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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 시인의 시창작법 31회
눈이 내려도 눈 속에 발목이 빠지지 않는다-벽 속의 비둘기가 말하는 소리를 듣다-목이버섯과 상황버섯이 언어의 결을 따라 걸어가다
송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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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三十一, 지견을 내지말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가 <나라는 지견>과 <남이라는 지견>과 <중생이라는 지견>과 <오래 산다는 지견>을 말했다」 한다면,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내가 말한 진리를 바로 아는 것이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왜그러냐 하오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나라는 지견>과 <남이라는 지견>과 <중생이라는 지견>과 <오래 산다는 지견>은 곧 <나라는 지견>이 아니옵고 <남이라는 지견>이 아니옵고 <중생이라는 지견>이 아닌 까닭이옵니다.』, 『수보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이는 온갖 법에 응당 이와 같이 알며 이와같이 보며 이와 같이 믿고 이와 같이 깨달아서 진리라는 생각(法相)을 내지 말 것이니라. 수보리야, <진리라는 생각>도 여래가 곧 <진리라는 생각>으로서가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이 <진리라는 생각>이라고 말하였을 따름이니라.』
-금강반야바라밀경/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집 역/선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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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려도 눈 속에 발목이 빠지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뒤로 흘러갑니다. 지금은 2016년 7월 장마철입니다. 집안이 눅눅하고 전기가 나가고 5일 저녁 시간에는 규모 5.0의 강진이 있기도 했습니다. 게릴라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안개가 고층 아파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게 깔려 두 눈을 뜨고 있지만 눈앞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 눈앞이 갑자기 밝아지기도 합니다. 두 눈은 얼굴에 그대로 있는데 말입니다. 두 눈은 어디 간 적도 없고 두 눈이 열 개 백 개의 눈이 되고 싶다고 말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두 눈은 바삐 움직입니다. 보지 않은 것을 본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본 것을 보지 않은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동쪽 허공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서쪽 허공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눈은 확실히 말합니다. “눈은 눈입니다. 눈은 이름이 눈입니다.”
우리가 시를 제대로 적으려면 첫째도 두 번째도 정직하게 말하고 정직하게 행동하여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란 것이라도 거짓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알고 있습니다. 정직함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져옵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 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믿고, 있는 그대로를 깨닫게 되면 시는 저절로 써집니다. 우리는 가끔 쉽게 말을 하고 남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동서남북, 상하 허공을 다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사물과 동식물, 사람 앞에서, 거대한 자연의 앞에서, 시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지나가고 있습니다. 죽음도 전쟁도 사랑도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살아남은 자들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습기가 차오르고 곰팡이들이 창고에서 벽지에서 부엌에서 자신의 특유의 겨드랑이의 냄새를 풍기며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돌아다녀라 돌아다녀라 살아있을 때 마음껏 돌아다녀라 그런 주문을 해봅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있어야겠습니다. 시쓰기는 깨어있는 자의 몫입니다. 잠들지 말고 항상 깨어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비가 내려도 옷이 젖지 않고 눈이 내려도 발목이 눈 속에 빠지지 않습니다. 시는 푸른 눈을 가진 납자입니다. 푸른 눈을 가진 시가 저기 걸어오고 있습니다.
<시>
장마철입니다 출렁 심장이 압박붕대를 감은 듯 조여옵니다 출렁 푸른 철근의 두 눈이 달마대사처럼 부릅뜨고 심장을 조여옵니다 출렁 어항 속의 물고기들이 빨갛게 사라집니다 출렁 심방과 심실의 이끼가 자랍니다, 엄마는 고래의 아가미를 찢고 있습니다 엄마의 겨드랑이는 핏물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아빠의 겨드랑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빠의 겨드랑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출렁 털 달린 출구입니다 출렁 털 달린 입구입니다 털 달리는 출구이기도 하고 털 달리지 않은 입구이기도 한 어항들이 연등처럼 둥둥 떠다닙니다 오렌지셔벗처럼 반짝이는 언니의 두 눈이 백열등셔벗처럼 둥둥 떠다닙니다 손가락이 없는 동생들이 고래의 입술에 딸기틴트를 바르고 있습니다. 백설기표 페인트처럼 선명한 흰빛입니다 출렁 눙산에서 딸기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출렁 숭포에서 오렌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출렁 개가 개 같은 집을 버립니다 은행나무에 별처럼 열린 보리 박스를 뜯어 관처럼 길게 펴고 하늘의 별을 바라봅니다 별을 버리니 별이 다가옵니다 별이 죽으니 별이 태어납니다 출렁 장마철입니다 출렁 색이 자꾸 출렁입니다 장화가 말입니다 재화가 말입니다 반영구적인 자본주의 눈썹 문신을 새긴.
송 진_「색즉시공1 소녀시대에 사는 지진 시대」
<예문과 함께 문장 쓰기>
⁍ 일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마셨다
⁍ 상상력으로 가보겠습니다.
‣ 물속에 새 한 마리가 잠들어 있었다
나는 왼쪽 손목이 잠길 정도로 손을 집어넣고 물속에서 새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여긴 침실이 아니야
⁍ 구체적인 형상화로 가보겠습니다
‣ 안개가 아이처럼 달려와 내 목을 휘감았습니다
⁍ 감정의 표현으로 가보겠습니다
‣ 새는 다시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새의 어깨를 자꾸 흔들었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새의 어깨는 물속에 잠긴 자물쇠처럼 고요했습니다.
<한 편의 시로 보기> - 문장구성 보기
달맞이 모텔
송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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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마셨다
물속에 새 한 마리가 잠들어 있었다
나는 왼쪽 손목이 잠길 정도로 손을 집어넣고 새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일어나
여긴 침실이 아니야
*
안개가 아이처럼 달려와 내 목을 휘감았습니다
*
새는 다시 물속으로 떨어졌다
아이는 새의 어깨를 자꾸 흔들었다
일어나..
일어나..
*
새의 어깨는 물속에 잠긴 자물쇠처럼 고요했습니다
<직접 문장 쓰기>
⁍ 일상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 상상력으로 가보겠습니다.
‣
⁍ 구체적인 형상화로 가보겠습니다
‣
⁍ 감정의 표현으로 가보겠습니다
‣
<한 편의 시로 쓰기> - 문장구성을 생각해봅니다.
벽 속의 비둘기가 말하는 소리를 듣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시를 쓰는 일도 또한 그러합니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한 문장이라도 쓰겠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은 십 년 후에 자신이 무슨 일을 이루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않은 사람은 이십년이 가도 한 문장도 제대로 얻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내 안에 있는 시의 힘은 늘 그대로 있습니다. 내가 그 시의 힘을 꺼내 쓰면 시는 날개를 달고 비 온 뒤 맑은 하늘을 훨훨 나는 새가 될 것입니다. 내가 그 힘을 꺼내 쓰지 않더라도 언젠가 푸른 눈 밝은 새가 찾아와 그 힘을 꺼내 쓸 수 있도록 말을 걸어올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 태어나면 한 번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시를(시를 좋아한다면) 열심히 쓰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텅 빈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
비 그친 뒤 오전 일곱 시 십오 분의 하늘에 오렌지조각구름들이 떠다닙니다 새콤달콤(한) 주황빛 오렌지즙이 방금이라도 마거리트꽃잎 위로 뚝 떨어질 듯 충만해있습니다 쮸빗쀼빗쀼빗 쮸빗쀼빗쀼빗 새들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캥거루처럼 겅중겅중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톡, 귀여운 부리로 오렌지조각을 건드려봅니다 쪽, 빨아먹는 새들의 목젖 그들의 귀여운 목적은 달성되었습니다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나는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인라인스케이트를 꺼냅니다 넘어질까 두려움에 한 번도 신지 않았던 그것, 발을 접어 넣어봅니다. 신을 만하군요 이제 날아올라 새들과 오렌지 별자리 점성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생각입니다 새들이 인간의 목소리를 좋아할 지는 글쎄요 긁적긁적 (뒤통수를 긁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렌지구름조각이 저를 초대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이제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유리조각이 반짝이는 서랍을 열어둔 채로 말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이렇게 인간을 나약하게 만드는 군요 인간이냐구요? 글쎄요 긁적긁적 (뒤통수를 긁는 버릇이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해도 좋고 새라고 해도 좋고 새의 배설물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저 그런 건 모두 이름일 뿐이니까요
송 진_「너의 이름은」
⁍ 사물로 생각하기- 상상하기- 이야기 나누기
여기 밀감이 한 개 있습니다 - 밀감을 바라봅니다- 밀감 껍질을 벗겨봅니다-밀감을 먹어봅니다- 밀감과 눈을 맞추어봅니다 -밀감 옆에 땅콩을 놓아봅니다-밀감과 땅콩 사이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밀감과 땅콩사이의 대화에 귀 기우려 봅니다- 밀감과 땅콩과 그 사이에 있는 나의 입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 (예문)
- 여기 밀감이 한 개 있습니다
: 어제 저녁 밀감은 입고 있던 밀감빛 팬티스타킹을 계단 손잡이에 걸어두고 잠이 들었다
- 밀감을 바라봅니다
: 잠에서 깨어난 밀감은 가느다란 손가락이 수십 개의 뿌리처럼 뻗어있는 밀감 빛에게 담배를 피울 거냐고 물었다
- 밀감 껍질을 벗겨봅니다
: 밀감과 밀감 빛 팬티스타킹은 나란히 계단에 앉아 오래된, 곤혹스러운, 질긴 밀감의 팬티스타킹을 벗기기로 했다
-밀감을 먹어봅니다.
: 죽음을 빛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밀감 빛일까 서성인다. 계단에서 (왜 항상 계단에서 모든 예감의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말머리모양처럼 생긴 모빌을 흔들며 죽음의 빛깔을 바라보았다
-밀감과 눈을 맞추어봅니다.
: 나 이제 갈래 안녕
-밀감 옆에 땅콩을 놓아봅니다.
: 그래 우리 중세의 기억들은 모두 지우자 동의하는 거지
-밀감과 땅콩 사이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 쌍떡잎과 쌍떡잎 아닌 것에 대한 아픔을 추억하기로 해
- 밀감과 땅콩 사이의 대화에 귀 기우려 봅니다.
: 진실로 안녕
- 밀감과 땅콩과 그 사이에 있는 나의 입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 언제나 엉뚱한 네 귀가 가까이 있어서 참 행복 했어 가끔 얼굴을 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방금 공장에서 나온 듯 한 도루코 면도날 같은 기운들도 참꽃처럼 좋았어
⁍ 위의 글에 제목을 붙이고 시로 다듬기 혹은 문장 이어붙이기
<시>
어제 저녁 밀감은 입고 있던 밀감빛 팬티스타킹을 계단손잡이에 걸어두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난 밀감은 가느다란 손가락이 수십 개의 뿌리처럼 뻗어있는 밀감빛에게 담배를 피울 거냐고 물었다
밀감과 밀감빛 팬티스타킹은 나란히 계단에 앉아 오래된, 곤혹스러운, 질긴 밀감의 팬티스타킹을 벗기기로 했다
죽음을 빛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밀감 빛일까 서성인다 계단에서 (왜 항상 계단에서 모든 예감의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말머리모양처럼 생긴 모빌을 흔들며 죽음의 빛깔을 바라보았다
나 이제 갈래 안녕
그래 우리 중세의 기억들은 모두 지우자 동의하는 거지
쌍떡잎과 쌍떡잎 아닌 것에 대한 아픔을 추억하기로 해
진실로 안녕
언제나 엉뚱한 네 귀가 가까이 있어서 참 행복 했어 가끔 얼굴을 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방금 공장에서 나온듯한 도루코 면도날 같은 기운들도 참꽃처럼 좋았어
송 진_「봄, 그 기운들 」
◈ 스스로 해 봅니다
- 여기 밀감이 한 개 있습니다
:
- 밀감을 바라봅니다
:
- 밀감 껍질을 벗겨봅니다
:
-밀감을 먹어봅니다
:
-밀감과 눈을 맞추어봅니다
:
-밀감 옆에 땅콩을 놓아봅니다
:
-밀감과 땅콩사이의 침묵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
- 밀감과 땅콩사이의 대화에 귀 기우려 봅니다
:
- 밀감과 땅콩과 그 사이에 있는 나의 입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
⁍ 위의 글에 제목을 붙이고 시로 다듬기 혹은 문장 이어붙이기)
목이버섯과 상황버섯이 언어의 결을 따라 걸어가다
<시>
당신의 눈앞에 새가 한 마리 보이나요? 네, 보입니다. 그 새는 무슨 빛깔인가요? 하얀 빛깔입니다. 당신의 발밑에 오소리가 보이나요? 아뇨,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런 걸 왜 내게 물어보죠? 물어보는 까닭은 무엇이죠? 물어보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나는 한 톨 쌀알입니다. 나를 쌀알이라고 불러줄래요? 아뇨 싫어요. 내가 왜 당신을 당신이 시키는 대로 불러야 하죠? 나는 당신을 암흑이라고 부르겠어요. 네. 저는 그런 당신을 존중합니다. 암흑. 마음에 들어요. 이제 저는 암흑이 되었어요. 저는 쌀알이기도 암흑이기도 하군요. 배고픈 이와 배부른 이처럼. 이제 이 땅을 모두 나누어 드리겠어요. 새와 쌀알과 오소리와 암흑의 귓속말들이 은은한 은하수처럼 들리는 미래라는 언어의 집이에요. 미래의 언어의 집의 황토화덕과 오두막 창고는 팔월 한가위 보름달보다 더 풍요롭게 혀를 만들고 굽고 저장할 수 있을 거예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했지만
나에겐 이루어짐이 없었네
유리조각, 벽돌 파편, 흘러가는 고양이 오줌뿐인 시간이었네
그러나 그것도 다행이라네
그것마저 없는 이도 있었으니
나는 나를 강가에 버리려 했지만
강가로 가는 도중
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물건들을 보고 깨달았네
멀쩡한 장롱이 얼마나 많은지
멀쩡한 식탁보가 얼마나 많은지
동그란 의자와 세모의 다리미와 정사각형 오븐과 직사각형의 전기장판이 얼마나 많은지
옥매트, 숯매트, 칡매트, 검은콩매트, 악어매트 그 이름도 각가지였다네
매트하게 현실과 밀착하는 사람들은 한 끼를 더 먹고 살았지
나는 한 끼를 버렸네 두 끼를 버렸네 세 끼를 버렸네
조금도 아깝지 않았지
햇살 속의 양 한 마리 메헤헤헤헤헤
오전의 부드럽고 긴 햇살의 복숭아빛 손가락
아홉 그루 나무의 길죽하고 거친 발등을 쓰다 듬고 있었지
송 진 _ 「숙식 제공합니다」
골똘한 생각은 어떤 상황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사물 하나하나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의 감성이 식탁 위에 방치된 식빵처럼 메마르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쓰는 혹은 쓰고자 하는 이는 상상력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동심과 감성에 물을 주고 햇볕을 쪼여 주고 소중히 관리해야 합니다. 시의 예지력, 시의 번뜩임, 시의 본령이 언제 어디서나 출몰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언제까지 솟아오를 것 같은 샘물도 지쳐서 쓰러질 때가 있으니까요. 시의 목마름으로 세상의 샘물을 일심一心으로 핥아 먹을 수 있는 긴 혀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찰과 생각을 꾸준하게 하면서 날마다 시 한 편 쓰기를 합니다.
<예시 1>
앰뷸런스는 어제도 오늘도 횡단보도에 전복중이다
날아가 버린 팔 한 짝처럼 슬피 울고 있다
너를 보는데 운동자 속에 기린의 얼룩이 고인다
여긴 동물원도 아닌데
찢어진 가죽들과 채찍들과 칼들로 가득하다
발끝이 힘줄과 뼈가 아니라면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불곰이 기다리고 있는 사파리의 함정들을
내 발 끝은 인간의 가죽
내 발 끝은 인간의 스프
끓이면 끓일수록 끓일게 많았다
냄비 받침대에 능소화 꽃잎이 수놓아지자
오렌지는 색을 버렸다
여경은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새가 호루라기를 좇아가고 있다
누가 도움을 줄까
새 다리가 걱정돼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송 진_「여경이 신호대에 서 있다」
<예시 2>
강원도 가는 동안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졸음운전을 했다 기사 아저씨 졸음운전하시면 위험해요 발을 동동 굴리며 말씀드렸지만 기사아저씨의 무거운 눈꺼풀을 걷어낼 수 없었다 결국 세 명의 승객이었던 우리들 (구리와 아연과 매연)은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지옥의 사자가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우리는 가방 속에 들어있던 은행나무를 꺼내 사자에게 던져주었다 사후 힘이 얼마나 세졌는지에 대해 텍스트가 되어준 은행나무는 자기를 소중히 다루어줄 것을 주문했다 오케이 쾌히 승낙을 한 운전기사는 무사히 천국의 계단으로 걸어갈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세 개의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별 통증 없이 두 눈을 뽑힌 우리들은 지옥문 입구에서 스파게티나무를 보살피는 상수를 찾아갔다 두 손을 번쩍 들어 반갑게 맞이해주는 상수 덕분에 우리의 신분이 주인으로 상승되었다 여기서는 ‘놈’이 갑이었고 ‘님’이 을이었다 ‘놈’들은 ‘님’들의 등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천국의 계단을 베어먹고 살던 케이크 나무가 난민상담을 신청하기 위해 지옥의 문으로 기어들어왔다 곧 천국의 계단은 수리되겠지만 들뢰즈의 찢어진 입은 계단 밑에 타임캡슐로 보관하기로 했다 지옥의 계곡을 지키던 새는 생각했다고 한다 새대가리와 새머리가 바다에서 노를 저으면 누가 이길까 지옥의 불은 상수의 쌍둥이 딸을 불태우고 천국의 계단은 죽은 새의 붉은 기저귀와 하얀 귀를 지옥의 향로봉으로 날려보낸다
송 진_「버스가 잤을까」
• 항상 감각을 열고 깨어있기를, 그러면서도 모호하고 몽환적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지상에 발을 디디면서 시를 쓰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스스로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날마다 사물시 한 편과 시작노트 쓰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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