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식사는 리조트내 뷔페로 해결했습니다. 2009년과 달리 룸당 1박에 2장씩의 조식쿠폰을 주더군요. 아마 경쟁사인 한화리조트를 의식한 모양입니다. 이틀치를 모으고 추가 현금지불하였습니다. 변한게 하나없는 모닝뷔페였습니다. 어쨌던 든든한 아침 식사를 하고 늦으막하게 체크아웃을 하였습니다. 오늘 밤은 제주시내로 가야하지만 반대방향인 성읍쪽으로 향했습니다. 언제나 푸르고 시원한 바람이 함께하는 섭지코지를 가기위함이었습니다. 섭지코지가 가까워졌을땐 해안도로를 이용하였습니다. 도로가엔 해산물포장마차집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돌아올때 다시 들리기로 하고 섭지코지로 향했습니다. 주변엔 온통 중국말이더군요. 해가 지날수록 중국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양쪽어머니와 아이들은 올인하우스까지만 그리고 저희부부와 양쪽 아버지께서는 등대까지 올랐습니다. 저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였습니다. 마치 통일전망대에서 해금강을 보는 듯 했습니다. 바닷바람은 더욱 신선했습니다. 내려오기가 싫을 정도로...
올때 봐놨던 해산물포장마차로 갔습니다. 그곳은 알고보니 경기도까지 시집간 딸이 친정집인 제주에 들러서 부모님 일을 거들어주고 있었던 아주 단란한 모습의 포장마차집이었습니다. 날것을 안드셔야하는 부모님을 위해 참기름에 볶은 해산물 한접시를 특별히 주문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위해 싱싱한 해산물 회한접시를 주문하였습니다. 전복, 소라, 해삼, 멍게 등이었습니다. 바다를 마주하고 먹는 해산물의 맛은 가히 일품이더군요. 아쉬운점이 있다면 포장마차라보니 식사가 안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미안해하는 주인장의 안내로 약 5분거리에 있는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소라의집"이란 식당엘 갔습니다. 성게미역국을 시켜서 시원하고 깔끔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요트탑승권과 한세트로 구입한 레포츠이용권이 남았습니다. 반품이 안되는지라 제주시로 가기전 성읍민속마을 부근에 있는 승마,카트레이싱,ATV가 가능한 동부레포츠엘 들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다른분들은 승마를 포기하고 처음 말을 타보신다는 장인어른과 저만 중거리 승마를 타게 되었습니다. 스텝에게 장인어른과 동행해줄 것을 부탁하고 저는 그 뒤를 혼자따라가며 승마를 즐겼습니다. 지금까지는 단거리 승마만 타봤었는데 이번앤 중거리라서 그런지 스텝이 저한테 회초리를 건네줬습니다. 말이 천천히 달릴땐 엉덩이를 때리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주저했지만 한번 때리니 신기하게도 정말 빨리 달리더군요. 네댓번 타봤더니 이제 긴장하지 않고 제법 말을 탈 수 있었습니다. "이럇"을 외치면 그렇챦아도 무거워서 힘들어하던 '백마'녀석이 죽을힘을 다해 달려줍니다. 이제 구타도 습관이 되어서 총 5~6번은 대린 것 같네요. 아직도 쿠폰이 많이 남았습니다. 막내딸과 마눌은 비교적 안전한 카트레이싱을 즐기고 나와 큰딸은 ATV를 타기로 합니다. 어제 약간의 비가 내린터라 ATV 주행길은 질퍽하게 아주 달리기 좋은 길로 변해있었습니다. 군복우의와 헬멧을 착용하라고 합니다. 착용안했으면 큰일 날뻔 했습니다. 조그만 스피드를 내면 흙탕물이 쓰나미처럼 날라들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한손으로 운전을 하며 한손으론 갤스를 켜고 동영상 촬영을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합니다.ㅋ
세바퀴를 돌고 출발지에 도착하니 근무자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부라보"를 외칩니다. 모든 관광객들이 저희를 쳐다보고 웃습니다. 제가봐도 거지중에 상거지부녀입니다. 딸래미를 수돗가에서 '목욕'시키고는 차에 오릅니다. 애 감기든다고 어른들께서 한마디씩 거듭니다. 평소때는 한번씩 거들어도 두마디였는데 이번에는 네마디나 됩니다. 죄인처럼 차를 몰아서 오늘 마지막 관광지인 "선녀와 나뭇꾼"으로 향합니다. 작년인가요? 토요가족여행때 와보고는 언젠가 부모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다짐했던 곳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추억속에 잠기시며 좋아라들 하십니다. 제가 봐도 요금에 비해 볼거리가 가득한 곳입니다. 우리에겐 '써니'가 있다면 부모님들에겐 '선녀와 나뭇꾼'이 있었습니다. 코스대로 부추전도 도토리묵도 먹고 옛교실에서 교복의상 사진 촬영도하고 귀신집도 들렀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주저했을 저이지만 한번 들러본 귀신집이라고 앞장을 섭니다.ㅋ 제 뒤로 마눌과 어머니, 애기들이 섰습니다. 모처럼 든든한 아빠노릇 했습니다. 물론 시시하다고 투덜대던 마눌님이 중간에서 추월하는 바람에 약간 체면 구겼지만요.
부모님들에게 감물들인 모자 하나씩 사드리고는 이제 마지막 숙소인 제주시 "신혼하우스"로 달려 갑니다. 그냥 작은 민박펜션이지만 용담동 해안가에 위치하여 전망이 꽤 좋습니다. 부모님들의 '신혼'을 위해서 방 3개를 예약했습니다. 껌처럼 붙는 애들때문에 우린 '신혼'을 즐기진 못했네요.ㅎ 아버지께서 제대로된 고등어, 갈치조림이 드시고 싶다고 하길래 너무나도 유명한 " 유리네집"으로 가려다가 펜션 주인장에게서 식당을 추천받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마린보이횟집입니다.
숙소에서 50M거리인 곳인데요. 전남해남에서 제주로 시집오신 안주인장님이 너무나 친절하신 곳이었습니다. 갈치조림,고등어조림을 주문하였는데 애들 먹으라고 샐러드, 계란부침, 전 등 많은 음식을 따로 준비해 주셨으며 옥돔구이까지 반찬으로 나왔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감히' 상술이 아닌 진심이 읽어지더군요. 너무나 편안한 마지막 저녁식사였습니다. 원래 아침장사는 안하신다는데 부탁을 드리니 전복죽을 준비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곤 깍아달란 말도 하질 않았는데도 아침식사라 많이 안드실테니 1인분에 만오천원인 전복죽을 만원씩에 해주시겠다고 하시네요. 그것도 어른식사 6인분만 시키라고 하시면서요. 감동이 밀려옵니다. 정말 이번여행은 친절한 분들만 만난 것 같습니다. 기분좋게 마린보이 횟집을 나선 후 산책을 위해 용연다리로 향합니다.
용연다리 일대는 더위를 피하기위한 지역민들에게는 인기가 있겠지만 많은 비용을 들인 관광객들에겐 그냥 스쳐지날 장소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기념사진찍고 다리건너기전 미끼로 받은 단밤을 하나씩 얻어먹고 어김없이 돌아오는 길에 단밤 사달라는 막내딸 성화에 못이겨 각본대로 아버지께서 단밤 2봉지를 샀습니다. 참 신통한 마케팅이죠.
이젠 늘 낭만적인 장소인 탑동 방파제로 향합니다. 전 여기가 무척 좋더군요. 20년전 친구들과 여행간다는 핑계로 현재 마눌님과 단둘이 제주여행을 와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처음 마신곳이 탑동방파제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시절보다 훨씬 깨끗하게 단장되었지만요. 방파제에 들어서자 깨끗히 단장하여 환하게 불을 켠 건물이 보입니다. 바로 오션스위츠호텔이더군요. 위치하며 전망하며 정말 예쁘고 깔끔해 보이더군요. 담에 꼭 한번 들러볼꺼라 생각했습니다. 방파제에는 풋살, 농구 등을 하는 지역민들과 산책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어울려저 축제장처럼 보였습니다. 이젠 숙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부모님들은 일찍 주무시고 마눌님은 제주에서도 '신귀생전'에 빠져 있습니다. 아쉬운 밤이라 애기들을 데리고 나섰습니다. 편의점에서 폭죽을 구입해서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더군요. 분위기 있습니다. 어느새 저는 따뜻하고 가슴넓은 아빠가 되어 마치 영화속 한장면을 연출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큰딸이 필름 끊어지는 소릴합니다. "아빠! 여기 폭죽금지라고 적혀있는데..."
누가 볼새라 숙소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아침이 왔습니다. 일찍 일어난터라 양쪽 어머니께 수산시장엘 가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가자하셨습니다. 차를몰아 예전에 들러본적이 있었던 수협수산물공판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상인과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더군요. 양어머니를 내려드리고 저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짐정리후 다른분들 먼저 아침식사를 하시러 보냈습니다. 저는 양 어머니를 픽업한 후 마린보이횟집으로 향했습니다. 육지전복죽과는 달리 전복이 정말 많이 들었더군요. 안주인께서 많이 남아있다며 더 먹으라고 하십니다. 정말 후한 인심입니다. 마린보이횟집 주인장부부와도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공항으로 향합니다. 공항가기전 용두암에서 단체기념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그렇게 제주는 멀어지고 사천땅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천공항 이용한적이 너무 오랜만이라 간만에 만나는 반가움과 여유입니다. 전국에서 제일 편리한 공항입니다. 탑승연결장치도 이동버스도 없습니다. 자가용 비행기처럼 출구앞에 기장이 비행기를 댑니다. 내려서 집에가면 됩니다.ㅋ 최고의 공항입니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3박 4일이 지나가버렸네요.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또 제주가 그리워지네요. 올가을엔 무슨일이 있어도 제주토요가족여행 한번 추진해야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평소에 별로 생각하지도 않은 아버지, 어머니, 장인어른, 장모님이 생각이 난다
좀 잠이 오는 시간이라 사진만 훑어봤어요 ㅎ 내일 시간을 내어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정말 알차게 후기 잘 적어주셔서 다시 안 읽어 볼 수 없네요 ㅎㅎ
제주도 광편이라 여행도 몇번했지만 여행에 대한 재미가 느껴진다는...... 아주 그냥 푹 빠졌다가 갑니다.
갈때마다 새로운 제주~ 올 가을에 꼭 가고싶네요..^^
팀장님의 후기를 읽고 나니 제주도 가고 싶은 맘이 더 많이 생겼어요..10월에 가려고 계획을 하는데 토요 가족 여행 언제 추진 하실 건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