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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크메르의 세계'가 기획한 <21세기 대중음악 사전>을 구성하는 항목으로서,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해당 항목을 '크메르의 세계'가 한국어로 번역한 후 동영상 등을 추가하여 편집한 것이다. |
[개론] 일렉트로닉 뮤직 장르 (6-a) : 덥 뮤직 (상)
(사진) '덥' 뮤직의 개척자이자 '레개' 장르의 원로인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 1936년생)가
2016년 독일 뮌헨(Munich)에서 공연하는 모습.
'덥'(dub)은 1960년대에 '레개'(reggae, 레게) 음악으로부터 성장해나온 음악 장르로서,(주1) 형식 면에서 '레개'의 범주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장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레개'의 서브장르(하위장르)라고 간주된다.(주2) '덥' 장르의 음악들은 반주 면에서 기존에 레코딩된 음원을 리믹스(remix)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며,(주3) 기존 레코딩을 상당한 수준에서 조작하고 가공하여 덥 사운드를 얻어내는데, 항시 기존에 있는 음악의 레코딩에서 보컬 파트를 소거하고 드럼과 베이스 부분을 강조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정리된 트랙(track: 한 곡의 음원)은 때때로 '리딤'(riddim)이라 불리기도 한다. 덥 사운드를 만들 때 사용되는 그 밖의 테크닉으로는 에코(echo), 리버브(reverb), 파노라마식 딜레이(panoramic delay) 등이 있고, 때로는 원곡이나 여타 작업을 거친 버전에서 보컬이나 연주 파트의 일부에 더빙(dubbing)을 하기도 한다.
1960년대 말 자메이카(Jamaica: 자마이카)에서 '덥' 장르를 개척한 인물들로는 오스본 "킹 터비" 루독(Osbourne "King Tubby" Ruddock: 1941~1989),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 1936년생), 에롤 톰슨(Errol Thompson: 1948~2004) 등이 있다.(주2) 그리고 [스튜디오 엔지니어였던] 클리브 친(Clive Chin: 1954년생)과 허만 친 로이(Herman Chin Loy: 1948년생)는 [관중을 놓고 실전을 벌이던 장소인] '댄스 홀'(dance hall) 환경과는 다른 분야에서 믹싱 데스크를 이용해 기존 레코딩을 소재로 삼아 유사한 실험을 했다.(주4) 이러한 프로듀서들, 특히 루독과 페리는 믹싱 콘솔(mixing console)을 하나의 악기로 여기면서, 트랙들을 조작하여 새롭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덥'은 여러 다른 음악 장르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장르에는 '락'(rock: 특히 '락'의 서브장르인 '포스트 펑크'[post-punk]와 여타 종류의 '펑크'[punk](주5)에 더욱 그러함), '팝'(pop),(주6) '힙합'(hip hop),(주5) '디스코'(disco), 그리고 더 나중에는 '하우스'(house),(주7) '테크노'(techno),(주7)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주7)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주8) '트립 합'(trip hop)(주7) 등이 포함된다. 또한 '덥'은 '정글'(jungle)/'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 디앤비, DnB, D&B)(주9)(주10) 및 '덥스텝'(dubstep)(주11) 장르를 위한 토대가 되기도 했다. 리 "스크래치" 페리와 매드 프로페서(Mad Professor: 1955년생) 같은 원조 창시자 중 일부가 여전히 새로운 음악들을 발표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덥'은 아직도 살아 있는 장르이다.
주1: A History of Rock Music: 1951–2000, p.120.
주2: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2.
주3: Chris Roberts, Heavy Words Lightly Thrown: The Reason Behind Rhyme, Thorndike Press, 2006.
주4: Larkin, Colin: "The Virgin Encyclopedia of Reggae", 1998, Virgin Books.
주5: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3.
주6: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4.
주7: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1.
주8: Roy Shuker (2012), Popular Music Culture: The Key Concepts, pp.117~118, Routledge.
주9: Living through pop, p.107.
주10: Discographies: dance music, culture and the politics of sound, p.79.
주11: Multi-Ethnic Britain 2000+: New Perspectives in Literature, Film and the Arts, p.263.
1. 명 칭
동사 "덥"(dub)은 "하나의 레코딩을 카피하여 다른 레코딩으로 만드는 일"로 정의된다. 이전에 레코딩된 자료를 가공하는 과정, 즉 원 자료에 2중으로 녹음하거나 "더빙"(dubbing)하는 효과를 가미하면서 변화를 준 후 새로운 '마스터 믹스'(master mix)로 만들어내는 일은 자메이카 프로듀서들이 덥(dub: '덥 플레이트'[dub plate])을 만들 때 활용한 기법이다.(주12)
'덥' 음악 장르가 탄생하던 시절, 자메이카에서 '덥'이란 말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의미는 '에로틱 댄스'(erotic dance)나 '성교'(sexual intercourse)를 지칭하는 것이었다.(주13) 이러한 용례는 '레개' 곡들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가령 '더 실버톤즈'(The Silvertones)의 <덥 더 품 품>(Dub the Pum Pum)(자메이카 속어로 '품 품'[pum pum]은 '여성의 성기'를 의미), '빅 조 앤 패이'(Big Joe and Fay)의 <덥 어 도타>(Dub a Dawta)(자메이카 속어로 '도타'[dawta]는 '여자친구'를 의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로이(I-Roy: 1944~1999)의 <시스터 마기 브레스트>(Sister Maggie Breast: 매기 자매의 가슴)는 다음과 같이 '섹스'(sex)에 관해 여러 차례 언급한다.
나는 부업(불륜)으로 그걸 따 먹지.
말해봐, 작은 누이여. 넌 달릴 순 있지만 숨을 순 없다고.
널 벗겨, 널 미끄러뜨려, 너의 가랭이를 넓게 벌려봐.
평화와 사랑이 깃들거야.
I man a-dub it on the side
Say little sister you can run but you can't hide
Slip you got to slide you got to open your crotches widePeace and love abide
(역주: '라스타파리 종교 운동'(Rastafari movement)의 방언, 즉 이야릭어(Iyaric)에서 '아이'[I]는 주체적 존재를 지칭. 그리고 '자'(jah: 하느님=하일레 셀라시에 1세) 안에서 모든 인간은 '하나'(oneness)이기 때문에 '나', '너', '그' 등을 모두 'I'로 표현하기도 함[예: 'I and I']. '아이 만'[I man]은 단순한 1인칭 대명사가 아니라, 라스타파리 종교인 개개인이 지닌 '내면의 인격체'를 가리킴)
(동영상) 아이로이(I-Roy)의 '레개' 장르 곡 <시스터 마기 브레스트>(Sister Maggie Breast).
그런가 하면 '밥 말리 앤 더 웨일러스'(Bob Marley and the Wailers)를 비롯한 일부 뮤지션들은 "덥"의 다른 의미들을 채택했다. 가령,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가 콘서트에서 "덥 디스 원"(dub this one!)이란 명령을 내리면, 그것은 "베이스와 드럼을 강조하라!"는 의미였다. 드러머 슬라이 던바(Sly Dunbar: 1952년생)도 "덥와이즈"(dubwise: [역주] 현재는 'D&B' 장르 내의 한 편곡 스타일을 지칭)란 용어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오직 드럼과 베이스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고 하여, 밥 말리의 용례와 유사한 해석을 보여주었다.(주12)
아우구스투스 파블로(Augustus Pablo: 1954~1999)는 "덥 플레이트"(dub plate)란 용어도 "덥"이란 말의 어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주14) 존 코벳(John Corbett)은 "덥"이란 말이 "더피"(duppy)에서 파생됐을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자메이카 크리올 방언(Jamaican Patois)으로 "더피"란 말은 "유령"(ghost)을 뜻하는데, 버닝 스피어(Burning Spear: 1945년생)가 자신의 앨범들인 <마커스 가비>(Marcus Garvey)(1975년)와 <가비스 고스트>(Garvey's Ghost)(1976년)의 '덥' 버전에서 "더피"를 언급한 적이 있고, 리 "스크래치" 페리가 "덥이란 내 안에 있던 유령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진술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주15)
"더피"란 단어는 자메이카 역사에 나타난 인종 내부의 테러, 폭력, 살인 등을 통해 "덥"이란 말과 관련을 맺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은 '인종적 단결'이란 자메이카적 이념을 위해 종종 간과되곤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희생된 이들의 유령들, 즉 "더피들"은 '덥' 연주곡 안에서 가장 잘 붙들려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흑인 문제 전문 저널 <더 블랙 스칼라>(The Black Scholar)의 편집인] 루이스 추드 소케이(Louis Chude-Sokei)는 자신의 연구논문 <메아리가 되돌아올 때>(When Echoes Return)에서 '덥'에 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들과 총소리는 유령, 즉 갑자기 죽은 이의 소리를 흉내내고 있고, 그것의 소용돌이치는 메아리는 인명 희생의 은유이다."(주16)
주12: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62.
주13: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61.
주14: Great Spirits: Portraits of Life-Changing World Music Artists, p.140.
주15: Dub, Scratch, and the Black Star, 21C, (24), 1997.
주16: "When Echoes Return", Louis Chude-Sokei, Transition, Issue 104, 2011, pp.76~92.
(동영상) 고전적 '덥' 버전 연주곡들을 모아놓은 편집본.
2. 특 징
'덥' 뮤직은 분당 45회전 레코드판(45 RPM)의 B면(B-side: 뒷면)을 이용하여, 기존 노래의 "버전"(version) 또는 "더블"(double)이란 특징을 갖는데,(주17) 연주곡으로만 구성되는 경우도 많고, 자메이카 내의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들에서 인기 있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드럼과 베이스를 강조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하나의 "버전"이란 것은 원곡에서 보컬 파트가 삭제된 녹음으로서, 디자이(deejay)가 이 반주를 바탕으로 '토스팅'(toasting)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디자이들은 이러한 "버전들"을 토대로, 그 위에 새로운 요소들을 첨가해 녹음하여 새로운 곡으로 재발표했다.(주18)
전형적인 연주곡 트랙들은 에코나 리버브 같은 사운드 이펙트(sound effect)로 충만해 있었고, 악기 연주나 보컬이 '믹스'(mix) 중에 들어가거나 사라지거나 하기도 했다. 베이스 기타를 두드러지게 사용한다는 점도 '덥' 사운드의 또 다른 특징이다. '덥' 뮤직에는 때때로 다른 소음들도 삽입됐다. 가령 새들의 울음소리, 천둥과 번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비롯하여, 심지어는 프로듀서가 뮤지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소리까지 들어갔다. 여기에 라이브 DJ들의 목소리까지 첨가되는 경우도 있었다. 에코 및 볼륨을 다양화시켜 여러 층위로 구성된 사운드를 종종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 음향적 환경)나 '사운드 스컬프처'(sound sculpture: 사운드 조각[彫刻])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러한 사운드는 특정한 소리 그 자체는 물론이고 소리들 사이의 공간적 꼴과 깊이에 주의가 이끌리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효과음은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언제나 그 음악에서 유기체적 느낌이 들게 만든다.(주17)(주19)
(사진) 킹 터비의 젊은 시절 스튜디오 작업 모습.
이러한 트랙들은 디자이들의 토스팅에 활용됐다. 토스팅은 대단히 리듬과 운율에 맞춘 가사들을 사용했다. 이런 버전들은 "디자이 버전"(DJ Version)이라 불렸다. '레개'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사운드 시스템' 형태에서, 마이크를 잡고 공연을 하는 이는 "디자이"(DJ 혹은 deejay)라 불렸다. 이들은 여타 장르에서라면 "엠씨"(MC)로 불렸을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음악을 선곡하고 턴테이블을 운영하는 이는 "셀렉터"(selector)라 불렸는데, 여타 장르에서 '디제이'(DJ)이라 불리는 역할에 해당한다.
하나의 음악이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된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기도 했다. 한명의 레코드 프로듀서(record producer)가 단 한번의 스튜디오 세션을 통해 자신이 제작한 레코딩을 수많은 버전으로 재생산해낼 수 있었다. 하나의 버전은 또 다른 어떤 프로듀서나 리믹스 엔지니어(remix engineer)로 하여금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들의 보다 창의적 측면들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전형적인 '버전'(반주음악)은 어떤 싱글 앨범(한 곡만 수록)의 B면에 수록됐고, 디자이들이 토킹이나 토스팅 실험을 하는 데 활용됐다. 그리고 A면은 오리지널 보컬이 수록된 형태가 많았다. 1970년대에는 '덥' 트랙들의 LP 앨범(LP record)이 제작됐는데, 기존에 존재하던 보컬 삽입 LP의 '덥 버전'인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일부는 보컬 파트가 없는 버전을 다시 '덥 버전'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17: Toop, David. "Ocean of Sound".
주18: Brewster, Bill (1999). Last Night a DJ Saved My Life: The History of the Disc Jockey. London: Headline Book Publishing. p.100.
주19: Eshun, Kodwo. "More Brilliant Than the Sun".
3. 덥 뮤직의 역사
'덥 뮤직'과 '토스팅'은 '레개' 음악에 창의성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다. '덥 뮤직'과 '토스팅'은 시작부터 함께 발전하면서 서로간에 영향을 주었다. 자메이카에서 '사운드 시스템' 문화의 발전은 스튜디오 테크닉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주20) 그리고 듀크 레이드(Duke Reid: 1915~1975)와 프린스 버스터(Prince Buster: 1938년생) 등 초창기 디자이들은 '레개' 음악의 연주곡 버전을 이용해 토스팅을 하면서 연주곡 형태의 '레개' 음악을 발전시켰다.(주21)
주20: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주21: Cut 'n' mix: culture, identity, and Caribbean music, p.83.
3.1. 1960년대 말 : "버전"과 스튜디오 믹싱의 실험
1968년, 자메이카 킹스턴(Kingston)의 '사운드 시스템' 운영자 루돌프 "루디" 레드우드(Rudolph "Ruddy" Redwood)는 '더 패라곤즈'(The Paragons)의 히트곡 <온 더 비치>(On The Beach)의 '덥 플레이트' 싱글 중 일부를 잘라내 편집하기 위해 듀크 레이드가 소유한 '트레저 아일'(Treasure Isle)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그런데 엔지니어 바이런 스미스(Byron Smith)가 실수로 보컬 트랙을 소거해버렸다. 하지만 루디는 그렇게 작업된 것을 들고와서, 그 다음 댄스 파티에서 자신의 디자이 와시(Wassy)에게 그 리듬에 맞춰 토스팅하도록 했다.(주22) 이 연주곡 레코딩은 루디의 사운드 시스템 공연에 왔던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관중들은 연주 트랙에 맞춰 원 곡의 가사로 노래했다. 이런 발명은 성공적이었고, 루디는 그날 이 연주 트랙을 30분~1시간 동안 계속해서 틀어줘야만 했다.(주23)
버니 리(Bunny Lee: 1941년생)가 이 장면을 목격했고, 다음날 킹 터비에게 사람들이 "그런 것을 사랑하니" 더 많은 연주곡 트랙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해줬다. 이후 그들은 슬림 스미스(Slim Smith: 1948~1973)의 1966년 히트곡 <애인 투 프라우드 투 벡>(Ain't Too Proud To Beg)에서 보컬 파트를 빼는 작업을 했다. 킹 터비의 혁신적 접근방법으로 인해, 이 연주곡 트랙은 단순히 보컬이 빠진 트랙 그 이상의 무엇이 됐다. 킹 터비는 보컬 삽입곡과 연주곡을 교차로 등장시켜, 먼저 보컬 삽입곡을 플레이한 후, 이후 '리딤'(반주)만 플레이시켰고, 다시금 양자를 함께 믹싱했다. 이때부터 그들은 이런 트랙들을 "버전"(Version)이라 불렀다.(주23) '레개' 음악의 연주곡 트랙이 B면에 수록된 최초의 일이 1968년이 아니라 1967년이라고 하는 또 다른 자료도 존재한다.(주24)
'스튜디오 원'(Studio One)의 경우, 연주곡 트랙과 스튜디오 믹싱을 통한 실험의 최초 동기는 하나의 리딤에 "필"(feel)이 생겨날 때까지 교정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어떤 가수가 그 리딤에 맞춰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는 상태를 추구했다는 것이다.(주23)
믹싱을 통한 실험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사운드 시스템들' 사이의 경쟁관계였다. '사운드 시스템'의 사운드 맨들은 자신들이 공연하는 트랙들이 매번 조금씩 다른 느낌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스튜디오에 동일한 레코드가 각기 다른 믹스 형태를 가지도록 다양한 버전들을 주문했다.(주25)
주22: Dacks, David (2007). "Dub Voyage". Exclaim! Magazine.
주23: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52.
주24: Caribbean popular music: an encyclopedia of reggae, mento, ska, rock steady, p.94.
주25: Dub: soundscapes and shattered songs in Jamaican reggae, p.53.
3.2. 1970년대 : 서브장르로 진화한 '덥'
1973년 무렵, 몇몇 독립성과 경쟁력을 지닌 혁신가들, 엔지니어들, 프로듀서들이 노력한 결과, 다양한 스튜디오들에서 제작된 연주곡 버전의 '레개' 음악 "버전들"이 '레개의 서브장르 중 하나인 "덥"(dub)으로 진화했다. 에롤 톰슨은 최초의 엄밀한 연주곡 '레개' 앨범을 엔지니어링했다. 이 앨범은 데릭 해리엇(Derrick Harriott: 1939년생)과 '더 크리스탈라이츠'(The Crystallites)가 1970년에 발표한 <디 언더테이커>(The Undertaker)를 토대로 한 것이다. 혁신된 앨범은 "사운드 이펙트"(Sound Effects)의 작업자로 데릭 해리엇이라 표기했다.
(동영상) 데릭 해리엇의 앨범 <디 언더테이커>.
1973년, 새로운 "덥" 사운드가 활발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깨달은 프로듀서들이 최소 3인은 존재했다. 그들은 리 "스크래치" 페리, '아쿠아리스 스튜디오'(Aquarius studio)의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 허만 친 로이, 그리고 에롤 톰슨이였다. 이들은 엄격하게 '덥'으로만 구성된 최초의 앨범들을 출시했다. 리 "스크래치" 페리는 1973년에 <블랙보드 정글 덥>(Blackboard Jungle Dub)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은 '덥' 장르의 기념비적 레코딩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영상) 리 "스크래치" 페리의 <블랙보드 정글 덥> 앨범. 최초엔 300장만 발매됐었다.
1974년, 케이스 허드슨(Keith Hudson: 1946~1984)은 자신의 클래식 앨범 <픽 어 덥>(Pick a Dub)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은 의도적으로 덥을 테마로 한 최초의 앨범이라고 광범위하게 평가받고 있다. 이 앨범은 하나의 LP에 의도적으로 '덥' 스타일의 특별한 믹싱을 가한 트랙들이 담겨 있다. 킹 터비는 자신의 '덥' 데뷔 앨범들인 <엣 더 그라스 루츠 업 덥>(At the Grass Roots of Dub)과 <서라운디드 바이 더 드래즈 엣 더 내셔날 아레나>(Surrounded by the Dreads at the National Arena)를 발매했다.
(동영상) 케이스 허드슨의 <픽 어 덥>.
3.3. 1980년대~현재
'덥'은 계속해서 진화했고, 음악적 경향이 변할 때마다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거의 모든 '레개' 싱글들이 B면에 연주곡 버전을 수록했고, 라이브 가수와 DJ들로 구성된 '사운드 시스템들'은 아직도 이 버전들을 자신들이 노래하거나 토스팅을 할 도화지처럼 사용하고 있다.
1981년에 결성된 일본 밴드 '뮤트 비트'(Mute Beat: '뮤토비토'[ミュート・ビート])는 스튜디오의 전자 장비들 대신 트럼펫 등 라이브 악기들을 사용한 '덥' 뮤직을 만들어, 이후 등장하게 될 '애시드 재즈'(acid jazz), '앰비언트 뮤직', '트립 합' 장르들의 선구자가 됐다.(주26) '뮤트 비트'는 킹 터비, 리 "스크래치" 페리, 글래이드스톤 앤더슨(Gladstone Anderson: 1934년생) 등 수많은 자메이카 뮤지션들과 콜라보 활동도 벌였고, 이후 등장할 차세대 '덥'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영상) '뮤트 비트'의 라이브 장면.
1980년대에는 영국이 '덥' 음악 제작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했고, 미키 드래드(Mikey Dread: 1954~2008), 매드 프로페서, 자 샤카(Jah Shaka) 등이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덥'이 보다 하드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시도하던 프로듀서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덥'에 영향을 받은 프로듀서들로는 '유비 포티'(UB40)나 '더 클래시'(The Clash)와 작업을 했던 미키 드래드, 그리고 애드리안 셔우드(Adrian Sherwood: 1958년생) 및 그가 소유한 '온유 사운드 레코드사'(On-U Sound Records) 소속 아티스트들이다.
'포스트 펑크' 장르로 분류되는 여러 밴드들도 '덥'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폴리스'(The Police), '더 클래시','UB40' 같이 유명한 밴드들은 '덥'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특히 'UB40'의 리믹스 앨범 <프레젠트 암즈 인 덥>(Present Arms In Dub)은 최초로 "영국 탑 40"(UK top 40) 차트에 랭크된 앨범이 됐다.
(동영상) 'UB40'의 <프레젠트 암즈 인 덥>(Present Arms In Dub)(1981년)은 동명 <프레젠트 암즈>(Present Arms)의 '덥' 버전이었다.
1980년대 초의 '레개' 싱글은 B면에 '덥' 믹스 버전을 수록했다. [주로 뉴욕 주(New York state)와 뉴저지 주(New Jersey state)에서 활동하던] 미국의 '포스트 디스코'(post-disco) 프로듀서들이 유명 DJ들과 공조하여 12인치 싱글의 '덥' 믹스들을 제작하면서, "리믹스"(remix) 시대의 도래를 준비했다. 당시에 제작된 레코드들에는 '더 피치 보이즈'(The Peech Boys)의 <돈 메익 미 웨잇>(Don't Make Me Wait), 토니 리(Toney Lee)의 <리치 업>(Reach Up), 그리고 뉴욕 시에 위치한 '프렐류드 레코드사'(Prelude Records)와 '웨스트 엔드 레코드사'(West End Records) 소속 아티스트들의 작업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믹스들은 "불필요한" 보컬 파트를 삭제하고, 여타 DJ들이 다루기 용이하도록 핵심 부분을 다른 레코딩에 더빙하거나 댄스 플로어이 효과를 증폭시키는 데 역점을 뒀다.
주26: Greg Prato. "In Dub - Mute Beat | Songs, Reviews, Credits, Awards". All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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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실 일렉트로닉 뮤직 시리즈를 하다가 덥 뮤직에서 막혀서,
이것의 이해를 위한 기초 공부로서 자메이카 음악을 공부해왔습니다만...
벌써 일년이 걸렸네요..
여름이 가기 전에 자메이카 음악 공부를 완전히 마치고,
이후 다시금 일렉트로닉 뮤직 연구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이 해설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덥은 음악 장르가 아니라 음악 제작의 방법론이다."
"덥은 전형적으로 테크놀로지의 ‘이상한’ 사용, 즉 테크놀로지의 하위문화적인 변용(이름을 만들어보자면
테크노 하위문화 techno-subculture)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조: http://www.weiv.co.kr/archives/1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