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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목마 - 한수산(1976) Bougainvillea |
누구나 젊은 시절 앓았을 첫사랑, 혹은 사랑의 감정에 대한 한수산 작가의 소설이다. |
우리의 가슴에 아직 순수가 있고, 하늘에 떠있는 별만큼이나 나의 마음 속 사랑이 |
누군가에게 향하던 그 시절의 우리를 위해 이 책이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
한수산의 소설 '바다로 간 목마'는 내가 고등학교 때 가장 감명 있게 읽었던 책 중 |
하나이다. 한 구절 한 구절 나를 설레게 했고 내 마음의 감성을 움직였던 책이기도 |
하다. |
다시 먼지를 털어내고 빛 바랜 책장을 넘겨보니 혼자 기억으로 갖고 가기에는 작가 |
의 깊은 사색에서 나오는 주옥 같은 언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여기서는… 누군가를 너무 많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의 기억들 |
을 되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본연에서 우러 나오는 진실을 아니 사랑을 이를 |
통해 재 음미해 보고자 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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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의 바다로 간 목마 - 주요내용 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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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참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열 살도 넘는 민우라는 남자 |
를 만나게 되었고 주희는 집안의 반대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무작정 민우에게 |
로 다가간다. 주희는 그 때 학생이었고 민우는 농아학교 선생님이었다. |
바다가 보이는 어느 지방의 소도시에서 민우와 주희는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렇게 |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주희는 민우의 아이를 낳고 몇 시간 되지 않아 죽고 만다. |
민우는 다섯살이 되는 딸아이와 함께 주희와 처음 만난 그 곳을 찾으며 소설은 끝 |
을 맺는다. |
(소설 주요 내용들) |
저 아주 잘 있어요. 가슴에 발목이 빠지도록 눈이 쌓였어요. 자꾸만 생각해요. |
누군가 그 눈 속을 지나가 주었으면 하고 말에요. |
이 사랑의 마음을 지내는 사이 낡고 찟기워지고 세월에 헐벗어 간다 해도 그 것은 |
비와 바람과 이슬이 하는 일일 테니까. 언제가 는 제게 축복이 되리라는 것을. |
실연이라면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말.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그렇다면 |
나는 무엇인가? 지우고 또 지울수록 없어지기는 커녕 더 새롭게 돋아나는 이 가슴 |
의 문신을 무엇으로 없애겠다는 것인가? |
이 밤에도 어딘가에서 꽃이 지고 있으리라. |
생명이 가야 하는 길. 젊음이 가고 나면 내 빈 마음에 무엇이 담겨질까? |
욕심부리며 살지 않겠습니다. 머리를 들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겠습니다. 주여! |
도와 주세요. 우리들의 내일이 초라하지 많은 않게 보살펴 주세요. |
가슴속에서 툭 하고 열매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꽃은 소리 없이 핍니다. |
여느 때가 가면, 자연의 뜻에 제 자신의 사랑을 순종시키리오 하자. 저녁의 어스름 |
같은 평화가, 불안한 안식이 저를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
축제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처럼 저는 있습니다. |
빈 의자를 하나 가슴에 놓아 두고 있으마. 언제든 와서 너는 내 마음의 의자 위에 |
앉기만 하면 되는 거다. 내가 너에게 고통이 아닌 축복이 될 때, 목마를 품고 언제 |
든 오거라. |
잊혀진 여자처럼 사는 걸, 누가 그랬지? 잊혀진 여인이 가장 불행한 여인이라고? |
그렇다면 아무것도 잊지 못하고 있는 여인은 불행한 여인일까? |
한 남자를 사랑하므로 해서 두 개의 기쁨을 가졌다고 하자. 그리고 그 기쁨으로 |
하여 세 개의 고통을 치러야 했다고 하자. 그래도 여자는 그 쓴 잔을 마셔야 한다. |
그 괴로움마저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
헤어져 지낸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두 사람의 시간 속에서 잘려나가고, 마지막 |
만났던 그날~~~ 헤어지던 날의 끝과 오늘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
가까이 부르고 싶은 이름. 주희야. 많고 깊은 감사와 애정을 담아서 네 이름을 |
적는다. 영원이라는 말이 그것을 쓰는 자의 생명을 의미한다면 나는 영원이라는 |
이름을 빌어 너를 불러 본다. 영원한 내 반려. 영원한 내 친구. 영원한 내 가슴 |
한 쪽인 주희야. |
아침이면 네가 창을 열어 다오. 우리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따사로운 햇빛을 마련 |
하는 일은 네가 하렴. 밤마다 창을 다는 일은 내가 하마. 우리들은 어둠에서 지키 |
고 새벽을 일찍 기다리는 일은 나의 차례이리니, 일찍 일어나고 조금 늦게 자거라. |
가득한 것은 마음뿐 부족하기만 하니까 조금 더 부지런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기 |
에 힘쓰겠다. |
비 내리는 날은 갇혀서 사랑하고 눈 내리는 날은 헤매며 사랑하리라. 여름이 가고 |
가을이 가고, 차곡차곡 개어 놓은 세월이 쌓이면 우리들도 이루어 놓은 것들이 있 |
지 않겠니? 때로 차를 준해 다오. 그리고 너는 손님처럼 내 앞에 앉아서 어제를 |
들려다오. 때론 향기 가득한 술을 빚어도 좋겠지. 잔을 드는 나를 옛 친구처럼 |
바라봐 줘. 그 때 나는 내 꿈과 생활의 이야기를 들려주리니. |
아침의 우유처럼 언제나 신선하게 너는 내 곁에 있으며, 나날이 새로운 벽지처럼 |
우리들 생활의 벽을 바라다 보오. 나는 사랑의 화인으로 네 영혼을 지지며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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