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필(運筆)
한 획을 완성하는 데는 역입(逆入)과 절(節) 그리고 회봉(回鋒)이 필요한데 서예이론서나 교재에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여기서 설명하는 방법을 잘못됐다고 하고 다른 방법을 제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앞장에서도 말했듯이 이런 모든 방법들이 모두 중봉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떠한 방법을 쓰든지 중봉을 유지하기에 용이해야만 한다.
흔히 중봉 중봉 하지만 중봉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역입(逆入)
역입은 장봉(藏鋒)이라 하기도 하는데 역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보통 붓끝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면 붓끝을 왜 감추어야만 할까? 한글은 역입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역입의 목적은 붓끝을 감추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붓의 탄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행서의 경우는 공중 역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공중에서 어떻게 역입을 할 수가 있을까?
공중에서 역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앞의 획을 그을 때의 탄력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기필(起筆)을 하는 것이다.
( 그림 1 )
또한 역입은 회봉과 연관이 있다.
二자를 예로 들어보자.
첫 획이 끝나는 곳에서 두 번째 획 사이에 다른 동작 없이 바로 이어서 쓰면 저절로
회봉과 역입이 된다.
앞의 획의 필세를 죽이지 않고 바로 다음 획으로 이어지면 구태여 일부러 역입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역입이 된다.
첫 획을 시작할 때는 앞에서 이어받을 필세가 없기 때문에 역입을 의도적으로 하면서 붓의 탄력을 얻어야 한다.
서예교재들을 보면 그림과 같이 골서(骨書)로 붓끝을 둥글게 돌려서 쓰는 것처럼 되어있다.
이는 실제로 붓을 둥글게 말아서 움직이라는 뜻이 아니고 붓을 쓰고자 하는 방향의 반대로 시작하라는 뜻이다.
붓을 180°로 방향을 바꾸어 움직이라는 뜻인데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워 둥글게 표시한 것이다.
교재를 보고 독학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류이다.
글씨를 쓰는데 붓을 빙빙 돌려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 역입을 하면서 붓을 멀리서 끌고 올 필요도 없다.
단지 붓을 종이에 거꾸로 갖다대고서 필요한 만큼의 힘을 가하면서 뒤집어 운필하면 된다.
이때 힘을 많이 가하면 굵은 획이 되고 적은 힘을 가하면 가는 획이 된다.
흔히들 굵은 획은 붓의 허리를 종이에 닿게 해서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획의 굵고 가는 것은 붓끝을 펼치고 모으는데 있다.
보통 붓은 삼분필(三分筆) 이상 쓰지 않는다.
삼분(三分)이란 호 전체 길이의 30%를 말한다. 어떤 책에서 삼분을 호의 전체를 삼등분 하는 것으로 기술되어있는데 이는 분(分)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데서 기인된다.
분이란 할푼리의 푼을 말하는 것으로 십분의 일이 1분이 된다.
다시 말해서 꾹 눌러서 붓의 허리를 종이에 닳게 하면 안 된다.
굵은 획을 표현하고자 하면 붓끝을 활짝 펼치면 된다.
붓끝을 펼치고자 하면 바로 탄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 탄력은 역입하여 붓을 뒤집어 오면서 얻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