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느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그 자신의 '도그마' 선언을 깨고 만든 영화라는 것, 유명한 가수 비욕이 주연이라는 것.....
'어둠속의 댄서'를 보기 전 누구나 접하는 정보일 것이다.
음........
영화의 오프닝은 아마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리라.
필름사곤 줄 알았으니까.....
그치만 영화를 보기 전, 마음과 컨디션과 감정을 가다듬기게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고, 이 영화는 진정으로 그런 시간이 필요한 영화였다는 게,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느껴진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둠속의 댄서'에서 그 숨결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으리라.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업그레이드 버젼인 듯, 두 영화는 많이도 닮았다.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폰 트리에 감독은 정말로 종교적인 사람인가 보다.
두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정말로 맹목적인 무엇인가를 믿는 사람, 진정으로 '희생'을 믿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물밀듯이 다가온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베스와 '어둠속의 댄서'의 셀마에게는 분명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대상이 있었으니.....
그러나 그것은 '신(神)'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신을 우러르는 그것에 닿아 있다. 아니, 신에 대한 복종을 앞서는 것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를 이렇게 찍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못 했을 것 같다. 아마도 못 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폰 트리에였기 때문에 가능했을런지 모른다.
그토록 냉정할 수 있다니, 그토록 잔인할 수 있다니....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면 뮤지컬을 등장시킴으로서 이입을 차단한다.
뮤지컬의 환상은 너무나 경쾌하기도 하고 급작스러운 듯 차아오기때문에, 눈물 흐를 시간을 좀 더 지연시킨다.
그러나 환상의 뮤지컬이 지나면 냉혹한 현실이 여지없이 파고든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너무나 현실적인 괴로움이 찾아오기 때문에 더욱 갈팡질팡이다.
인간의 치열함, 인간의 독함, 그 모든 것이 징그러울만치 생생하게 그려진다.
저게 바로 세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못 볼 것을 보는 듯, 인정은 하지만 보고 싶지는 않은 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먹먹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치열한 감정이 찾아온다.
끝까지 관객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감독은 정말 지독한 사람인 것 같다.
천재인 것도 같고, 징그럽게 냉정한 인간인 것도 같고....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때로는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우는 관객마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