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와 대조
비교는 공통점을, 대조는 차이점을 중시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 둘의 개념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는다. ‘차이점을 비교하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인다. 이렇게 쓰이는 까닭은 이 둘이 따로따로 쓰이기보다는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교와 대조를 함께 쓸 때 이를 ‘대비’라고 하는데 말과는 달리, 비교를 먼저 하고 대조를 나중에 해 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순응주의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유구하면서도 일반화된 정신 성향이다. 특히 일제 말과 6.25를 겪으면서 순응주의는 목숨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작용한 측면이 많다. 6.25를 통해 구축된 분단체계가 완강한 만큼 순응주의가 일반화된 것이 당시의 정신적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시인의 경우, 당시의 정신적 분위기에 부응하거나 거부하는 시작활동을 펼칠 수 있겠으니 김수영이 후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앞에서 논한 바다. 김수영이 활동한 1950년대-60년대에 남한의 시단을 풍미한 시인으로는 단연 서정주가 주목이 되고 많은 시인들이 그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그런데 서정주의 주된 시 정신으로 순응주의가 추출된 것이 상대적으로 김수영의 시사적 위상을 드러낸다. 즉 김수영은 당시의 정신적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면서 자신의 독자적 시세계를 개척해냈던 것이다. (최두석. -김수영의 시세계- [김수영 다시읽기] 1996)
(해설) 비교와 대조를 통한 반순응주의 정신의 김수영의 시사적 위치를 부각시키고 있는 문단이다. 서정주는 당시의 순응주의와 공통점을 가지지만 김수영은 이 서정주와는 달리, 순응주의에 반발했다고 대조하여 김수영의 시사적 위치를 뽑아낸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생산수단인 자본(토지)과 노동이 공유이며 공생이다. 즉, 협동조합은 생산과 분배에서 효율성과 평등성의 원리를 양립시킬 수 있는 노동과 자본의 결합방식으로서, 조합원이 생산수단(자본)을 집단적으로 소유한다. 이와 같은 조합원에 의한 생산수단의 집단적 소유는, 자본주의적 소유방식이 야기하는 부의 극단적인 불평등을 지양하며, 공산주주의적 국가 소유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자본의 주체와 노동의 주체가 서로 유리되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은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동시에 착취되며, 공산주의에의 노동은 평등성이라는 주장 아래 인센티브 체계를 무시함으로써 비효율적으로 활용된다는 맹점이 있다. -이가옥 고철기 [공동체 경제를 위하여] 중에서-
(해설) 협동조합의 의의를 자본주의 및 공산주의와의 대조를 통해 밝혔다. 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공통점을 자본의 주체와 노동의 주체가 서로 유리되어 존재한다고 지적한 것은 글의 전개 방식으로 보면 비교이다.
다음 글은 대조를 통한 설득을 한 예문으로, 대조가 사고 생성의 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 사회에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하고 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용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생명과학 혁명에 성공했다. 작년에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에서 줄기 세포를 추출하는데 성공한데 이은 과학적 쾌거이자 세계적인 업적이다. 황 교수와 함께 공동연구를 주관한 미국의 새튼 교수는 “영국의 산업혁명에 비견될 사건이 서울에서 일어났다”면서 “한국, 그리고 한국인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감격했다.
인류에게는 희망을, 한국 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준 자랑스러운 혁명의 이면에 부끄러운 한국 정치가 숨어 있다. 정치가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과 절망만을 안겨 주고 있다. 한국정치가 국민에게 고통과 불안이 아니라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불굴의 ‘황우석 정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선 황 교수팀의 철학과 혼을 배워야 한다. 이들의 업적은 단순한 명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를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일어낸 쾌거이다. 한국 정치도 저급한 ‘난닝구-빽바지’ 논쟁이나 한반도 핵 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대선을 염두에 둔 인기 경쟁에 나서는 무모한 발상에서 벗어나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과 민족 안보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고한 철학과 역사의식을 갖고 국민 우선의 강한 행보를 해야 할 것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 한다”는 불광불급의 도전 정신도 본받을 만하다. 황 교수팀의 성공은 연구를 위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쉬지 않고 계란으로 바위를 깨고 하늘을 감동시키는 심정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한국 국회의 연평균 본회의 개회일을 보면, 13대 국회 41일, 14대 국회 42일, 15대 국회 54일, 16대 국회 53일에 지나지 않는데 이는 미국 의회가 연평균 144일, 영국 의회가 170일 본회의를 연 것에 비교한다면 매우 부끄러운 수치이다.
4월 임시 회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외유에 돌입하는 의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올해 의원 외교 활동으로 배정된 국회 예산은 30억원 이상이고 전년 대비 20%가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의 과학기술부가 100명이 넘는 황 교수 연구팀에게 올해 지원하는 예산의 규모가 2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가히 충격적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밤낮을 가리지 말고 국회를 대낮같이 밝혀 민생 경제 잡기에 주력해야 한다.
황 교수팀의 끊임없는 자기 반성의 과학 정신도 깊이 간직해야 한다. 과학의 생명은 철저한 검증이다. 검증 과정에서 잘못된 사항이 발견되면 연구자들은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즉시 수정한다. 여야 정치권은 러시아 유전 개발 의혹과 청계천 재개발 비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대 정당에 대한 비난과 공격만 있을 뿐 통렬한 자기 참회가 없다. 각 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허물을 스스로 밝히려고 노력하는 진솔된 모습을 보여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혁명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철학, 도전, 반성의 정신이 살아 숨 쉴 때만이 가능하다. 자기 수정 메커니즘이 효율적으로 작동될 때만이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선천적 상생 결핍증’과 ‘만성적 권력 집착증’의 정치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황우석 벤치마킹 하기] 김형준/ 국민대교수·정치학 (한겨레신문, 2005. 5. 25)
(해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공 소식을 전하고(1문단) 정치권이 황우석교수에게 벤치마킹(업종이 유사한 우수 기업의 사례를 본받아 경영 혁신을 꾀하는 방법)을 해야 한다는 주장(2문단)을 한 것이다. 이 후의 문단은 황우석 교수의 긍정적 경우와 정치권의 부정적 경우를 대조하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설득한 것이다. 3문단은 황 교수의 철학과 혼, 나라를 위한 철학이 없이 인기몰이에만 급급한 정치권을 대조하여 정치권에게 국민 우선의 철학을 벤치마킹할 것을 설득했다. 4문단과 5문단은 황 교수의 ‘불광불급’의 성실한 도전 정신과 정치권의 나태한 자세를 대조하여 정치권이 민생경제 잡기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 내용이다. 6문단은 황 교수팀의 자기반성과 과학 정신에 대조하여 정치권의 자기참회 없는 비난 일변도의 자세를 지적한다. 이 대조의 바탕 위에서 정치권의 자기 반성의 진솔한 모습을 요구했다. 7문단은 전체 글의 요약으로 도전, 철학, 반성의 정신이 살아 숨쉴 때 정치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조가 얼마나 좋은 사고 생성의 방법인가를 잘 보여 주는 예문이다. 일단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 성과에 나타난 의의를 서너 가지 정도로 ‘분석’하고 이에 대조되는 정치권의 모습을 맞세웠을 것이다. 이런 대조적 전제 위에 정치권의 의의 결핍을 강조하고 이것을 전제로 하여 정치권의 바람직한 행동 양식을 설득한 것이다. 일종의 설득문의 변형으로 보면 된다. ‘-p/-p→-q, +p→+q/p해야 한다’는 내용생성방법을 ‘a의p/a의 +p와 b의 -p의 대조/b는 a의 p를 배워야 한다’로 변형했다.1)
(1) 대조와 표현 가치: 우리말의 표현 가치는 항상 뒤쪽에 놓인다. 그래서 말을 하더라도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령 구술 면접에서 ‘아버지로부터 영향 받은 것이 있다면 말해 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하자. ‘아버지는 저에 대한 사랑이 깊었지만 엄했습니다.’라고 할 것이냐, ‘아버지는 엄했지만 저에 대한 사랑이 깊었습니다.’라고 표현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는데 이 때는 후자로 해 주는 것이 낫다. 왜냐하면 우리말의 표현 가치는 뒤쪽에 놓이기 때문에 ‘사랑이 깊다’는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아래 예문을 보면서 대조의 표현 가치를 좀더 공부해 보자.
(가)꿈은 허탄한 가공의 환상이지만 이상은 그렇지 않다.
(나)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다)강이 푸르니 새 더욱 희고,
(해설) (가)의 경우, 강조하는 점은 ‘이상의 그렇지 않은 점’, 즉, 이상의 현실성이다. (나)의 경우는 자연의 영원성과 인걸의 순간성을 대조하는데 이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인걸의 순간성, 인생의 무상감이다. 둘 다 뒤쪽을 강조하는 특징을 가진다. 내용이 대조되는 경우, 그 강조점은 뒤에 온다. 그러나 색채의 경우는 다르다. (다)의 경우, 푸른색과 흰 색이 대조되어 있는데 뒤에 나오는 흰 색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푸른색과 흰 색 모두가 강조되어 봄의 선명한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부각된다.
(문제 1) <보기>의 글을 가장 잘 요약한 것은? (96년 수능기출)
초기 인류의 화석을 보면, 원시인의 골격은 오늘날의 인간들과는 동떨어지고 오히려 유인원에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극히 미미하지만 분명히 다른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미미한 특징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된다. 그것은 두 다리로 서서 걷기에 알맞은 신체 구조, 즉 직립 보행이 가능한 신체 구조였다. 두 다리로 걷는다
1) 그러나 이 글이 가진 한계도 알아야 한다. 먼저 벤치마킹이라는 것은 비슷한 업종으로부터 우수 사례를 배우는 경영 혁신의 방법인데 정치권과 학계는 비슷한 업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용어 사용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과학자의 지나친 도구적 합리주의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더구나 이 글을 쓴 사람은 정치학자로서 인문학도이다. 정치인들에게 그럴듯한 설득을 위해서 과학의 도구적 합리주의의 표면에 드러난 긍정적인 면에 대한 분석은 불가피했겠지만, 인문학자란 사태의 이면에 드리운 본질의 모습까지도 볼 줄 알아야 된다. 오히려 국민의 인기만을 노리고 정치하는 사람이나, 가치적 합리주의에 대한 깊은 천착 없이 도구적 합리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 황우석 교수 팀은 닮은 꼴이 아닌가.
는 것은, 곧 두 팔을 보행이라는 동작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의미였고, 이렇게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또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되어서 인류 문명 발달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놓았다.
① 원시인의 골격을 살펴보면,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어 유인원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② 초기 원시인의 화석에 나타난 인간의 골격은 유인원에 가깝지만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③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는 신체 구조로 말미암아 두 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어서 문명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④ 인류의 문명을 발달시킨 요인은 인간의 골격이 유인원과 달리 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차이를 낳게 되고, 이것은 인류 문명을 발달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문제 2) <보기>의 내용을 가장 잘 간추린 것은?(95 수능 기출 )
돼지는 목이 짧다.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다. 그러나 목이 짧다고 해서 반드시 못난 것이요, 길다고 해서 잘났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목이 길기로는 기린이 수석이다. 그러나 그 기다란 목을 늘이고 좌로 우로, 혹은 전후로 상하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그 줏대 없는 겁쟁이 태도는 보기에 어떠한가?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는 그 보조는 풍신 좋은 체구와는 전연 딴판이다. 돼지는 다행히 짧아서 곧은 목이다. 고집은 셀지 모르나 좌고우시(左顧右視)의 추태는 있을 수 없다. 목표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직진할 뿐이다.
① 볼품은 없으나 당당한 돼지가 목이 짧은 것은 다행이다.
② 돼지의 당당한 목은 짧아서 줏대 없는 기린의 긴 목보다 더 잘났다.
③ 목이 짧지만 태도가 당당한 돼지가 목만 길고 줏대 없는 기린보다 더 낫다.
④ 돼지는 목이 짧고 볼품이 없으나 기린처럼 줏대 없이 걷지 않아서 다행스럽다.
⑤ 돼지가 목이 짧기는 해도 목이 긴 기린보다 당당하게 걸을 수 있으니 잘 되었다.
(문제 3)<보기>의 진술을 글의 서두에 배치하여 현대의 교육 현상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뒤에 올 비판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95 수능기출 )
에덴동산에서 아담은 동물의 이름을 짓기 전에 동물 그 자체를 먼저 보았다. 그런데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동물을 보기도 전에 동물의 이름부터 배운다.
① 고답적이고 선험적인 앎이 무시되는 현상
②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앎이 천시되는 현상
③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앎이 경시되는 현상
④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앎이 악화되는 현상
⑤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앎이 강조되는 현상
(해설) 1) (보기)는 대조를 통하여 인간이 유인원과 구별되는 특징을 말한다. 그것은 ‘직립 보행’이다. 이런 특징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손의 자유를 얻고 문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 연결이 가장 잘 된 것은 ③이다. 답③
2) 이 대조의 핵심은 내면과 외면에 있다. 즉 못난 외면보다 잘난 내면이 더 낫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④이다.
3) 과거의 아담과 오늘날의 어린이가 대조되고 있다. 실제 동물을 보는 아담과 동물을 보기 전에 이름부터 배우는 어린이의 대조를 통해 오늘 날 교육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은 ③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