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천사와 나/임종욱
1998년 그 해 무렵은 돌아서면 또 재발하는 방광염으로 참으로
힘들었던 때였다. 병원에 입원하여서 항생제 주사를 맞고 완치시켜서
퇴원하면 또 재발하고,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독한 항생제를 먹고 다
나으면 2주도 안 지나서 또 재발하던 그때처럼 힘든 시절이 다시 온다면
아마도 나는 그때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던 내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1998년 9월 돌아서면 또 재발하는 방광염에 대한 최후의 수단을 내 담당
주치의는 시도해보자 했다. 그리하여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입원하여서
주치의가 제시한 최후의 수단인 괄약근을 제거했고, 수술과정에서 의사의
실수로 피를 많이 흘려 34일 동안 고생했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나는 동안
돌아서면 재발하던 방광염도 1년에 한 두번 약만 먹으면 될 만큼 많이
좋아졌다.
4년 전 그 때 방광염이 재발하면 소변검사를 위해 심부름을 보내야 하는
봉사자를 찾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러나 한번씩 재발할 때마다 드는
약값이며 입원비로 내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이었다.
어느 해인가는 퇴원비가 모자라서 달랑달랑 그때, 지긋지긋하던
병원에서 퇴원한다는 기쁨보다는 퇴원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로 웬지 모를
자괴감에 휩싸여 더욱 힘들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변의 좋으신 분들의 사랑으로 오늘을 살지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을 때마다 내 마음에 쌓여가던 사랑의 빚을 나는 아직
한푼도 갚지 못하고 있다.
아파도 돈이 없어서 내 마음대로 아플 수 없었던 그때의 막막하던
심정이나,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의 그 고마운 마음을 나는 잊지
않고 있지만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금전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장기 투병환자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정말 마음 아프다.
매년 1500명의 소암암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다는 우리나라에서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골수 이식 치료를 받기까지
드는 1억원에 가까운 치료비라고
"한국백혈병소암협회(http://www.soaam.or.kr/)"의 보도자료에서는 밝히고 있다.
퇴원비 20-30만원이 없어서 난감했던 내 경우와 비교하면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비는 얼마나 엄청난 금액인가.
우연하게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와 인연을 맺었고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돕는다고는 했지만 나의 도움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도왔다고도 말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