 2시간 만에 다다랐다. 예상보다 빨리 온 것 같아 기분 좋아 룰루랄라 사진도 찍고 지리산쪽 조망도 해보고 다시간다. 긴 산죽터널이 이어지는데 어떤곳은 내키보다도 더큰 산죽이 터널은 이루고 있다. 1066봉아래 쉼터에서 거의 반나체로 15분가량 쉬었다.
어제부터 오늘 이시각까지 등산하는 사람들을 만나질 못했는데 어디선가 사람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남여의 목소리가 뚜렷이 들리다가 조금 멀어졌다 다시 들리고 하는데 앞에서 나는 소린지 뒤에서 나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09:40경 영취산에 도달했다. 이곳 저곳 사진도 찍고 무수히 많은 표지기도 살펴보고 하노라니 여자 1명을 포함한 5명의 등산객이 뒤따라 도착한다. 이제야 아까 사람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는 것을 알수 있겠다. 어제 오늘 처음 만나는 등산객이니 반갑게 인사나누고 사진 찍어드리고 나도 사진찍고, 그러다가 멋쩍어서 먼저간다 인사하고 표지기가 많은 곳으로 아무 생각없이 내려 섰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는 것을 조금후에 알게 된다.
급격한 내리막에 포장도로가 나오고 도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표지기를 따라 50여m까지 올라가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한번 표지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눈에 익은 것이 아니라 생소하다. 다시 도로쪽으로 내려와 인쇄해온 유인물을 들여다보니 대간길은 영취산에서 직진하는 것이였다. 아~ 나는 지도와 유의할 곳 등을 사전에 챙겼으면서도 꺼내보기가 귀찮아 표지기만 따라가다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잠깐의 방심으로 대간이 아닌 금남호남정맥 구간인 무룡고개쪽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크! 하마터면 대간도 끝내기전에 정맥을 탈뻔했다…대간한다는 사람이 별로 어렵지도 않은 곳에서 엉뚱한 곳으로 내려갔으니 지금 생각해도 한심한 생각이 든다.
다시 헥헥 영취산을 오르니 50여분의 금쪽같은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조금전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이 나의 그 어리숙한 행동에 얼마나 비웃었을까 생각하니 창피한 생각도 든다.
50여분을 허비했으니 그시간을 만회하고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지런히 간다.
40여분을 그렇게 갔을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나고 눈앞이 가물가물하니 도저히 더 이상 진행 불가 판정을 내리고 그늘에 주저 않는다. 미련없이 다벗어 던저 버리고 민박집 아저씨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달콤한 40여분의 식사겸 휴식시간을 가지고 12시5분경 다시 깃대봉을 향하여 전진을 계속한다.
반대쪽에서 오는 4분이 지나가는데 육십령에서 오신다고 한다.
알바와 휴식시간등으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드디어 저멀리 깃대가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하지만 등로는 솔밭을 지나고 억새밭을 지나고, 한참을 간다. 특히 키작은 억새밭을 10여분 지날때는 한낮의 땡빛을 여과없이 받아들여야 하니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깃대봉 바로전에 한분을 만났는데 이분이 나를 오늘 장계까지 태워다준 고마운 분이다.
깃대봉에 도착한 것은 14시도 훌쩍넘은 시각, 하여튼 영취산에 도착했던 시간을 기준으로 여기까지 4시간도 넘게 소요됐다. 크! 이시간이면 육십령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조금의 방심이 지친 나를 두배로 힘들게 한다.
샘은 어디있는거야? 깃대봉을 내려서자 다시 오르막과 우측으로 구부러지며 한참을 내려가는데 이제야 약수터가 나온다.
시원하고 물맛좋고…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라고 할까!
물실컷 마시고 빈수통에 물가득채워 가지고 내려오다가 숲속으로 들어가 샤워했는데…본사람 없으니 욕하는사람 없겠죠?
육십령마을쪽 휴게소로 내려섰는데 깨끗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없는 화장실이 있던데 여기서 샤워해도 될 듯…
다시 전라도쪽휴게소, 지나가는 차라도 얻어타려고 20여분 기다렸으나 지나가는차가 없다. 조금전 깃대봉 근처에서 만난분이 내려오길래 얼른가서 동승을 부탁하니 장계까지 태워준다 한다. 이분들은 세분이서 대간 같이하는분인데 오늘 친구 두분이 빠진구간 땜방차 복성이재에서 여기까지 오고 있고 이분은 차를 반대쪽에 세워놓고 식사를 배달하고 오시는 것이었다. 조금있으니 두분도 하산하고 세분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느끼며 덕분에 장계까지 잘와서 16:50분 버스타고 무사 귀가했습니다. 세분 다시한번 고맙다는 말씀드리며 남은구간 무사히 종주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하여 대책없는 초보 대간꾼의 발자취는 지리산과 덕유산을 지나 빼재까지 이어졌습니다.
※대간을 진행하다보니 정보가 생명이더군요,지나간분들이 미리 정리해두셨지만 저가 다녀온 경로를 여기 정리해둡니다.
-남원역이 외곽지역으로 이전한 관계로 시외버스터미널은 택시로 이동해야함(택시비 3,200원), 시외터미널 맞은편에 24시해장국집있고,근처에 pc방과 찜질방도 있다함.
-사치재까지는 24시해장국집앞에서 06시경(종점출발 05:50)지나가는 가산행버스가 사치마을까지 운행함(1시간소요),사치마을에서 사치재까지는 도보로 10분
-중재에서는(중기마을 민박 055-963-0948)민박집에 전화하면 태우러옴(1박에20,000원),식사는 주인께 부탁하면됨
[2006.9.1]
사치재표지목
88도로건너편 -지난번 내려선곳
사치재들머리
불탄소나무와 88고속도로휴게소
지나온 고남산을 뒤돌아보며...
호젓한솔밭길
복성이재
복성이재2
마을쪽을 내려다보며...
봉화산을 바라보며간다...
봉화산이 코앞에..
봉화산올라서는길
봉화산정상
봉화산억새
봉화산억새2
봉화재(?)의 안내판
봉화산의억새3
이런곳도...(무슨 ..재배단지라고 돼있었는데...)
중재(중치)
[2006.9.2]
여기까지 민박집차가 태우러오고 태워다줌(이튿날 산행을 시작하며...)
백운산이 코앞임을 알리는 표지목
백운산1
백운산2
산죽길
뒤돌아본 백운산
멀리 덕유산의 봉우리가 보이고...
영취산400m-다왔네!
영취산1
영취산2
무령고개(이곳은 백두대간길이 아님)
육십령가는길-대진산성
덕유산방향조망
북바위
북바위에서 내려다본 풍경-멀리 보이는곳이 논개생가이지요?
우측엔 큰 저수지가...댐인가?
깃대봉가는길
깃대봉1
깃대봉2
깃대봉약수터
육십령
첫댓글 백두대간에 관심이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요즘 시간이 좀있어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습니다. 10월 첫째주에는 아마 소백산구간을 가야할 것 같고요~ 전 운동삼아 3년전부터 시작한 산행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우리 금계중 동문님들도 산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도 한번 도전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내년에는 한번 도전 할까 합니다..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
혹 연락처 남기면 지나왔던 기억되살려 알려드릴게요...
내년에 함께할수 있는 친구들 마케 모다 보자...나도 동참 하게^*^
소백아~~~!! 백두대간길 성공리에 마치기를바란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