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독특한 머리깃털 가진 맹금류… 나라 상징하는 새래요
입력 : 2022.10.05 03:30
부채머리수리와 뱀잡이수리
▲ 머리 주변에 선풍기 날개처럼 큼지막한 깃털이 나 있는 부채머리수리(왼쪽)와 머리 뒤에 긴 깃털이 꽂혀 있는 뱀잡이수리. /위키피디아
최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이라는 국제 조류 보호 단체에서 "전 세계 새 종류의 절반가량이 서식지 파괴 등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위기에 처한 새 중에는 멋진 외모를 가진 맹금류 두 종류도 있었어요. 중남미의 부채머리수리와 아프리카의 뱀잡이수리랍니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지역의 열대 우림에 살고 있는 부채머리수리는 날개를 펼친 길이가 2m에 달하는 대형 맹금류입니다. 이 새의 영어 이름은 '하피 이글(Harpy eagle)'인데요. 하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 괴물로, 사람의 얼굴에 새의 커다란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지요.
부채머리수리의 머리 주변에는 다른 맹금류와 달리 선풍기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큼지막한 깃털이 나 있어요. 위협을 받으면 이 깃털이 바짝 일어서 몸집을 더 크게 보이게 해주죠. 이렇게 얼굴 주변의 깃털을 곤두세우면 주변의 소리를 좀 더 잘 듣게 되는 효과도 있대요.
부채머리수리는 아주 날카로운 발톱을 갖고 있는데요. 발톱이 곰보다 더 길게 자란대요. 이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워 정글을 날아다니면서 나무 위에 살고 있는 원숭이나 나무늘보를 사냥한답니다. 다른 맹금류처럼 하늘 높은 곳에서 빙빙 맴돌다가 먹잇감을 향해 내리꽂는 게 아니라,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다가 먹잇감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발톱으로 낚아채가는 거죠. 그런데 나무를 베어내며 서식지가 파괴된 데다, 밀렵까지 당하면서 최근 60년간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대요. 중미 파나마는 부채머리수리를 나라를 상징하는 국조(國鳥)로 지정했답니다.
부채머리수리 못지않게 멋진 외모의 맹금류가 아프리카 동·남부 초원에 사는 뱀잡이수리입니다. 이 새 역시 독특한 머리 깃털 때문에 '비서 새(Secretary bird)'라는 재미있는 영어 이름이 붙었어요. 머리 뒤에 긴 깃털이 꽂혀 있는 모습이 마치 옛날 서양에서 비서 일을 보던 사람들이 머리에 펜을 꽂은 것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생겼죠.
독특한 생김새만큼이나 생활 습성도 유별난 데가 있는데요. 다른 맹금류에 비해 아주 기다란 다리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날아갈 때도 백로나 두루미처럼 두 다리를 뒤로 쭉 뻗죠. 그런데 좀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요. 사냥을 땅에서 하거든요. 길고 튼튼한 두 발로 초원을 걸어 다니면서 뱀이나 도마뱀, 쥐, 작은 새 등을 찾죠. 특히 독사를 사냥할 때는 뱀의 공격을 피하면서 두 발로 쾅쾅 밟아 죽인 다음 날름 삼켜버리죠.
뱀잡이수리 역시 생존 위협에 직면해있어요.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치기 위해 초원을 개간하고 있거든요. 뱀잡이수리는 아프리카 나라 수단의 국조로 지정돼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