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방안
2019년 04월 03일 (수)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북한 물환경 현황과 남북 물 분야 협력방안
“남북 공유하천 공동관리기구 구성·운영 시급”
양측 전문가 참여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구성…합리적 물 배분방안 도출 필요
공유하천 수자원 보존·이용 위한 기술적 자료조사 통해 협력사업 지속 추진해야
1. 공유하천과 관련된 법이나 원칙 없어
2개국 이상의 국가 사이에서 경계를 이루거나 국가의 영토를 연속적으로 흐르는 하천을 공유하천이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천은 230여 개에 달하며, 이 중에는 메콩강, 라인강, 나일강, 요르단강 등 5개국 이상을 지나는 하천도 25개나 된다.
과거에는 공유하천의 개념이 단지 국가 간의 영토를 가로질러 흐르거나 국경을 설정하는 지리적 정의에 한정된 반면, 최근에는 국가 간 물 분쟁 조정, 환경오염의 규제 필요성 등으로 유역 전체를 모두 포괄하여 인식하는 수자원적 정의를 더 널리 받아들이고 있다.
공유하천의 이용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고 이 이론들은 시대적·지역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 왔다. 19세기 이전에는 자국 영토 내 물을 자유롭게 이용하겠다는 ‘절대영토 주권주의’가 주로 통용되었고 이후 1966년부터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자원 이용권을 갖자는 ‘헬싱키 원칙’이 발전했다.
그러나 공유하천 관리와 관련된 법이나 원칙이 특별히 없고 국가 간 협정과 조약의 강제성이 전부이다 보니,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국가들의 이해관계, 경제력·군사력 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체로 상류 국가가 군사적·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고 하류국가는 피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2. 국가간 교류협력 위한 유대관계 중요
21세기 들어 공유하천을 둘러싼 불화는 물부족 현상 심화, 물의 불균등한 배분, 물 사용량의 급증, 물이용 가능량의 한계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이나 서남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물부족으로 인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유하천과 관련된 갈등은 유역의 상류에 위치한 국가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하류국가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하천을 이용하여 유역 내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면서 발생한다. 상류의 댐 건설, 유로 변경, 수질오염 등으로 하류국가로 유입되는 유량이 감소하거나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더해 전 세계적으로 인구증가, 경제발전, 환경보호 움직임 강화 등 공유하천 관련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더욱 복잡하고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갈등요인을 완전히 해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현실에서 가능한 최선의 협력방안을 도출하는 일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공유하천 연안국들 간 교류협력을 위한 유대관계의 형성이 중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교류협력 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상생의 교류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일이 강조되고 있다.
3. 남북간 공유하천은 임진강과 북한강
남북 간 공유하천은 북한강과 임진강이 대표적이다. 남북한의 강원도를 남북으로 흐르는 북한강은 유역면적 1만124㎢, 유로연장 291.3㎞로, 전체 면적 중 남한이 76.9%(7천787㎢), 북한이 23.1%(2천337㎢)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로 유입해 한강 본류와 만나는 임진강은 유역면적 8천118㎢, 유로연장 273.5㎞로 전체 면적 중 북한이 62.9%(5천109㎢), 남한이 37.1%(3천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총 유로연장 중 182.4㎞가 군사분계선 이북에 위치하고 있다.
주요 댐으로는 북한강에 소양강댐 크기와 비슷한 저수용량 26억㎥ 규모의 임남댐(금강산댐)이 건설되었고, 임진강에 팔당댐보다 큰 3억5천만㎥ 규모의 황강댐이 지어졌다. 특히 2001년 이후 임진강 유역에는 북측에 4월5일댐을 비롯한 5개의 댐이, 남측에 홍수전용 방어댐 2개가 지어졌는데, 이는 15년 동안 하나의 유역에 무려 7개의 댐이 지어진,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러나 남측에 설치된 2개의 댐은 3조여 원을 들여 건설한 것치고는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이들은 상류인 북한에 건설된 댐들에 대한 홍수 대응 댐들로, 순전히 공격과 방어의 논리에 의해 설계됐다. 하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그러다 보니 이수나 치수, 수생태계 측면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며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4. 남북간 하천이용 합리적 원칙 정립 필요
사실 남북 간 공유하천 문제는 합의만 잘 한다면 근본적인 홍수 예방책이 될 수 있고 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도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임진강 수해방지, 북한강과 임진강의 유량문제 등과 같은 사안은 남북 간 협력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천이용의 합리적인 원칙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용수부족, 하천생태 악화 등 한없이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현재 남북 간 3대 경제협력사업이 공유하천 유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사업들은 공유하천 문제가 바로 잡혀야 사업 추진이 수월해질 수 있다. 3대 경제협력사업은 개성공단, 도로 및 철로 연결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다.
비무장지대(DMZ)의 생태·환경보존 문제도 마찬가지다. 잘 알다시피 비무장지대는 생태적, 환경적, 군사적 부문에서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고, 군사적, 정치적 영역이 아닌 민간영역에서 통일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기대도 걸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상호 호혜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고 부가 관광산업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나아가 북한강과 임진강은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의 시금석,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단순히 남한의 일방적 지원이 아닌 양국 간의 동등한 협력과 거래가 가능한 공간이다. 또한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세계적 관광지 개발지역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양측 간 논의 중인 한강하구·임진강 공동이용과 관광 생태벨트 조성 등이 좋은 예이다.
5. 임남댐·황강댐 무단 방류로 홍수피해
그간 남북 간 공유하천은 치수와 이수 부문에서 많은 갈등과 문제점에 노출되어 왔다. 치수 부문의 대표적 문제는 북측의 임남댐과 황강댐의 일방적 방류로 인한 남한의 홍수 피해이다. 임진강 하류의 파주 문산지역은 1996년, 1998년, 1999년 세 차례에 걸쳐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 비가 많이 내린 탓도 있었으나 그보다 홍수 대비를 위한 기초자료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군사보호시설이어서 제방이 없었던 데다 서해 조위 등의 영향까지 합쳐져 128명의 인명피해와 총 1조3천억 원 정도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천 임진강 상류에 군남홍수조절댐, 임진강 지류인 한탄강에 한탄강홍수조절댐을 각각 건설하고 그 외 천변제류지와 제방, 여러 빗물펌프장 등을 설치했다. 이것들을 건설하는 데에만 2조 원 가까이 들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9월 황강댐의 무단 방류로 임진강 야영객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이때는 비가 내리지도 않았다. 결국 홍수조절댐의 문제가 아닌 황강댐의 무단방류가 원인이었다. 이처럼 임진강 유역은 65%가 북한에 위치하고 있어 하류국가인 우리나라는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매년 여름철이면 북측의 임남댐과 황강댐의 일방적 방류에 홍수의 위험을 안고 긴장감에 시달린다. 반대로 가뭄 때나 갈수 시에는 북측 댐의 담수로 인해 하류의 가뭄이 가중되는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6. 축조 재질 다른 황강댐 안전성 우려
군남댐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황강댐이 있다. 황강댐의 방류에 대비해 지은 홍수조절용 댐이 군남댐이다. 현재 황강댐은 예성강 쪽으로 유역변경을 통해 소수력 발전을 하고 있다. 이 주변에 소수력 발전소가 6개가 있는데 일정량의 물을 채워서 유역변경을 통해 물을 빼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물이 없다. 그리고 발전을 위해서 물을 채워 놓았다가 홍수 때 갑자기 많은 비가 오면 수문을 열어 방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황강댐은 댐체의 오른쪽과 왼쪽의 축조가 다른 재질로 되어 있어 안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재료로 지어진 댐을 복합댐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복합댐 안전성 사고로 1998년 연천댐 붕괴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연천댐은 댐체의 양쪽이 토사댐이었고 가운데는 콘크리트댐이었는데 양쪽에 있는 토사가 무너지며 댐이 붕괴됐다. 따라서 복합댐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아울러 군남댐은 다른 댐들과 다른 운영방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 댐들은 보통 댐에 물을 채웠다가 홍수 시 물을 빼는 형식으로 운용되는데, 군남댐은 홍수방어용 댐이기 때문에 평상시 댐의 수문을 모두 열어놓고 있다가 비가 오면 황강댐으로부터 넘어오는 물을 방어하기 위해 수문을 닫는다. 그러다 보니 저수용량이 7천만㎥ 정도로 매우 적다. 오직 황강댐 방류 상황에만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7. 수생태·환경 바뀌고 염분 농도 높아져
한편, 북한강 유역의 치수문제는 결국 임남댐과 평화의댐의 관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평화의댐은 1980년대 북한 임남댐의 수공을 방어하기 위해 건설된 대응 댐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로 댐의 홍수방어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임남댐에 이론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홍수(PMF, Probable Maximum Flood)를 모의상황으로 가정하여 수해, 지진, 수공(水攻) 부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 그 결과, 평화의댐이 건설되어 있는데 북한이 일부러 수공을 위해 임남댐을 붕괴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평화의댐을 흐르는 금성천 주변으로 북한의 군사시설이 많이 들어서 있어 북한이 이를 함부로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 평화의댐 건설로 인한 배수위 영향(backwater effect)으로 북한 금성천 상류지역의 침수면적이 크게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화의댐이 없는 상태에서 임남댐이 PMF로 붕괴될 경우 구리를 포함하여 광범위한 지역이 침수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평화의댐 건설 효과는 현재로서는 상당히 있다고 볼 수 있으며, 향후 건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수 부문의 경우, 2007년 황강댐이 지어진 이후 물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황강댐의 저수용량이 약 3억5천만㎥로 추정되는데 담수 전후로 물의 유량이 굉장히 줄었다. 실제 남측 하류로 내려오는 물이 19∼45% 줄었다. 황강댐이 예성강 쪽으로 물길을 바꾸는 유역변경식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진강 하류는 수생태와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염분의 농도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8. 공유하천 유역에 대한 공동조사 필수
앞으로 남북 간 공유하천 수자원을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보존·개발·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관리기구를 구성하여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되도록 민간형태의 거버넌스가 좋으며, 중국까지 포함한 남북 전문가와 민관 거버넌스 형태로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
또 제로섬 게임을 통해 남북 간 합리적인 수자원 배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즉 공유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했을 때 북한이 양보해야 할 것과 남한이 얻을 수 있는 것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편익을 따져 본 후에 우리가 이득을 취한만큼 돌려주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도 가장 시급한 부분은 기술적 자료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남북이 공유하천 수자원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유역에 대한 공동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수자원 보존·이용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호 교류협력의 기본 및 세부추진방안이 세워져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교류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다.
가능한 예로 임진강에 뱃길 조성, DMZ 내에 통일 컨벤션 구축, 해주 앞 바다에 신재생에너지 조류 및 조력 발전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북한과의 협력관계, 그리고 임진강·서해·한강 간 평화적인 활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유하천이 제대로 흘러야 통일에 가까워진다.
[『워터저널』 2019년 4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