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23차(오도재→방장산→주월산→무남이재→모암재→존재산→주랫재)
2006년 6월 5일(일요일) 맑음
▶ 개요
-. 05:25 기상
-. 06:10 옥섬 파크 출발
-. 06:50 오도재 도착
-. 07:02 오도재 출발
-. 07:51 파청재
-. 08:27 방장산(535.9m)
-. 09:25 주월산(558m)
-. 10:06 무남이재
-. 10:52 광대코 삼거리(초암산 갈림길)
-. 11:30 571.1봉(삼각점)
-. 12:37 모암재(직전 임도에서 중식:11:43~12:33)
-. 13:12 존재산(703.8m)
-. 15:59 주렛재(금일 정맥 도상거리 : 16.8km)
-. 16:30 오도재 원위치
-. 17:15 옥섬 워터 파크 도착
▶현재까지 호남정맥 종주 총 도상 거리 :336 km(사람과 산 종주 지도집 참조)
▶산행기
-. 05:25 기상
-. 06:10 옥섬 파크 출발
-. 06:50 오도재 도착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전초전인 가나와의 평가전도 관전치 못하고 피로와 약간의 술기운에 그대로 뻗어 잠에 빠졌었다. 오른팔 오금이 가렵고 꼭 벌레에게 물린 것처럼 몹시 가렵다. 구내 스낵에서 변함없이 친절한 아주머니의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으며 아마도 침실의 깔판에서 벼룩 같은 것에 물렸던 것 같다하자 약을 발라주며 걱정까지 해준다.
공기 밥에 약간의 김치를 얻어서 점심때 라면으로 점심 끼니 준비를 마치고는 전쟁터로 향한다.
도중 구멍가게에 들려서 주문해둔 식수와 음료수를 챙겨서 어제 왔던 역 코스로 봇재를 넘고 2번국도 위를 달리며 그럭재도 지나서 오도재에 당도한다.
-. 07:02 오도재 출발
(오도재 산행 안내도)
(오도재 들머리) 845번 지방도로가 지나가고 왼쪽으로 겸백면, 오른쪽으로 득량면으로 가르는 오도재 고갯마루는 이름과는 달리 고추 모종이 자라고 막 갈아 놓은 밭에서는 새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평지 같다.
들머리 도로 변에는 방장산, 주월산, 초암산등 주변의 등산 안내도를 산뜻하게 만들어 놓았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온통 안개로 젖어있고 날씨 까지 후덥지근하여 땀께나 흘리겠다.
-. 07:51 파청재
(파청재에서 냉커피를 마시고)
진행방향은 남진으로 시작과 동시에 가파른 오르막이다. 오늘은 나의 체력 안배를 위해 내가 선두를 선다. 모두를 나를 따르는 형국으로 시작은 한다만, 허나 거미줄과 이슬이 영 성가시게 한다.
고도를 높여 삼나무 조림지를 지나 본격 마루금이다. 온통 잡목과 가시덤불이 뒤엉킨 등로가 호남정맥의 마루금 임을 증명을 한다. 355봉을 지난다(07:26). 웅덩이 같이 파여 있고 왼쪽으로 방향을 턴다. 묵은 임도를 지나 무덤을 만나 오른쪽으로 편안하게 올라서면 삼나무 조림지이고 왼쪽에 농장 철망 울타리와 잠시하다 다시 삼나무 조림지를 지나 손목고도 330봉을 내려서 청주 한씨 묘를 지나 내려서면 파청재다.
큰 임도 삼거리 이고 운동기구가 마련되어있고 건축 자재들이 많이 있다. 왼쪽이면 겸백면 수남리이고 오른쪽이면 득량면 예당이다. 직진 임도는 방장산을 오르는 산책로로 개설 중인 가보다.
갑자기 오른팔 오금부위가 심하게 가렵다. 약 효과가 떨어졌나보다. 철수도 여기 저기 가려운데 억지로 참는다며 참고 손대지 마란다. 그러나 땀에 젖고 하여 도저히 참지를 못하겠다.
삼래가 구멍가게에서 얼려온 물통을 꺼내 마시려고 보니 눈에 익지 않은 물통이고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냉커피다.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연안 바닷가로 소형 배를 타고 일을 한다고 하더니 그때 먹으려고 얼려두었던 것을 우리 짐에 딸려 왔나 보다. 맛이 기가 막히다.
“아주머니 정말 맛있게 먹습니다.” 모두들 탄성이다.
-. 08:27 방장산(535.9m)
(임도를 따라 방장산을 향해서)
(방장산 정상 이정표)
“나 이제 선두 안 할래, 거미줄이 성가셔서 못하겠다!”
“이제 선두가 얼마나 힘든지 니도 알겠제”범이 형이다.
고속도를 걷는 기분이다. 노변에는 가로등인지 전신주인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형님 오늘은 그 새소리가 안 들린다.” 삼래다.
“그러내 ‘벗새’라고 하는 새 인데 울음소리가‘홀딱벗고 같이놀자’라고 하는 것 같제? 아직은 놀로 나오지 않았나보다”
뒤에서 트럭이 올라온다. 노변의 전기 공사 차량이다. 차를 세우고 부탁을 한다.
“아저씨 라이터 하나 주고 가세요!”범이 형이다. 돌아오는 답이 시원 찬타.
그러자 우리가 형을 타박을 한다.
“형님 그게 먼교 사정을 해도 줄까 말까 할 낀데 그냥 강제적으로 달라고 하니 누가 주겠는교”
“꼭 훈련소 조교가 훈련병에게 하듯 명령조로 그 카이 내라도 안주겠소”
“안줄라만 마라케라 점심 굶지머”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라면을 삶아서 찬밥을 말아먹기로 하고 가스버너를 준비를 했지만 우리의 구신들은 모두들 금연가 인지라 라이터가 없다. 내가 혹여 자동 점화에 문제가 있으면 점심을 망칠 수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자 마침 지나가는 차량에 구원의 손길을 뻗자고 한 것이 이모양사가 되었다.
이곳 도 등로 주변이 철쭉 군락이다. 개설되는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을 하면 방장산 정상이다(535.9m 08:27). ‘복내 28 1990 재설’ 삼각점과 사방의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외롭다. 온통 공사판이고 공사장 인부의 설명으로는 방송국 중계탑을 설치 중이란다.
방장산을 경계로 이제 오른쪽은 조성면이다. 산 아래 조성 들녘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여야 하나 가스가 차서 희미하게 보일 뿐이고 가야 할 주월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 09:25 주월산(558m)
(주월산 정상을 앞두고) 계속 방화로를 따라 마루금을 이어간다. 새벽 운동을 위한 체육공원 시설이 유용할 정도의 큰 도시 주변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지만 고속도로 같아서 좋다.
오른쪽 조성면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등로가 있는 이드리재를 지난다(08:57).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화살표시를 한 초암산 안내산행 팀의 유도표시가 아직도 있다.
황토길 방화로를 편안하게 올라서면 주월산이다(558m 09:25).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활용되는 마당에 체육시설과 벤치가 있다. 안내판에는 정광산이라고 덧 씌어 놓았다. 이곳 주민들은 그렇게 부르나 보다.
조성면 들녘이 뿌옇고 대곡제 저수지는 패러글라이딩 착륙지 마냥 널따란 운동장처럼 착시를 보인다. 지나온 방장산을 뒤돌아보며 등나무 벤치아래에서 오른 팔 오금을 비롯하여 전신이 가려워 홀딱 벗고 거풍을 한다.
이눔의 구신들은 또 내 속을 긁는다. 염려 했던 대로 오늘도 운행을 더 하면 어떻겠냐고 의향을 물어 온다. 이 더위에 우짤라꼬 그라는지 가는데 까정 갑시다. 라고 힘없이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 10:06 무남이재
(시멘트 포장 임도가 지나가는 무남이재)
평평한 주월산 정상에는 정상비가 없고 가야할 존재산이 전진을 가로 막고 있는 듯 가로로 누워있다. 정상을 내려서면 활공장을 이용하는 마니아들의 오퍼 로드가 있고 간이 천막도 있다. 로프 유도로를 따라 가파르게 내려간다. 얌전해지면 철쭉의 군락이다. 이곳도 아마 제 철이면 장관을 이루겠다.
작은 봉우리 하나 넘고 마저 내려서면 시멘트 임도가 지나가는 무남이재 이다(10:06). 겸백면 사곡리와 조성면 대곡리를 잇는 고개다. 이정표와 등산 안내도가 있다.
-. 10:52 광대코 삼거리(초암산 갈림길)
(광대코 삼거리 이정표)
(존재산 아래 모암 마을)
(가야할 존재산)
가파르게 올라서면 광대코 삼거리다(10:52). 광대코란 이름이 재미있다. 현 위치 해발 613m에 왼쪽으로 3,530m 이면 초암산 정상이라고 가리키며 오른쪽으로는 존재산 이지만 출입금지라는 이정표가 있다. 지도상에도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우린 도전을 하기로 작정을 하고 점령군을 무찌르기 위한 선봉대 마냥 의기양양하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힘차게 전진을 한다.
-. 12:37 모암재(직전 임도에서 중식:11:43~12:33)
(모암재를 앞두고 중식)
(모암재로 내려서면서)
암릉 길 날 등을 지나 철쭉 사이를 헤집고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복내 427 2001 제설’삼각점이 잇는 571.1봉 이다(11:30). 존재산이 더욱 가깝고 작은 오지의 모암 마을이 오수에 잠겨 있는 듯 하다.
어느덧 마루금은 벌교 읍에 닿았다. 왼쪽은 율어 면이고 오른쪽은 별교 읍이다.
묵은 임도를 건너 안부에서 점심 차비를 한다(11:43). 작은 소나무 아래 그늘을 차지하자 점심이고 나발이고 한잠 늘어지게 오수에 빠져 버리고 싶다.
이열치열이라고 뜨거운 라면 국물에 속을 달래고 존재산 탈환을 위한 오후 전투를 시작한다(12:33).
-. 13:12 존재산(703.8m)
(모암재의 존재산 들머리)
(빽빽한 철쭉을 뚫고)
(군부대 경고판)
(존재산 정상의 군견묘지비)
소로가 지나가는 모암재는 인적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율어면 선암리와 벌교읍 옥전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이제부터 출입금지 구역으로 침범을 한다. 그래도 선답자들의 자랑스러운 표지기가 많이 보여 힘이 솟는다.
철탑을 지나자 철쭉으로 빽빽한 등로는 점점 미로로 변하고 지독한 철쭉의 방해가 사방을 구분조차 못하게 한다. 이 지독한 등로에서도 인적을 만난다. 이곳 주민으로 약초를 캐기 위해 헤매고 있지만 별 소득을 못 봤다며 손에는 난 한 뿌리가 들려있다.
점령군들의 위용을 자랑하는 출입금지, 지뢰지대 팻말과 철조망을 통과하고 다시 철쭉사이를 뚫고서 계속 가파르게 한참을 올라서야 존재산 정상에 선다(703.8m 13:12). 잡초 속에 군견묘지 나무비가 쓸쓸하게 지키고 서있다. 지나온 추월산이 가스에 차서 가마득하게 보인다. 그리 멀리 오지도 않았는데 군인들과의 시비가 염려되어 마음이 쫄았는지 멀게 느껴진다.
점령군들이 차지한 주릉 아래에는 이중의 철조망이 성벽을 두른 듯 길게 펼쳐져있고 그 아래 짓은 녹음은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을 하지 않을 듯 깊은 골짜기 이다.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선두인 범이 형과 철수는 진행을 하고 보이지 않는다. 혹 초병과의 시비에 말리면 사진기가 말썽이 될까봐 깊이 감추고는 촬영을 하지 않는다.
-. 15:59 주렛재(금일 정맥 도상거리 : 16.8km)
(뒤돌아 본 존재산쪽 마루금)
(KT기지국 안내간판과 경고문)
(주랫재)
그새 범이 형은 부대 연병장을 씩씩하게 걷고 있다. 아니 저 양반이 초병에게 뇌물을 썼나? 그래 맞아 지긋지긋한 철쭉의 야산을 또 가기 싫으면 통 사정이라도 해서 연병장을 지나 가야하겠지?
무슨 삼팔선 휴전선도 아니고 이중의 철조망을 지나지만 누구의 방해도 없다. 어디선가 “정지!”라고 외치며 초병이 나타날 것 같지만 부대 안을 침범해도 개 코도 보이지 않고 옛날의 영광을 알리는 시설물만 뎅그러이 있다. 이쯤 되니 우리가 점령군이 된듯하다. 요리조리 부대 내 도로를 따라 닫혀있는 위병소를 지날 때는 철조망도 타 넘고 하며 선두의 발자국만 따라 간다.
왼쪽으로 멀리 통신 중계소를 바라보며 계속 도로를 따르다 왼쪽으로 난 도로가 있었지만 직진을 하여 작은 부대 막사 앞에서 선두가 쉬고 있다. 수도꼭지를 만나 대충 머리의 땀이라도 씻었단다. 후미인 삼래와 나도 꼭지를 틀어보지만 똑똑 몇 방울만 떨어진다. 에이 좋다 말았네. 수도관에 고여 있었던 잔수였던 모양이다. 오늘은 벌써 식수도 동이 나고 시원한 물이 제일 그립다. 그래도 몇 방울의 물이지만 목이라도 축이고 점령군을 물리치고 고토를 회복한 기분에 신나게 나아간다.
아니! 길이 없다. 이중의 철조망을 개구멍으로 통과하고 산등성를 마루금이라고 짐작만을 하고 선답자들의 흔적만 따라 나아가 보지만 등로가 사라지고 잡목 속에 갇혀 버렸다. 흔적을 보아하니 여러팀이 길을 잃었던 것 같다. 지도를 펼치고 나침반을 대어보니 진행방향이 동진을 하고 있다. 마루금은 북진이어야 하는데? 결론은 다시 철수를 하여 뒤로 더듬어 간다.
수도꼭지를 지나고 작은 부대 막사를 지나 위병소를 지나서야 잘못된 진행 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존재산을 내려와 큰 위병소 정문을 지나 도로를 따르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를 계속 따라 내려가야 하였지만 우린 등성이를 고집하다 등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이 존재산이 금지구역 이였던 관계로 정확한 마루금은 이 군 시설물들이 철거가 되고나면 후발 탐사 자들에 의해 다시 정확하게 연결이 되어야 할 것 같다.
40여분을 알바로 허비하고 우린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아마 주랫재로 연결되는 군부대의 보급로이리라. 역시 산 꾼은 산을 걸어야 하나보다. 모퉁이를 여러 개 돌고 비포장 산길을 지루하게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저 등성이가 마루금일까?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지루함을 잊고자 한다.
한참을 내려오자 오른쪽이면 'KT 광주통신망운용국 존재산 중계소‘입구다(14:46). 저기 어디쯤으로 날등 타고 마루금이 연결 되겠다는 짐작만 하고 우린 도로를 따르기로 한다.
쑥을 캐는 아주머니들을 만나 주렛재의 위치를 물어보니 쭉 내려가란다. 지루하게 내려오다 그늘에 앉아 마지막 간식을 털어 먹고는 모퉁이를 돌자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널따란 주랫재이다(15:59). 왼쪽 율어면과 오른쪽 벌교 읍을 잇는 895번 지방도로가 지나간다.
한 구간을 맞힌 성취욕에 뿌듯함에 젖기도 전에 이기 또 뭔 소리여! 이눔의 구신들 다음 석거리재까지 연장을 하잔다. 날 잡아 묵어 삐라.
고갯마루 벤치에 앉아 율어면의 택시회사에 택시를 부탁해 두고 장비를 철수하며 무시를 한다.
-. 16:30 오도재 원위치
-. 17:15 옥섬 워터 파크 도착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큰 시비 없이 존재산을 통과하고 보니 앓던 이를 빼내듯이 속이 후련하다. 도착한 택시를 타고 895번 지방도로를 따라 율어면 으로 가서 다시 845번 도로에 접속을 하여 겸백면 소재지를 지나 오도재에 당도하여 애마를 회수한다.
우리의 애마를 타고 어제와 오늘 지나왔던 마루금을 감상하며 그럭재도 다시 지나고, 봇재도 다시 넘어 이제는 익숙해진 안식처가 되어버린 옥섬에 도착한다.
샤워를 끝내자 오른팔 오금의 가려움증도 많이 죽었다. 스낵을 차지하여 삶은 계란을 안주삼아 시원한 캔 맥주로 갈증을 풀자 지나온 더위가 언제였나 싶고 내일이라도 당장 백운산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내일이 또 걱정이다. 이눔의 구신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 버릴지........
“삼래야 내일 범이 형이 다른 구간을 가자케도 우린 꼭 땜빵을 하자 알았제!”
이번엔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하여 3일 일정으로 원정을 왔다. 호남정맥 종점인 백운산에 서기 전에 삼래와 나 둘만의 미답구간인 피나무재에서 감나무재까지의 구간을 마무리 하자고 계획을 잡았었다. 빨리 백운산에 서고잡은 범이 형님이 주랫재에서 다음구간을 고집할까봐 한 번 더 다짐을 받는다.
▶현재까지 호남정맥 종주 총 도상 거리 :336 km(사람과 산 종주 지도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