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NIGHTS & 4 DAYS IN BANGKOK (2) - 왓 아룬을 가다
(2013년 3월 26일~29일 / 세계일주여행 587~590일차)
방콕 도착 셋째날.
오늘은 어제 야경이 참 인상적이었던 '새벽사원'이라고 불리는 왓 아룬 Wat Arun 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믿으실지 모르지만 방콕을 여섯번 방문하는 동안 왓 아룬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번이 일곱번째 방문이지만 방콕에 가보지 못한 곳들이 많습니다. 그 흔한 수상시장도 저는 안 가봤고, 전군이 가보고 참 좋았다던 깐차나부리(?) 투어도 안 가봤고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만 했을 뿐인 참 게으른 여행자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힘을 내서 왓 아룬을 향했습니다.
일단 센트럴 선착장으로 가서 오렌지 깃발 보트를 타면 8번 선착장인 타 띠엔 선착장 Tha Tien Pier 에 내려줍니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옆에 강 건너편으로 건너는 River Crossing Boat 가 있습니다. 3바트입니다. 강을 건너면 바로 왓 아룬이죠.
차오프라야 강의 보트들을 보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습니다. 단지 그 뒤의 스카이 라인들만 변했죠.
왓 아룬의 모습입니다. 참 멋있습니다.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입구가 왼편에 있습니다. 멋진 정원을 지나면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나오는데 입장료가 50바트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멀리서는 안보이던 정교한 사원의 외부 장식들이 보입니다. 인도 사원들의 외부 조각과 또 다른 느낌이지만 여기도 상당히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높이가 정말 까마득하지요. 올라가는 계단도 참 가파릅니다.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테라스는 2개가 있는데 첫번째 테라스에서 두번째 테라스로 가는 계단이 좀 가파릅니다만 아줌마 할머니들도 올라갑니다. 위로 올라가면 강 건너편 왕궁구역을 비롯한 넓은 경치가 펼쳐집니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충분히 구경하고 탑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제 여기서 다시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1.5km 정도 떨어진 Siriraj 병원에 있는 Siriraj Bimuksathan Museum 을 보러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도시의 뒷 골목, 여행자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을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면 뭔가 예기치 않은 경험도 할 수 있고 새로운 걸 발견할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건데요..
왓 아룬 뒷길로 걸어가다 발견한 자그마한 커피숍 'Aroon Cafe / Gallery'
처음에는 문이 잠겨 있더라구요. 근데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젊은이가 뛰어나와 문을 열어 주더군요. 카페 안은 자그마했지만 아주 예뻤습니다.
그리고 커피값도 아주 저렴했고요!! 스타벅스보다 더 맛있는 차이 티 라떼를 45바트에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손님은 저 밖에 없습니다. 아.. 이 작은 찻집을 저 혼자 차지하고 앉아 창밖을 보는 기분... 참 좋았습니다.
아래 지도 참고하시고 왓 아룬 가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세요. 아주 쾌적한 곳입니다.
여기서 1km 정도를 걸으면 왕랑시장 Wang Lang Market 이 나옵니다. 사실 이 곳은 예전에 전군과 함께 와 본 적이 있는 곳입니다. 카오산에만 있는게 지겨워서 어디든 가보자 해서 차오프라야 보트를 타고 카오산 건너편의 이곳에 그냥 왔었습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왔지요. 시장이 있더군요. 여기 시장은 카오산보다 좀 더 저렴합니다. 큰 통 100% 오렌지 주스가 카오산에선 30인데 여긴 20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녀간 이후 이 왕랑시장에서 런닝맨 방콕레이스를 찍기도 했습니다.
왕랑 선착장에서 쭉 이어진 직선 도로 오른 편으로 Siriraj 병원이 있습니다. 대학병원인데 엄청 큽니다. 정말 엄청 큽니다. 병원 내 28번 건물 (Adulyadejvikrom Building) 2층에 Siriraj Bimuksathan Museum이 있습니다. 병원 구역으로 들어가면 지도가 있으니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는 뭐... '인체의 신비전'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암튼 시체 말린것 많이 있습니다. 태아부터 전기로 지져서 죽은 사형수들 시체들까지... 그리고 지난번 쓰나미때의 기록들도 있고요. 보기에 썩 유쾌한 곳은 아닙니다. 입장료 40바트 있습니다. 여기 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왕랑시장 구경을 하는 김에 들러보기로 한다면 올 수도 있는 곳이겠습니다. 사진 촬영이 안되어서 남은 사진은 없네요.
차오프라야 익스프레스 왕랑 선착장 바로 앞에 보면 Black Canyon Coffee 라는 집이 강이 바로 보이는 곳 2층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번 전군과 함께 왔었던 곳인데요.. 이 집의 팟 타이(쌀국수 볶음면)가 참 맛있습니다. 커피도 수준급이고요. 여기서 강을 보며 점심을 먹었습니다. 추억에 잠기면서요.
다시 보트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좀 쉬다가 내일부터 시작될 지옥의 인도네시아 레이스를 위해 배를 호강시키기로 하고 수쿰빗에 있는 한인상가를 찾았습니다. 수라삭 역에서 BTS를 기다리다 찍은 방콕의 오토바이 레이싱.
BTS 아속 Asok 역에 내려서 온 방향으로 왼편의 쉐라톤 호텔을 지나면 한인상가가 나옵니다. '장원'이라는 식당에서 불고기 뚝배기를 시켜 먹었네요. 반찬이 11가지나 나오더군요. 제대로 된 한식당에서의 식사는 여행 중 처음 쿠알라 룸푸르에서 갔던 것 이후로 처음인 듯 합니다. 아.. 배 부릅니다.
실롬 Silom 으로 돌아와 짝퉁시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몇가지 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29일이 오지 않고 시간이 멈춰버리길 바랬지만 어느덧 방콕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습니다. 왠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정말 여길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아... 방콕이 너무 좋습니다. 왜 3일만 머무르기로 했었는지...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