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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해 악어떼가 몰려들고 있다.
플로리다 남쪽 섬 지방을 지나 육지에 닿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도시가 플로리다시티이다. 여행 8일째(27일) 목적지인 플라밍고(Flamingo)와 가깝고 키 바히아 혼다에서 1박 2일 동안 캠핑을 하며 쌓인 피로를 풀 겸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으로의 유일한 통로 ‘9336’번 도로 근처에 호텔을 하나 잡았다.
카 인(Car inn)형태의 호텔이지만 규모가 꽤 클 뿐아니라 자동차 여행에 필수적인 무선 인터넷, 아침식사가 무료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는데 호텔 사장을 보는 순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가 인도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다른 가족과 동행한 여행이었고 시간도 늦어 사실은 다른 호텔을 찾고 싶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2009년 미주리 콜럼비아에 정착한 후 지금까지 동부로 서부로 몇 차례 여행을 다니면서 호텔과 관련해 알게된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2성급 안팎의 저렴한 호텔을 찾아 들어가면 주인이 인도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비딩을 하든 쿠폰북을 들고 찾아가든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호텔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서비스나 시설은 그다지 나쁘지 않은 정도지만 우연히 가격이 적정하다 싶어도 인도인이 운영하는 호텔이 걸리면 십중팔구는 서비스든 시설이든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2009년 땡스기빙연휴 때 우리 가족은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 아리조나 캘리포니아를 돌아오는 머나먼 여행길에 올랐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 자그마한 실수로 여러사람이 난감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던 때라 사전에 2-3일치 숙소를 인터넷 비딩으로 마련해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로스엔젤레스 체류 이틀째 LA 국제공항 부근의 예약호텔로 찾아가 체크인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론트에 지배인이라고 앉아 있는 사람이 인도인 할머니였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인도인들은 모든 가족이 나서 호텔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할 사람은 아예 고용하지도 않는다. 예약사이트 프라이스라인 닷 컴에서 60달러나 주고 예약을 해뒀는데 한 사람 추가될 때마다 15달러의 추가요금을 더 내야한다는 지배인의 난데없는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가족은 부부에 어린 아들 하나 단출한 가족이고 1년동안 미국여행을 해오면서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없었다. 또 하나 프라이스라인에서 예약을 하고 체크인할 때 추가요금을 요구받은 적도 단 한번도 없었다. 으르고 달래고 아무리 설명해도 통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체크인할 때 써냈던 나의 개인정보는 돌려달라고 얘기했지만 그것마저 돌려줄 수 없다고 떼를 썼다.
프라이스라인으로 예약하면 환불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환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당하게 15달러를 부담하긴 더욱 싫고 하지만 그 인도인의 상대방 입장은 아랑곳 않는 태도를 보면서 길바닥에서 잤으면 잤지 절대로 투숙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하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LA에서 순풍에 돛을 단 듯이 순조롭던 여행이 갑자기 엉망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었고 그 때 아내가 프라이스라인에 전화해 항의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프라이스라인은 환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상상도 하지 않고 있던 생각이었다. 늦은 밤 콜럼비아로 전화해 프라이스라인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전화를 돌렸다. 땡스기빙연휴라 전화를 받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다행히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지만 처음엔 환불은 안된다는 의례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프라이스라인을 이용하면서 지금까지 그런 요구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래서 그 호텔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더니 전화통화 10여분만에 환불을 해주겠다고 해서 일이 의외로 잘 해결된 적이 있다.
플로리다시티의 인(Inn)도 60달러 안팎으로 시설 대비 그다지 싼 편도 아니었지만 제 때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객실내부는 전체적으로 꾸질꾸질한 느낌이 들었고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무료로 아침식사를(Continental breakfast)제공한다는 광고가 무색하게도 아침식사는 빵 몇 조각에 오렌지쥬스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빵을 아끼느라 몇 조각씩만 내놓고 손님들이 요구하면 서 너 조각씩 보충해주는 식이니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두 번 이런 일이 있은 뒤 나에겐 호텔이든 인이든 프론트에 인도인 처럼 생긴 사람들만 보이면 바로 다른 곳을 찾아가는 원칙이 생겼다. 투자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생각을 내지 못하는 인도인들의 구멍가게식 사업방식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인도인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떨치지 못해 덩달아 에버글레이즈 여행길이 유쾌하지 않았지만 ‘에버글레이즈 엘리게이터 팜’에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싹 지워졌다.
플로리다 관광에서 빼놓 수 없는 포인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대한 습지 생태계를 보고 체험해 보는 것이다. 공원 사이로 난 트레일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습지 생태계와 희귀한 동식물을 구경할 수도 있고 에버글레이즈 공원 주변 곳곳에 성업중인 악어농장을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트레일 관광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 좋지만 에버글레이즈 전체가 늪지대이기 때문에 트레일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원 주변의 악어농장은 관광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시간과 예산 대비 에버글레이즈의 인기관광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에어보트를 이용해 늪지대 위를 질주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고 늪지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야생 상태에서는 어쩌다 땅위로 기어나와 따스한 햇볕을 쬐는 악어를 목격할 수 있지만 농장에서는 수 백마리의 악어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곁들여 악어 먹이주기와 악어쇼, 새끼 악어 만져보기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인기있는 관광코스이다.
플로리다시티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20분 가량 차를 몰아가면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경계지점에 있는 악어농장이 에버글레이즈 엘리게이터 팜이다. 주소는 40351 SW 192nd AVE. Florida City, FL 33034.(305-247-2628) 입장료는 어른 23달러, 어린이 15.50달러로 싼 편은 아니지만 악어쇼를 비롯해 악어를 실컷 볼 수 있는데다 에어보트를 타고 늪지대를 돌아보는 비용까지 포함돼 있는 한나절 코스니까 가격 수준은 적당한 편이다.
습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엘리게이터는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벨트와 지갑, 신발 제조용으로 남획되는 바람에 멸종위기 리스트에 올라 보호를 받아왔다. 하지만 에버글레이즈 주변의 수 많은 악어농장들이 악어 사육을 통해 가죽생산에 필요한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고 당국의 보호노력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지난 일 이 십년 사이 개체 수가 급속히 증가했다.
악어농장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 남부와 루이지애나 늪지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아메리칸 엘리게이터 숫자는 150만 마리나 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수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1987년 엘리게이터는 미국 연방 멸종위기종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에버글레이즈 늪지대를 여행할 때 야생 악어를 자주 보게된 것도 그 만큼 개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과거엔 사냥꾼이나 밀렵꾼으로부터 악어를 보호하는 것이 미국 당국의 임무였지만 지금은 개체수를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장 한 가운데 어미 악어들을 가둬 둔 웅덩이(Breeding Pond)에는 사육되는 악어 숫자가 워낙 많아 웅덩이가 좁은 것도 아닌데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악어떼가 우글거린다.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아프리카 크로커다일이 누 떼나 임팔라 같은 사슴을 사냥할 때 난폭한 야성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사육되는 악어들은 야성을 잃어 사육사가 우리 안에 들어가도 “쉭 쉭~”하는 소리만 낼 뿐 공격할 생각도 않는다. 새끼 악어들은 Grow Out Pen에서 자라는데 알에서 부화할 때 온도조절을 통해 암컷과 수컷의 수를 2:1로 조정한다고 한다.
악어 구경이 끝나면 에어보트를 타고 직접 늪지대로 나아간다. 에버글레이즈의 늪지대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게 섞여 자라는 평탄한 평원이 얕은 물에 잠겨 있는 상태라고 보면된다. 강은 센 물살 때문에 잡초들이 제대로 자랄 수가 없지만 늪지대는 물이 고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물속에서도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난다. 그래서, 플로리다에서는 늪지대를 ‘River of Grass’라고 부른다.
스크류가 달려 있는 모터보트가 늪지대를 달리면 풀이 모터에 감겨 운행이 불가능하지만 에어보트는 추진력을 만들어 내는 스크류가 보트의 뒤쪽 높은 곳에 달려 있어 풀에 걸리지 않고 늪지대를 미끄러지듯이 달린다. 바다나 호수를 달리는 보트는 저항을 줄여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아랫 부분이 뾰족하게 설계됐지만 에어보트는 배의 밑바닥이 평탄한 평면이어서 풀밭 위에서 잘 미끄러진다. 스크류 주위는 풀이나 나무가 감겨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철망이 감싸고 있다. 에어보트는 생태관광이나 습지에서의 고기잡이 사냥용 교통수단으로 플로리다 에어글레이즈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강 어귀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스크류가 돌아갈 때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귀를 상하게 할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어보트에 탈 때 승객들에게 헤드폰 처럼 생긴 귀마개를 준다. 그러나 요즘은 에어보트에 소음기를(머플러) 달고 스크류도 쇠가 아닌 탄소섬유 재질을 채택해 소음이 크게 줄어든 기종도 많다고 한다.
아이들은 뒷자리에 타고 우리는 아이가 1명 있는 외국인 부부와 함께 보트의 맨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에어보트는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농장 경내를 벗어나 본격적인 늪지대가 시작되자 속도를 높여 쏜살같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탁트인 전망이 좋았지만 운전사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회전하는 바람에 배 옆에 있던 물이 넘쳐들어 2차례나 물벼락을 맞았다. 그러니 에어보트를 탈 때는 전망만 생각하고 앞 자리를 선택할 일만은 아니다.
에어보트를 끝으로 한나절 만에 관광은 끝났다. 살아 있는 악어를 가져다 놓고 벌이는 악어쇼나 새끼 악어, 구렁이를 직접 만져보는 체험, 물론 안전을 위해 새끼 악어의 입은 묶어둔다. 먹이를 받아 먹기 위해 사육사에게로 몰려든 수백마리의 악어떼, 여러 가지 흥미진진한 구경거리 외에도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낼 수 있는 놀이기구까지 갖춰져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 이만한 놀이터도 없을 것이다.
두 가정이 함께 한 여행이었으니 일주일 내내 같이 놀 친구 걱정이 없었고 디즈니월드, 한 겨울의 해수욕 체험, 바다 낚시, 악어쇼, 에어보트, 캠핑까지 플로리다는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었고 여행 집중도도 다른 때보다 훨씬 높았던 것 같다. |
첫댓글 재미있었겠다. 영어를 잘하는가 보네. 따져서 환불을 다 받고...
내가 해야될 말만 한 거지 오랜만이다. 자주와라 요즘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글쓰기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