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고를 만들다
나는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말미암아 내 정서는 황무지에 선 것 같았다. 다시 개척하려고 괭이를 든 심정이었다. 이글거리는 분노가 허느적 거리는 나를 지탱하며 분발케하였다. 나는 집집마다 방문해서 다 읽은 헌책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약 천권쯤 모았을 때 동네에서 쓰지 않는 빈 건물을 빌려서 청소한 다음 「봄비 문고」라는 소 도서실을 만들었다.
소도시였던 고장이 市로 승격은 되었지만, 청계천에서 노점상 하던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켜서 그 당시는 가히 전쟁통에 피란민이 우굴거리는 상황과 비슷했다. 도서관 이라야 단대동 산꼭대기에 희망도서관 한 군데 뿐이었다.
동네 유지들을 모셔서 봄비문고라는 간판을 붙여서 문을 열었다. 봄비라는 의미는 첫째 돌같이 굳어진 내 정서에 이 문고가 봄비 역할이 되어서 내게 이상과 평화를 또 다시 싹 틔워 주기를 바램하여 붙인 이름이다.
봄비문고가 문을 열자, 정서에 고픈 아동들이 모여 책을 빌려갔다. 또 비오는 날은 아이들이 책이 젖을까 가슴팍에 넣어서 돌아오는 책들이 내 눈에는 책으로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마음 밭을 일구고 돌아 온 장한 일꾼으로 보여 더 없이 멋져 보였다.
또 게시판에다 읽고 싶은 책명을 쓰라고 하여 없는 책은 구입하느라 양말장사, 참기름 장사도 하고 손수레를 끌고 고물 수집도 하여 읽고 싶어하는 책도 구입하여 독서 의욕을 채워 주면서 온갖 힘을 문고에만 쏟았다.
그러자 성남시 주관으로 독후감 대회를 하는데 봄비문고 에서도 참가하라는 공문이 와서 글짓기 대회에 아이들을 참가시키면서 문방구하는 아주머니께 들려서 글짓기 대회에 참가를 권했다. 그랬더니 “그래요” 하고 참가했는데 시 부분에서 그 아주머니가 입상하였다.
그 때 부터는 나도 용기가 조금씩 나자 비로소 내 하늘이 조금씩 뚫리는 것 같고 신선한 바람이 폐부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자 숨통이 좀 트였다.
그 다음 해에 독후감 대회에는 나도 참가하여 방정환 선생님에 대한 일대기를 읽고 독후감을 썼다. 그때 까지도 독후감을 어떤 방식으로 쓰는 건지 몰랐다. 소파 방정환의 사상이 내 애국 이념과 일치하였고, 어린이는 미래의 주인공이며 나라의 희망이라는 뜻도 같았다.
소파는 어린이를 올바른 인격으로 대하자는 선생의 운동이 그 당시에 일본인의 눈에만 거슬린 게 아니고, 우리나라 사대부 기성세대에서도 배척을 당했다. 그 당시는 어른들만 존중했던 시대라, 자기 자식이라 해도 부모 앞에서 자식을 치켜들면 푼수로 비난받았던 시대였다.
그런데 방정환 선생은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명칭을 붙였다. 늙은이. 젊은이처럼. 아희들에게도 ‘어린이’ 라는 특유의 존칭어 명칭을 붙이자 ‘원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반발이 빗발쳤다고 한다. 나 역시 방정환 선생의 이념과 투지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터였고, 나의 책읽기 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선생은 어린 시절에 일본인의 수탈로 먹을 것이 없어서, 병든 어머니를 대신하여 가정 일을 하는 누나마저도 입 하나라도 덜려고 남의 집 식모로 보내야 했던 형편이 되었다. 동생과 둘이 남았을 때 지은 동요가 별 삼형제다.
별 삼형제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 빤짝 반짝 정답게 지내이더니 / 왠 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린다/
그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헌장도 만들고 동요를 많이 지었다. 소파 방정환의 나라 사랑의 이념이나 정서운동은 곧 나의 ㅇ
개회때 쓴 글은 그 날로 문인협회원들이 심사를 보았다. 또 참가자들 전원은 성남시청 대강당에 들어 가서 입상자들의 독후감을 발표를 모두 청강하게 되였다.
내가 쓴 독후감도 입상하여 입상자들 발표 중 내 차례가 되자, 그 어려운 시대의 환경에서도 어린이를 위해서 활동한 소파 방정환의 애국이념을 불을 토하듯 낭독하자, 내가 쓴 독후감이 대상에 뽑혔다.
대상을 받는 수상자에게는 이성수 시장님으로부터 상장과 상금을 수여받게 되었다. 나는 그때 받은 상금과 내가 고물 수집해서 모은 돈과 합해서 계몽사에서 발행한 백과 사전 20권짜리 두 질을 구입하였다.
한 세트는 봄비문고에, 또 한 세트는 중동 공부방에 보내면서 그 해가 스승님의 고희를 맞는 해라 스승님의 고희 기념이라 적고 기증자는 스승의 거명으로 기증 싸인을 하여 보냈다. 그 때가 문고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러자 경기도 새마을문고 부문에서 성남시 봄비문고가 경기도 최우수 문고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 새마을 경진대회 때에는 수원 예술극장에서 행사를 할때, 성남 봄비문고에서 문고 성공사례 연극을 하라는 공문도 내려왔다.
그러자 새마을에서도 道 차원에서 실시되는 행사라, 전문 연출가를 초빙해서 내가 주인공으로 연극 연습을 하였다. 나는 연극이 또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말도 경상도 말이 튀어나와서 연출가가 그럴거면 아예 경상도 말로 하라는데 그 또한 잘 되지 않았고, 또 걷는 걸음걸이 마저도 비틀거려졌다. 자꾸 지적이 되자 자기가 주인공을 맡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나로써는 완전 청석밑에 깔려버린 내 인생을 간신히 뚫고 나온 것 같은 상황이라 남에게 양보할 수가 없었다.
연극 내용은 내가 처음 문고를 시작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문고에 책을 대출하여 읽은 과정이 전부 나왔다. 반대하며 비웃는 사람도 많았는데, 문고에서 책을 빌려 간 독자 중에 수필작가로 등단 된 여성이 약혼자와 같이 봄비문고에 찾아 와서 등단 소식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연출자는 등단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여사는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으로 하라고 했는데. 나는 그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끝에는 문고로 인해서 보람을 찾는 감동의 줄거리였다.
그 때만 해도 전국적으로 아동들에게 읽을 책이 많지 않아서 새마을에서도 중점적으로 여겨 적극적으로 권장 추진했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