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번 한몸이 되게 축복을
299번 성가는 우리 성가책에 유일하게 실려 있는 혼인성사와 관련된 성가다. 이 성가는 서방 그리스도교에서도 혼인 찬송가로 대단히 유명한 곡인데 이 곡의 가사는 영국 사람인 거니(Dorothy Gurney, 1858~1932)가 1883년에 쓴 ‘오, 완전한 사랑 (O Perfect love)’에서 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한국 성공회 성가집에 실렸다가 1981년에 미완성 출판사에서 나온 「가톨릭 성가집」에 수록되었고 이것이 조와 가사가 조금 바뀌면서 현행 「가톨릭 성가집」에 실리게 되었다.
거니는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시인으로서 아버지는 영국 성공회 신부였고 할아버지는 주교였다. 애초에는 배우로 활동하다가 훗날 성공회 성직자가 된 제랄드 거니(Gerald Gurney)와 결혼을 했다. 그녀는 이렇게 성공회 성직자에 둘러싸여 대단히 신심 깊은 가정에서 지냈던 사람이었다. 후에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거니는 서양의 많은 정원에서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유명한 ‘하느님의 정원’이라는 시를 비롯해 많은 시를 썼지만, 이 시는 성가의 가사로 쓰인 그녀의 유일한 시다. 이 시는 그녀가 결혼을 앞둔 자신의 자매를 만나 함께 어울리던 중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거니는 이렇게 들려준다. “토요일 저녁에 우리는 함께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불렀던 찬송가는 ‘O strength and stay’였는데, 내 자매가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우리가 이 찬송가를 끝냈을 즈음, 누군가 얘기하기를 ‘이 아름다운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결혼식에서 부를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네’라고 말했는데, 그때 내 자매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아름다운 선율에 새 가사를 붙일 수 없다면, 시인인 내 자매는 과연 어떤 선율에 가사를 붙일 수 있을까? 새 가사를 만들어 주면 내가 결혼식에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찬송가 책을 들고 말했다. ‘내가 지금 도서관에 가서 한번 써 볼 테니 아무도 방해하지 말아 줘.’ 그리고는 불과 15분 만에 돌아와서 내가 쓴 것을 그들에게 읽어 주었다. 나는 내게 떠오른 결혼에 관한 처음의 아이디어, 곧 그것은 사랑과 인생의 온전한 결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혀 망설임 없이 가사를 쓸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닌 하느님께서 나를 통해 하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이 가사는 1883년에 세상에 나왔고, 6년 뒤인 1889년에 ‘고대와 근대의 찬미가들(Hymns, Ancient and Modern)’에 수록되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가톨릭 성가곡들은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