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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꽃나무일기
Mar.1 Wednesday 삼일절 독립운동 기념일이다. 아침에 태극기를 문 입구에 달았다. 공휴일이다. 어제는 정상근무로 5시에 마치고 집에 오니 며칠 전에 주문했던 글라디올러스 구근 두 가지가 도착해 있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이다. 날씨도 괜찮고 하여 화단 두 군데에 준비한 흙을 넣고 심었다. 글라디올러스 구근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처음 택배 박스를 개봉했을 때 무슨 경주빵 같은 것이 비닐 봉지에 여섯 개 담겨 있었다. 순간 보너스로 빵도 넣어주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글라디올러스 구근이었다. 경주빵처럼 생긴 구근은 예쁘기도 하였다. 글래디에이터라고 하는 검투사와 글라디올러스와는 어원이 같다고 누군가 적은 것을 보았다. 줄기와 잎이 칼처럼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빨리 시간이 지나 내가 심은 글라디올러스가 줄기가 자라 멋진 꽃을 피운 것을 보면 아마 황홀할 것이다.
아침에는 바깥 울타리 쪽에 남천 두 그루를 심었다. 겨울에 울타리 앞쪽이 너무 휑하게 보여서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남천을 심었다. 또 홍초라고 하는 칸나를 두 군데 심었다. 홍초는 구근이 엄청 크다. 작고 가는 고구마같다. 칸나도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꽃을 피울지 너무 궁금하다. 제각각의 아름다움으로 살아갈 것 같다. 화단을 둘러보니 튜울립, 수선화, 히야신스들이 숙숙 올라오고 있다. 크로커스는 벌써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집 뒤에서 너무나 빨리 크는 오동 나무 줄기를 톱으로 베었다. 한 해에 3미터 넘게 자란 것 같다. 식물은 참으로 놀랍다. 왜 그리 빨리 자랄까? 세포 분열이 그렇게 빨리 이루어지는걸까? 아마 물 배수관 바로 옆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어제부터 제법 봄이 느껴진다.
글라디올러스와 칸나를 혹 너무 일찍 심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날씨를 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무 탈없이 잘 자라길 자란다.
March 18, Saturday. 살구꽃이 완전히 피었다. 매화는 벙써 낙화중이다. 명자나무가 이 봄에 또 꽃을 피웠다. 지난 겨울 전에 피더니만 이 봄에 본격적으로 피었다. 작년보다 훨씬 많다. 산마늘인 명이 나물이 온전히 자라 잎을 뜯을 만큼 되었다. 히야신스가 꽃을 피우고 박태기와 자두나무가 꽃망울을 트뜨리려 한다. 모란과 작약이 싹을 올리고 있다. 백합이 낙옆아래에서 뾰족하게 싹을 티우고 있어 주변을 정리해주었다.
약 한 달 전에 구매한 여러가지 씨앗들을 화단에 뿌렸다. 어떤 것들은 씨앗이 너무 작았다. 거기다가 몇 개 들어 있지도 않았다. 금보다 비싼 느낌이 들었다. 유칼립투스라는 식물이 그러했다. 대략 8가지 정도의 꽃씨를 심었다. 아마도 1 개월 쯤 지나면 씨앗이 발아하고 4월 말이나 5월 초에는 모양이 잡힐 것으로 생각된다.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모른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니면 다른 일에 집중하다보면 곧 그 날이 오겠지 생각해본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순서가 있고 생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April 1, Saturday morning. 박태기꽃이 정말 예쁘다.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라고 한다니 일리가 있다. 붉은 색 같으면서 자주 빛이 감도는 작은 꽃송익 셀 수 없이 많다. 작년에도 보았지만 참으로 놀랍다. 그 옆에 있는 옥매가 아름답다. 막 피어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되었다. 무엇이든 다 피어버리면 신비감이 줄기도 하고 어릴 때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모과나무에도 빨간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작년에 몇 개 피었지만 열매는 맺지 못했다. 올 해에는 가을에 주렁 주렁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복숭아 나무 조생종과 만생종 두 그루가 꽃이 피었다. 조생종이 먼저 꽃이 피었다. 올 해에는 복숭아 꽃이 대략 열흘 정도 빨리 피는 것 같다. 벚꽃이 지금 떨어질 느낌이다. 화단에 목련이 꽃을 맺었다. 씨앗에서 출발해서 이제 꽃 봉오리를 맺었는데 약 3,4년이 걸리는 듯 하다. 오래 기다려 꽃을 보려하니 기쁨이 더욱 많아진다. 작년에 심은 두 그루의 사과 나무 중 한 그루가 먼저 잎을 피우드니 꽃을 피웠다. 빨간 꽃이 배꽃처럼 송이 송이 피어 올라온다. 놀랍다. 배꽃이 활짝 피었다. 배똧은 눈이 피어나 꽃을 보여주기까지 거의 일,이주만에 피어나는 것 같다. 금방 피어나는 것 처럼 보인다. 배꽃보다 시원해 보이는 꽃이 어디 없을 것 같다. 정말 바라볼 때 마다 시원하다. 튜울립이 꽃 종오리를 터뜨리기 바로 전이다. 백합과 참나리들이 줄기와 잎을 키우고 있다. 5,6년 전에 심었던 참나리가 너무나 많이 퍼졌다. 백합도 숫자가 늘었다. 4월과 5월은 꽃의 계절이다. 식물의 계절이다. 나는 정말 이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며 너무 행복하다. 두릅을 벌써 꺾어 먹었다.
April 15,Saturday evening. 지난 주 금토일 초등때 친구들과 제주 2박 3일 여행을 갔다왔다. 제주에는 책에서만 보던 나무와 식물들이 많았다. 먼나무, 굴거리 나무 등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가파도 청보리가 경주보다는 키도커고 벌써 꽃이 피고 보리 이삭이 올라오고 있었다.
저녁에 음나무 순과 느릅나무 순을 따다 데쳐 먹었다. 문득 층층나무를 보는데 꽃이 피려고 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 집 층층나무는 왜 꽃이 피지 않을까 궁금했는게 이제 핀다. 약 4년 이상 된 것 같다. 사과나무 꽃이 예쁘게 피었다. 작년에 두 그루를 심었는데 한 그루는 올 해 꽃을 보여주지 않았다. 무엇이든 처음 꽃을 피우면 엄청 신기하고 그 다음에는 다소 관심이 떨어진다. 모란이 올 해 처음 꽃을 피울 것 같다. 자꾸만 꽃송이가 굵어진다. 다른 집들의 모란은 벌써 화려하게 핀 것 같은데 우리 집은 좀 느린 것 같다. 햇볕이 그만큼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을 만한 땅이 부족하여 그늘진 곳에 심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거의 햇볕이 필요하다. 감나무도 올해 꽃을 피울 것 같다. 아마 감도 달릴 것 같다. 황매가 노란 꽃송이를 엄청 달고 자랑한다. 매화나무의 매실이 제법 굵다. 살구도 커가고 자두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슬방울만 하다. 겨울에는 황량했던 울타리와 화단이 점차 풍성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줄장미도 꽃송이가 열렸고 나무 장미인 붉은 장미와 노란장미도 꽃송이를 매달고 있다. 곧 필것이다. 장미가 피면 우리 집 울타리가 붉게 변할 것 같고 제법 아름답다. 멀리서 보면 누구 집이 저렇게 예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은근히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비비추와 무늬 비비추가 예년보다 훨신 많이 자랐다. 비비추 잎을 먹을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환하게 한다. 참나리와 백합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기대된다.
April 22, Saturday evening. 오늘 낮에 단석산에 올랐다. 봄빛이 참 좋았다. 여전히 무슨 나무가 자라고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물푸레나무, 쇠물푸레나무, 생강나무, 떡갈나무, 병꽃나무, 느티나무 등 익숙한 나무도 많지만 나무에 대해선 다 알기가 어렵다. 거의 산꼭대기 쯤에서 두릅순을 취해 저녁에 데쳐 먹었다. 집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국도 벌써 졌는지, 아니면 필려하는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병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산에는 역시 산바람이 있어 꼭대기에서 쉴 때 너무나 시원했다. 혼자 있으면 잘 오르기 어려운데 오늘도 우리 “뚱이”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 백모란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흰색 꽃을 피울 것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참으로 놀랍다. 모란하면 거의 검붉은 색인데 우리 집 모란은 둘 다 흰 꽃을 피웠다. 물론 나는 흰 꽃이 더 좋다. 순결해 보이고 시원해 보인다. 이 모란이 우리 집에 어떻게 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4년전 어느날 우연히 모란 순이 올라오는 것을 보았고 애지 중지 키웠다. 싹이 올라올 때부터 꽃이 피기를 기다렸지만 지난 3년 동안은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기다리지 않고 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나는 기다리고 기다려 마침내 4년 쯤 된 올해 한 송이의 꽃을 보았다. 이 기쁨, 이 행복을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아침에 출근하기 전 꼭 꽃이 피었는지 잘 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우리 집에 처음 꽃을 피우는 나무가 또 하나 있다. 올 해 층층나무가 처음 꽃을 피웠다. 어느 해인가, 봄이 오는 늦겨울 비지리 산 길을 이용해 단석산에 오르는 데 유난히 눈에 띠는 나무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층층나무였다. 층층으로 가지가 나고 또 나뭇가지 색깔이 조금 붉은 색이 감돈다. 참 아름다운 나무라는 생각이 들어 한 번 기르고 싶었는데 우연히 우리 집 앞에 심어지고 자라고 있다. 이제 키가 제법 크고 모양도 난다. 가지 가지 위에 이팝나무만큼은 안되지만 하얀 꽃들이 앉아 있다. 잘 보아야 보일 것이다. 나는 이 나무를 보면서 마음에 기쁨이 올라온다.
이웃에 사는 아저씨가 땅을 사용하라고 해서 심어서 꽃을 피운 유채꽃을 모두 뽑고 고랑을 준비했는데 아내가 그곳에 먼저 대파 모종들을 한 고랑 심었고 나는 아침 일찍 물을 주었다. 쉽지 않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다. 못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고개를 넘어 한 바퀴 도는 것이 퇴근하고 하는 가장 큰 일이다. 그 중간에 누군가 긴 의자를 두 개 두었는데 그 곳에서 못을 바라보면서 기도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요, 또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시간이다. 이 길을 가면서 여러가지 꽃들을 보는데 올해는 벌써 산딸기 꽃들이 피어 있었다. 올 해는 무엇이든지 한 열흘 쯤 빠른 것 같다. 경주에도 몇 몇 이팝들이 흰 꽃을 피우고 있다.
April 27, Thursday evening. 퇴근하고 오니 주문한 곰취가 도착해 있었다. 스무 뿌리를 텃밭과 담벼락 여기 저기 심었다. 나는 이것이 즐거운 가 보다. 거의 두 시간이 후딱 지났다. 곰취가 올 해 뿌리를 내리고 잎을 무성하게 피우고 가을엔 꽃을 피워 많은 씨앗을 퍼뜨렸으면 하는 야무진 바램이다. 욕심이 과하진 않았겠지.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이 즐겁다. 올 여름엔 곰취 잎을 즐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오늘 보니 큰꽃으아리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이런 꽃들이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마당 여기 저기에 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날 문득 으아리가 여기도 피었네, 하는 감동과 감격을 맛보고 싶다. 작년에는 한 송이 피웠지만 올 해에는 세 송이를 피웠다. 너무 즐겁다. 그마저 하나는 누군가 밟아 꽃이 아플 것 같다.
May 1 Monday morning. 오늘 근로자의 날을 맞아 집에서 휴식하고 있다. 금요일 오후부터 몸에 열감이 있고 기침을 해서 지금까지 고전이다. 아내가 준비해준 약을 먹었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그래도 어제는 예배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어제와 그저께는 의성에서 가지고 온 체리 나무를 두릅나무 하나를 베어내고 거기다가 심었다. 또 미스킴 라일락 두 뿌리를 앞 울타리와 옆 담 밑에 심었다. 그 동안 사실 미스킴 라일락을 꼭 구해서 심어 보고 싶었는데 그 소원이 나도 모르게 이루어졌다. 소원이란 참으로 중요하다. 소원을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이루어지는 것 같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아내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준 중국 오이 두 개를 가지고 왔는데 토요일 아침에 심었다. 일요일 오후에는 옥수수 씨앗을 밭에 심었다. 곰취는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빨리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움직임이 자유롭고 무슨 일이든지 꺼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코로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May 20 Saturday evening. 시간이 빨리 지난 것 같다. 이번 주도 거의 늦게 집에 왔다. 주중에 비가 왔다. 목요일 금요일 비가 왔다. 목요일에 일찍 집에 와서 가는 비가 오는 중에 아내가 고구마 줄기를 심었다. 나는 그의 옆에서 우산을 받쳐주었다. 고구마 줄기를 대충 심는 것 처럼 보였다. 고구마가 잘 자랄까 걱정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내는 작년 고구마 줄기를 심어보고 그 줄기와 뿌리를 수확해본 경험이 있다. 작은 밭에 여러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비도 때를 따라 와주어 너무 고맙다. 미나리와 땅콩과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이 자라고 있다. 오이가 제법 어렵다.
자두와 살구가 굵어 간다. 사과와 보숭아도 보면 흐뭇하다. 앵두는 벌써 빨갛고, 보리수 열매는 탱글탱글 붉은 색이 감도는 것이 몇 개 보인다. 삼월 심었던 꽃씨 중 아일랜드 양귀비가 꽃 대를 올리고 꽃송이를 만들었다. 다른 씨앗들도 발아하였는데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다. 그래도 몇 종은 자라서 목요일 비가 가늘게 올 때 화단에 흙을 넣어 넓혀 그곳에 옮겨 심었다. 꽃이 피면 분명 그 이름을 알 것이다. 분홍 달맞이 꽃이 여럿 피었다. 여성스럽고 시원하다. 분홍색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송엽국이 활짝 피었다. 초롱꽃이 곧 필 것 같다. 줄장미가 울타리 가득 붉게 피었다. 올해에는 노란 장미가 많은 송이를 자랑하는듯하다. 초봄에 진딧물 방지약을 친 것이 효과가 있는듯하다. 매실도 예전보다 깨끗해서 기분이 좋다. 샤스타 데이지가 화단과 마당에서 시원하게 피고 있다. 양귀비들이 꽃망울을 맺고 있다. 작년에 얻어 온 과꽃이 올해엔 여기 저기 많이 올라왔다. 그 생명력을 생각하면 놀랍다. 이젠 걱정없이 계속 피고 지고 할 것 같다. 신경을 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고 씨앗을 화단과 마당 여기저기에 떨어뜨려 숨겨 놓을 것 같다. 설악초가 그렇고 톱풀이 그렇고 백일홍이 지금 그렇다. 올 해 감나무에 꽃이 제법 피었고 감도 많이 열렸다. 한 열흘 전에 소나기가 올 때 가지가 무거워보여 가지를 잘라주었다. 감나무가 올해 기대된다. 석류도 지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석류는 오랫동안 꽃을 피우고 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없다. 정말 붉다. 다홍색이라고 해야할 것같다. 주황색이 감도는 붉은색이다. 꽃이 매끄러워보인다.
May 29, Monday. 지난 금요일에 양파를 수확했다. 약 50개 정도 수확한 것 같다. 오늘은 대체공휴일이다. 저 아래 괌 지방의 태풍이 일본 오키나와 까지 올라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어제와 오늘 거의 계속 비가 왔다. 아침 식사 전에 여유가 있어 꽃들을 몇 개 화단으로 옮겨 심었다. 비가 오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제도 화분에서 자라고 있던 과꽃 모종을 열 두어 포기 버스 정류장 옆 마을 화단에 심었다. 구절초도 웃자라 줄기를 잘라 마을 화단에 거의 열 두어 개 삽목해서 심었다. 비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데 비가 잘 오고 있다. 식물들이 무척 좋아하는 듯 보인다. 백합들이 꽃송이를 내미는 것 같다. 작년에는 별로였는데 올 해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사실은 개량 나리들이다. 유월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 꽃송이를 내미는 것을 보며 올 해에는 뭔가 모두 열흘쯤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백합들이 피려는 것을 우연히 볼 때 내 마음에 즐거움이 가득 차는 것 같다. 석류나무가 주황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색깔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아내가 벌써 왕보리수를 따서 청을 담궜다고 했다.
지금 비가 내린다. 지붕의 물받이가 오래되어 그 곳으로부터 빗물이 주루룩 주루룩 떨어진다. 아름답고 즐겁다. 온 세상에 비가 내린다.
June 17, Saturday. 한여름 날씨와 다를 바 없다. 지금 32도다. 어제 오늘 치자나무 꽃이 하얗게 핐다. 별 모양이다. 다른 꽃들은 뜸을 들이지만 치자는 뜸들이지 않고 피는 것 같다. 물론 꽃봉오리 모양이 만들어진 지는 꽤 되었는데 잘 표시가 나지 않는 면이 있다. 반면에 백합은 무척 뜸을 들이는 것 같다. 필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꽃잎을 열어 터뜨리지 않는다. 아일랜드 양귀비가 지난 번에는 주황색 꽃을 피우더니 이번에는 흰 꽃을 피웠다. 줄기는 얼마나 가늘고 긴지 따라갈 풀이 없는 것 같다. 원추리가 있긴 하다. 각시 원추리도 지금 꽃을 보여주려고 뜸을 들리고 있다. 노오란 색깔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이다. 고유함이 좋다. 살구가 이번 주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 몇 개 주워 먹어보니 역시 살구 고유의 맛이 난다. 살구는 그래서 살구다.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없다. 복숭아도 점차 굵어지고 빨갛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배도 조롱 조롱 열렸고 점차 굵어질 것이다. 올해에는 왕머루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달려선지 아니면 알이 굵어서 인지 이웃 할머니들이 물어본다. 감나무에 감이 몇 개 달렸는데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가을에 굵은 감이 두 어개라도 달려쓰면 좋겠다. 아마 내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릴것이라 생각된다.
저녁 무렵 살구를 흔들어 조금 수확했다. 매실은 거의 다 수확했다. 푸른 상태다.
July 1, Sunday evening. 오늘 날씨가 보통이 아니다. 완전 여름이다. 태양 빛이 뜨겁고, 습도도 높아 집에서도 오후 늦게 에어콘을 틀었다. 아침 일찍 작은 밭으로 가서 풀을 긴괭이로 쳤다. 일일이 뽑아야 하지만 쪼그려 앉는 것이 어렵다. 어제 저녁 무렵 아내가 호미를 가지고 쪼그려 앉아 풀을 뽑으면서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리하지 못해 아침 일찍 풀뽑는 시늉을 했다.
살구는 이제 거의 떨어졌다. 2주에 걸쳐 교회 식구들과 함께 살구를 긴 나무 막대를 이용해 땄다. 우리도 식초를 담그기 위해 큰 단지에 저장했다. 설탕과 식초를 넣었다. 깨끗해 보이는 살구는 교회에 가지고 가서 나눠 먹을 수 있었다. 교회 식구들이 왔을 때 천도 복숭아를 따서 함께 먹었다. 올해는 제법 많이 달리고 맛도 좋았다. 자두도 맛이 좋다. 오늘 아침에 다 떨어져서 4개 정도 주웠다. 아직 늦은 복숭아가 남아 여전히 굵어 가고 있다. 곧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봄에 알뿌리로 심었던 글라디올러스가 지난 주에 이어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처음 피었던 글라디올러스는 장마에 쓰러져 꽃대를 잘라 거실 꽃병에 꽂아 감상했다. 각시 원추리가 많은 꽃을 피웠다. 들판의 원추리들이 지금 거의 절정인 것 같다. 꽃이 계속 피고 지는 특징이 있어 원추리는 오래 가는 꽃이라고 볼 수 있다. 보리수 나무의 주변 가지들을 전지해주었다. 아래 쪽은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두릅나무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또 뿌리로 번지므로 너무나 많이 번식하게 되었다. 제거해도 자꾸만 올라온다. 아침에도 어린 두릅나무를 몇 그루나 절단했다. 마당에는 장마기간과 여름 햇볕이 번갈아 옴으로 잡초들이 금방 올라온다. 수시로 아내가 잡초를 뽑고 가지치기를 한다. 접시꽃 줄기를 온전히 잘라 버렸다. 지금 백일홍 꽃들이 올라오고 또 꽃들이 필려한다. 배나무에는 배가 얼마나 많이 열렸는지 모른다. 몇 개라도 잘 익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날씨가 너무 습하고 덥다. 잘 자라지 않던 칸나가 여름이 되니 본격적으로 자라는 것 같다. 개량나리인 색깔있는 백합들이 올해에는 다 꽃을 피우고 지금 거의 졌다. 야생 참나리는 지금 개화 직전이다. 전에 아내가 어린 참나리를 구해와 심은 것이 지금은 헤아릴 수 없이 번식되어 화단 한 쪽에 가득하다. 백합은 알뿌리로 번식하지만 참나리는 잎사귀 겨드랑이마다 붙어 있는 주아가 수도없이 땅에 떨어져 이듬해 봄에 올라온다. 번식이 얼마나 잘 되는지 알 수 없다. 곧 도잘적인 꽃잎에 주근깨로 점찍힌 주황색 참나리가 피고 지고 할 것 같다. 나리 하나가 꽃들이 피고 지고 한다.
Aug. 1 Tuesday.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이번 주 토,일요일까지 여름 휴가다. 정말 덥다. 전국이 거의 35도, 36도다. 경주도 36도다. 실내 온도계를 보니 31.5도에 이른다. 에어콘을 아직 켜지 않았다. 오후에는 틀어야할 것 같다. 7월초에서 7월 25일 쯤 까지는 장마가 있었는데 날씨가 돌변했다. 장마기간 중에는 충청도, 경상북도 지역에 홍수, 산사태 사태가 일어나 태풍 때보다 심한 50명이나 희생되었다. 정말 기후로 말미암는 위기다. 집중호우 때문이다.
너무 더워서 마당과 밭에 자라고 피는 식물에 대한 기록을 잊었다. 그동안 만생종 복숭아를 수확해서 나누어 먹었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복숭아를 제법 많이 먹은 것 같다. 고구마 줄기를 이용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 아내는 줄기의 껍질을 깐다고 저녁을 보낸다. 지금도 티브이를 보면서 까고 있다. 고추, 오이, 가지 등 채소들이 열매를 생산하고 있다. 밭에 잡초가 무성해도 더워서 감당할 수가 없다. 빨간색 글라디올라스가 먼저 피고 지금은 노란색 글라디올라스가 꽃피고 있다. 심을 땐 같이 심었지만 노란색이 한 달 정도 늦게 핀다. 햇빛의 영향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칸나가 지금 줄기가 올라와 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더운 날에 꽃을 피우니 참으로 놀랍다. 과꽃이 여기 저기 심겨져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연한 붉은색, 푸른 색 과꽃이 피었다. 생명력이 엄청 강하다. 봄부터 싹이 올라왔지만 꽃은 늦게 핀다. 올해 배가 많이 열렸지만 벌써 배는 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단맛이 들지 않았다. 석류도 몇 개 달린 것 같은데 아름다운 석류를 수확해봤으면 좋겠다. 화단과 집안에 있는 밭에 잡초들이 무성하다. 그 사이에 곤줄박이가 우체통에 포란과 육추를 마친 것 같다. 그렇게 많이 보이던 곤줄박이 암수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새끼들도 다 둥지를 떠나고 없다. 다행이다. 그리고 육추를 성공하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다.
Aug 11, Friday night. 수요일 밤과 목요일 낮에 태풍 카눈이 창원, 통영으로 올라와 대구, 대전을 통과해서 서울을 지나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한반도 전역에 바람과 비를 뿌렸다. 많은 사고 탓에 이번에는 정부에서 신경을 곤두써서 그런지 사고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태풍은 무섭고 작년 힌남노의 기억이 있어선지 나도 걱정이 되었다. 오늘 개울을 따라 올라가보니 개울 옆 시멘트 길 위로 여전히 물이 흐르고 길이 파괴되어 위쪽으로 갈 수 없었다. 태풍 때는 개울 물이 넘칠까 걱정이 된다.
퇴근 후 집에 오니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화단을 정리하는데 보니 상사화 줄기가 올라오고 그 위에는 꽃이 피려고 준비중이었다. 작년보다 늦게 피는 것 같지만 여전히 꽃대가 올라오니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태풍 후에 상사화 줄기가 올라오는 것 같다. 구월 초에 피는 꽃무릇도 비슷한 느낌이다. 역시 개화엔 많은 비가 필요한 것 같다. 오늘 보니 석류가 제법 예쁘게 여물고 있는듯했다. 줄장미는 거의 잎이 떨어져 생울타리가 좀 허전한 느낌이다. 참나리들도 다 꽃이 떨어졌다. 그러나 왕머루는 점점 검은 자주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곧 따먹어도 돨 것 같았다. 밭에 가보니 오이와 토마토가 몇 개 달려 있었다. 심지도 않은 참외가 예상 외로 몇 개 달렸고 어떤 참외는 참으로 달았다. 여전히 작고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고 있었다.
그렇게 뜨거웠던 여름도 말복이 지남으로 느낌이 달라졌다. 어제가 말복이었다. 열대야가 없어졌고 지금 창문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풀벌레 소리도 요란하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이제 조금씩 물러가고 있다. 너무 너무 놀랍다.
Aug. 26, Saturday. 한 주 동안 비는 며칠 왔지만 소나기성 비다.여전히 덥고 습도로 인해 에어콘을 틀게 된다. 열대야 정도는 아니지만 밤에도 덥다. 낮에는 폭염이다. 태풍 후에 며칠 시원핶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어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시작되었다. 30년 이상 태평양 쪽으로 방류한다니 바다도 이제 안전한 지대가 아닌것 같다. 일본만 바다로 오염수를 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전 세계의 핵발전소에서 깨끗하지 않은 물을 방류할 것 같다. 핵발전소 오염 뿐 만 아니라 비슷한 류의 공장 폐수들이 바다로 흘러들어갈 것 같다. 농약도 강물에 썪여 바다로 들어갈 것 같고 각종 생활 오염수들이 바다로 들어갈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음을 보니 바다의 자체 정화기능이 참으로 놀라운 것 같다.
지난 주 예배 후에 머루를 모두 땄다.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알찼는데 그만 비 바람과 태양으로 짓물러 별로 수확할 수 없었더. 문 입구 캐노피 처럼 만들어 두었던 머루 덩굴의 잔 가지들을 모두 제거했다. 익어서 술냄새까지 나고 출입 시 옷에 머루물이 묻을까 두려워 모두 제거했다. 시원하지만 눤가 아쉽다. 내년에는 좀 열매들을 사이사이 제거해서 튼실하게 관리해야 할 것 같다.
Sep. 22,Friday. 내일 모세 결혼식으로 오늘 연차다. 가을 장마가 끝나고 오늘 정말 화창하다. 내일도 화창할 것 같다. 가을 분위가 물씬 풍긴다. 가지 끝 잎사귀가 붉은 홍가시나무가 시원해보인다. 노란 장미가 예쁘게 피었다. 꽃무릇이 절정이다. 오륙년 전에 알뿌리로 심은 꽃무릇이 가을비와 함께 쑷쑥 올라오더니 얼마나 붉고 꽃술이 얼마나 가늘고 예쁜지 참으로 황홀하다. 어찌 그럴수 있을까 물을 정도다. 올해 특히 줄기가 많이 올라왔다. 여름엔 존재감이 없다가 구월 10일쯤 줄기가 땅 속에서 올라옴으로 이 때가 되면 늘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줄기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못보았지만 올해는 작은 순들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놀랍다. 보라색 쑥부쟁이와 구절초들이 꽃망울을 맺고 꽃을 피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사돈 내외와 가족들이 오는 시점에 마당에 꽃이 있어 행복하다. 가을을 즐기게 될 것 같다. 마당 입구에서 현관까지 들어오는 길에 디딤돌 10개와 그 주변에 잔디를 삼사년 전에 심었는데 이제 자리를 잡았다. 오늘 아침에 가위로 한참동안 깎았다. 단정해보인다. 아내는 내일 결혼식이라고 머리를 하러갔다. 봄에 생각하고 시작하고 계획했던 아들 결혼식이 내일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길 바란다.
Oct.22, Sunday night.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길이 없다. 구절초가 피었다가 벌써 다 지고 있다. 좀 더 구절초들이 멋지게 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이제는 심을 곳이 마땅하지 않다.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품종의 구절초를 한 번 구해서 심어보고 싶다. 그늘에서 자라서 그런지 산 정상 등에서 자라는 구절초 꽃에 비해 덜 화려한 것이 아쉽다. 해국과 청화 쑥부쟁이는 정말 지금 화려하다. 칸나도 여전히 꽃이 피어 있고 줄기는 푸르다. 키가 제법 크다. 산국이 피었고 국화들이 필려고 하는 중이다. 감나무에 감이 다섯 개 열렸는데 한 개는 벌써 새가 와서 쪼은 흔적이 보인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2주전인가 3주전에는 고구마를 캐고 땅콩을 캐고 다시 밭을 삽으로 고랑을 만들고 퇴비를 사서 넣어 아내는 마늘을 심었다. 올 해에는 작년보다 고구마를 더 많이 캤다. 사실 고구마는 고구마보다 그 줄기를 더 많이 채취한 것 같다. 고구마 줄기를 올 해에도 많이 먹은 것 같다. 맛도 머위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올 해에는 스스로 자란 호박들을 많이 수확하고 주변에 나누어 주기도 했다. 교회에도 몇 덩이를 가져가 나누어 줄 수 있었다. 농촌에서의 삶은 이런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아내가 마늘 심은 밭에 마른 풀들을 덮어주는 것을 약간 도왔다. 단석산을 보니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 가는 것 같다.
모세 결혼식 다음날 일본에서 오신 사돈 분들과 가족 몇 분이 우리 집을 방문하여 거실에서 커피와 차를 마셨다.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눈 후 다시 호텔로 돌아가셨다. 이런 경우 전원주택에 삶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것 같다. 날씨도 참 좋았다. 이 후 추석이 있었고 형님 형수님이 하루 머물다 가셨다. 참 가을은 시간이 빨리 지나는 것 같다.
Nov 5, Sunday Evening. 오후에 동네 한 바퀴 돌았다. 온 나무들이 다 물들었다. 버드나무도 물들었다. 다만 어름덩굴은 여전히 대나무 만큼이나 푸르다.
2 주 전에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그 주에 담벼락이 약간 기울어진 것을 알았다. 어떤 차인지는 몰라도 큰 트럭이 와서 후진하다가 부딪혔을 것 같다. 옆 공장으로 오는 차가 의심스럽다. 그러나 어떤 차가 정확히 어떻게 했는디 알 길이 없다. 담벼락이 기울어진 것과 나의 몸살에 무슨 관계가 있는 지 궁금하다. 관계가 없겠지. 그래도 연관이 있을까 의심해본다.
어제 보니 밭에 심은 마늘이 제법 싹을 티웠다. 대략 10센티미터 쯤 푸르게 자랐다. 다른 밭은 몰라도 우리 밭 마늘이 이렇게 자라다니 참 놀랍다. 옆 고랑의 양파는 며칠 전에 심었는지 풀이 죽어 있었다. 마치 죽은 것 같다. 그래도 내년 봄에는 양파가 크게 달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경험이다. 지난 주에 가을 기온이 무슨 여름처럼 올랐다. 목요일이던가 최고 기온이 경주 기준 29도까지 올랐다. 그 전에는 추워서 심야보일러의 전원과 온도를 올리고 밤에는 온수가 통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온도 변화가 많으니 감당하기 어렵다. 몇 일 전에는 밤에도 추웠는데 지금은 거실에서 그냥 생활 할 수 있다. 가을은 참 온도 변화가 크다. 오늘 아침에 집안에 있는 텃밭과 화단의 풀들과 호박덩쿨 그리고 머루나무, 복숭아 나무 등을 낫과 가위 등으로 정리를 좀 했다. 저녁에는 집 안에 있던 마른 나무들을 조금 태웠다. 아내가 고구마를 구워먹자고 해서 고구마를 그 불에 올려 구워 먹었다. 구골나무가 꽃을 피웠다. 아침에 머루덩쿨을 정리하다가 이 나무를 흔들게 되었는데 꽃 향기가 일품이었다. 꿀향기 같은 것이 코를 찔렀다. 구골나무에 꽃이 피면 겨울이 온다고 누군가 말하던데 내일부터 서서히 기온이 내려간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수능도 한 열흘 남았다. 그 때는 꼭 추웠던 기억이 있다.
이 번 주에 새로 만난 나무가 있다. 녹나무과 나무들인데 감태나무 비목나무들이다. 이들이 가을이 되니 그 단풍으로 말미암아 존재감이 드러났다. 밴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생강나무와 마찬가지로 모두 녹나무과라니 놀랍다. 이 곳에 그런 나무들이 있다니 놀랍다. 오늘 한 바퀴 도는데 멀리서도 감태나무를 볼 수 있고 또 비목나무도 보인다. 나무 이름 알아가는게 재밌다. 마당에 국화가 가득 피었다. 무심히 보는 즐거움이 크다.
Nov 19, Sunday Night. 어제 토요일 일어나 커텐을 젖히니 바깥 마당에 눈이 쌓여 정말 놀랐다. 경주에 11월 중순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온 적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받아 둔 빗물들이 얼었다. 칸나 줄기도 언 것 같다. 국화만이 피어 노랗다. 채소 밭을 지나가는데 마늘이 파릇파릇하고 양파들이 되살아 나고 있다. 줄장미가 며칠 전 따뜻함으로 몇 송이 피었는데 그 위로 눈이 내렸다. 지인과 어제 아침 눈이 온 단석산을 갔다 왔다. 가을 속에 겨울이 놀러 온 분위기 였다. 오늘은 추수감사절 주일이다. 교회에서 즐거운 식사와 바자회가 있었다.
Nov 25, Saturday. 오전에 배추 가지러 흥해를 갔다왔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로 떨어져 오후에 칸나를 캤다. 뿌리가 3배 늘었다. 저녁엔 예술의 전당에서 최백호가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가려한다. 지금은 오후 네시다. 지금 출발해야할 것 같다. 약 두주 동안 어떤 책 저자가 칭찬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읽었지만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평범하면서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인간됨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부를 추구하지 않고 삶과 철학과 논리를 추구하였다. 놀라운 삶을 산 건 배워야할 것 같다.
Nov 31, Sunday midnight. 한 해가 지고 있다. 홀로 거실에 앉아 한 해를 돌아본다. 무사해서 감사하고 또 무사해서 허무하기도 하다. 이젠 그런 나이가 된 듯 싶다. 어제는 구매한 거름을 화단에 뿌렸다. 치자나무를 우연히 보니 치자가 곱게 익어 있었다. 치자는 6월과 12월에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날씨가 그래도 풀려 다행이다. 혹한은 아마 한 두 번은 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