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이의 허락을 얻어 옮겨보았는데... 좀 긴 듯.....*^^*>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요일 점심 때 쯤, 우리는 대화역으로 출발했다.
혼자서 접수하고 오라는 엄마의 말씀에 "이런...! 어쩌지?" 나는 가슴이 철렁내려앉았었다.
같이 가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승묵이를 설득했더니, 다행히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여서,
우리는 함께 가게 되었다.
엄마께서 대화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셔서 쉽게 전철을 탔다. 마침 오빠도 조율학원에 가는 날이라
충무로역까지는 같이 타고 가게 되었는데, 나는 엄마없이 전철을 타서 많이 긴장된 상태에 있었다.
전철표를 사야하는데 지갑이 보이지 않아서 한참동안 가방 속을 뒤적이다가 겨우 찾아내고,
대화역이 종점이라서 원래 3호선 밖에 없는데도 안내방송을 잘못 듣고 내렸다가 다시 타고...
너무 허둥지둥 실수를 자꾸만 해서 오빠에게 꾸지람도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웬지 불안해서 안내도를 몇번이나 다시 꺼내봤는지 모른다.
그렇게 1 시간이 지나가고 갑자기 안내방송에서 ' 다음 역은 충무로입니다' 라는 말을 듣고
승묵이와 함께 벌떡 일어섰다.
우리의 목적지인 신용산 역까지 가려면 충무로에서 4 호선으로 갈아타야하기 때문에,
어서 내리라는 오빠의 말을 듣고, 재빨리 내린 후에, 오빠가 탄 전철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고
"4호선 타는 곳' 이라고 씌여져 있는 뱡향으로 승묵이의 오른 손을 꼭 잡고 걸어갔다.
얼마뒤에, 4호선 지하철이 오고 우리는 그 지하철을 탔다.
5개의 역을 지나치고 난 후에 신용산역에 도착했다.
오빠가 알려준 데로 정확히 도착해서 안심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구한 지도를 보며 출구로 나오자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 승묵이와 나는 우산을 펴고 바람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지도에 적혀있는 데로 주변 건물들을 찬찬히 살피면서 걸어가자 드디어 용산공업고등학교가 보였다.
신호등 하나를 건너고 정문을 따라 걸어가다가 "'중입 검정고시 접수실'
이라고 커다랗게 붙여진 교실로 들어가서 접수지를 받았다.
내 이름도 쓰고, 사진도 붙이고, 우리집 주소와 전화번호, 선택과목도 모두 적었다.
( 그동안 승묵이는 안내 아저씨에게 빵도 받았다)
다시 한번 잘못된 것이 없나...살피고 어떤 아저씨에게 냈더니 수험표만 찢어서 나에게 주고
나머지는 도장을 찍어 옆사람에게 넘겨주었다. "휴 ~ 이제 접수는 다 했다"
수험표를 받고 정문을 나오며, 나는 엄마없이 용산까지 와서 접수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해 혼자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또 다시 전철을 타고 집까지 가야한다는 것이 생각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누나, 나 호떡 먹고 싶다..."는 승묵이 말에 학교 바로 옆에 있는 포장 마차에서
호떡 하나를 사고(승묵이만 먹었다).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 왔다.
역 입구가 보이는 곳에서 나는 또 다른 포장마차를 발견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닭꼬치를 멌었다.
승묵이도 같이 먹었는데 우리에게 닭꼬치를 주면서 주인 할머니께서는 무심코 " 어디 갔다오니?" 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 검정고시 접수하러 용산고등학교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 검정고시?"
"네..."
".......그럼, 학교 안다니니?"
"네..."
"......그래, 괜찮아.... 검정고시로 대학까지 가라..."
"네."
"힘내라... 뭐든지 하면 되는거야.."
"네"
옆에 계시던 환경미화원 아저씨께서 대화를 듣고 계시다가...
"그래, 그렇지! 공부는 해야되... 잘 하는 거다."
"네"
" 장하다. 이번에 합격 못하면 다음에 또 보거라."
"네"
"동생도 보고... 남자는진짜로 더 공부를 해야한단다..."
"네"
이렇게 한참동안 이야기 하다가 겨우 겨우 인사하고 나왔다.
먹으면서 여러가지 대답하느라 힘들었고, 우리들을 소년 소녀가장, 불우 청소년으로
여기시는 것 같아서 , 마음이 이상했지만 , 처음보는 사람인데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격려와 힘을 주신 주인 할머니와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기분좋고 힘찬 발걸음으로 역 바로 앞까지 왔는데, 승묵이가 하는 말...
"누나, 저기가 게스트 하우슨데... 들렸다가 갈까?"
나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물었다 .
"진짜? 난 모르겠는데... 가까워?"
"그럼~ 바로 저기잖아! 기억안나?"
"응... 갈까? 니가 길 알면 앞장 서서 가봐... 잠깐만 정은이랑 건우 얼굴보고 오지뭐. *^^*"
"그래"
승묵이의 말데로 쭉 걸어 갔더니 정말로 게스트 하우스가 나왔다.
밖에서 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가서 신발장을 보았더니 정은이의 신발이 놓여있었다.
문을 열고 처음 보는 아주머니께 정은이 안에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있다고 대답해주시며 정은이를 불렀다.
잠시후 정은이가 나오고 사모님과 목사님도 나오셨다.
나와 승묵이는 신을 벗지 않은 채로 신발장 앞에 서서 인사를 드리고 오게 된 이유를 말했다.
사모님께서는 온 김에 가지고 가라며 'Language Art'를 주시고 사탕도 한 개씩 나누어 주셨다.
대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고는 이만 가야겠다며 대화를 멈추고 인사한 뒤 밖으로 나왔다.
제법 무거워진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왔던 길 그대로 다시 걸어와 역 입구까지 왔다.
나는 속으로" 황승묵이가 정말 길 눈이 밝구나..." 하고 생각하며
지하철 역사에서 집으로 가는 표를 사고 '충무로'역으로 가는 4호선을 탔다.
자리가 없어서 앞칸으로 옮겨갔더니 딱 두자리가 비어있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편안하게 충무로 역까지 도착한 뒤 대화행 3호선을 갈아 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이 후끈후끈 더웠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비어있는 자리 하나에 승묵이를 앉히고 나는 그 옆에 서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발 옆에 세원 둔체로 30분도 넘게 서 있었는데, 빈 자리가 생길 때마다
할머니,할아버지께 양보해드리느라 '독립문' 역에서야 승묵이 바로 옆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승묵이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눈에 불이 붙은 것 처럼 열심히 계속해서 책을 읽었고,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찬찬히 생각해봤다.
주엽역까지 오고나니 지하철 안에 사람들이 90% 내렸고
나는 빠져나가는 사람들 하나 하나를 지켜보며
"하나님께서 정말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드셨구나! " 느꼈다.
드디어 3호선의 종점인 대화역까지 오고나니 "힘들어서 어서 엄마차타고 집에가고 싶다."는 승묵이의 말에 서둘러
엄마께 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
출구까지 나와 엄마를 기다리다가 매서운 바람 때문에 다시 계단 밑으로 내려가서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와주셔서 고마웠다.
나는 이렇게 검정고시 접수 프로젝트를 마쳤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기 까지 여러가지의 성품(순종, 설득,인내, 환대,창의성,조심성...)들의 유익을 경험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첫댓글 짝짝짝.. 재미있는 프로잭트였습니다. 신용산역에 수아아빠 회사도 있는데 맛있는 것 사달라고 그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시험 준비 잘 하세요. 위즈덤 북 하랴 시험준비하랴 정말 바쁘겠군요.
네 프로젝트도 대단하지만 예정이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성숙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군요. 시험 잘 치르시기를 저희 가정도 기도드립니다.
예정이를 볼때마다 항상 눈여겨 봤었는데요, 역시나 특별한 처자임에 틀림이 없군요.ㅎㅎ 최선을 다해 시험 준비하길 기도해요. 좋은 결과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