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가사] 제사를 거부하는 아내, 이혼사유가 될까요?

[안영주변호사]

추석, 설날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인터넷 게시판에 꼭 올라오는 유형의 글들이 있는데, 바로 '제사문제' 입니다.

제사에 대한 불만은 아무래도 '제사를 준비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가족들이 제사 준비를 분담하여 같이 한다면 갈등이 적겠지만, 문제는 제사 준비가 '여성들만의 몫'이 되는 경우, 남녀의 갈등이나 집안의 갈등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 제사 거부에 대한 이혼 판결 >

▶ 제사거부를 혼인 파탄 사유로 판단 한 부산지방법원 판결

부산지법 “제사 모시지 않은 것도 이혼 사유”

"혼인관계의 파탄 원인이 시댁 제사를 잘 모시지 않고 시댁에 자주 찾아가지 않은 B 씨로부터 시작된데다 이후 집안살림을 등한시하고 자녀양육에도 소홀히 한 점"에서 아내에게 이혼사유가 있다

▶ 종교적 이유로 제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혼인 파탄사유로 보지 않았던 하급심판결(서울고법89르3755, 확정)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의 교리 자체가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불법적인 것이라거나 혼인 및 가정의 개념을 부인하는 내용의 것이 아니라면 위와 같은 종교에 대한 신앙을 심중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가정생활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그 신앙심의 외부적 실천행위가 혼인 및 가정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것일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 할 것인 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믿으면서 매주 일요일 오후에 교회에 나가고 그 교리에 따라 제사의식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도의 신앙생활을 한 것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제사와 관련된 문제로 인한 이혼 사유 >

저희 이혼 의뢰인 사건 중, '1년에 제사를 8번 지내는 가정에서의 불화' 가 시발점이 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수십년간 제사를 지내도 고마워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섭섭함과 제사준비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주장하며 급기야 제사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남편은 '0씨 집안에 결혼을 했으면 제사를 지내는게 당연한 의무이다'면서 제사를 거부하는 것은 아내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와 '제사를 강요하는 행위'가 민법상 어떠한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면, '제사문제'가 각 가정마다 중요도나 의미가 다를 수 있어, 무조건 이혼사유다 아니다를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굳이 고민해보자면,

① '제사를 지내는 자체'가 이혼사유가 되는게 아니라, 제사의 횟수나 규모 등에 비추어 다소 과도한 것이 되고, 그럼에도 상호 존중과 협조없이 어느 일방만의 몫이 된다면 혼인 파탄의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② 반면 제사준비가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 아님에도 상호 가풍의 존중 없이 일방적으로 제사를 거부하는 경우, 그리고 선산을 관리하고 제사를 잘 모시는 조건으로 증여재산까지 받은 상황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면 이 역시 혼인 파탄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결론적으로,  제사와 관련하여 혼인파탄이 문제된다면, '배우자에 대한 부당행위(민법 제840조 제3호)' 나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민법 제840조 제6호)'가 파탄사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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