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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27화 ― 「빵집에 남겨진 열세 번째 촛불」
은솔시장에는 새벽 세 시부터 불을 밝히는 작은 빵집이 있었다.
이름은 ‘새벽빵집’.
화려한 케이크보다 팥빵과 소보로빵, 크림빵을 주로 파는 오래된 가게였다. 시장 상인들은 셔터를 올리기 전에 이곳에서 따뜻한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다.
매일 새벽, 첫 빵이 나오기 전에 촛불 열세 개가 진열대 위에 놓였다.
열두 개는 흰색.
마지막 하나만 검은색이었다.
모든 촛불에는 누군가 불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빵집 주인 윤미정 세실리아는 촛불을 켠 적이 없다고 했다.
“제가 새벽 세 시에 문을 열면 촛불이 이미 켜져 있어요.”
“문은 잠겨 있습니까?”
이도현 형사가 묻자 윤미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문과 뒷문 모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촛불은 켜져 있고, 첫 번째로 구운 팥빵 한 개가 사라져요.”
“현금이나 다른 물건은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팥빵 하나뿐이에요.”
진열대 아래에서는 오래된 사진 한 장도 발견되었다.
은솔성당에서 촬영한 세례식 사진이었다. 흰옷을 입고 촛불을 든 아이 열세 명이 제대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사진 뒤의 명단에는 열두 명의 세례명만 적혀 있었다.
열세 번째 아이의 세례명은 빈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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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는 촛불이 놓인 진열대를 바라보았다.
한서윤 세실리아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물었다.
“신부님, 생일 케이크도 없는데 촛불만 켜는 이유가 뭘까요?”
“한 기자님,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추모하는 촛불일까요?”
“열두 개와 하나를 구분해 놓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미자 안나는 검은 촛불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검은색이면 역시 무서운 의미 아닐까요?”
장태식 요셉 관리장이 대답했다.
“촛불 색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흰색 열두 개 사이에 검은색 하나가 있잖아요.”
최병철 베드로 사무장이 수첩을 펼쳤다.
“검은색 양초도 일반 제품으로 판매합니다.”
“최 사무장님은 미스터리를 생활용품 정보로 바꾸는 재주가 있어요.”
김맑음 신부는 검은 촛불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밑면에는 바늘로 긁어 쓴 글자가 있었다.
‘아직.’
한서윤이 물었다.
“무엇이 아직이라는 걸까요?”
“아직 이름을 쓰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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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은 화덕 가까이 서 있는 김맑음 신부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왔다.
“신부님, 빵집 화덕 가까이 가시면 위험합니다.”
“이 형사님, 저는 빵을 사러 왔습니다.”
“그런데 왜 밀가루 창고 안에 계십니까?”
“계산할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계산대는 반대쪽입니다.”
“창고 바닥에 숫자가 적힌 밀가루 봉투가 보여서 잠시 확인했습니다.”
이도현이 창고 안을 살폈다.
밀가루 봉투 열세 개가 벽을 따라 세워져 있었다. 열두 개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마지막 봉투에는 이름 대신 숫자만 쓰여 있었다.
‘4·13·7’
윤미정이 말했다.
“저런 숫자를 적은 기억이 없어요.”
“창고 열쇠를 가진 사람이 또 있습니까?”
“저와 아버지뿐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빵을 만들지 않으세요.”
“아버님은 어디 계십니까?”
“가게 뒤쪽 방에 계십니다. 귀가 어두우셔서 아직 주무실 거예요.”
그때 밀가루 봉투 뒤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바스락.
오미자가 이도현 뒤로 물러났다.
“쥐일까요?”
장태식이 손전등을 비추었다.
밀가루 봉투 뒤에서 검은 고양이 먹구름이 걸어 나왔다. 입에는 작은 종이쪽지를 물고 있었다.
오미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먹구름아, 너는 왜 사건 현장마다 나타나니?”
최병철이 말했다.
“회장님도 자주 나타나십니다.”
“나는 사목회장이잖아요.”
먹구름이 내려놓은 쪽지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첫 빵은 언제나 열세 번째 아이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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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성당의 오래된 세례대장을 확인하자 사진 속 아이들의 기록이 발견되었다.
삼십이 년 전 여름.
은솔성당에서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아이 열세 명을 위한 교리반을 운영했다.
아이들은 함께 교리를 배웠지만 세례를 받은 아이는 열두 명이었다.
최병철이 명단을 읽었다.
“마지막 아이의 이름은 이민수입니다. 세례명은 빈칸입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세례받지 못한 이유가 기록되어 있습니까?”
“‘본인의 요청으로 다음 기회까지 기다림’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오미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이도 세례를 미룰 수 있어요?”
김맑음 신부가 대답했다.
“세례는 억지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히 배우고 자유롭게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합니다.”
당시 열두 살이었던 이민수는 친구들과 함께 교리를 배웠다. 하지만 세례식 전날 담당 신부에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주는 이름 말고 제가 이해하고 선택한 세례명을 받고 싶어요.’
담당 신부는 아이의 결정을 존중했다.
민수는 세례식에서 친구들의 촛불을 챙겨주고 사진에도 함께 섰지만 세례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그러나 얼마 뒤 보호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민수는 끝내 은솔성당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맑음 신부는 사진 속 마지막 아이를 바라보았다.
다른 아이들은 흰 초를 들고 있었다. 민수만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친구들 사이에 서 있었다.
“검은 촛불은 민수 씨의 자리였군요.”
한서윤이 말했다.
“그런데 왜 검은색일까요?”
“검은색이 슬픔이나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검은 촛불의 밑면을 다시 살폈다.
“아직 색을 정하지 못한 자리를 눈에 띄게 표시한 겁니다.”
“이 촛불은 죽은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겁니까?”
“아직 자기 이름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을 기다리는 불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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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네 시.
고장 난 줄 알았던 은솔성당의 종이 한 번 울렸다.
댕―.
김맑음 신부와 장태식이 종탑 아래로 달려갔다.
종을 움직이는 자동장치는 꺼져 있었다.
“누군가 수동 종줄을 당겼습니다.”
장태식이 종줄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종탑 문은 잠겨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바닥에 떨어진 작은 밀가루 자국을 발견했다.
성당 옆문에서 종탑까지 하얀 발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최병철이 출입기록을 확인했다.
“새벽 세 시 오십팔 분에 옛 제의방 열쇠가 사용되었습니다.”
“그 열쇠는 박준호 신부님께 기념으로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열쇠와 같은 예비 열쇠가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오래전 새벽빵집에 맡겨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미자가 물었다.
“빵집에 성당 열쇠를 왜 맡겼어요?”
최병철이 옛 기록을 읽었다.
“새벽에 성당 문을 열 사람이 없을 때 빵집 주인이 대신 문을 열고 종을 울렸다고 합니다.”
새벽빵집에서는 매일 첫 빵이 나오면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주었다. 종소리는 빵이 준비됐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삼십이 년 전 보호시설 아이들도 종소리를 듣고 빵집으로 달려왔다.
그중 언제나 가장 먼저 도착해 팥빵 열세 개를 받아가던 아이가 이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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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와 이도현은 새벽빵집으로 돌아갔다.
진열대 위에는 촛불 열세 개가 다시 켜져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팥빵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도현이 뒷문을 확인했다.
“억지로 연 흔적은 없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계산대 옆에 놓인 빵 봉투를 살폈다.
봉투에는 팥빵 부스러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바깥쪽에는 기름 묻은 손가락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화살표는 빵집 뒤편의 작은 방을 가리켰다.
문을 열자 팔십 대 노인 윤상필 요셉이 앞치마를 두른 채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검은 촛불과 같은 양초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윤미정이 놀라 물었다.
“아버지께서 촛불을 놓으셨어요?”
윤상필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왜 저한테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말하면 네가 못 하게 할 테니까.”
“가게 안에서 몰래 촛불을 켜면 위험하잖아요.”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이도현이 말했다.
“그래도 영업장 안에 불을 켜두는 행동은 삼가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형사님.”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첫 빵도 어르신께서 가져가셨습니까?”
“내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 주인에게 줬지.”
“그분이 이민수 씨입니까?”
윤상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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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 끝에는 작업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팥빵 봉투가 들려 있었다.
윤상필이 문을 열고 불렀다.
“민수야, 이제 그만 숨어라.”
남자가 천천히 빵집으로 걸어왔다.
사진 속 열세 번째 아이가 세월을 건너 돌아온 모습이었다.
이민수는 빵집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윤미정이 물었다.
“매일 첫 빵을 가져간 사람이 민수 아저씨였어요?”
“윤 할아버지께서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윤상필이 말했다.
“내가 첫 빵은 네 몫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값을 내야 한다고 했는데 받지 않으셨습니다.”
“삼십이 년 전에 못 준 것까지 밀려 있다.”
민수는 다른 도시에서 제빵사로 일하다 얼마 전 은솔로 돌아왔다. 그는 보호시설 친구들을 찾고 싶었지만 자신만 세례를 받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성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매일 새벽 빵집 근처를 서성이다 윤상필에게 발견되었다.
윤상필은 민수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촛불 열세 개를 켰다.
하지만 민수는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가 없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성당 종은 왜 울리셨습니까?”
민수가 대답했다.
“어릴 때 제가 하던 일이었습니다. 첫 빵이 나오면 성당 종을 한 번 울렸어요. 보호시설 아이들에게 빵을 받으러 오라는 신호였죠.”
“종탑 열쇠는 어디에서 구하셨습니까?”
윤상필이 서랍에서 예비 열쇠를 꺼냈다.
“내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장부에도 기록돼 있을 거예요.”
최병철이 대장을 확인했다.
“맞습니다. 분실 열쇠가 아니라 장기 보관 열쇠입니다.”
오미자가 말했다.
“이번 사건은 열쇠가 제대로 기록돼 있었네요.”
최병철이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기록은 결국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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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적힌 밀가루 봉투에도 비밀은 없었다.
4·13·7은 당시 아이들이 빵을 만들 때 사용하던 배합표의 번호였다.
4번 반죽통.
13개 분량.
7분 동안 첫 반죽을 쉬게 한다는 뜻이었다.
윤상필은 아이들이 함께 만들었던 옛 팥빵을 다시 구우려고 표시해 둔 것이었다.
“숫자를 암호처럼 써놓으시면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윤미정이 말하자 윤상필이 웃었다.
“나한테는 빵 만드는 기록일 뿐이야.”
오미자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성경 구절인 줄 알았는데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빵집에서는 배합표가 가장 중요한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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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은솔성당에서 보호시설 출신 교우들의 작은 모임이 열렸다.
삼십이 년 전 사진 속 아이들 가운데 다섯 명이 참석했다.
그들은 이민수를 보자마자 옛 이름을 불렀다.
“민수야!”
“정말 너 맞아?”
“왜 이제 왔어?”
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다.
친구 중 한 사람이 물었다.
“너는 그때 왜 세례를 안 받았어?”
“내가 직접 세례명을 선택하고 싶었어.”
“그래서 정했어?”
민수는 김맑음 신부를 바라보았다.
“아직 배우고 싶습니다. 지금 바로 이름만 정하는 건 그때의 저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다시 교리를 배우시면 됩니다. 세례명도 충분히 알고 기도하며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후보는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이름입니까?”
민수는 빵집 진열대에서 팥빵을 나누어주는 윤상필을 바라보았다.
“요셉입니다.”
윤상필이 놀라 물었다.
“왜 내 세례명을 따라 하려고?”
“오랫동안 가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저를 기다린 분이 계셨으니까요.”
윤상필은 민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세례명은 나 때문에 정하지 마라. 네가 충분히 알고 선택해야 해.”
“그래서 더 배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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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끝난 뒤 김맑음 신부는 제대 앞에 촛불 열세 개를 놓았다.
이번에는 검은 촛불에 불을 붙이지 않았다.
민수가 물었다.
“왜 제 촛불만 켜지 않으셨습니까?”
“이 촛불은 민수 형제님께서 준비되셨을 때 직접 켜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비워두실 겁니까?”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자리입니다.”
민수는 검은 촛불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열두 개의 촛불과 아직 불을 밝히지 않은 마지막 촛불을 축복했다.
“기다림은 누군가를 재촉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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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마친 사람들이 성당을 나갔다.
이도현은 마지막 촛불을 바라보다 친구에게 물었다.
“맑음아, 검은 촛불이 죽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밑면에 ‘아직’이라고 적혀 있었잖아.”
“그 말만으로?”
“윤상필 어르신은 매일 새 초를 놓았어. 지나간 사람을 기억하려 했다면 같은 초를 계속 사용했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매일 새 촛불을 준비했다는 건 오늘은 돌아올지 모른다고 기다렸다는 뜻이야.”
“민수가 돌아오면 촛불을 켜려고 했군.”
“그래. 다만 세례는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할 수 없으니 검은색으로 구분해 둔 거고.”
이도현이 팥빵 봉투를 들어 보였다.
“그럼 매일 사라진 빵은?”
“기다리는 사람이 돌아왔다는 증거였지.”
“진작 얼굴을 보여주면 쉬웠을 텐데.”
“오랫동안 떠나 있던 사람은 문 앞에 서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할 수 있어.”
이도현이 빵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마지막 팥빵 하나 남았는데 먹어도 되냐?”
“도현아, 그건 내 거야.”
“너는 빵을 사러 왔다고 했지만 계산도 안 했잖아.”
“계산하려고 창고까지 갔었어.”
“계산대는 반대쪽이라고 했지?”
그때 복례가 빵 봉투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싸우지 마세요. 두 분 것 따로 샀어요.”
이도현이 봉투를 받으며 웃었다.
“역시 복례 어머니께서 사건을 가장 확실하게 끝내주십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빵 하나로 끝나는 사건이면 경찰은 필요 없었겠네.”
“빵을 안전하게 먹으려면 경찰도 필요해.”
새벽빵집 화덕에서는 새로운 빵이 익어가고 있었다.
세례명 없이 남아 있던 열세 번째 아이의 자리는 더 이상 빈칸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이름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선택하려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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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28화 ― 「강물 위를 떠다니는 고해성사표」
은솔강 산책로.
새벽마다 강물 위로 작은 종이배들이 떠내려온다.
종이배는 모두 오래된 고해성사표로 접혀 있다.
표 안에는 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다.
‘김정희 마리아―1998년 8월 15일.’
그런데 김정희 마리아는 그날 고해성사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서윤 기자가 묻는다.
“신부님, 고해성사표로 종이배를 접어도 되나요?”
“한 기자님, 사용하지 않은 표라면 종이일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이것을 강물에 띄운 이유는 따로 있을 겁니다.”
이도현 형사가 젖은 종이배를 들어 보인다.
“신부님, 이번 사건은 고해성사 내용과 관계없습니까?”
“이 형사님, 표 안에는 이름과 날짜만 적혀 있습니다.”
“그럼 조사해도 괜찮다는 말씀이십니까?”
“종이배가 가리키는 장소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일 달라지는 이름.
성모승천대축일에 멈춘 날짜.
그리고 강 건너 폐쇄된 작은 공소.
김맑음 신부가 종이배의 접힌 방향을 살펴본다.
“이 배들은 죄를 흘려보내기 위해 띄운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을 찾으려는 겁니까?”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데려오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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