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와고래의 꽤~늦은 1강소감문:
1강의 소감이 너무 찐~한 탓인지 내내 컴 앞에 앉아 있다가도 살짝 우울해지곤 했습니다.
오늘도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서 허덕이다 글을 올립니다.
“아들~ 딸~!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기다. 비빔밥 어때?”
“당신도 오늘은 늦게 와요. 저녁은 꼭 밖에서 먹고 오세요^^”
평소 같으면 늦게 온다고 여우 눈을 하던 아내가 웃으며 늦게 오라니 애들 아빠는 몹시 의아해 합니다.
하지만 이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요!! 저녁밥 차리고 애들 챙기느라 생방을 놓칠 순 없었죠.
더구나. 말로 만 듣던 이범 쌤 강의가 첫 시간이어서 더더욱...
종종 원격연수니 집합연수니 찾아다니길 취미처럼 하는 탓에 강의 듣는 일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을 텐데
왠지 등대학교 시작부터는 기대감에 부풀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채팅창도 열리고, 윤지희 쌤의 시작인사도 하셨고.. 이범 쌤이 화면에 나타나시더군요.
그 후로 긴 열강 속에서.. 정말 쓰나미 같이 쏟아내시는 우리 교육의 현실과 전망을 들으며
맞아 !맞아! 하는 감탄과 어쩜 저렇게 깊고 넓게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해 맥을 짚어 주실까 놀랍기 까지 했습니다.
적어도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 이지요.
“우리나라 학교요? 우리나라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닙니다. 행정기관이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울림. 맞습니다. 맞고요~
물론 그 말씀 뒤에도 이어진 많은 강의 내용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내용이 긴 시간 이어졌습니다.
입학사정관제나 수월성교육의 참 뜻, 고교등급제와 같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키워드, 한국 교육의 양대 문제와
영어교육, 사교육의 문제점까지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까지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지는
열띤 강의가 길다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하. 지. 만.
그 후 일주일이 지나고 2주가 되어가는 현 시점에서도 저는 내내 그 말에 너무 묶여 있습니다.
“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행정기관이다”
저는 교사입니다.
서울의 사립 중학교에서 오래도록 근무해 온 40대 과학교사지요.
20대 후반에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내내 40대도 절반 가까이를 넘기는 긴(?)시간동안 내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지냈던 많은 일들이 그 한마디에 다 날라 간 듯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물론 잘못된 지적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겠지요.
학교의 업무는 정말 많습니다.
처음에 저는 교사는 수업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하려는 마음과 노력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믿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편하게 수업과 아이들만 생각하던 시간에 선배교사들이 홍수처럼 내려오는 공문과 보고서 등을 대신 처리 해 주셨기 때문이었죠.
어쩌면 위의 눈치 볼 일 없는 사립학교(거의 재단의 눈치도 안 볼 수 있었던)였기에 훨씬 편하게 교육기관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학교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나이스로 업무처리를 하면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학교 혁신”이니 “특색 사업”에 이제는 한 술 더 떠서 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학교 브랜드 이미지 만들기에 어디서든 명절선물 대하듯 과대 포장 된 결과물과 끝없이 이어지는 “00 00 만들기 00 사업” 그에 따른 결과물 보고까지...
마치 학교는 어느새 사업을 하는 장소 같은 느낌마저 들 때도 있게 되었습니다.(교장선생님 말씀: 학교가 무엇인가를 했다는 결과물이 있어야 인정받습니다. 그래야 다음 사업도 지원해 줍니다!!)
그사이에 아이들은 강도높은 사교육에 지쳐 학교에서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거의 쓰러집니다.
시험범위 발표 2주전 부터 시험범위만 물어봅니다. 교육적 가치를 둔 과제라도 내볼까 하면 어김없이
"쌤~ 그거 성적에 들어가요?" 질문합니다. 그러면서도 수업시간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내용보다 학원에서 나누어준
"0학교 00년간 기출문제집" 를 더 맹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시험을 보면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수행평가로 내주는 숙제는 어김없이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유사작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됩니다.(유료수행평가 자료기관에 가입까지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교사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주21시간 수업에 짬짬 공문처리 하는 시간이 아이들과 상담하는 시간보다 더 많습니다.
그 사이 짬이 나면 ^^ 아이들의 예절지도와, 원만한 친구관계 만들기, 깨끗한 교실환경 유지하기, 금연교육,
더하여 올바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인성지도에다 제일 중요한 우수한 학력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
하지만 교사인 제가 하고싶은 일은 단 한가지 입니다.
가르치며 배운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일 말입니다.
그 바램이 이루어 질 날이 있을거란 굳은 믿음을 등대학교 교문 안에 슬며시 밀어넣으며...
오늘도 열심히 교육청 전자문서 시스템에 로그인을 합니다. ^^;;
첫댓글 생방송 채팅창에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선생님이 참으로 좋다는 생각했는데 역시나 향기나는 삶을 살고 계시는 분이였네요.
감사합니다.^^ 일일이 댓글을 달아주시는 님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오후입니다~
샘, 교사로서 제가 하고싶은 말을 거의 다 해주셨네요. 그런 상실감에 지금 학교현장에서 무력하게 살아가는 교사들이 꽤 많지요.
현장에 계신 교사들의 목소리는 이렇게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 왜 일반 여론은 '교사직은 널널하다'로 모아지는 걸까요? 저는 가끔 인터넷 댓글들을 볼 때마다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근거없는 증오감 같은 게 이젠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 된 것 같아요. 이런 오해부터 걷어내야 교사해방운동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 우리아이들 학교에도 많을 거라는 믿음으로 화이팅하렴다.
제가 첫강의 직강을 들으면서 의아해 했던 부분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요. 강연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많은 것을 나누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정말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