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과 함께 빚도 상속…
빚이 더 많을 땐 상속포기를
알아두면 쓸모 많은 법률상식 (3)상속상속인이 재산상 권리·의무 이어받아
채무·재산의 크기 가늠되지 않을 땐 법원에 한정승인 신청하는 것이 현명
7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던 50대 남성 A씨가 사망했다.
유족으로는 부모 B·C씨, 아내 D씨,
결혼한 아들 E씨, 며느리 F씨, 미성년 손자 G군, 미혼 딸 H씨가 있다.
유언 없이 세상을 떠났다면 누가 얼마나 상속을 받을까?
우선은 피상속인(고인)의 의사가 중요하다.
유언이 있다면 유언에 따르는 게 먼저다.
다만 유언은 아주 엄격한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무효가 되기 때문에 법적 분쟁이 잦다.
만일 유언을 하려면 자필유언보다는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바람직하다.
유언이 없다면 법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르는데 이것을 법정상속이라고 한다.
법에는 상속순위가 있다.
1순위는 자녀·손자 등 고인의 직계비속,
2순위는 부모인 직계존속,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다.
과거엔 호주상속 등 복잡한 절차가 있었지만
현행 민법은 상속인들 모두가 성별·결혼·분가 여부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상속을 받는다.
그러면 이 모든 사람이 모두 상속을 받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선순위가 있으면 후순위는 상속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아들과 딸(1순위)이 있다면 부모(2순위)나 형제자매(3순위)에게는 상속되지 않는다.
같은 순위에서는 촌수가 가까운 사람, 예컨대 아들(1촌)과 손자(2촌) 중에선 아들만 상속인이다.
다만 배우자는 상속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다른 상속인보다 50%를 가산해주고 1순위와 2순위가 없다면 단독 상속인이 된다.
A씨의 상속사례를 보자.
1순위 직계비속인 아들 E씨, 딸 H씨, 그리고 배우자인 D씨가 함께 상속을 받게 된다.
배우자에게는 다른 상속인보다 50% 가산이 되므로 7억원 중에서 D씨 3억원,
E·H씨가 각각 2억원이 상속지분이 된다.
주의할 점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상속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상속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빚도 상속된다는 점이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은 한사람의 죽음으로
그의 상속인이 재산상 권리와 의무를 모두 이어받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고인의 재산뿐 아니라 카드빚, 사채, 은행 대출금, 보증채무 등
모든 빚도 고스란히 상속인에게 넘겨진다.
상속인은 상속받을 권리도 있지만 포기할 자유도 있다.
좀더 자세히 나눠보면
▲상속을 받느냐(단순승인)
▲상속을 받지 않느냐(상속포기)
▲상속을 받되 채무는 상속한도에서만 부담하느냐(한정승인)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상속재산보다 고인의 빚이 많은 것이 확실하다면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다른 상속인이 있다면 그에게 다시 상속이 된다는 점도 기억하자.
상속받을 재산과 채무 중 어느 것이 많은지 불분명할 때는 한정승인이 현명하다.
한정승인이란 일단 상속을 받되, 상속재산 범위 안에서만
고인의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상속인에게 가장 유리한 절차다.
이런 결정을 할 시간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통상 고인의 사망일 기준)’로부터 3개월이며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재산과 빚 모두 상속받게 된다.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간 내에 상속문제를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용국<법원공무원 겸 법률칼럼니스트, ‘생활법률 상식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