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 21. 조심(操心) 1.
※ 2025. 12. 10.(수) 뉴스경남 문화면에 게재될 칼럼.
“운전 조심해라.”구순 노모의 말을 귓등으로 들으며 운전대에 앉았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추운 새벽이었으나 늘 다니는 익숙한 길이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시동을 걸고 라디오를 켰다. 느긋하게 뉴스를 들으며 큰 도로로 진입해서 다리를 건널 때였다. 갑자기 차가 미끄러져 핸들 작동이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당황했지만 우선 비상등을 켜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조작하면서 가까스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하마터면 다리 난간을 들이받거나 추락할 뻔했다.
차에서 내려,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식은땀이 흘렀다. 그 짧은 시간이 생사를 오가는 갈림길이었다. 도로 위의 암살자라는‘블랙아이스’였다. 내린 비가 도로 노면에 얼어붙어 살얼음이 생긴 것이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운전대에 앉아 천천히 운행하였다. 설마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언제나 예측 운전과 방어 운전을 생활해야 한다. 정해진 속도를 지키고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스마트폰은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들을 새삼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귀에 박히도록 들어온 노모의 운전 조심하라며 대문 앞까지 배웅해주신 모습을 떠올리며 조심(操心: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들여다본다.
잡을 조(操)는 손 수(扌=手)에 새 떼 지어 울 조(喿)가 더해진 글자다. 손 수(手)는 손이나 재주, 수단, 방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手는 사람의 다섯 손가락을 편 모양을 그린 것이다. 본래 손을 뜻하는 글자로는 또 우(又)자가 있었지만, 후에 뜻이 바뀌면서 금문에서는 手자가 손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手자는 사람의 손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손의 기능이나 역할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재주나 솜씨, 수단 등과 같이 손과 관련된 기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手자는 운전수(運轉手)나 가수(歌手)와 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전문가들을 뜻하기도 하는 것이다. 수공(手工: 손끝을 써서 만든 공예), 수기(手記: 자기의 체험을 손수 적음)가 좋은 용례이다.
새 떼 지어 울 조(喿)는 물건 품(品)에 나무 목(木)이 결합 된 한자로 많은 새가 나무 위에서 울어 시끄럽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여기서 品은 많은 새들이 입을 벌려 울고 있는 것을 뜻한다.
잡을 조(操)를 종합적으로 풀어 보면, 새들이 나무에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그린 喿자에 手자를 결한 것으로, 손으로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새들은 사람의 인기척에 쉽게 날아가곤 하니, 새를 잡을 때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操자는 잡다라는 뜻 외에도‘조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조업(操業: 작업을 함, 일을 함), 조종(操縱: 마음대로 다루어 부림)이 좋은 용례이다.
덧붙여 이 글자는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를 손으로 쫓아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데, 떠들썩한 일을 안정시키기 위해 손을 써 조종한다는 뜻에서 지조(志操: 곧은 뜻과 절조) 조 자(字)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음 심(心)자는 생각, 마음,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을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심경(心境: 마음의 상태), 단심(丹心: 속에서 우러나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좋은 용례이다.
덧붙여 心자가 글자의 왼쪽(변)으로 사용될 때는 심방 변(忄)으로 모양이 변화고 글자의 밑에 사용될 때는 마음심 발(㣺)로 변형된다. 성품 성(性), 공손할 공(恭)이 좋은 용례이다.
조심 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심은 때론 느림의 미학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 수단이지만 한순간의 방심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전대 앞에 앉는 순간, 나의 안전뿐만 아니라 가족과 타인의 안전까지 책임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인명재차(人命在車)라는 말이 있다. 웃어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번의 조심이 일생을 지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겪고 나서 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운전 조심해! 특히 블랙아이스!”를 당부하고 있다. 오늘도 안전 운전을 다짐하며 퇴근길에 오른다.
| 操 | = | 扌=手 | + | 喿(品+木) |
| 잡을 조 |
| 손 수 |
| 새 떼 지어 울 조(물건 품, 나무 목) |
| 心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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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심 |
| 갑골문 | 금문 | 소전체 | 해서체 |
첫댓글 조심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조심하면 큰 사고는 면하겠지요. 오늘도 안전하게ㅡ
네, 조심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조심하면 더 큰 사고는 예방 되리라 봅니다. 올 겨울 안전하게 보내시길 소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