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지도자)의 권한과 권위를 침해하고 통치권에 도전하기 위해 패거리를 만드는 일을 ‘간(姦)’이라하고, 이러한 일을 꾸미는 자를 ‘간신(姦臣)’이라합니다.
<한비자>의 ‘팔간(八姦)’편은 간악한 행위의 유형을 8가지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재방(在旁), 즉 군주의 곁에 가까이 있는 자들에 대한 경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재방(在旁)은 군주 곁에 가까이 있는 자를 말한다.
누구를 가리켜 곁에 가까이 있다고 하는가?
임금의 귀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나 난장이(오락을 위해 고용한 광대들), 그리고 측근의 친숙한 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군주가 명하지 않았는데도 예 예 하고, 시키지 않았는데도 분부대로 하겠노라고 말하며 군주가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뜻을 받들고, 용모를 엿보거나 안색을 살펴서 군주의 심중을 헤아리는 자들이다.
이러한 자들은 서로 결탁하여 손발을 맞추어 나아가고 물러서며, 서로 입을 맞추어 대응하며, 말투와 행동을 같이 하여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들이다.
간신들은 군주의 측근에게 황금보옥이나 그들이 즐기는 애완품을 바치고 그들을 위해 법에 어긋나는 요청도 들어준다.
이는 이들을 통해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함이다.”
지도자들이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를 살피기 위해 관계를 맺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기교나 재능으로 지도자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스포츠이든 특별한 예술활동이든 서로 공감대를 갖는 경우, 사람들은 호감을 갖고 가까이 하게 됩니다.
행동심리학에 ‘호감편향(Liking bias)’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면 그 사람을 곁에 두거나 그 사람에게 물건을 사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를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를 ‘호감편향’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호감은 어떻게 생길까요?
지식경영학자 롤프 도벨리는 여러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호감을 유발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1) 외모가 매력적일 경우 (다소 주관적일 수 있지만)
2) 출신이나 인품, 관심사가 비슷한 경우
3) 상대방이 먼저 호감을 보이는 경우
<한비자>의 ‘팔간’편에 등장하는 군주의 곁에 있는 사람의 예로 등장하는 배우나 광대, 그리고 아첨을 일삼는 예스맨들이 바로 호감을 유발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직업의 특성상 외모가 출중하거나, 상대를 즐겁게 하는 법, 상대의 얼굴표정이나 기분 등을 알아채어 상대의 입맛에 맞게 행동함으로 호감을 극대화시키는 귀재들입니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다는 적극적 제스처를 교묘하게 사용하고, 심지어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을 흉내 냄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사람들은 공감하는 바가 같다면 서로 끌리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비가 사용한 ‘일사동궤(一辭同軌)’란, 같을 말을 하며 행동도 비슷하게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군주는 자신에게 항상 복종하고, 자신이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미리 예측하여 행동하는 자들, 특히 자신과 비슷한 말투와 행동을 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면 이들을 ‘총애’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관리나 전문가의 의견보다, 미천한 신분이었던 광대의 이야기를 더 신뢰하곤 했습니다.
신하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군주의 마음을 얻기 위해 광대들에게 뇌물을 바치거나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음식을 팔면 왠지 더 맛있어 보인다는 착각을 합니다.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사람에 대한 ‘호감편향’으로 사실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부작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눈에 띄게 자신을 즐겁게 하고 호감을 보인다면, 신중하게 그 진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감편향 때문에 상황의 본질을 망각하고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