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41코스
이원근
◉ 2026.4.19.
◉ 천하몽돌해변-상주은모래비치-양이(대량, 소량)마을-오지방고개-벽련-해파랑남해여행자센테
이번 구간에는 귀한 친구와 함께했다. 입대를 앞두고 휴학 중인 석헌의 외손자가 동행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스스로 그 고됨을 체험해보고자 이 길에 나섰다. 철학에 관심이 많다는 청년답게, 삶을 몸으로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이 구간은 몽글몽글한 돌이 넓게 펼쳐진 천하몽돌해변 입구에서 남해 이동면 신전리 원천항까지 이어진다.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백사장이 소나무 방풍림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상주은모래비치의 풍광, 그리고 한글 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의 저자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노도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금산과 상주 해안의 절경이 펼쳐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혹적인 여정이다.
남해 사람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면, 문인으로는 서포 김만중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상주면 두모마을에서 가까운 섬 노도로 유배된 그는, 고향과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인물이다. 조선의 여느 사대부들과 달리 한글로 소설을 남겼고,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는 단지 한 개인의 정서를 넘어 당대 여성들의 슬픔과 한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로 널리 읽혔다. 저잣거리에서 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던 책쾌와 책비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던 작품이었다고 한다.
양이(대량, 소량)마을 고개에 이르자, 우려했던 대로 청년의 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미리 준비해 둔 파스로 응급 처치를 해보았지만, 두모항으로 넘어가는, 노도 옆에 있는 오지방고개에 다다르자 더는 발을 떼지 못했다. 결국 오늘의 여정은 그곳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멈춤을 단순한 실패로 보지 않는다. 18km를 끝내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선택한 고된 길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또렷이 확인한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일 것이다. 5,350km 코리아둘레길에 도전한 80 노인네들의 기개와 같은 결로, 이 청년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감당하려 첫발을 내디뎠다.
끝까지 가지 못한 길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오늘의 중단은 포기가 아니라, 다음을 위한 여백이다. 이 경험이 훗날 더 단단한 걸음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며 길을 접었다.
노도 ▲ 노도는 벽련마을 선착장에서 배로 5분이면 당도하는 섬이다. 서포 김만중은 1689년부터 3년간 남해 노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 5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배를 젓는 노를 많이 생산했다고 하여 '노도'라 불린다고 하는 설도 있고 섬의 생김새가 삿갓을 닮았다 하여 '삿갓섬'이라고도 불렸다고 하는 섬이다.
책쾌와 책비 ★ 저잣거리에서는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장수가 책쾌였다. 그리고 안방에 모인 여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여성도 있었는데 이를 책비라고 불렀다.
첫댓글 ㅡ 임병환
더운날씨에
고생하셨습니다.
완주 추카드립니다.
화이팅!
ㅡ 권수문
석헌 어르신의 외손자와 함께 한 해파랑길이 유독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말씀하신대로 현대 청년들은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일은 기피하는데 자진해서 참석을 했다니 비록 완주를 목전에 두고
하차 했지만 그 기개는 높이 평가해 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만중은 역시 조선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특히 한글로 된 소설을 저술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지요.
서포 김만중이 남해의 노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항상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마음의 양식을 듬뿍 제공해 주시는
우리 왕초성님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ㅡ 정문희
점점 더 젊어지시네요
ㅎㅎ
지금까지 젊음을 유지하시는걸 보면
타고나신 체력도 있겠지만
산행을 꾸준히. 히신 결과가 아닐까 사려되옵니다
공곡님은 우리 대6의
자존심이자 자랑이십니다
최고중 최고!
ㅡ 여인태
이동면에는 지인이 있어 자주 회포 하네요.외손주 큰맘 먹은 거 같네요.존주와 같이하셔 즐거웠겠어요.
ㅡ 권태문
정말 부럽네요
가보지 못한 곳을 글을 읽고 상상 해 봅니다 일행이 많이 줄었네요.
군산과 거제도의 몽돌해수욕장은 널리 알려진 곳이나 이곳 남해군 미조면에도 천하몽돌해수욕장이 있었군요. 아무튼 남파랑길은 여전히 순항중이네요.
이번 구간에는 스무살 청년까지 동행했다니 정말 귀한 초청인사까지 합류하여 든든하셨겠군요.
끝까지 완주못한 구간은 다음에 다시 이어서 걸으면 그만이죠. 꾸준히 진행한다는게 중요한 법이지요.
이고문님 끝까지 응원합니다. 화이팅!
늘 응원해 주심에
힘 들어도
힘이 납니다.
고마버요.
ㅡ 최숙희
그 연세에 정말 대단하십니다. 건승하십시오.
ㅡ 김종배
이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내 체력에 따라 잘 진형 하시어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
ㅡ 권신화
뜻깊은 걸음
잘 읽고 보았습니다.
공곡님과 함께
멋진 길, 유래 들으며
함께했던
젊은 분은
행운이셨에요
그 길에
저도 한번 함께 하고 싶단 생각이 막 듭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ㅡ 김종철
외손자를 위한 배려
팔팔한 청년들의 기개를 배우게 된 것은 20대 청년이 앞으로 살아갈 훌륭한 삶의 지침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ㅡ 최천기
남파랑길 기행기 읽으며 몰랐던걸 배우고 있읍니다,
무탈 종주 되십시요.
ㅡ 정규린
건강하시고 행복해 보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트레킹 되세요.
ㅡ 최순옥
🌼남파랑길 41코스 !~^^
감동적인 글 감사함다
ㅡ 건 행 하시길요👍💖
ㅡ 박낙원
오늘은 따끈따끈 할때 열어봐서요, 사시남정기, 구운몽,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왔던가? 오래만에 덜어보는 글이네요, "책쾌와 책비"는 오늘 새로운 말인디, 과연 메모리가 언제까지 갈까 우려서릅네.
4월이 사물사물 저물어 가도 매일매일 새 꽃들이 사월을 뜨 밭혀주고 기를 불어 넣고있드만.
공곡 처럼 뜻이 뚜렷하면 노쇠 마귀할멈이 따라가지 못할것이니 염려 할 필요가 없겠네.
오늘은 따끈따끈 할때 열어봐서요, 사시남정기, 구운몽,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왔던가? 오래만에 덜어보는 글이네요, "책쾌와 책비"는 오늘 새로운 말인디, 과연 메모리가 언제까지 갈까 우려서릅네.
4월이 사물사물 저물어 가도 매일매일 새 꽃들이 사월을 뜨 밭혀주고 기를 불어 넣고있드만.
공곡 처럼 뜻이 뚜렷하면 노쇠 마귀할멈이 따라가지 못할것이니 염려 할 필요가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