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여름...
나는 또래아이들과 다를것없는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루한 학교수업이 끝나면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가방을 던져놓고선
밖에서 놀다가 어두워지면 집에 들어가곤 했던 개구쟁이었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학교마치자마자 친구들과 못가에 가서 수영하며 놀았다.
어느정도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친구집앞에 앵두나무가 있어서
친구들과 앵두를 따먹다가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는길에 내 몸이 이상했다. 몸 구석구석이 간지러웠다.
처음엔 덜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간지러움은 심해졌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3~4번정도 했을까... 간지러움은 조금 없어졌다.
단순히 그냥 간지러움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루,이틀.. 며칠이 지나자 내 몸엔 붉은 점 같은게 하나둘 나기 시작했다.
팔에 하나둘 나기 시작한것은 시간이 지나자 몸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건선이라고 했다. 전염성은 없는 피부질환으로 아토피와 비슷하다고 했다.
이때는 몰랐다..이 병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나를 괴롭힐줄은..
그땐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발병했을때..여기 진주에서 피부과로 유명하다는 병원에 갔다.
병원에선 주로 스테로이드제로 처방을 해주었다.
물론 이땐 스테로이드가 어떤건지도 몰랐고, 그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약만 먹고 바르고 했다.
이건 처음 약바를때만 효과가 있다가 바르지 않으면 이내 다시 몸에
건선이 생기곤 했다. 그후, 당분간 병원약은 먹지않고 민간요법을 했다.
촌에서 자란터라, 주위에서 어디어디가 좋다더라, 이 약을 먹고 발라봐라..
하는말을 주위에서 많이들 해주어서 이것저것 안해본게 없을 정도다.
어디 시골 할머니에게서 사왔다는 약을 1년정도 먹었는데..
이 약을 먹을때는 육류, 인스턴트 같은 음식을 먹지 못했다.
밥먹을때 아무거나 다 먹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었다.
중학생일땐 비교적 괜찮았었다.
중1~2때는 거의 없을 정도로 좋았었고, 중3때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학년 초, 내신성적도 않좋았던 내가 인문계고등학교에 간다고 했다가
1년간 죽어라 공부만 했다. 내가 다녔던 학교는 한 학년에 2개의 반 밖에 없었고,
한 반에 남자 10명,여자10명이 전부였던 조그마한 학교였다.
내신성적의 부족으로 연합고사를 잘 쳐야했던 나는 나와 비슷한 성적의
친구 2명과 담임선생님의 지도로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는 학교에서,
6시부터 9시까지는 학원에서, 9시부터 12시까지는 다시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이 생활의 연속이었고 일정한 패턴도 없었기때문에 몸 상태는극도로 나빠졌다.
중3 2학기땐 학원을 다녔었다. 성적이 오르지 않자, 선생님께선
학원수업을 받으면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를까 하는 마음에 나와 친구 2명을 학원에 보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왕복시간이 아깝다고 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직접 차로 우리를 데려다 주셨다.
학원수업이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는데,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이 생겨서 오늘 데리러 못가니, 학원차를 이용해 학교로 오라는 것이었다.
친구와 난 학원차를 타게 됐고, 친구는 앞자리에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
이때, 내 옆에서 나지막히 들렸던 소리를 지금도 난 잊을수가 없다.
전염되는거 아니냐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내가 앉은 반대쪽으로 움직였던 그 모습을..
뭐..걔 입장에선 충분히 그럴수 있었겠지....라고 요즘은 생각한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에 그런 소릴 옆에서 들었던 당시 나의 기분은....참,,,
시간이 흘러 나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고 원하던 학교에 입학했다.
교복이 없다는게 좀 그랬지만, 두발자유라는 소리를 듣고 지원했는데,
이런 젠장,,,,,두발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것때문에 고등학교 3년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휴,,,
피부질환이 있어서 두피가 안좋으니 머리를 좀 길르게 해달라고 했지만.
이런 내 심정을 알아준 선생님은 한명도 없었다.
두발검사땐 항상 걸렸으며, 사정사정해서 넘어가곤 했다.
끝엔 항상 "내일까지 머리 단정히 정리하고 오라" 는 말이 따라다녔고.
고등학생일때, 대학병원이라는 곳에 처음 가봤다.
대학병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전에 하지 않았던 피부조직검사와 정밀검사를 했다.
"역시..대학병원이구나. 이젠 나을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여기도 처음 한두달만 좋았을뿐 그 뒤엔 다시 재발하곤 했다.
이때, 17살이던 내게 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완치할수 없어요. 이 병은 불치입니다. 어느정도 좋아지게는 할수있겠지만
재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라는...
고마웠다..다른 어느곳에서도 해주지 않았던 내 병에 대해 확실히 해준것이다.
고3이 되어서 처음 3~4개월동안 거울을 보기 싫을 정도로 심했었다.
졸업사진용으로 찍었던 증명사진을 다 찢어버릴정도로 내가봐도
징그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 절대로 돌아가고싶지않을 고등학교3년과정이 모두 끝나고
자유라면 자유를 만끽하고 있을때였다.
나도 대한민국남자이기에 국방의 의무가 찾아왔다.
학교를 휴학하고, 알바를 하면서 신검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검때, 1급으로 통과통과통과하다가 피부과에서 걸렸다.
적지않은 시간동안 상담을 한결과 4급 공익근무요원판정이 나왔다.
지금 내 몸 상태로는 5급 면제로 가능한데 5급 판정은
여기 지방병무청에서는 할수없기에 당장은 4급까지 줄수있다고 한다.
공익으로 빠지긴 싫다고 했다. 현역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니깐 7급 재검판정이 나왔다. 3개월뒤 다시 검사를 할테니,
나아서 오라고 했다. 군대를 안가면 취직이나 미래에 있을 일들에
핸디캡이 될꺼 같아서 어떻게든 군대는 가려고 했다.
군대를 안가면 진짜 친구들과 내가 다른 종류의 사람이 되는거 같아서 겁나기도 했었다.
재검때 제출할 치료기록이 있어야 되기때문에 다시 대학병원에 다녔다.
단기간에 효과가 있는 독한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서
광선치료등 여러가지 치료를 병행했다.
재검날, 부산지방병무청으로 갔다. 아무런 검사도 없이 내 몸상태를 묻더니,
다시 재검판정이 나왔다. 정밀의뢰 판정이라고 한다.
한달뒤, 서울중앙지방병무청으로 가라고 한다.
여기엔 뭐하러 왔는가...싶었다.
한달뒤, 서울중앙신체검사소.
전신사진을 찍고 피부과 군의관에게 내 몸과 상태를 말했다.
내게 어떤 판정을 바라고 있냐고 물었다.
서울중앙이기때문에 재검이 나올리는 없고, 그냥 여기서 나오는
판정대로 하겠다고 했다.
발병한지 얼마나 되었냐고 묻길래, 10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군의관은 잠시 생각하더니, 5급 면제를 주었다.
10년동안 참 많이 고생했을텐데 군대를 어떻게 보내겠냐면서
앞으로 치료 열심히 받으면서 꼭 낫길 바란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겁하게 생각하겠지만. 마지막 서울중앙에선
사실 면제가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변명밖에 안되겠지만..
친구들도 가지마라고 그러고, 나와 같은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가급적이면 가지말라고 했다. 규칙적인 생활에
좋아질수도 있지만, 그 엄청난 스트레스와 변변한 치료약 하나 없어서
더 심해져서 나온다고 했다. 나와 같은 피부임에도 군대갔다온 분들은
가서 군생활하는것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피부를 생각하면
절대 가지마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경험자의 말을 듣는게 나을듯 했다.
글의 흐름과 상관없는 얘기지만 서울중앙신체검사소에서 트랜스젠더를 보았다.
피부과에서 상담을 하고 나오다가 정신과를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 앉아있었다.
상담이 끝난듯, 밖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당당해 보였다.
허리까지 오는 긴머리와, 아슬아슬한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
시간이 지나고, 나는 다시 학교에 복학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항상 조심스럽다.
B형임에도 불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말도 잘 못하며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친해지면, 곧잘 말도 하지만..내겐 그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 거부하진 않고 잘 대해 주신다.
이점은 내가 살아가는데 평생 감사하게 생각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이상한 피부때문에 힘들었지만 친구들은 옆에서 같이 있어주었고..
지금도 많은 형님들께선 잘 대해 주시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울증을 달고 살았을때가 있었으며
대인기피증도 있었다.
작년 여름 2학기 기말고사땐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얼굴과 몸이 빨갛게 달아올라 긴팔에 마스크를 끼고 시험을 본적도 있었다.
다 쓰진 못했지만 그동안 참 이 피부로 인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힘들었고, 또 힘들었으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릴땐.. 이 병에 걸린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을..
어릴때부터 약을 끼고 살았으며 독한약도 많이 먹었고 부작용도 많았던..
한창 클 나이에 독한 스테로이드와 함께 하고..
그렇다고 10년동안 매일같이 심했던것은 아니다..
고2때나 수능끝나고 신나게 놀땐 괜찮았으며, 피부의 특성상
여름엔 괜찮아졌다가 건조한 가을,겨울이 되면 조금 심해졌다..
지금의 상태는 좋지도 않지만 그리 나쁜거 같지도 않다.
몸은 괜찮지만, 두피와 얼굴만 조금 심할 뿐이다.
나보다 다른 심한 분들도 많이 있다..
그들과 난 비록 인터넷이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상담도 하고 대화도 하며 고민도 나눈다..
가족,친구 다음으로 내가 의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난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않으려 노력하고..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군대가버려서 술을 많이 안먹는게 좀 다행이다,,;;;
위에 불치라는 말을 쓰며..뭐 대단한 병인것처럼 글을 썼지만,
정말 다른 많은 분들과 비교한다면..복에 겨운소리일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더한 사람들, 진짜 위험한 병을 가진 사람들에 비하면 난..
천국에서 살고있는걸지도..
이 피부를 생각하면..부모님께 제일 죄송스럽다.
어릴때부터 이 병에 걸려 얼마나 많은 돈을 썼던가..
피부로 인해 많은 곳에 다녀봤지만..결과는 거의 같았다.
처음엔 한두달 다니면 금방 낫는다고 하지만...
막상 시간이 흐르면..낫지도 않고,,의사는 말 바꾸기에 급급하다.
그나마 확실하게 말해준게 대학병원이다...
지금 내 피부를 보고 몇달 치료하면 완치된다..금방 낫는다..라고
하는 전문의가 있다면......죄송하지만..거의 돌팔이다...
이 확신은 적지않은 10년동안 몸으로 느끼고 겪은데서 오는 것이다..
이런저런 약을 써서 좋아지게는 할수있지만..재발가능성은 100%다.
그저 지금 내겐 보습이 최고의 처방이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 끊었을때 심한 반동현상이 왔지만
보습하고 보습하고 또 보습 했다.
많이 심할땐 스테로이드가 없는 순한 약을 한두번 바를뿐.
참, 작년인가....내 피부질환인 건선의 원인이 영국에서 밝혀졌다.
정확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물나게 기쁜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정확한 원인조차 알수없었던 이 병을....
몇년,또는 몇십년의 연구끝에 원인을 알아낸것일까..
나는 생각하고 있다...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안에는 이 병을 완치할수
있는 약이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다.
그동안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언젠간 이런글 한번은 꼭 써보고 싶었다.
첫댓글 음.. 이런 아픈 사연이 있었군..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해서 나도 잘 알지.. 10년전에 신장염(신증후군)에 걸려서 스테로이드를 몇 년동안 복용한 적이 있다네.. 얼굴이 빵빵해지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목 뒤에 혹처럼 솟아오르고.. 체중도 불고.. 성격도 어떨 때는 격해지기도 하고..지금은 완치되었는데.
피부병과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고생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커다네.. 좋은 치료결과 있기를 빈다.
화령아..오빠가 있자나..임마 ㅋㅋ 힘내!!
화령아 잘읽었다..그런 과거가 있었다니..앞으로도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모습 보여주라 ~ㅋ
^^ 껍데기만으로 너를 보여주기보다... 진정한 너의 매력을 보여주는 삶을 살길바란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생한건줄 몰랐다. 너가 첨에 그냥 단순하게 피부질환이라고 그러길래 난 그냥 간단한건줄 알았더니만은 정말 고생많았다. 형이 잘 대해줄꺼니깐 사람들에게 대인기피증 같은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환한 웃음을 보이고 살았으면 한다..^^
화령아!! 힘내용.ㅋㅋㅋ
음...내가 고쳐주지.ㅋㅋ
힘내라.. 괜찮다.. 나보다 잘 생겼으면 됐지..ㅋㅋ 그리고 쫌.. 말 좀 하고 살자.. 밝게 살자구~~~ ^__^
내한테와 임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 크리스 마스~~
형 괜찮아요 +_+ 동채도 살아가는데 뭘 새삼스럽게;;; 힘내세요 ㅋ
화령아 괴안타 괴아나.ㅋ 내도 살아간다 아이가.ㅋㅋ 힘내라.ㅋㅋ 긍데 내꺼에는 왜 안들어오노!! ㅅㅂㄹㅁ ㅋㅋㅋㅋ
내하고 성격도 비슷하거 같은데 완치될때까지 힘내라..
↑동채도 살아가는데 ....웃겼다 ㅎㅎㅎ 화령아 난 널 보믄서 그런거 못느꼈는데 ㅡㅡ;
자신의 단점을 자신있게 드러낼수있다면 그것또한 최고의 장점은 없을것이다 ~ㅋ
화령아 힘내라..사람들은 다들 단점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생각해서 극복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도 달라진자도 하잖아..넌 할수 있어..
감사합니다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