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길
민정자 아녜스(용산성당,마티아 반)
가톨릭 교리 통신 교육회에서 발행하는 교재를 가지고 바쁜 직장 생활관계로 어쩔 수 없이 통신 교리로나마 신앙의 문을 두드린 내가, 94년 초 매주 미사 참석으로 방배동 성당을 다녔습니다. 통신 교리 수료 후 94년 9월 마포 삼성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한 후, 2개월간의 예비자 교리를 거쳐 어렵사리 94년 12월 용산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98년 3월 30여년간의 직장을 퇴직한 때까지 겨우 일요 미사나 참석하고, 아는 교우도 없이 왔다 갔다 지낸 발바닥 신자인 내가 레지오에 입단해서 서기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봉사를 시작할 때 한 교우의 도움으로 성서 백주간 1기생으로 마티아 반에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성서 공부 첫 시작 후 이미 2개월 뒤였습니다.
처음엔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성서를 손에 잡고 성서 구절을 읽어보았지만 차츰차츰 많은 외우기 힘든 등장 인물과 시대에 따라 나오는 연대기적 순 서등등...지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어렵고, 암기도 안되고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물음도 많았습니다. 율법서 예언서 지혜서로 나누어진 구약성서는 세월만 흘렀지 아직도 성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찾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성서 곳곳에는 놀라운 기적과 약속, 서정적인 구절들, 심오한 우화들과 상식 등등, 성서 세계는 넓고 깊으며 그 안에서 우리의 지친 삶의 위로가 넘칩니다. 성서를 대하다 보면 내 마음에 감동을 주는 성서 구절을 만나기도 하고 또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구절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희망과 지침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목요미사후 시작되는 성서 공부. 즉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공부. 읽어야 할 부분과 복습을 해야 하는데 그간의 일주일간의 시간은 온데 간데 없고 수요일 밤늦게 그것도 보고픈 T.V프로를 다 시청한 후, 밤 늦도록 불가불 백주간 숙제를 해야할 때도 많았습니다.
백주간 성서 공부하는 동안 하느님께서 내게 커다란 은총을 주셨습니다. 은총의 대희년을 맞아 본당의 특별 배려로 외짝 교우를 위한 배우자 예비자 교리에 남편을 입교 권면하여 지난해 12워 영세를 받았고, 요즘 열심히 남편과 함께 미사 참석하고 힜습니다. 또한 올 2월 말에 의무관 장교로 입소한 큰아들이 영천 3사관학교 훈련 교육 중 8주간의 예비자 교리로 니콜라오로 하느님 자녀로 태어난 것입니다.
성당 교우가 “아네스씨 계세요?”하고 전화하면 제 어미의 세례명도 모르는지 “안혜숙씨 안계십니다. 전화 잘 못 거셨어요”하고 끊었던 녀석들이 두꺼운 성서 책 끼고 밤늦도록(?) 공부하러 성당 왔다갔다 하는 엄마를 보고 그들의 마음속에 무언가를 깨우쳐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에게 작으나마 삶의 뜻을 깨우쳐 주시고 구원을 이루어 주시니 엄천난 은총을 마음속 깊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