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화의 향기가 있는 도시, 전주
문화적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는 사람 사는 향기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 한옥 칠백여 채가 대
가족을 이룬 듯 모여 있는, 전주의 랜드마크인 한옥마을에 언제부터인가 대중 음식점과 패스트
푸드점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전주시와 지역유지들이 우려하기 시작하였다.
문화관광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계획
도 없고 주제도 없이 문화의 지난친 상품화가 더 진행되면, 전주를 찾아오신 분들에게 양반문화의
전통에 걸맞지 않는 서비스와 분위기를 제공하게 된다. 실망한 관광객 발길도 서서히 뜸하게 된다.
2010년 12월 28일 전주시와 전주시민은 고즈넉한 우리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본격
적인 행보에 나섰다. 문화시설, 상업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철폐하고 주거 한옥을 상업용으로
용도를 변경할 경우 보조금 반환 등의 제한을 가하는 '한옥보전지원조례'를 제정하였다.
도시의 미관과 경관을 살리기 위하여 한옥보전위원회의 심의를 통하여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음식점 등 상업시설 용도 심의를 강화하고 패스트푸드점의 입점을 마침내 제한하기 시작하였다.
전통을 시대에 맞게 혁신해 가는 창조도시의 재생(Re-set) 드라마는 이렇게 하여 막이 열렸다!
전주시에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직이 있다. ‘한(HAN)스타일관광과’가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통의 한식문화 살리기 위한 ‘한식계’까지 있다. 과장의 지휘 하에서
계장과 주사가 현장행정을 할 때 이 마을, 저 마을은 개성을 살리면서도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명가집 내림손맛의 자긍심, 자부심을 마음껏 살려나가야 한다. 우리가 어느 도시를 여행가더라도
밥은 먹어야 한다. 낯 설고 물 선 곳에 가서 음식 맛이 안 맞아서 고생해 본 사람은 안다. “사람은
그가 먹는 것이다(Man is what he eats)”라는 말이 있다. 인심이 후덕(厚德)하니 음식 맛도 좋다!
파올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 나오는 다음의 메시지를 전주에 바치고 싶을 정도로 반갑고 고마
운 소식이었다. “이 세상에는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 준다네.”
연금술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진실한 소망을 이루는 자아의 신화는 마음 속에 있는 진정
한 보물을 찾을 때에 실현된다." 전주시는 한옥, 한식, 한방, 한지, 우리의 소리와 그림과 서예 등
전통문화를 잘 보전하여 왔다. 오늘의 전주시민은 연금술사의 가르침을 믿고 이를 입증하고 있다.
2. 맛과 멋과 소리의 예향, 전주
전주시의 시정목표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힘솟는 전주’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천년의 전통문화 자산을 보존, 계승, 발전시켜서 우리나라의 멋과 맛을 오방색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수도, 문화관광 체험도시로서 야심찬 미래상을 이미 구현하여 나가고 있다.
살기 좋은 마을은 천혜의 자연조건이 갖추어져 있고, 마을의 전통을 살려 나가야 한다. 살고 싶은
마을은 향토만의 독특한 문화적 매력과 사람이 사는 활력(Pulse)이 넘쳐야 한다. 김해강 님 작사,
강병규 님 작곡 <시민의 노래>를 보면 ‘비사벌 넓은 벌에 번지는 햇살’ 이란 구절이 나온다.
전주에 가면 서신동, 송천동에 ‘비사벌 아파트’가 있고, 뚝섬 등 서울에 언제부터인가 ‘비사벌 전주
콩나물 국밥집’들이 생겨났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너른 벌이 있다. 비사벌(比斯伐)의 뜻은 ‘빛’
또는 ‘빛 뜰’이라고 한다. 전주는 햇살이 어머니 손길마냥 비치는 '민들레 모성애의 도시'이다.
우리나라 전통 마을은 농경시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산이 있고 강과 벌판이 있다. 깊은 산이 있어 나물
도 있고 약초도 있으며 사시사철 게곡물이 안 마른다. 너른 들을 가로 지르는 물이 있어 농사짓기도 좋다
.
전주시는 노령산맥의 지류인 모악산, 고덕산, 남고산, 기린봉, 온산칠봉 등의 산으로 동, 서, 남면이 둘러
싸인 분지이다. 그 분지에 물이 모우고 인재를 모운다는 덕진공원이 있어 산수와 풍수가 빼어난 전주다!
하천은 만경강의 상류쪽 지류인 '전주천'과 '삼천천'이 있다. 전주천은 남동쪽 전주시가를 관통하
면서 북동쪽으로 흐르고, 삼천천은 전주시가의 남서부를 흘러 전주천과 합류하여, 삼례에서 고산천과 합류하여 만경강이 된다. 남동으로 내리흐르고 북동으로 치오르니 어찌 명당자리가 아닌가!
우리나라의 못은 주로 농사용으로 만들어져 있으나, 전주 덕진공원의 연못은 벼농사 용도가 아닌
사람농사를 위해 만들어졌다. 동, 서, 남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 북방으로 기운이 빠져 나가면
인재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고려 때 풍수지리 측면의 처방을 한 것이라고 전한다.
동국여지승람은 “전주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북쪽만 열려있는 탓에 땅의 기운이 낮아 제방으로 이를 막아 지맥이 흘러 내리지 않도록 했다”고 적고 있다(참조: 한국일보. 2004-07-20. '바람이 실려온 극락의 향기, 전주 덕진공원').
한국의 멋과 맛과 소리의 예향(藝鄕)인 전주 하면 통상 비빔밥, 한옥 마을, 경기전 객사 등을 연상하지
만, 풍수지리가 성행한 고려 시절 비사벌 선조들께옵서 후손들을 위해 조성한 덕진공원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인물은 풍수를 타고 난다”고 하였다. 지맥이 북으로 흐르면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간다는 믿음에서
먼 앞날을 내다보고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덕진공원을 만든 향토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 무렵이 되면 만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해서 '만다라(曼陀羅)꽃' 이라고 하는 연꽃 향기의 축복 을 받기 위해 머리도 감고 목욕도 하였다고 한다. 여인들의 심신을 정화하는 서민적 성소로서
숨겨진 가치를 새삼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설날, 단오, 추석, 동지'는 우리의 사대 명절, 세시풍속이었다.
호남이 자랑하는 전통문화의 본산인 전주의 음식 맛은 바로 우리 전주 여인네들의 내림손맛이 아니던가!
4월에 찾아간 탓인지 연꽃 향기를 맡을 수 없어 그 아쉬움을 어설픈 시 한 수로 대신하면서,덕진 공원 인근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으로 발길을 돌리었다. 해그림자가 길게 자랐다!
연꽃 위로 극락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하기에 벗님네들 어울리어 찾아 왔다오.
이슬 바람 장단에 맞춰 군무(群舞)하는 연꽃은 하얀 햇살 받아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일제 때 나라 잃은 서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취향정엔 축시 새긴 편액이 가득하구나!
조선왕조 발원지 소중한 터 마다마다에 겨레의 혼을 앗아갔던 영욕의 역사 자취들!
아! 그 누가 호남의 혼불이 죽었다더냐? 건지산 혼불문학공원에 맞바람이 분다.
활활 타오르는 혼불! 잃어버린 모국어를 되찾아 가니 비사벌에 새역사 밝아오누나...
註-1) 취향정(醉香亭)은 1908년부터 3년간 전주농공은행장을 지냈고,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가 1913년 전주를 방문할 때 송덕시를 지어 바친 친일파 박기순이
1917년에 본인의 회갑기념으로 지은 정자임(그래서 친일파의 잔재를 없애자는 것이다)
註-2) 혼불문학공원은 전주 출신 최명희 선생이 17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 호남인의 한과 정서를 문학적 혼으로 살려낸 대하소설「혼불」(10권)을 기린 공원임
전주 한옥마을내 '최명희 문학관'
http://blog.naver.com/xcode82?Redirect=Log&logNo=120178087886
첫댓글 하하하! 글이 너무 길어요! 2~3회 정도로 하시면 안될까요?
길면 외면당하기 십상입니다. 감칠맛 나게요. 오광진 소설 순금이 식으로요!
덕산님...
브레이크 빠진 밴츠를
버리고서 누렁소 달구지
타고 가는 여유가
때로는 적토마보다도
더 빠르게 정신 에너지를
분출, 용출하더군요!
우공이산(牛公移山)이라!
말걸음으로는 백리를 가도,
소걸음으로 우직하게 가다
보면 주위 풍경 즐기면서
천리도 가지요.
이는 지난 30년전
덕산님께서도 익히
경험, 체험, 입증을
하시었을 것입니다.
말씀을 받자와서
3 편으로 나누었습니다!
@덕하만발, 만화방창,
만파식적, 풍류천하
아주 잘하셨습니다. 글도 세련되었구요!
전주는 풍물 뿐이 아니라 인걸도 살갑습니다. 멋지게 전주를 표현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