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농성촌 방문기]
12월 3일로 투쟁 225일이 된 골든브릿지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마무리집회를 마치고 천막 안에 옹기종기 모여 추위를 녹이고 계셨는데요, 천막 안이 참 환하고 깨끗했어요. 아직 천막 농성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다른 곳에 비해 냄새도 안 나고 청결한 천막에 대한 조합원 분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이수창 수석부지부장님과 조합원 여러분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함께살자! 농성촌’표 담금차를 전달했는데, 따뜻하게 몸과 맘 녹이면서 이 겨울 건강하게 투쟁하면 좋겠습니다.
Q. 농성을 왜 하고 있는지?
A. 골든브릿지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동원해서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 단협 내용을 개악하더니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했어요. 88개 중 28개 조항을 개악했는데, 그 중에는 합의로 되어 있던 정리해고를 협의사항으로 바꾸고, 사규위반시 해고한다는 것도 있어요. 지금은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가입되는 유니온숍 방식인데 이걸 오픈숍으로 바꾸겠다는 거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협하고 노조를 깨려는 내용들이에요. 한마디로 구조조정하려는 목적인 거죠. 노동조합을 깨고, 직원들의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거고. 그래서 지난 4월 2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어요. 검찰 압수수색을 하면서 노조가 제기했던 창조컨설팅과의 유착 관계가 밝혀졌고, 지금 이상준 회장의 부당경영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회사는 오히려 그간의 의혹을 떨치는 기회로 삼겠다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노조가 회사를 음해하고 거짓선전을 하고 있다, 자신들은 창조컨설팅과 전혀 관계가 없다 이렇게 보도자료를 뿌렸더라고요. 인사 담당자들이 자기 입으로 창조컨설팅 만났다고 우리한테 얘기했었거든요.
Q. 충정로를 지나면서 몇 차례 봤는데 그땐 천막이 없었다. 천막을 친 이유?
A. 날이 추워지니까 쳤어요. ^^ 여름에는 이 앞에 롤 깔고 앉아 있었는데, 날이 추워지면서 조합원들 건강 문제도 그렇고, 안전하고 춥지 않은 곳에서 투쟁을 이어가자 해서 200일 기념으로 친 거예요. 처음에는 9층에서 건물 외벽으로 전기를 빼서 썼는데 회사에서 잘라버리더군요. 그래서 지금 가스난로랑 이불들에 의존하고 있죠. 그래도 천막을 치니까 좋긴 좋은 게 바깥에 있다 들어오면 따뜻하니까, 그리고 우리 조합원들이 80명 정도 되는데 그래도 많은 사람 들어와서 쉴 수도 있고요. 또 우리 투쟁을 많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서 좋아요.
Q. 대한문 농성촌은 12월 7일로 철거계고장이 날라온 상태인데, 골든브릿지는 철거하겠다는 협박이 없는지?
A. 여기가 사유지라 그런지 관할구청이 서대문구청인데 거기서는 아무 얘기가 없어요. 천막 치던 당일에는 경찰들이 30-40명 몰려와서 천막 치는 것 방해했거든요. 그거 막아내고 치니, 회사에서는 공문 보내면서 자진철거해라, 안 그러면 자력구제 행사를하겠다 압박을 넣고 있어요. 노동조합 사무실도 임대기간 완료되었으니 12월 말까지 비우고 건물 밖으로 나가라면서 치사하게 굴고 있어요.
Q. 천막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힘들 때 혹은 힘을 얻을 때는?
A. 천막이다 보니 부족한 게 많잖아요. 바람이 불거나 눈이나 비오거나 그럼 걱정이 많이 돼요. 지금 난방을 위해 가스를 쓰는데, 여러모로 천막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천막을 치니까 따뜻하게 같이 모여 있을 수 있고, 연대하는 동지들이 올 수 있는 곳이 되니 좋죠.
Q. 200일 넘게 싸우고 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일 것 같다. 투쟁하면서 요구하는 바를 좀 더 이야기해준다면?
A. 지금 단협 해지한 상태이니 회사와 노조가 단협을 다시 체결해야 하는데, 회사는 지금 개악된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정리해고를 합의가 아닌 협의사항으로 내준다는 의미는 구조조정을 회사 입맛대로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럼 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대상일 것이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정리해고가 아닌 노동탄압을 위한 정리해고가 되버리는 거죠. 이상준 회장의 말을 잘 듣거나, 노조의 반대편에 서는 사람들 그리 많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에요. 회사는 한마디로 노조가 유명무실화 되어버리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우리의 목표는 기존의 단협을 정상적으로 복구하는 것이고요. 우리 단협이 다른 데에 비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이지만, 수 년 동안 체결되어서 지켜왔던 약속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기존 상태를 유지하라 단지 그거예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을 받아들이라고 하는 거니 싸울 수밖에요. 이상준 회장이 노동운동가 출신이라 조합의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니 예상보다 싸움이 길어졌어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언제든지 싸움을 접을 수 있죠. 결국 우리 선택이니까요. 싸움을 빨리 끝내는 방법은 빨리 포기하고 체념하고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거나 민주노조를 포기하는 건데, 근데 그건 아니잖아요.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가장 쉽고 제일 편한 방법이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고 우리가 뱉은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죠.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고용이고, 그걸 대변하는 노조, 민주노조인 건데, 회사는 이걸 철밥통이니 귀족노조니 하면서 얘기를 하네요. 지금 8개원 동안 임금 받지 않으면서 싸우는데 어느 귀족노조가 그렇게 싸우겠어요? 이상준 회장을 처음 만난 2005년 체결했던 거랑 같도록 요구하는 건데 말이 바뀌고, 회사소식지에는 88만원세대가 있고 비정규직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가 그러면 안 된다 이런 걸 실었더라고요.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경영자는 고객을 함부로 해요. 직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해요. 경영자 혼자만의 것인 거죠. 직원들 신뢰 없이 독단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는 반드시 망해요. 지금 우리가 지키려는 게 단순하게는 민주노조로 대변되지만 그 안에는 이상준이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가치와 우리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가치가 싸우고 있는 거죠.
Q. 함께 하면 좋을 투쟁일정을 소개한다면?
A. 일주일에 두세 번 행진을 하고 있는데, 행진할 때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출발하여 공덕역까지 행진하고, 지하철 타서 충정로역에서부터 본사까지 하거든요. 매주 화요일은 꼭 하니까 오세요~
Q. 주변 농성촌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워낙 다 힘들게 싸우는 동지들이고, 고통의 강약을 비교하긴 그렇지만 각자 나름대로 힘든 상황에서 싸우는 거잖아요. 희망 가지고 연대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같이 싸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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