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위복승분 제11
수보리여, 항하에 있는 모래알 수만큼이나 많은 항하가 또 있다고 한다면,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이 모든 항하들의 모래가 얼마나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단지 모든 항하의 수만 하여도 오히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거늘, 하물며 그 모래알의 수이겠나이까?
수보리여, 내 이제 진실한 말로 그대에게 이르노니,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칠보로써 저 항하의 모래알 수 만큼이나 많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차도록 보시를 한다면, 그 얻을 바 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의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받아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한다면, 이 복덕은 앞의 칠보 보시의 복덕보다 수승하리라.
§ 존중정교분 제12
또한 수보리여, 마땅히 알지어다. 이 경의 사구게만을 설할지라도, 일체 세간의 천상․인간․아수라 등이 그를 공양하기를 부처님의 탑과 절에 공양하듯 하느니라. 하물며 어떤 사람이 이경을 모두 수지하고 독송함에 있어서랴.
수보리여, 마땅히 알지어다. 이 사람은 가장 높은 법, 제일가는 법, 희유한 법을 청취하게 되나니, 이 경전이 있는 곳에는 곧 부처님과 존중받는 제자들이 함께 계심이니라.
§ 여법수지분 제 13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니오리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이니, 마땅히 이어한 이름대로 너희들은 받들어 지닐지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부처가 설하는 반야바라밀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요, 그 이름이 반야바라밀이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이 어떠하냐? 여래가 설한바 법이 있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설한바가 없나이다.
수보리여, 네 생각이 어떠하냐? 삼천대천세계에는 티끌이 얼마나 많겠느냐?
수보리가 아뢰었다.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여, 여래는 모든 티끌이 티끌이 아니요 그 이름이 티끌이라고 말하며, 여래는 세계도 세계가 아니라 그 이름이 세계라고 말하느니라.
수보리여 네 생각은 어떠하냐? 가히 삼십이상(32相)으로 여래를 볼 수 있다고 하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삼십이상으로는 여래를 보지 못하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삼십이상은 곧 삼십이상이 아니요, 그 이름이 삼십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만약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알 수 만큼이나 많은 몸과 목숨을 바쳐 보시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이 이 경 속의 사구게만이라도 받들어 지니고 남을 위해 설해준다면, 그 복이 훨씬 더 뛰어나리라.
§ 이상적멸분 제14
그때 수보리가 이 경을 설하심을 듣고 깊이 그 뜻을 깨달아 눈물을 흘리고 슬피울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심히 이와같이 깊은 경전을 설하심은 제가 예로부터 얻은 바 지혜의 눈으로는 일찍이 한 번도 듣지 못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신심(身心)이 청정하면 곧 실상(實相)을 깨달으리니, 마땅히 이 사람이 제일 희유한 공덕을 성취한 줄로 알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실상은 곧 상(相)이 아니오며, 그러한 까닭으로 여래께서는 실상이라고 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이 경전을 얻어 듣고 믿고 받아지니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사오나, 만약 앞으로 다가올 후오백세(後五百歲) 뒤의 중생들이 이 경전을 얻어 듣고 믿고 받아지닌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가장 희유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아상도 없고, 인상․중생상․수자상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아상이 곧 상(相)이 아니요, 인상․중생상․수자상도 곧 상(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모든 상(相)을 떠난 것을 이름하여 ‘모든부처님’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또 그러하도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매우 희유한 사람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여래가 말하는 제일바라밀은 제일바라밀이 아니요, 그 이름이 제일 바라밀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여, 인욕바라밀도 여래는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설하나니, 그 이름이 인욕바라밀이니라.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옛날 가리왕이 나의 몸을 베고 끊었을 때, 나는 아상도 없었고 인상도 없었으며, 중생상도 없었고 수자상도 없었느니라. 내가 마디마디 사지를 끊길 그때, 아상이나 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더라면, 마땅히 원망하는 마음을 내었을 것이니라.
수보리여, 또 생각하니, 과거 오백세동안 인욕선인이 되었던 그 때에도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수보리여, 보살은 마땅히 일체의 상(相)을 떠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야 하나니, 응당 색(色)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고, 응당 소리(聲)와 냄새(香)와 맛(味)과 감촉(觸)과 법(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지니, 응당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낼지니라. 만약 마음에 머무르는 바가 있으면 곧바로 그 머무름을 지울지니, 그러므로 부처님들이 ‘보살은 응당 색(色)에 얽매이지 않는 보시를 해야한다’고 설하시는 것이다.
수보리여, 보살은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마땅히 이와같이 보시를 해야하나니, 그래서 여래는 ‘일채의 모든 상(相)이 곧 상(相)이 아니요, 일체의 중생이 곧 중생이 아니다’라고 설하는 것이니라.
수보리여, 여래는 참다운 말을 하는 자이며, 실다운 말을 하는 자이며, 한결같은 말을 하는 자이여, 속임수없는 말을 하는 자이며, 사실과 다르지 않은 말을 하는 자이니라.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이 법은 실(實)도 없고 허(虛)도 없느니라. 수보리여, 만약에 보살이 마음을 그 무엇에 집착하여 보시를 하게되면, 그는 마치 어둠 속에 들어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과 같게 되느니라. 만약에 보살이 마음을 그 무엇에 집착을 하지 않고 보시를 하게되면, 그는 마치 눈밝은 사람이 밝은 햇빛아래에서 가지가지의 색을 분명히 보는 것과 같느니라.
수보리여, 장차 오는 세상의 선남자 선여인이 능히 이 경을 받아지니고 읽고 외우면, 여래는 곧 부처의 지혜로써 그 사람을 다 알고 다 보아, 그로 하여금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 지경공덕분 제15
수보리여,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를 하고, 낮에 다시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를 하고, 저녁에 또한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몸으로 보시를 하되 한량없는 백천만억겁동안 몸으로 보시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거역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복덕이 저 몸을 보시한 복덕보다 수승하리라. 하물며 경을 베껴쓰거나, 받들어 지니고 독송하거나, 남을 위해 해설해주는 공덕이랴.
수보리여, 요점만 말한다면 이 경은 불가사의하고 가히 측량할 수 없는 가없는 공덕을 지니고 있나니, 여래는 대승(大乘 )의 마음을 발한 자를 위하여 이 경을 설하며, 최상승(最上乘)의 마음을 발한자를 위하여 이 경을 설하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을 받들어 지니고 독송하고 널리 남을 위해 설하여주면, 여래는 이 사람을 다 알고 다 보나니, 이 사람은 가히 헤아릴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없이 불가사의한 공덕을 모두 얻어 성휘하게 되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곧바로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짊어지고 나아가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만약 작은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견(我見)과 인견(人見)과 중생견(衆生見)과 수자견(壽者見)에 집착하기 때문에, 이 경을 능히 들으려하지 않고 받아들이려하지 않으며, 독송하거나 남을 위해 해설을 해주지 못하느니라.
수보리여 어느 곳이든지 이 경이 있는 곳이면 일체 세간의 천인과 인간과 아수라가 응당 공양을 하느니라. 마땅히 알아라. 이 경이 있는 곳은 곧 탑이 되나니, 모두가 공경하여 예배를 드리고 주위를 돌며 갖가지 꽃과 향을 뿌리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