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해라, 내 제자의 회사인데 당연히 도와야지? 난 네가 내 남동생 같다, 사실 난
누나 하나에 형이 하나거든? 집안에 막내지, 대신에 사촌 여동생들이 셋 이야, 그래서
면회 오는 여자가 많았던 거야. 사촌 여동생들과 그 애들 친구들이 수시로 찾아왔었던
것이지, 내가 바람둥이가 아니라, 여동생들이 제 친구들을 등치느라고 몰려오고는
했는데, 맘에 드는 애는 여태 한 명도 없었다, 정말이야, 운동은 빠지지 않고 잘 하고
있겠지? 내가 제일 신경 쓰이는 게 그거다. 참, 네 군대 문제는? 만나야 말을 들을 수
있겠지? 그동안에 애인이나 만들어 놔라, 내가 마음에 들면 뺏을 작정이니까, 잘하면
3~4개월 지나면 보게 될 것도 같고, 너, 몸 점검해서 내가 생각하는 만큼 몸이 안
되어있으면 강제훈련 시킬 거다? 알아서 해라, 만날 때를 기원하며,
너의 영원한 스승이자 형님, 장 일병이~
‘그동안 형 생각을 깜박 했네, 편지를 보고나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지는구나,
흠! 대학교는 안 다녀도 졸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거야? 몸이 형 바라는 거만큼
안 되는데, 이거 큰일 났군, 당장 오늘부터 운동 시작해야지? 김 부장님에게 한번
대련 부탁도 하고, 그나저나 정말 일 났네, 그 형 은숙이 보면 당장 알아차릴 텐데,
진짜 뺏기는 거 아냐? 에이! 뭐 이미 내가 도장을 쾅 하고 찍어 놨는데 설마? 아니야
그 형은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이 있어 위험 해, 안 보여 줄 수도 없고, 아! 방법이
있다, 그 형 오기 전에 딴 따라 딴 해 버리면 걱정 없잖아? 당장 은숙이에게 졸라야지,
아서라, 그 형님을 못 믿고, 은숙이를 내가 안 믿으면 세상에 누구를 믿을 수 있다고,
나도 참! 걱정을 사서 한 다니까. 후 후 후후.’
“은숙이가 오기로 했다고? 잘 됐다, 경리 문제는 한시름 놨고, 너희 장인은 외국에서
언제 오신다고 했지? 오시는 대로 너희들 식부터 올리기로 하자. 너희 엄마가 은숙이
말만 듣고도 쏙 빠진 모양이다, 잘 해라. 객지에서 외로움 타지 않게, 방은 어때?
네가 손을 보라고 했지? 지저분하지 않게 잘 되었겠지?”
“예, 장인이 한국에 오시려면 한 이년 걸릴 겁니다, 한 번 저하고도 통화를 했거든요,
방은 잘 꾸몄고, 식사는 함 바에서 따로 하는 식당이 있는데, 방이 여러 개 있어서
그 식당 방 중에서 하기로 했어요.”
‘은숙이 오기 전에 새 현장도 익히고, 창고정리도 완전히 끝내야 하니 바쁘게 빨리
움직여야 되겠네.’
“원석아 자재들 종류가 많아서, 너하고 나누어 관리하도록 해야지 안 되겠다, 창고가
두 개니까 한 개씩 책임지도록 하는 게 어떨까? 창고 한 개가 예전 창고의 5배는
되어서 그전보다 관리하기 힘들 거야.”
“그래, 물량이 너무 많아 쉽게 분간하기 힘들어, 나도 형한테 그러려고 했는데,
우리 서로 마음이 통했나봐?”
“그러면 싸이로 2개가 서로 기능이 틀리니, 내가 1번 네가 2번, 싸이로 자재를
구분해서 관리 하도록 하면 되겠다, 우리 회사 일반 자재는 임시 창고에서 우리 둘이
같이 관리하기로 하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너나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우리가 관리
하는 창고의 자재를 누가 반출하느냐 인데, 어쩌지? 어차피 일이 전과 틀려서 우리
둘로 벅찬데, 조수 한 명씩을 배당해 달라고 해 볼까? 아버지도 아실거야, 둘이서
관리 하기는 이제 힘 든다는 것을 말이지.”
“와, 형 내 뱃속에 들어갔다 왔나? 형하고 나하고는 너무 잘 맞는 거 같다, 내가 할
말이 그 말이야, 지금 전 상무님이 사무실에 계시니까 얘기하고, 우리 맘에 드는 또래
중에서 구하자 어때?”
“너도 꽤 급했구나, 그래 당장 가서 말해보자, 자재 수급이 원활해야 일의 진척이
빠르다는 것을 간부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더구나 여긴 현장이 여러 곳이라
더 신경 써야하니 수락하실 거야.”
트럭에서 은숙의 이사 짐을 부려놓고, 혼자서 짐 정리를 마치고 나서, 세 시간 정도를
지나자, 짐 주인인 은숙이 도착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집 주인의 연락을 받자마자,
순간이동을 하는 것처럼 은숙을 맞이하러 달려가는 정길이를 집 주인이 싱글 벙글
하면서 쳐다본다, 평소 매일 아침 4k 정도 뛰는 탓에 숨이 찰 이유가 없으나, 은숙의
생각만 하며 뛰다보니 마음의 흥분으로 인하여 숨이 차 온다, 은숙이 보이는 순간,
이제부터 매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보는 이들이 있어 참 아 안지는 못하고,
양손을 포개어 잡아, 입으로 뽀뽀하는 시늉을 하자 은숙의 얼굴이 빨개진다, 서로의
가슴에 뿌듯한 행복감이 차오른다, 여기까지 뛰어오는데 불과 십 분도 안 걸린 것에
비해, 숙소까지 걷는 데는 사십 분이 넘게 걸렸다, 한걸음하고 서로 한 번 쳐다보고,
한 걸음하고 더 붙어서고 하다 보니, 이것은 걷는 것이 아니다.
낮만 아니면 무슨 일이든지 벌일 작정인 듯, 해를 쳐다보고 빨리 어두워지지 않는
것을 원망하며,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원망스럽다, 사람들만 안보여도 뭔가 할 텐데,
목하 정길의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지나는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지나간다,
두 사람 행동이 꼴불견의 최상급이다.
“어때? 도배 색깔이 맘에 들어? 원석이가 골랐다고 하던데? 마음에 안 들면 언제고
다시 날 잡아 시간 내서 짐을 다 내놓고, 다시 해 줄게, 말씀 해보세요, 하하하하
천진 기업사 신임 경리과장님?”
“아니 마음에 들어, 공장지대라, 우중충하고 먼지 날리는 곳에 살면서 방이라도
밝은 벽지라야 몸과 정신이 덜 피곤하지, 고마워 오빠, 너무 수고가 많았어요,
참! 원석씨와 함께 했겠지? 원석씨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퇴근 하려면 아직 이예요?
아! 식사까지 하고 오면 늦겠네.”
“가자, 우리도 가서 밥 먹어야지, 저기 저 식당이 함 바에서 별도로 하는 식당이야,
우리가 식사할 때는 방 하나 내주기로 했어, 그래도 저 식당은 이곳에서 공사하는
다른 회사 간부나 영업하는 사람들 상대 하는 곳이라, 현장 인부들이 사용하는
함 바 보다 깨끗할 거야.”
“회사에서 준 전화는 어디에 있어? 응? 오빠 방에? 잘 됐네. 걔들에게도 전화 해주고,
동생과, 목사님에게도 해야 하는데, 어서 먹고 가자, 오늘 중에 동생에게는
꼭 연락해야 돼.”
“자물쇠는 튼튼하지만, 그래도 우리 암호를 정해 놓자, 우리 방은 이렇게 세 번 하고,
두 번 은숙이 방은 내 이름이 이 씨니, 처음은 두 번 다음 정이니까, 바를 정 다섯 번,
다음 길이니까, 우편 좌편 둘, 그러니까 이렇게 탁탁, 탁 탁 탁 탁탁, 탁탁 치면 나인
줄 알고 열어 줘, 어때 기발하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옆방이 내 방이니, 이 책 같은
것으로 벽을 쳐, 그러면 내가 바로 그리로 가서 그 놈이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라 같은
놈이라도 때려잡을 거야, 알았지?”
“오빠, 그렇게 소리 내는 거나, 은숙아 문 열어 하는 거나, 무얼 들고 벽 치는 소리가
그 소리보다 더 크겠다.”
“그러니까 가볍게 치라는 거야. 응? 잠들었으면? 그 때는 마누라 나 왔어, 빨리
문 열어 하는 거지.”
“오빠, 호호호 또 웃겨 아유, 아주 내 이마에 써 붙여요, 이 여자는 이 정길 부인이다
하고요, 그러면 누가 건들지 않을 거잖아?”
“아! 참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그럼 되겠네. 아! 이제 안심이다. 오라고는 해 놓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니까, 한 시도 마음 못 놓고 사는 줄 알았네, 일단 종이에 쓰고
자! 테이프를 어디다 뒀지?”
“아이고! 오빠 그만, 그만, 깔깔깔 호호호 화, 정말 웃기도 힘들어, 그만 해요,
남들이 듣고 미친 여자인 줄 알겠어, 알았다니까, 신호 하는지 자지 않고 기다릴게,
요새 며칠 오빠를 못 봤더니 영 불안 했는데, 보고 나니 이제 다 풀렸어,
이제 어서 가서 자요. 피곤하지 않아?”
“난 은숙이 하고 있으면 시간이 안 갔으면 좋겠어, 웬 시간이 이리 잘 가는 거야?”
“오빠가 정 못 견디면 시내에 가서 여관을 잡아야 해, 이런 남자들만 버글거리는
곳에서 남녀 간의 소문은 아주 나쁘게 나는 법이니까, 지금 나 안고 싶어서
못 참겠는 거야?”
“아니, 그 생각보다 그냥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거야, 떨어지기 싫어서
정말이야, 물론 은숙이 가슴 만지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한 번만 만지고
가서 자야지, 어 어? 가만히 있어야지, 음~ 아 이 감촉, 정신이 황홀해 지는 걸,
헤헤 난 은숙이 가슴이 너무 너무 좋다.”
회포를 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기로 했다, 앞으로 있는 것이 시간일 테니
은숙을 더 아끼며 사랑해야지 하고 제법 성숙한 척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후회가 된다, 당장 불러내어 여관에 가고 싶은 것을 참느라 입을
깨문다, 정길이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너무 바보스럽다.
“오늘부터 경리로 근무하실 조 은숙 양입니다. 나중에 아시는 것 보다 지금 말씀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알려 드립니다, 사장님의 며느리 되실 분이십니다.
얼마 후에 곧 결혼식을 하실 예정입니다, 실수하시지 말라는 뜻에서 미리 알려드린
겁니다, 여자가 사환 아이하고 청소아줌마하고 셋이나 되니, 앞으로는 심한 말이나
농담도 자재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 말은 한 마디 해야겠네요, 미스 조 덕분에 사무실이 환해졌습니다,
너무 미인이시라 다른 회사 사무실에서 샘내겠어요, 어깨에 힘주고 다녀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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