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27강
이번주는 '멀티 언어 예술이며, 하이브리드 디카시에 정통'한 이시향 특별고문의 디카시집 『우주정거장』 을 소개한다.
【디카시 강좌】
"초록별로 즐겁게 일하러 온 외계인"
정유지 디카시평론가
(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이면서 사진에 대한 조예도 남다른 이시향 시인은 멀티 언어 예술이며 하이브리드 디카시에 정통한 디카시인이다. 이시향 시인은 디카시를 일찍부터 수용하여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디카시 문예 운동을 펼치는 리더이기도 하다.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과 짧지만 거대담론의 「고래가 돌아왔다」, 회색 아파트의 기린에 투영한 도시 문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그린 「숨은 기린」, 잠자리 한 마리의 주검 앞에서 비극적 실존을 드러내는 「화석이 아니야」,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 가느다란 실핏줄의 아름다운 사유를 펼친 「앞에 벽이 보일 때」 등에서 본격 디카시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인용된 것은 디카시집 <<우주정거장>>에 실린 이상옥 교수(시인, 경남정보대 특임교수)의 추천사다.
이 디카시집에서는 20년 넘도록 용접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주머니 스토리도 있고, 갑자스런 명예퇴직을 당해 절망하는 중년의 애환도 그려내고 있다. 치열한 노동의 결과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멈추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는 삶의 진정성 역시 배어 나온다.
디지털 제목,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의 연동 작업을 통해 또한 촌철살인의 감동이 전달되고, 따뜻하고 소박함을 느낄 수 있는 짙은 서정성이 펼쳐지고 있다.
이시향 시인은 디카시의 본향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의 디카시가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노동자의 애환이 서릴 수 있는 그 배경에는 창조적 상상력을 함유한 문학적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 세상에는 가설 덩어리로 가득하다. 그 가설을 상상력을 통해 일정한 미학으로 사유의 우주정거장을 완성할 때, 비로소 감성의 우주선을 타고 유영하게 된다.
노동은 신성한 자기 영역 확장의 연장선이다. 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며 노동에 관한 사유의 세계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울산의 참단 산업단지를 하나의 '우주정거장'으로 육화시키는 능력이 참으로 탁월하다. 초록별에 일하러 온 자신을 '외계인'이란 특화된 시적 어법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외계인은 '그믐달'로 향한다.
외계인은 빛나는 별을 만들기 위해 불꽃 튀는 용접의 삶을 구가한다. 용접을 하며 삶의 불꽃을 목격할 때마다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게 된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그믐달처럼 변하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희망의 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노동의 시간을 찾아낸다. 외계인은 우주선을 타고 '고래'가 되어 정체성을 발견한다.
고래는 우주선을 조작하는 외계인이다. 또한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다. 고래의 등장은 변화의 물꼬를 트는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웅장한 스케일의 영상과 짧지만 거대담론의 소용돌이가 몰려온다. 장생포에서 발현된 웅장한 힘의 근원이 일몰을 휘감아 문수산까지 달려오고 있다. 외계인의 회귀는 카오스와 로고스가 혼재된 본향을 찾는 정체성 회복과 직결된다. 외계인은 어느새 절망의 '벽'을 넘는 길을 선택한다.
벽은 절망을 상징한다. 그 벽으로 인해 포기와 좌절을 해야 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행군은 고난의 행군과 비유할 수 있다. 한계상황을 극복하려는 초월적 의지가 돋보인다. 이는 곧 가느다란 실핏줄의 아름다운 사유를 펼치는 근원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벽에 부딪힌 이들에게 오를 수 없는 벽이 보일 때, 벽을 담대하게 오르는 법을 노래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선보이고 있다.
이시향 시인은 초록별 지구에 즐겁게 일하러 온 외계인이다. 이시향 시인의 우주정거장 속에는 노동의 존귀함과 함께 희망의 서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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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 강수청 님의 <이장님의 품격>을 선정한다. '백운옥의 디카시 창'에 소개된 작품도 앞으로 [금주의 디카시]에 추천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추천된 작품은 오륙도신문에 게재되며, 밴드 활성화를 위해 소정의 상품(쿠폰)이 제공될 예정이다.
#금주의디카시
강수청 님의 '이장님의 품격' 속에는 우리 시대의 '이장님 놀이'가 숨겨져 있다. 퍼스트 오리는 팔자 걸음을 걷는 이장 중에 선두에 서서 방향감각을 잡아주는 중요한 존재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가 웃음과 해학의 미학으로 가동되어 있다. '이장님의 품격'으로 기획된 상표와 그 내용물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작가는 짧고 강렬한 해학의 메타포를 날린다. 웃음보가 터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디지털 제목을 충족시켜주는데 사진(영상기호) 한 장과 시적 언술( 문자기호) 한 줄이면 충분함을 보여주었다.
우리 시대 이장님은 너무나 많다. '나를 따르라'의 슬로건은 팔자 걸음을 걷는 이장님에겐 먹히질 않는다.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실천할 때, 비로소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공감의 힘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소통임을 작가는 노래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희망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신호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 고행을 하는 순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