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새로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비밀의 방에 거창하게 올릴 정도로 크고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집들이도 안 할거면서 이렇게 떠벌이면 안되는데
내가 아무래도 술도 안마시고 주책을 부리는 것같다.
이사가기 전에는 약국과 5분거리였는데,
이사가고 나서는 15분거리로 멀어졌다.
시간이 여유있을 때에는 운동삼아 걷기에 딱 맞는 거리인데,
아침잠이 많은데다가 여유있게 시간을 벌면서 미리 일어나는 성격이
못돼서, 예전보다 10분먼저 서둘러야하는 출근시간이
내게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부담이었다.
거기다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파김치가 다된 상태에서 걷는 15분의 퇴근길은 조금많이 과장해서 마라톤에 버금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먼 느낌이었다.
세달정도 걸어다니다가 생각한 대안이 자전거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즉각 이마트로 달려가 자전거를 샀다.
어느 정도 타서 중고자전거가 되어버린 아들내미가
부러운 눈길로 나의 애마(?)를 쳐다보았다.
아~~! ! 자-전-거!!!
중학교들어가면서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나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
이화맨여러분들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전거와 관련된 추억 몇가지쯤은 다들 가지고 계실 것이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니 새삼 학창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내미가 스트레스도 풀겸 운동도 할겸
자건거를 타고 다니는데 막상 타보니 틈만나면
자전거타고 나간다는 아들내미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특히 사람이 한적한 길로 달릴 때는....
거금(165,000원)주고 산데다가 종이며 앞뒤라이트며 짐받이며
옵션도 이것저것 치장하여 자전거거치대에다 두면
짓굳은 애들 손을 탈 것 같아서
나의 애마는 나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13층에 위치한 우리 아파트에 가서 잠을 자고
나랑 같이 출근하고 퇴근하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어느날 엘리베이터에 머리가 학구적이고
교수적(논리적이고 예리한 비판을 잘할 것같은)으로 희끗희끗한
60대 초중반의 신사분이 같이 타게 되었다.
나의 애마를 보더니 자전거거치대의 위치를 알려주며
사람타는 엘리베이터니 좁기도 하거니와 엘리베이터벽이 긁힐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거기에다가 자전거를 둘 것을 정중히 요청하였다.
당장은 너무 사사롭게 간섭하는 느낌도 들어서 기분이 별로였으나
그 노신사분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않았다.
하나도 틀리지않았기에 결론은 나의 행동이 옳지않았기에
자존심도 상하고해서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그 다음날부터 손타는 것을 감수하면서 나는
자전거거치대에 우리 애마를 외박시켰다.
누군가 바람넣는 나사부위를 빼가서 바람이 다 빠진적도 있고,
안장을 뽑아간 적도 있고,라이트를 빼간 적도 있지만
난 계속 애마와 따로따로 자고 있다.
탈때만 기분좋은 나의 애마지 타지 않을 때에는 남인 것이다.
요즘에는 정중하면서도 엄하게 아이들을꾸짖던 어른들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웬만하면 다들 더럽고 무서워서 귀찮아서 피하고 마는 세상이다.
집사람에게 그 노신사분얘기를 하니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아래층에 사는 집이 엄청 혼이 났다고 한다.
이유인 즉은 부모들이 얘들이 떠들고 뛰어노는 것을 그냥 두어서...
정도가 지나치는 유별난 성격일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정말 어른스럽게 후세들을 훈육하는 조상님들은 나라의 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살아계신지 모르지만 지팡이삼아 사랑의 매삼아
늘 한손에 지팡이를 들고 다니시던 오리 전택부선생님이나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멀쩡한 길놔두고 줄쳐놓은 잔디밭을 밟고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꾸중하시던 법무무차관보를 지내셨다는
우리 약국 단골손님이시던 그 아저씨가 그립고 아쉽다.
나도 그런 아버지가, 그런 어른이 되어야하는데
엄부자모가 자부엄모로 바뀌어버린 세상은 무엇에 연유할까?
때로는 나도 나보다 어린사람들에게 무서워져야겠다.
그럴려면 나부터 솔선수범해야겠지?
아무래도 요즘에는 하늘을 우러러 당당한 어른들이 적은가보다. |
첫댓글 자전거...74년도 쯤 5단 기어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때...가 생각납니다. 그땐 자전거타면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었는데... 그당시 5단 자전거는 최첨단이었걸랑요~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기기 전 까지는 그냥 뛰어다니세여 길이 하도 험해서... 언제쯤이나 부담없이 자전거 타볼생각해볼라나.... 글고.. 집들이해서 꽉꽉누질러 줘야 집터가 안정된다는디^^
울 아파트에도 비상계단에 보관해 놓은 사람이 있던데..걸어다니기가 엄청 불편하더라구요.자전거 거치대는 폼으로 해 놓은게 아닌데..저도 얼마전에 자전거를 샀는데 과감히 거치대에 보관을 했답니다.그러던 어느날 테니스장에 갈려고 꺼냈더니 바람이 다 빠졌더라구요~ 누군가 가져갈래다 열쇠로 잠궈 놓았더니 바람을 뺀 모양입니다. 그래서 요즘 차타고 코트장에 간답니다. 에효..나도 집들이 해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