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근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토록 규정하고 있는 선거법 264조를 바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의 기준을 300만원 내지는 500만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994년에 만들어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확정시 의원직 상실' 기준이 지금의 실정과 맞지도 않고,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 때문에 재·보궐선거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론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법을 위반한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고 꼼수를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을까 봐서다. 그래서 한나라당 차원이 아니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법 개정안을 내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수(數)는 15대 국회 7명, 16대 10명, 17대 12명, 18대 국회 15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법 처벌 조항이 있어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우리의 선거 풍토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원직 상실형의 기준까지 낮춘다면 선거판이 또 한 번 불법과 탈법, 부정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과 함께 이후 5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잦은 사면·복권 덕분에 지금 국회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던 사람이 버젓이 금배지를 달고 있다. 대한민국 선거 문화를 완전히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刑)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선거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여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최우선 업무는 선거법 위반자들이 계속 금배지를 달고 지낼 수 있도록 엉뚱한 법 조항을 손대는 것이 아니라 국회 내 폭력을 영원히 추방할 수 있도록 국회 윤리위가 불량 의원들을 자동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