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사우디, 노르웨이
스칸디나비아 3국 중 하나인 노르웨이는 우리나라 면적의 세 배 정도 되는 굉장히 큰 나라이다. 거기에 비해 인구는 500만 명으로 대개의 북쪽 나라들처럼 인구밀도가 낮다. 그럼에도 노르웨이는 어떻게 잘살게 된 것일까?
사실 노르웨이가 잘살게 된 데에는 기본적으로 영국과 권리를 반씩 나누어 가지고 있는 북해유전에 있다. 석유를 가지고 있으니 기본적인 조건은 굉장히 유리한 셈인데,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경제대국이 된 것은 아니다. 산유국 중에 선진국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그런데 노르웨이는 다르다. 2008년 세계의 모든 나라가 경제위기에 허덕이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경제성장률 3%를 이루었고 국가 부체 0원, 1인당 GDP 5만 달러를 달성했다. 진흙탕 속의 빛나는 진주인 것이다.
모범국가 노르웨이를 보면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노르웨이가 가진 석유자원이 아니라 그 자원이 가져다준 부를 노르웨이가 어떻게 운용했느냐 하는 것이다. 석유라는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도 2008년 세계의 위기에서 마대한 피해를 입은 나라로 두바이를 들 수 있다. '그 엄청난 산유도시가 왜?' 하는 분들을 위해 두바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두바이의 석유는 그 양이 막대하고 석유로 벌어들이는 돈 역시 엄청나다. 그런데 두바이는 그 많은 돈을 세계 최초의 칠성급 호텔, 사막 스키 슬로프 따위를 짓는 어마어마한 건설과 토목 플랜에 모두 갖다 바쳤다. 결국 두바이는 불어 닥친 세계 경제의 한파로 아랍에미리트 본국으로부터 1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같은 조건, 다른 선택! 위기에서 빛나다.
노르웨이도 북해유전에서 엄청난 석유를 판 것까지는 두바이와 같다. 하지만 석유를 수출한 돈을 싹싹 긁어와 국부펀드를 운용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저축을 했다.
우리는 만날 소비가 미덕이라고 배운다. 물론 소비가 미덕일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축 없이는 발전할 수가 없다. 노르웨이는 바로 이런 기본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석유를 판 돈으로 국부펀드를 만들어 안전한 곳에 투자했고, 이러한 투자로 이루어진 재정을 바탕으로 강력한 복지정책을 추구하여 중산층의 수를 두텁게 늘려나갔다. 또한 사회민주주의가 기반인 스칸디나비아 3국 답게 건전한 소비를 바탕으로 금융업에 규제를 가해 거품이 일지 않도록 했다. 마치 로또로 돈을 번 사람이 흥청망청 쓰듯이 많은 산유국들이 땅에서 거저 얻은 석유를 팔아 펑펑 쓸 때 노르웨이는 달랐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금융정책을 조절하고 중산층의 건전한 소비를 키워나가면서 저축을 중시하는 국부를 운용하며 경제력을 다진 것이다.
이쯤에서 노르웨이와 북해유전을 나누어 가진 영국이 궁금해진다. 영국은 어땠을까? 영국 역시 금융업에 집중했고, 이번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국이 되었다.
금융 인프라는 잘돼있지 않지만 사회적 낙오자가 없고 중산층이 탄탄하며 제조업이 강하고 자산 버블이 없는 나라 노르웨이. 이런 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석유만으로 부를 창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석유라는 기본적인 부에 내공의 힘을 더했을 때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슬란드와 두바이와 노르웨이, 각각의 경우 같은 상황일지라도 반대되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어떻게 달라졌는가, 실제로 세계가 겪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