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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시 : 2007. 3. 24. 04:50 - 14:30 산행구간 : 부항령 - 삼도봉 - 화주봉 - 우두령 이사를 하기로 잡은날이 이번주 백두대간 산행일과 겹치는 토요일입니다. 이사란 것이 서로 맞물려 나고 들고 하기에 내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는 법. 노모의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이사를 하고 대간을 강행하기로 합니다. 이삿짐센타에서 맡아 한다 해도 주부가 해야 할 부분이 더 많은 법 - 더구나 힘쓸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나도 일이 겹쳐 짬을 내질 못했으니....[이사하는데 손도 까딱 안하고] 요즘 아내의 바가지 레파토리입니다. 남정네들이여 아내 애 낳을때와 이사할 때는 만사 제치고 신경 팍~팍~쓰자구요. 그래야 늙어 설움 덜 받는다니 이사하는 날인데 저녁까지 먹고 들어오니 아내는 녹초가 되어 이불속에 퍼져(?)있습니다. 소리에 깼는지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떠 볼려 애를 씁니다. 지은 죄는 있고, 고생 많았다며 모든 준비는 내가 완벽하게 할테니 자라고 하고 배낭을 꾸려 봅니다. 이게 쉽지 않습니다. 아직 짐정리가 덜된 상태여서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아내를 깨울수도 없고.... 대충꾸리고 아내 깰 까봐서 소파에서 눈을 붙입니다. 금방 잠이 든 것 같습니다 [왜 소파가 더 편할까? 잠도 잘 들고....] 얼마 안 잔것 같은데 맞춰 놓은 알람이 요란을 떱니다. 그 와중에 아내도 알람을 맞춰 놓았는지 아내의 핸드폰도 같이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일어난 아내는 침대에 앉아 팔, 다리, 어깨를 점검해 보더니 무릎 관절이 땡긴다고 찡그립니다. 비도 오는데....무리라고 판단 조만간에 땜빵 해 준다며 달래고 다시 자리에 누이고서야 집을 나섭니다. 이제 전라도는 벗어나고 충청도와 경상도로 넘어가는 부항령 - 우두령 구간인데 20km랍니다. 그간 뻐꾸기 산행만 했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만 다녔지 제대로 찍어 보지는 않고....[간혹 찍긴 했지만 사진이 사진답지를 못해서] 그리고는 다른 분의 사진을 무단 불법 도용(?)하여 산행기를 써왔으니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뻐꾸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대단히 죄송혀유] 04:40 삼도봉터널 앞에 도착합니다. 우장을 챙겨 나와 기념 사진 한방 남기고 어두움 속으로 빨려 듭니다.
[삼도봉터널에서 출발전 기념 사진 - 12명 입니다]
오늘은 우리 백두대간 꿈의 종주대를 정식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새벽 4시 50분 - 산행 시작 시간입니다. 사위는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헤드랜턴 불빛마져 삼켜 버리니 어둠이 더 깊습니다. 대간 길 첫 우중 산행입니다. 아마 오늘은 진창길을 가느라 모두 황소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대간길 오며 가며 편안하게....절대 안전은 기본이유 ]
아직도 깊은 산중은 봄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미 겨울은 아닌걸요. 곧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진달래의 꽃망울이 겨울을 저만치 밀어 내고 있었습니다.
[분위기 쥑이제? - 아! 나가 Love Story의 알리 맥그로우여]
어둠과 짙은 운무에 휩싸여 빗속을 걷느라 한참을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나 삼도봉 오름길에서 바라다 본 서쪽 하늘의 운해는 장관이었습니다. 마이산 방향이라고 어림 짐작을 해 봅니다
[그는 우리에게 거대한 산으로 다가 옵니다]
대간길은 산과 산의 이어짐입니다만 이름있는 산들이 있어 또 즐거움을 더 합니다. 삼도봉 역시 한산 한다는 명산의 반열에 드는 산입니다 특히 충청, 전라, 경상의 3도가 만나고 또 화합하는 지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산입니다
[산과 하나가 된 - 山 바로 그 자체입니다]
밀목령을 지나 아름다운 소나무밭 아래에서 빙 둘러 앉아 배낭을 열어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을 꺼냅니다. 서로를 못 먹여 안달이지요. 안나회장님은 다시마물로 지은 밥이라며 지금 안먹으면 후회하게 될거라고 겁을 주시더군요. 엄포에 눌려 한 점 먹었더니 부드럽고 고소하니 살살 녹았습니다. 꿀맛[허니]이더군요. 한개 더 먹으려 했더니 이미....
[석호필보다 더 잘생긴...그래서 잘나온 사진 일부러 안올렸지요.]
많은분께서 준비해온 소주와 오가피주를 곁들이니 오늘은 여기서 그대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비박들을 하는 건지요?
[자연사랑 산사랑의 교과서이고 고전문학전집 같은 분입니다]
스틱과 아이젠이 산을 콕콕 찔러 산에 상처를 남긴다고 겨울 빙판길을 아이젠없이 그냥 다닐 정도로 산사랑을 실천하는 우리 대원님들.
[산을 사랑하는데 일가를 이루고 적극 실천하는 분]
산에 오를땐 바람처럼 물처럼 그냥 왔다가 진정 산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만 남길 뿐입니다.
[호방한 진짜사나이....분위기 다운되면 돌아오실 겝니다]
그리고 남이 버린 쓰레기도 묻고, 주워오는 오직 향기만 날리는 산행 계속 이어 가겠습니다
[그날 제주도 한라산에서 난리가 났었다지?]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順天者는 興하고, 逆天者는 亡한다 했으니....好山者라야 진정한 산의 의미를 알아 산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됨을 말하고, 비로소 산에 오를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겠지요.
[산에서 만나는 영국 신사라고 모두들 말하더군요]
우리 대원 모두는 서로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바로 나입니다. 대간만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미카엘밴드의 올포유 가사를 음미하며 걷습니다. 널~위한 길~이라면 그래서 니가 행복하다면~ 무너지는 이 슬픔과 가슴시린 그 아픔도 견딜수 있을꺼야 난 널 위해서
[숨길수 없는 내공과 캐리어 보유]
석교산에 이르렀을때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개입니다. 해가 얼굴을 내밀고 우리의 힘들고 긴 여정을 축하해 주고 있습니다. 저 아래 우두령쪽으로는 산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어떤 악천후도, 험한 산도 대장님이 있어 든든합니다]
하산하여 상촌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운해 대장님의 어느 산골 다방 마담과의 못다이룬 로맨스(?)를 기어이 끄집어 내게 만듭니다. 뒷풀이차 들렀던 식당에는 그간 많은 대간꾼들을 맞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화분에는 심산유곡에서 자생하는 바위솔이 자라고 있더군요
[이분과 술마시면 술맛과 기쁨 두배입니다]
우리는 다같이 건배 합니다. [3.1버전으로] 진부령가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자고. 그러나 저마다의 가슴속에는 이미 백두를 넘어 안나푸르나를 꿈꾸고 있지요
[지성과 미모에 이제 깜찍함까지 - 오드리 될뻔(?)]
풍요의 상징이요. 산악인들이 영혼(훈)의 안식처로 여기는 히말라야의 영봉 안나여, 그리고 K2여, 초모랑마여....
[맑은 웃음이 보고 싶은디...또 두둑한 배낭(?)도]
이제 우리는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의 산행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장식하고 말입니다. 또 이주일 동안 대간을 지독히 그리워하며 꿈들을 꾸겠지요.
[산을 날라 다니시는 분....축지법을 배우셨나보다]
그러나 그 꿈은 파도 소리 철썩이는 소라의 꿈이어야 합니다. 너무 한쪽으로의 지나친 치우침은 또 아니함만 못하다 했으니....
[대한 산악 연맹 지정 공식 미인 眞]
다시 만날때까지 우리 모두의 만사태평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대선과 북핵 문제와 한미 FTA가 맞물려 어수선한 국내외 정국입니다. 마음 편히 대간길을 진행할수 있도록 천하태평도 빌어 봅니다
[내치지 않고 잘 델꼬 댕겨줘서 허벌나게 고맙당게라]
회장님 그리고 대원 여러부운 안녕히 가세요. 예 만태님도요. 예썰(솔) [추웅~서엉]
[숨겨진 아름다움마져 눈부십니다] |
첫댓글 너무 멋진 산행기 입니다.대원들 소개도 절묘하구요.. 만사님의 푸군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지네요
딱 한 번의 만남이었는데~~~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영화(?)에 출연시켜주시다니~~~은은한 향기가 오랫동안 남을것 같네요.만태! 천태! 만만태(세)! ! !~~~
멋진 비유가 빛나는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저만빼구...
방송 작가든 문단이든간에 재야에서 묻히긴 아까운 필력인 것 같아요. 너무 과대평가 하셔서 부끄럽습니다
대간팀에 만태님 있어 대간팀은 만사태평하게 웃음보가 터지네요...멋진후기 짱 입니다.
이쁘기만 한뎅....ㅎㅎ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고맙기는 한데....과찬에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입니다. 안나님 덧글 수정해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