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누리 소통망에서 만나는 ‘옛 경찰동기생’
―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사람’과의 동지 의식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경우회 홍보지도위원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덕분에 저도 잘 있어요. 언제 지나시다가 점심때 전화 주세요. 맛집을 안내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따뜻한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근에 누리 소통망(SNS)에서 나눈 옛 직장 동료와의 댓글 한 대목이다.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사람’.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말한다. 평범한 보통 사람의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지 않다.
▲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 ▲억울하고 딱한 사람을 보면 눈물을 함께 흘리는 사람, ▲ 작은 것이라도 신세를 졌으면 꼭 갚아야 하는 사람, ▲ 작지만 따뜻한 것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다.
경찰동기생인 K 경우(警友). 많고 많은 인연 중에 그와 만남은 나의 인복(人福)인지도 모른다.
▲ 동고동락 경찰 동기생(그림=Chat GPT, 구성과 편집=필자 )
동시대에 태어나 한 직장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사람. 동년배로서 결혼도 같은 시기에 했고, 자녀도 비슷한 시기에 낳아 길렀다.
격동의 혼란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방석복(防石服)을 입고 길거리에서 모래 섞인 식판의 밥을 함께 먹은 동지(同志)다.
도경(道警) 상무관(尙武館) 마룻바닥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국방색 모포를 함께 덮고 잔 사람이다. 비상 배치된 골목에서 밤이슬 맞으며 잠복근무하면서 빵을 함께 나눠 먹은 사람이다.
국가적인 큰 행사에 중요 임무를 띠고 새벽 출동 버스를 함께 타고 가면서 서로를 따뜻하게 챙겨주고 인정 나누기도 했던 경찰 동지다.
▲ 경찰동기생을 처음 만난 ‘충남도경 상무관’ - 창설 기동대 숙영지(자료사진)
♧ ♧ ♧
함께 고생해 본 사람이 서로의 사정도 잘 이해한다. ‘동지 의식’이란 힘들 때 싹이 튼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니, 자연스럽게 뜻이 통한다.
‘인생의 동반자’란 사랑하는 사람이나 배우자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직장 동료 역시 ‘인생의 동반자’라 할만하다.
힘든 일을 하면서 ‘나 혼자가 아니구나!’ 느낄 때, 직장 동지와의 정은 더욱 도타워진다.
심신이 편안하고 즐거운 일만 펼쳐지는 직장이라면 그런 동지애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고민을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걱정을 함께 나누면서 위로해 주었던 옛 직장 동료.
“속상해서 못해 먹겠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 낙심할 때 곁에서 가족처럼 따뜻한 말로 다독여주었던 사람.
인연은 퇴직 후에도 계속됐다. 그런 옛 동지와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니 어찌 인복(人福)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 요즘도 누리 소통망에서 자주 만나는 경찰 동기생(그림=Chat GPT, 글자편집=필자 )
지금도 카톡, 페이스북,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 각종 누리 소통망에서 따뜻한 인정을 이어가는 옛 직장 동지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동반자’로서 큰 위로가 된다.
무엇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걸까. 그게 어떤 마력(魔力)인지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50여 년 세월, 서로를 잊지 않고 옛 추억을 되살려 인연을 이어가는 경찰동기생에게는 변함없는 가치가 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작은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온 경찰 동지들만의 ‘이심전심 공직 철학’이다.
▲ 첫째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애국심, ▲ 둘째는 윤리 도덕과 미풍양속, ▲ 셋째는 사회 기본질서와 인격 존중이다.
공통적인 삶의 덕목과 인생 철학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인상 깊게 읽었던 경찰동기생의 카톡 문자를 다시 읽어보자.
“한동안 대전을 떠나 있다가 이번 주부터 다시 딸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그 사이 나이도 일흔이 훌쩍 넘었고, 많은 변화를 느끼고 보면서 세월이 빠르게 흘러감을 실감하고 아쉬움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동기님. 나이 먹어 갈수록 뭐니 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인 것 같아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다’라는 말이 있지요. 건강관리 잘 하시어 멋진 노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혹시 저의 사무실 근방에 오시는 기회가 있으면 연락 주세요. 식사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모처럼 익어가는 동기님의 모습 뵙고 싶네요. (하략)”
카톡 문자에서 유독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익어가는 동기님을 보고 싶다”라는 표현이다.
그렇다. 어느 대중가요 가사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곱게 익어가려면 가정에서도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K 경우(警友)가 평소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해왔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 바라보는 방향이 같은 자랑스러운 옛 경찰동지(그림=Chat GPT, 글자편집=필자 )
내게 이런 글을 보내온 적도 있다. 글의 제목은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이 필요합니다”였다. 변호사인 따님이 쓴 글이라고 했다.
“(前略)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룬 업적은 말로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 시대 어른들께서 왜 그렇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는지 요즘에야 제대로 깨닫기 시작한 저 스스로가 한심하기까지 합니다.
저희 세대는 386 운동권들이 차지한 전교조와 학원가 강사들의 수업을 받고 자란 세대로, 특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악마’로 인식하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中略)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풍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한 저희 세대들은 386들이 깔아놓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민주화 운동’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고, 또 운동권들이 엄청난 박해를 뚫고 지금 자유 대한민국을 만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정반대였더군요.”
공감하는 바가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훌륭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훌륭한 인품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가정교육이 따님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따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올곧은 인품과 반듯한 국가관을 똑 닮았다고 느낍니다.”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우리 가족도 다르지 않다. 큰아들은 ROTC 육군 장교로 전방 기갑부대에서 근무했고, 둘째 아들은 대한민국에서 극렬 시위가 가장 많이 벌어지는 서울 종로에서 의경으로 복무했다.
나라를 걱정하고 사회 안정을 바라는 애국심은 K 경우(警友) 가족이나 우리 가족이나 다르지 않다.
전직 경찰관 자녀들이 남다른 애국심을 갖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아버지의 고단했던 직무 현장을 자녀들이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원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애국 가족>으로 살아가고 싶다. 한 가정의 할아버지로서 그렇게 의미 있게 ‘익어가는’<노년의 삶>을 살고 싶다. ■
▲ 노년에도 변함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곱게 익어가는 옛 경찰동지(그림=Chat GPT, 글자편집=필자)
♧ ♧ ♧
첫댓글 경찰동기님께
경찰동기님 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