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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산골 14명의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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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 겨우내 얼어있던 들판에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산천초목들이 푸르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따뜻한 봄이 왔다. 햇살이 따사롭게 우리네를 비춰주던 지난 3월 19일 일요일은 합천자연학교에서 '삼산골 촌 아해들의 공동체 마당, 방과후 교실'이 처음 열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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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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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 이 방과후 교실은 이 학교가 문을 열 때부터 열려했으나, 그동안 여러 상황들이 도와주지 않아 번번이 한 해, 두 해를 넘긴 끝에 올해 겨우 이뤄지게 됐다. 지난 3월 10일 학기 일정이 확정되고 방과후 교실 입학식이 있기까지 학부모들과 힘을 합쳐 자연학교 정자 뒤편에 있는 낡은 도서관 건물을 말끔하게 새 단장해 아이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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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부모님들과 자원교사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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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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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학교 대표일꾼이자 '바우쌤'으로 통하는 황세경 교장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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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도서관 건물 외에도 자연학교의 운동장과 체육실, 풍물실은 삼산골 아이들의 수업 장소이자 놀이터이다. 또한 몇 배나 넓은 산과 들녘은 아이들의 열정을 마음껏 토해낼 마당이 될 것이다.
학교의 대표일꾼이자 '바우쌤'으로 통하는 황세경(40)씨는 "학부모들의 조력으로 예쁜 교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모두의 힘과 정성을 모아 우리 아이들의 꿈들을 소중하게 키워 갔으면 한다. 이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 내용과 서로 서로를 이끌고 도와 줄 수 있는 공동체성을 위한 다양한 놀이로 흥겹고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마면서, "삼산골 촌 아해들이 뒤죽박죽 시끌벅적하지만 내 집 놀이터같이 나다니는 마당이었으면 한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아이들과 함께 삼산골 방과 후 교실을 떠받치는 또 하나의 주춧돌인 자원봉사 교사들은 풍물, 민요, 체육, 오카리나, 글쓰기, 한문, 음악, 미술 등을 맡아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도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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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선물로 필기도구를 받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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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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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과 아이들의 자기소개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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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주 |
| 농촌 아이들의 현실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절대 다수를 이루는 농촌의 고령화 문제는 여타의 농업 문제와 함께 위기의 농촌 실상을 여실히 나타내는 지표이다. 마을마다 아이들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오래고, 어린이가 아예 없는 마을도 존재한다.
또한 경제적 문제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를 맡고 계시는 비율이 30%를 웃돌고 있다. 게다가 정규학교 외엔 복지관, 학원, 도서관 등의 다양한 배움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과 기회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 작은 학교에서는 인원 부족과 강사의 회피로 읍 단위나 도시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방과후 특기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고된 농사일로 바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아이들은 또래가 없어 하루를 나홀로 지내기가 예사이다. 유년 시기, 또래들과 뛰놀며 자연스레 계승되고 체득하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적 정서와 사고가 현재, 이러한 농촌구조에서 단절되고 있는 것이다.
왜 방과후 교실이 필요한가?
농촌의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한한 행복이 더 많이 존재한다. 매일같이 보는 산과 들녘의 아름다움, 신선하고 쾌적한 공기와 맑은 물, 무궁무진 널려있는 자연의 놀이감들, 봄이면 산천을 뒤덮는 들꽃과 향기로운 나물, 여름엔 시원한 나무그늘과 계곡과 강에서의 물놀이, 가을엔 오색찬란한 단풍들의 잔치와 풍성하게 영그는 갖가지 곡식들, 겨울이면 눈 쌓인 비탈길을 온종일 눈썰매를 탈 수 있는 너무도 아름답고 넉넉한 삶의 조건들, 이 모든 것은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자산이다.
그러나 매일같이 가깝게 마주 대하지만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안타깝게도 같이 뛰놀 동무와 또래가 없고, 산과 들녘의 생명 가치를 가르칠 길잡이와 배움의 마당이 없는 시골 아이들은 이 행복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고립되어 있는 촌아이들을 위해 같이 모여 뛰 노는 사랑방이 필요하고 소외되어 있는 촌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기회와 마당이 절실한 것이다. 매일 맞부딪치는 자연이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의 존엄을 일깨우는 길잡이가 되고 정겨운 동무가 되어야 한다. 자연학교 방과 후 교실은 '삼산골 촌 아해'들의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고 맘껏 그들의 끼와 꿈을 키워가는 보금자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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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너른마당, 합천자연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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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자연학교는 허굴산, 금성산, 악견산 세 준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삼산골이라 부르는 경남 합천군 대병면 장단리에 위치하고 있다.
2000년 6월에 처음 문을 연 자연학교는 생명이 움트는 산천을 벗 삼아 부대끼며 생명과 사랑, 그리고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만들고 함께 하는 생활학교로 넉넉한 대지로부터의 생명 사랑, 먹거리와 노동으로 건강한 자아, 함께 하는 놀이로 두레 정신을 체험과 노작학습으로 배움을 제공하며, ‘생명 존중’ ‘상생 순환’ ‘더불어 삶’을 기본좌표로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는 숲 속의 너른 마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홈 페이지는 www.hcjh.net . / 장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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