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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십승지와구곡을찾아 원문보기 글쓴이: mt주왕
치(키)바위가 있는산 (833)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일시-2010.9.12 수리뫼 산악회 45명 날씨 -맑음 병풍바위
먼길을 나섰다. 언제 보았던가 실로 먼길을 왔다. 거짖없는 몸짖으로 나는 그리움인양 이곳에 왔다.
동활계곡 이름만 들어도 멋진 계곡모습이 유추되어 찾은 그곳에 구절양장 물굽이 도는 장면마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나 감탄사만 연발하며 내려선 그곳에는 얼음장 보다 더 차가운 계곡물이 반겨주어 잠시 이름모를 바위에서 쉬어가고 책에서나 봄직한 신리 너와마을이 아련히 추억속에 떠오른다.
흙탕물소리 요란한 동활6교 앞에서 첫산행의 의미를 억지로라도 남겨보러한다. 다들 나중에는 대구에서 가장 잘나가는 산악회를 만들려는 의지또한 보인다.
구비 구비 첩첩 산중 손바닥만한 자갈밭을 일구며 한평생을 살았을 할머니가 난데없는 한무리들이 집앞에 나타나 산으로 오르는길을 물어오니 적잖이 당황하신모양이다. 집뒤로는 산으로 오르는길이 없단다.
내려다 보니 눈이 애렸다. 풍경과 마음이 하나가되었다. 시간의 촛점이 흐릿해지는것 같다. 부데끼면서 견딘 세월이 아니라면 벌써 떠나버렸을 버거운 몸짓으로 느껴진다. 한모퉁이 수수심고 비탈진곳에 옥수수 그나마 좋은 땅은 아버지 손이 부루트도록 가꾼 다랭이 논이 가슴저리도록 아려온다.
삶이 부르는 노래소리가 산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발아래 펼쳐지는 산중의 수십전의 추억이... 길떠나는 이의 가슴마다 션한 바람이 되어 앞섬을 헤집는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로 무채색이던 동해바다 한귀퉁에 쭈그리고 앉아 아침상을 펼치고 강원도땅 언저리에서 삶이 부르는소리를 찾아왔다. 홀로이어도 좋지만 여럿함께 있어도 좋은 그것이 그리 중요 하지는 않다. 시간과 공간이 모든걸 잊게 해주니까....
흐릿하던 날씨는 이곳에서 맑아오고 하늘도 이제 천천히 흐른다. 느긋하게 펼쳐놓은 밥상위로 시간도 천천히 흐르고 욕망도 내려놓고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
이제 저푸른 골짝마다 찬바람이 스치며 지나갈때 투박한 손으로 거둬들이는 한여름의 피와 땀을 소중하게 여기며 갈무리할것 이다. 그래야 한다 눈이 차곡차곡쌓이는 계절이 오면 타닥 거리며 피어오르는 난롯가에 앉아 지난 여름을 이야기 할것 이기에...
어느한순간 꽃잎을 떨구면 스스로 가진것을 내려놓고 또 한생명을 축복한다. 진정 저슬픔을 견디어 낼수있을까?
기암절벽이 산모퉁이 한곳을 병풍처럼 우뚝하게서서 흰불꽃을 피우고있다. 그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당한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둥근것 보다는 뾰족한 바위들이 더 많다.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는것 같다.
수없이 듣던 모나게 살지마라는 그말이 .... 저아래 흐르는물처럼 모난곳 들어간곳 모두 채우고야 물은 아래로 흐르듯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슴속은 더 시려오겠지...
그렇게 덥던 올여름이 소리없이 사그라 들고 흘러가는것이 시간만이 아니라 기억속에 흐르는 여름 풍경도 이곳에서 우리들 여름은 그렇게 지나가려고 한다.
이제 천천히 내려선다. 이제 얼마후면 이곳 지기께서도 이곳 망루에 올라 진저리 나는 무료함과 싸울것이다.
버려진 삶이 있었다. 수없이 피고 지고 또 피고졌을 집마당 한쪽에 살구나무 생존을 위하여 이곳까지 올랐을까 ? 그흔적은 불에 데 자욱처럼 선명하다. 기쁨과 슬픔을 운명처럼 짜나가다가 어느날 구비길 석개재를 더이상 보고싶지 않았을까? 땀인지 눈물인지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안은채 내려가는 이고갯길
척박한 땅에서 한가족의 고단한 인생과 몸부림쳤던 젊은날의 한세월이 칡꽃 향기가 되어 하산길에 접어든 이가슴을 멍하게 만든다. 벼락맞은 것처럼 ... 무거운 지겟짐을 지고 오르내렸을 그길에서 굽이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를일이다. 아스라한 키바위의 사연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하며
비록 그추억이 먼훗날 한방울 눈물되어 흐를지라도.....
갈때: 대구출발-서대구-대포 고속도로-화진포 -영덕-울진-원덕(호산)-풍곡-동활6교 올때 ; 풍곡출발-죽변봉평해수욕장-칠보산 휴게소-새포항휴게소-청통휴게소-동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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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함께 산행 하신분에 글이 좋아서 퍼다가 놓았습니다.^^
몸살은 건강하시나요
참으로 주옥 같은 글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지 부러울 따름입니다...
두고 두고 들여다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