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시 강경
"…강경 사람들의 호락호락하지 않는 성품이 도도히 흐르고 젓갈시장은 짜릿한 내음을 멀리까지 풍기고/ 아직도 삼대시장의 명맥으로 살아가는 강경 사람들/ 그 눈빛은 그리움이다."
시인 김원태의 시 <강경>에서 나오는 이 구절은 지금의 충남 논산시의
강경읍의 오늘을 잘 설명해 주고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장의 하나를 형성했고 지금은 당시의 화려함은 퇴색됐지만 젓갈 시장만큼은 국내 최고의 명성을 이어오며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1900년대이후 50년 가까이 서해 남해의 수산물과 육지의 농산물을 중계 무역했던 강경은 당시 평양, 대구와 함께 국내 3대시장의 하나로 성시를 이뤘다.
1920년대 도내에선 처음 전기가 들어왔고 대규모 강경극장도 세워졌고 1930년대 우체국 고유번호가 충남 1번인 강경 우편수취소를 비롯해 중요 관공서, 은행, 상점이 들어서는 등 화려한 이력서를 간직하고
있는 곳.
지금은 그때의 화려함을 찾을 수 없지만 읍내 곳곳에서 옛 영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호남제일의 병원으로 개업했던 호남병원이 겉으로는
단층이지만 안에 들어서면 2층인 옛모습 그대로 있고 한때 잘나가던
요정이었다가 다방으로 바뀐 해운장 건물 같은 1900년대 초반 근대건축물들이 현대식 건물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남아있다.
특히 읍내 중앙리에는 일제시대 초기 가장 번성한 상가를 형성, 지금도
단층 혹은 2층의 시멘트건물 간판에 ‘大同電氣商社’ ‘和信洋服店’ ‘大同商會’의 한문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중앙리 거리를 걷다보면 잠시 구한말 또는 일제시대 초기로 돌아선 듯하고 봇짐장수나 좌판장수, 약장수들의 흥정소리, 그리고 술집마다 술따르던 여자들의 노래가락 소리가 귀에 아른거린다.
거리는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 세트장으로 꾸며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도로 교통의 발전 등으로 해운교역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지금의 강경은 오히려 조용한 읍마을로 변했다. 하지만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 전국 최대규모의 젓갈시장으로서 옛 영화의 자존심을 잇고 있다. 매년 전국 젓갈류 소비량의 70%를 판매하는 강경 젓갈시장이 이맘때 크게 활기를 띠고 있는 것.
젓갈상점이 몰려있는 곳은 읍내 태평리를 비롯 대흥리, 염천리 일대. 3대째 운영하는 형제상회를 포함한 70여개의 상점이 들어서 새우젓을
비롯 조개젓, 황석어젓, 명란젓, 오징어젓 등 젓갈의 모든 것을 내놓고
오가는 외지인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강경젓갈이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강조하는 현지 주민들은 “강경이 옛날에 생선집결지였고
따라서 생선저장기술 등이 어느곳보다 발전돼 그 솜씨로 맛좋은 젓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한다.
강경젓갈은 토굴 위주인 홍성군의 광천젓갈과는 달리 저온창고와 토굴 등에서 10~15도로 저온에서 발효시킨다. 저온 창고기술은 강경포구시절부터 100년 가까이 내려오는 이들만의 노하우라고 한다. 한 상점의 저온창고에는 각종 젓갈을 담근 드럼(250kg)이 2,000여개나 들어있다.
현재 강경젓갈의 가격은 타지역과 비슷하거나 싼편. 새우젓의 경우 가장 많이 좋다는 육젓(6월에 잡은 새우로 만든 젓갈)에서 오젓, 추젓까지 가격이 매우 다양하며 1kg에 김장용 4,000~8,000원, 반찬용
8,000~1만5,000원, 그리고 조개젓 1만4,000~1만5,000원, 황석어젓
2,000~2,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강경 젓갈축제
12일부터 김치담그기등 행사
강경에선 오는 12~18일 올해 6회째 맞는 강경젓갈축제가 열려 젓갈에
관련한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이어진다. 젓갈김치 담그기를
비롯 젓갈 주먹밥 체험, 젓갈통지고 달리기, 퓨전젓갈음식 전시회 등.
강경포구 뱃길체험, 황포돛배재현, 포구 주막집 운영 등도 마련해 옛
강경시장을 재현한다. 갱갱이별곡 마당놀이, 가을음악회, 강경포구 영화제 등 문화이벤트도 곁들인다. 축제추진위원회 (041)73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