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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이랑을 걸어오는 얼굴들
20210424
청량산 산책로 정상갈림목(13:14)-가포로 날개-대덕농원 입구-창원요양병원-창원시하수도사업소-덕동삼거리-유산삼거리-유천경로당-구산중앙로 고가교 아래-유산참숯찜질방-법지사-유산고개-한국동위원소 오른쪽 언덕길-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마전교-마전입구 버스정류장(14:55)
(1부에서 이어짐)
청량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청량산 산책로 덱(deck)에서 20분 동안 점심을 즐긴 뒤 덱에서 내려본 덕동마을을 향하여 출발한다. 산책로를 따라 청량산 남쪽 출입구로 내려가는 길의 좌우 숲에는 아카시아가 피기 시작하여 계절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임을 알려준다. 곧이어 밤꽃들이 피어 그 진한 향기를 날리리라. 아카시아 꽃 풍경 속에 인공의 풍경이 끼어든다. 산책로 왼쪽 수로벽에 수많은 낙서들이 눈길을 끈다. 씌어진 글씨들과 그 내용은 대체로 자신의 이름과 시절의 감상이다. 그 수로벽의 글씨들이 아름다운 것인지 또는 꼴불견인 것인지는 그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연의 바위가 아닌 인공수로의 시멘트벽에 쓴 것이니 별 문제가 없으며 길손의 놀이로 보아줄 수 있다는 판단도 따를 수 있다. 글씨벽의 풍경이 새로운 풍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을 보류한 채 가포로 방향으로 내닫는다.
청량산 남쪽 출입구를 나와 가포로 건너편 가포로 539 집 위에서 바라보는 마산만 입구의 남해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마산만 입구에서 건너편 진해의 산줄기 산봉들이 뚜렷이 보인다. 마산만의 좁은 입구를 수호하는 모도산이 듬직해 보였다. 이 풍경을 조금 더 서쪽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창원 수상스키웨이크보드 입구와 가포날개 버스 정류장을 지나 투썸플레이스 커피집 미치기 직전 가포로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그것으로서 세 번째 아름다운 풍경으로 손꼽을 수 있다. 마산만 입구 건너편의 성산구 웅남동 해안과 오른쪽 진해구 충무동 해안 그리고 남해바다를 굽어보는 산줄기가 어울어진 풍경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저 풍경 속으로 날아가고 싶다. 바다로, 산으로, 하늘로 훨훨 날아 떠다니고 싶다.
투썸플레이스 커피집을 지나면 길 건너편 대덕농원 버스정류장이 있고, 그 옆에 송림흑염소집과 Mr. 뽕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다. 일행 중 몇은 Mr. 뽕 음식점에서 짬뽕을 점심으로 먹는다. 점심을 먹었으므로 그대로 직진하여 쓰레기 매립지와 사궁두미 가는 입구를 지난다. 언젠가 마산만 입구의 모도산을 마주보는 사궁두미에 갈 생각을 품으며 입구를 횡단한다.
차량들이 질주하는가포로에는 보도가 없어서 걷기에 아주 위험하다. 가포로 가로수 동백나무에 지지 않은 동백꽃 몇 송이들이 시들고 있다. 오전에 10코스를 출발하면서 '임항선그린웨이'의 詩 알림판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는 이제하(1937~)의 시 '청솔 그늘에 앉아'를 읽었다. 가포로에서 시드는 동백꽃 송이를 보니 이제하가 시를 쓰고 곡을 붙인 노래 '모란·동백'이 들려온다.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 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랫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삶이란 허무한 것이고 방랑하다가 가는 것, 그래도 사랑하는 연인, 아니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삶이 쓸쓸하지는 않을 것이다. 꿈 속에 웃고 오는 상냥한 동백 아가씨가 누구일까? 그 동백 아가씨를 꿈 속에서라도 만나는 사람은 행복하다. 동백 아가씨 같은 동백꽃이 시들며 웃고 있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 어느 모랫벌에서 외로이 잠들 것이다. 상냥한 얼굴의 동백 아가씨가 웃으며 떠나가고 있다.
가포로 창원요양병원 삼거리에서 잠시 주춤했다. 남파랑길을 따라서 왼쪽 덕동길을 따라갈까? 그런데 일행은 저만치 이미 가포로를 따라가고 있다. 망설였지만 결국 덕동길로 들어가지 않고 일행의 뒤를 좇아 가포로를 따라 직진했다. 봄날의 오후 햇볕이 여름날의 햇볕처럼 느껴지는 가포로에서 흐느적거렸다. 창원시하수도사업소, 시립 덕동종합테니스장을 지나 덕동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우산천의 유산교를 건넌다. 유산교는 마산합포구 덕동과 마산합포구 구산면 유산리의 경계를 이룬다.
유산삼거리에서 오른쪽 길 유산군령로를 따라가면 유천마을 입구의 느티나무와 쉼터정자, 유천경로당에 이른다. 유천마을이 새로이 변모하고 있다. 유산군령로 옆에 거대한 두 개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유산온천'과 '한우다' 신축공사는 유천마을을 어떻게 변모시킬까? 완공시기가 적혀 있지 않아 공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아주 작은 유천마을이 크게 변화할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유천마을을 지나 들길로 들어섰다. 흐느적거리는 오후의 햇볕 속에서 모녀 두 사람이 비닐을 벗긴 하우스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다. 농촌의 바쁜 일손 풍경이다. 비닐하우스 옆에는 노란꽃들이 반짝이는데 유채꽃인지, 갓꽃인지 아니면 다른 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야생갓꽃일 것이라 멋대로 판단하며 들녘을 걸어간다. 불광산 관음정사에서 장례(葬禮)를 치르는 노랫소리가 들녘에 울려퍼진다. 생명이 약동하는 봄날, 들녘을 흔드는 죽음의 노랫소리는 삶을 예찬하는 反語처럼 들린다. 논물에 앉아있던 중대백로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라 관음정사 방향으로 날아간다. 죽음의 의식을 살피기 위하여 찾아가는 것일까?
들길에서 유산군령로와 만나서 재미없는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내게는 사치스런 유산벨리골프연습장을 지나서 '구산중앙로' 고가교 아래를 통과한다. 언덕 오르는 길 '유산참숯찜질방'의 총각 둘이서 여인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벽화가 재미있다. 찜질방 주차장에 차량들이 20대 가까이 주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참숯찜질방이 이 지역에서 유명한 곳임을 알았다. 법지사 일주문 앞을 지나면 유산고개가 보인다. 유산고개 오르는 숲 가장자리에 연보랏빛 앙증스런 꽃들이 반짝인다. 골무꽃의 변종인 떡잎골무꽃이었다. 골무꽃을 보면 예전 할머니 세대들의 바느질 모습이 떠오른다. 해지거나 찢어지거나 터진 옷과 양말이 있으면 할머니께서 골무를 낀 손으로 바느질하여 잘 꿰매어 주신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조금만 해져도 물건을 버리는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지만 그 풍경 속에는 늘 골무가 있다. 골무를 낀 할머니의 모습이 그립다. 고단한 시절의 근면·검소한 풍경으로 지금도 가슴에 새겨져 있다.
유산고개를 넘는다. 유산고개에는 도로확장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글자를 잘 알아볼 수가 없다. 유산고개를 넘으면 종착지는 지척이다. 유산고개에서는 목적지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마전리 마을 풍경이 환하게 내려다 보인다. 이 풍경 또한 걸작이다. 그리고 진동만 방향의 바다도 설핏 들어온다. 유산군령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한국동위원소 회사 오른쪽 산길로 들어서서 내려오면 두 채의 특이한 형태의 주택이 나온다. 이 주택을 왼쪽에, 연보랏빛 등나무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 담장을 오른쪽에 끼고서 걸어나오면, 1002번 해양관광로와 만난다. 멀리 진동만의 광암항을 어림하며 오른쪽으로 꺾어 구서분교장 앞을 지나 마전교 다리를 건너면 마전 입구 버스정류장, 그 옆에 남파랑길 11코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여기가 남파랑길 10코스 종착지이며 11코스 시작점이다. 10코스 완주의 뿌듯함 속에 11코스 종주의 기대감에 부푼다.
마전 입구 버스정류장 뒤쪽에 푸른 보리밭이 펼쳐져 있다. 일행들 몇 사람은 추억쌓기에 골몰한다. 그들은 어느날 문득 이 풍경 속 자신을 보며 추억에 함초롬히 젖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와 보리 이삭을 흔든다. 흔들리는 보리 이삭 위로 떠오르는 얼굴들, 그들을 만나볼 수 없다. 동백 아가씨처럼 꿈 속에 웃으며 왔다가 돌아갈 뿐이다. 보리밭 이랑을 걸어오는 얼굴, 얼굴들. 가슴에 깊은 강물로 흐르며 늘 음성을 울려 보냅니다. 그립습니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이곳이 청량산 산책로에서 청량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갈림목이다. 왼쪽 청량산 정상 오르는 입구의 덱(deck)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입구에 덱(deck)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이정목에 청량산 정상까지 0.95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청량산 산책로와 가포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가포 날개' 지역이라 불리는 곳이다. 남파랑길은 가포로를 따라 덕동 방향으로 서진하는데 인도가 없는 2차로 도로를 걸어가기에 아주 위험하다.
청량산 산책로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마산합포구 가포로 539(덕동동 36-3) 아담한 집. 그 입구에서 바라본 동쪽 풍경이 아름답다. 마산만의 입구를 지키는 모도산과 뒤쪽 진해만을 내려보는 산줄기 풍경이 한낮의 적막 속에 피어난 연꽃 같다.
마산만 입구 서쪽에서 바라본 풍경도 아름다움으로는 세 번째로 꼽힐 만하다. 이곳에서 지척의 투썸플레이스 커피집을 왼쪽에 두고 조금 지나면 대덕농원 버스정류장이 나오고 음식점이 있다.
이곳에서 남파랑길은 왼쪽 덕동길로 들어가 덕동마을회관을 거쳐 창원시하수도사업소 앞에서 가포로와 만나게 되는데 일행의 뒤를 좇아 가포로를 따라 직진한다.
마산만 입구에서 안쪽으로 쏙 들어온 포구로 독특한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른쪽으로 나가면 마산만 입구다.
왼쪽 가포로를 따라 이곳으로 걸어왔다. 남파랑길을 따라오면 사업소 표지판 뒤 덕동길을 따라 이리로 나오게 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 마산합포구 덕동동에서 마산합포구 구산면 유산리 방향으로 들어간다.
우산천의 유산교를 건너면 마산합포구 구산면 유산리. 우산천은 마산합포구 덕동동과 구산면 유산리의 경계를 이룬다. 유산교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꺾어 유천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유산군령로를 따라 유천마을 방향으로 진행한다.
우산천은 덕동 앞바다로 흘러든다. 우산천 하구에 창원시하수도사업소가 위치해 있다.
유채꽃인지 갓꽃인지? 아니면 다른 꽃일까? 야생 갓꽃 같다. 노란 꽃들이 고혹적으로 피어 있다.
위쪽에 유산벨리 골프연습장이 있으며 계속 올라가면 '구산중앙로' 고가교 아래를 지나게 된다.
구산중앙로 고가교 아래를 지나 오르면 유산참숯가마 찜질방, 이어서 법지사 절이 나온다.
왼쪽 언덕 위의 한국동위원소 회사 앞쪽 산길을 따라 마전마을로 내려가 구산초등학교 구서분교 앞으로 진행한다.
남파랑길 10코스 종착지점이며 11코스 시작지점이다. 남파랑길 11코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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