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소감】
‘어느 꽃집 주인과 폐지 수거 할아버지’ 미담에 감동
― 따뜻한 ‘선행 공덕’에 댓글 소감 달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
― 연합뉴스 TV 인터뷰 『폐지 수거 90 노인 도운 단 한 사람』 시청 소감
― 꽃처럼 ‘마음씨도 예쁜’ 꽃집 여성의 인터뷰 답변에 잔잔한 감동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ysw2350@hanmail.net)
이른 아침, 내가 참여하는 단체카톡방에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다. 제주에 사는 K 선생님(하늘궁 참여회원)이 올린 영상이었다.
단체카톡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유튜브 영상이다. 하지만 언론사 인터뷰 형식의 이 영상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이른바 ‘특종’이라 해도 좋은 감동적인 게시물이었다.
쉽게 보기 어려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모처럼 사람 냄새나는 삶의 이야기였다.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선행 공덕’이다. 이 유튜브 영상은 한 평범한 꽃가게 주인의 일상에서 벌어진 뜻하지 않은 미담이지만, 이런저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명수필’ 한 편이 들어 있었다.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 온 지 30여 년. 이런 귀한 미담을 들으면 혼자 간직하기 어렵다.
아침밥을 먹다가 잠시 숟가락을 놓고 댓글을 달았다. 소감 한 줄이야 밥을 다 먹고 나서 써도 좋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순간의 생생한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시나 수필을 쓰는 사람의 생리적 현상과 같은 것이다. 떠오르는 시상이나 글감을 순간적으로 바로 잡아두지 않으면 가슴으로 느낀 감흥을 고스란히 재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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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동영상 / 바로 보기
― 출처 : 연합뉴스 TV 인터뷰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785JljDkkM
♧ 인터뷰 중에서 ▲ 90 할아버지 : “늙은이 ‘하바리’ 일을 거들어 주는데 창피하지 않겠나 했는데, 안 창피해 하더라고.” ▲ 꽃집 여성 :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요. (“다들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는데 큰 용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용기가 아니고요, 용기를 낼 필요도 없고요. 할아버지 (짐이) 쓰러졌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 (이렇게 알려져서) 사실은 민망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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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짧은 댓글 소감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감사합니다. 꽃가게 주인, 말씀도 참 예쁘게 하시네요.
‘선행의 공덕’ 꼭 복(福) 받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폐지 수거 할아버지 역시 고마움의 표시로 가게 주인에게 만 원권 한 장 던져주고 가시는 예(禮)가 반듯하신 모습. 큰 감동이었습니다.
저도 몇 해 전에 「폐지 수거 할머니의 특별한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에세이를 쓴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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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에세이 / 바로 보기(조선일보 / 윤승원 에세이)
■ 조선일보 에세이
폐지수거 할머니의 특별한 추석 선물
윤 승 원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추석 명절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난생처음 받아 보는 귀하고 값진 선물이었다. 이런 귀한 선물을 날름 받아야할지, 다시 돌려 드려야할지, 죄송한 마음만 들었다.
허리가 활처럼 휜 팔순의 할머니가 힘겹게 4층 계단을 올라와 주고 가신 것은 달걀 한 판이었다.
“이집 아저씨한테 너무 고마워서요.”
달걀을 아내에게 건네주면서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다.
“아니, 뭘 이런 걸 가져오셨어요. 할머니나 드시지요.”
아내가 화들짝 놀라면서 받지 않으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너무 보잘 것 없는 것이라 죄송하지만 그냥 받아주세요. 이집 아저씨는 신문지며, 헌책이며, 꼭 저를 위해 모아두셨다가 내주시는 분이거든요. 어찌나 고마운지, 보답할 게 마땅치 않아서……”
할머니는 오히려 자신이 들고 온 선물이 보잘 것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셨다. 문 앞에서 아내와 할머니가 주고받는 소리를 듣다가 내가 내다보았다.
그러자 할머니가 깜짝 놀라시면서 “아이고, 아저씨도 집에 계셨네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고마운 것은 나였다. 내 집에서 나오는 각종 폐품을 쓰레기 치워주듯이 가져가주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한 건물에 아들 내외도 함께 사니, 우리 집에서 나오는 택배상자도 많고, 신문도 지방지와 중앙지 2부나 구독하니, 다른 집보다 폐지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게다가 헌책도 바깥에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할머니가 가져가시기 편리하게 1층 현관문 안쪽에 가지런히 놔드렸다.
할머니가 내게 특별히 고맙다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니다. 폐지를 바깥에 버리면 자칫 비를 맞을 수 있고, 차량으로 순식간에 수거해 가는 또 다른 사람도 있어, 할머니가 꼭 가져가시도록 출입문 안쪽에 모아드린 것뿐이었다.
할머니는 유난히 허리가 휘어 무거운 폐지를 들고 계단을 통해 나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마주칠 때마다 거들어 드리려고 하면 극구 마다하신다.
나는 할머니를 뵐 때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가 절로 나온다. 종이상자도 건물 안에 오래 놔두면 곰팡내가 나는데, 곧바로 치워주시니 얼마나 고마운가.
심지어 빈 쌀부대에서 나오는 몇 톨의 쌀도 주어가시고, 빈 고구마 상자에서 나오는 흙가루까지 말끔히 닦아주신다. 그러니, 정작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나다.
그러나 죄송한 일이다. 추석 명절을 맞아 내가 먼저 선물을 준비하여 할머니께 드렸어야 하는데, 나는 왜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고물상에 폐지를 갖다 주고 할머니가 받는 돈이 얼마인데, 이런 귀한 선물을 사오신단 말인가. 손자에게 용돈 주셔야 할 귀한 돈을 어찌 이렇게 쓰신단 말인가.
몇 천금의 돈보다, 그 어떤 값비싼 고가의 선물세트보다 나를 감동시킨 할머니의 추석선물.
이 세상 모든 풍파와 산전수전 다 겪으신 할머니. 폐지수거라는 남달리 궂은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단정한 옷매무새에 살짝 입술화장까지 하시고, 연치가 나보다 훨씬 높으신 데도 늘 먼저 인사하신다.
어른으로서의 예의와 기품을 늘 잃지 않고 당당해 보이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그러고 보면 나의 느슨한 의식과 세상을 살펴보는 안목의 부족함을 일깨워주신 스승이다.
나도 뒤늦게 작은 선물하나 준비했다. 그러고는 바깥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내다보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보이질 않았다. 소리 안 나게 살그머니 다녀가시니 좀처럼 뵙기가 어렵다.
식탁에 올라온 달걀프라이를 먹으면서도 할머니 생각에 잠긴다. 고마움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교차하는 추석 명절이었다. (2018.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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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탁에서 가족과 함께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아내가 말했다.
“우리 집에 폐지 수거하러 매일 같이 오셨던 그 할머니, 요즘은 전혀 뵐 수가 없는데, 안부가 궁금해지네요.”
그렇다. 노인이 안 보이면 걱정이 된다. 할머니는 그 흔한 핸드폰도 없었다. 안부를 여쭐 방도가 없다. 이웃 가게에 물으니, 이사 가셨는지 전혀 안 보이신다고 한다.
활처럼 휜 허리에 무거운 폐지 다발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시면서도 나를 보면 언제나 방긋 웃으시면서 꼭 먼저 인사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
2023. 3. 11.
윤승원 소감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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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인터뷰 중에서
▲ 90 할아버지 : “늙은이 ‘하바리’ 일을 거들어 주는데 창피하지 않겠나 했는데,
안 창피해 하더라고.”
▲ 꽃집 여성 : “창피하긴 뭐가 창피해요.
(“다들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는데 큰 용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용기가 아니고요,
용기를 낼 필요도 없고요. 할아버지 (짐이) 쓰러졌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 하는 건데, (이렇게 알려져서) 사실은 민망하거든요."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에서
◆ 낙암 정구복(역사가,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3.03.12. 05:13
유튜브를 잘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분은 삶의 의미에 횃불을 놓는 분이라고 봅니다.
노인을 불쌍히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한다는 말이
중요한 미소-향기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할아버지가 비록 귀는 잘 안 들리지만,
정성을 고맙게 생각하시고,
체력단련을 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 답글 / 윤승원
올해 연세가 89세로 구순 어르신,
귀가 잘 안 들리는 장애 어르신.
그런데도 놀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시는 어르신,
누가 도와주면 반드시 보답할 줄 아는 예가 반듯하신 어르신,
농담도 잘 하시는 명랑 쾌활한 성격에다가
남을 칭찬만 하시는 훌륭한 인품.
시종일관 감동이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낙암 교수님께서도 공감해 주시고
‘우리 사회에 횃불’을 놓는 분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시니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에서
◆ 동촌 지교헌(필명 청계산, 수필가, 철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3.03.12. 22:04
윤승원 수필가의 글에서 보이는 이야기나
폐지 수거 할아버지를 도운 꽃집 여인의 이야기나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씨가 오가는 정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두 가지의 풍경을 접하게 된 사람들은 누구나 감동과 감화를 받았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간혹가다가 ‘롤 모델role model’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그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우리의 기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행태들이 번져 있어 걱정입니다.
특히 모든 국민의 눈에 뜨이는 이른바 정치한다는 사람들이나 지도층 인사들이
아름다운 role model의 주인공이 되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좋은 수필과 아름다운 대중매체의 기사들이 그립고 반가운 오늘입니다.
윤승원 수필가의 작가 정신과 영상제작자의 제작 정신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감사합니다. (청계산에서 동촌 지교헌)
▲ 답글 / 윤승원
폐지 수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고령임에도 운동 삼아 일을 즐겁게 하신다는 것.
▲둘째, 누가 도움을 주면 작은 성의라도 꼭 보답한다는 것.
▲셋째, 궂은일을 하면서도 남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 하고
오히려 반듯한 예를 보이는 것.
동촌 교수님 말씀하신 대로 이 시대에 본받아야 할 ‘롤 모델’입니다.
노인들의 그런 아름답고 순수한 정신을 사회 지도층도 배우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도 사회 도덕 윤리 교육 차원에서 가르쳐야 할
삶의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