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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에는 스마트 경영으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손민선>
스마트 시대가 온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를 꼽자면 아마 스마트가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스마트 열풍은 TV, 자동차 등의 기기와 금융서비스, 도시환경에 이르기까지 각종 단어와 결합하여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스마트가 불지 않는 말이 구시대적으로 느껴지는 스마트 시대가 오고 있다. 과연 스마트 시대다.
스마트는 똑똑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똑똑하다는 말에서 우리는 앞선 기술을 떠올린다. 과거에 없었던 강력한 기능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설정하기도 전에 최적의 환경을 구현해주는 인공지능까지, 업계는 좀 더 똑똑한 기기와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늘 똑똑한 것을 바란다. 과거와 딱히 달라진 것이 없는데,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은 기기와 서비스가 유행한다고 해서 지금을 스마트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 호들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혹시 우리는 스마트 시대라는 말에 담긴 좀 더 큰 변화와 충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0년 전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MIT 미디어랩 소장이었던 네그로폰테 교수는 디지털을 아톰(Atom:원자)이 비트(Bit:정보량의 기본단위)로 전환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소리나 그림과 같은 아날로그 정보는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의 비트로 표현되면서 디지털 정보로 바뀐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것이 가상화되고, 쉽게 복제되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도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제품의 생산 방식과 유통 방식이 바뀌었고, 사람들이 소비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아날로그 시대의 소수 전문가와 장인이 가지고 있던 노하우는 디지털로 재현되고 복제되어 세상에 뿌려졌다.
넘쳐나는 제품과 지식으로 혁신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것이 문화를 바꾸었다. 값싸게 만들어 빠르고 가볍게 즐기는 시대가 왔다. 유행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세상도 정신없는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란 말은 대단한 무게로 세상을 바꾸었다.
디지털 시대란 말에 담긴 무게를 생각하며 스마트를 다시 생각해보자. 나무가 울창하면 숲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스마트화가 가져올 소비자의 변화, 우리 삶의 변화, 우리 시대와 문화의 변화에 대한 고민 없이 스마트 시대란 말을 유행어처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 충격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에서 스마트로
네그로폰테 교수는 1995년 발간된 그의 저서에서 디지털 삶을 개인화된 삶으로 정의했다. 그는 “아톰이 지배하던 산업 시대에는 대량생산이 일어나지만, 비트가 주도하는 정보 시대에는 작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생산이 일어날 것이며, 그 이후에 오는 탈(脫)정보화 시대의 생산은 단 한 사람을 향한다”고 했다. 과연 그렇다. 우리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스마트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개인화의 시대다. 네그로폰테가 탈정보화 시대라고 부른 바로 그것이다. 스마트화는 디지털 기술의 출현과 함께 이미 예상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5년의 시대와 우리가 스마트라고 부르는 앞으로의 변화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간의 디지털 기술은 한 방향으로 달려왔다. 비트가 아톰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 즉 가상의 경험이 실제의 경험과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 디지털 기술의 목표였다.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용량, 더 높은 집적도를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는 쉼 없이 달려왔다.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은 이러한 방향이 어떤 속도로 진행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는 기술의 시대였다. 반면, 스마트 시대를 이끄는 변화는 기술적이라기보다는 인식의 변화이며, 방향성의 변화다.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진정으로 좋은 기술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과 함께 스마트 시대가 열린다.
디지털 기술이 아톰의 세계에 스며든 지 10여 년 만에 기술을 쓰는 주체가 사람이며, 그들이 대단히 다양한 존재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리던 기술이 사용자의 다양성에 눈뜨면서 진행 방향이 다양해지는 시대가 스마트 시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다양성만큼 기술 변화의 방향도 다양해질 것이다. 기술이 너무 빠르고 복잡하게 변한다고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기술이 뒤로 갈 수도 있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기 시작한 시대가 디지털 시대였다면, 자유로워진 인간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술을 쓰는 시대가 바로 스마트 시대다.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라는 표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스마트는 똑똑하다는 의미지만, 똑똑한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소비자 개개인이다. 기능이 많고 성능이 좋아서 똑똑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각자가 쓰기에 안성맞춤이어야 똑똑하다. 스마트는 절대 객관적인 개념이 아니다. 스마트를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미래 사회의 이미지는 대단히 기술적이다. 증강현실 서비스를 통해 가는 곳마다 정보가 제공되고, 눈 돌리는 곳마다 소비자 개개인에 맞춤화된 광고가 뜬다. 근사하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소비자가 있다면, 그 소비자에게 이 서비스는 스마트한 것이 아니다. 스마트 시대의 주인은 인간이기에 기술은 인간 앞에 겸손해야 한다. 진정한 스마트함은 이 기술에 소비자가 편안함을 느끼는지, 그렇지 않은지까지 아는 것이다.
스마트화, 소비자의 권리장전
스마트화는 소비자가 자신이 쓸 제품을 직접 정의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 제품이다. 스마트폰은 소비자를 군집(segment)이 아닌 개인으로 인정한다. 이들에게는 무작정 많은 기능을 주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만 쓸 수 있는 환경을 주는 것이 더 스마트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제품 기획자가 아니라, 소비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일반 휴대전화와 달리 앱스토어와 같은 프로그램 장터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스마트 TV에도 유사한 장터가 제공될 것이다. 공중파에서 볼 수 없는 해외 드라마나 TV에 설치하여 쓸 수 있는 게임 프로그램 등을 고르는 곳이다. 이러한 개인화는 교육화 같은 전통적인 서비스 영역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교육서비스업체인 튜터비스타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시간표와 수강과목, 강의의 난이도를 정한다. 튜터비스타가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600여 명의 강사 네트워크 덕분에 탄력적이고, 개인화된 강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제조의 영역에도 스마트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초기 단계이지만, 핀란드 기업인 포마핀의 신발사업에서 그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포마핀은 매장에서 신발을 파는 대신 고객의 발 치수를 재고 여러 각도로 스캐닝을 한다. 그러고는 이탈리아의 디자인업체, 에스토니아의 생산업체를 통해 고객의 발에 꼭 맞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표준 사이즈를 가진 고객에게는 기성품을 주기도 한다. 과거에 소비자들은 기업이 만들어준 제품 안에서 선택을 했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에는 소비자가 자신의 제품을 직접 정의한다. 기업이 낸 객관식 문항에서 답을 찾던 과거의 소비자가 아니다. 스마트 시대의 소비자들은, 그들 스스로 문제를 내고 기업에게 답을 요구할 권리를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스마트화는 소비자의 권리장전이다.
스마트화의 메커니즘
스마트 시대가 소비자의 시대가 될 수 있도록 개인화를 지원하는 힘은 무엇일까?
새로운 공급자
첫 번째 힘은 새로운 유형의 공급자들이다. 재능 있는 개인과 소기업이다. 앱스토어에 존재하는 수많은 앱 개발자와 소기업들, 튜터비스타의 강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물리적으로 차단된 시대에 힘없는 개인과 작은 조직이 그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행운이 필요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세상에서는 재능을 알릴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유튜브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앱스토어에서는 앱 하나로 수억 원의 돈을 번 개인개발자들이 있다. 물론 이 세계에서도 경쟁은 치열하고,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능 있는 이들은 계속 등장한다. 이들은 실패를 거울삼아 또 도전하고, 서로 경쟁한다. 이들의 혁신은 유연하고, 다채롭다. 시장성을 이유로 시장된 아이디어에 힘을 불어넣고, 규모가 너무 작아 소외된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일한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은 실패할지 몰라도 이들이 구성하고 있는 혁신집단의 도전은 실패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집단지성이라 부른다.
새로운 협력질서 플랫폼
두 번째 힘은 집단지성을 조율하고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매개체의 등장이다. 이것을 흔히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공급자와 소비자가 연결되어 공유하는 표준화된 기술 기반, 또는 표준화된 서비스 기반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이 제공하는 운영체제, 튜터비스타가 운영하는 강의 인프라가 모두 넓은 의미의 플랫폼에 해당한다. 이것이 과거의 협력질서와 다른 점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의 역할과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는 협력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제공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소비자 가치의 창출자가 아니라 매개자에 가깝다. 왜 가치의 창출과 가치의 매개가 분리되는 것일까? 규모와 다양성이 동시에 필요한 스마트 시대의 특성 때문이다. 한 가지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던 디지털 시대에는 그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많은 협력자를 거느린 채 규모를 추구하지만, 스마트 시대에는 소비자를 불러 모아 규모를 만드는 역할은 플랫폼 제공자가 맡고, 소비자들을 향해 다양한 혁신을 내놓는 것은 그곳에 모인 공급자들의 몫으로 역할이 나뉘는 것이다.
플랫폼 제공자와 집단지성의 혁신자들 사이의 공생관계는 스마트 경쟁력의 핵심이며, 또한 현재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커다란 건물을 생각해보자. 어떤 이가 엄청나게 큰 건물을 지어,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고 해보자. 한 사람이 모든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재능 있는 세입자에게 가게를 빌려주고 그는 임대료를 받으면 된다. 좋은 길목에 건물을 짓고 시설을 잘 관리하여 행인들의 발길을 유도하면, 세입자들은 돈을 벌 것이고 건물주는 임대료를 잘 받으니 서로에게 이득이다. 이 경우 건물주는 플랫폼 제공자가 되고 세입자들은 집단지성의 혁신자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건물관리가 소홀하거나, 임대료가 비싸거나, 제일 좋은 자리에 건물주가 직접 가게를 차리고 마구잡이로 제품가격을 할인하면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한다.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고, 각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분업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스마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사용자 지향적 기술
집단지성, 협력질서와 함께 스마트 시대의 혁신이 좀 더 소비자 지향적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세 번째 힘은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와 인텔리전스(intelligence)기술이다.
이들은 사용자와 기술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제품과 서비스가 개인화될 수 있도록 돕는 사용자 지향적 기술이다. 소비자가 기술을 배워서 쓰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여는 법을 배우는 소비자가 없듯이, 스마트 시대의 기술도 그래야한다. 의식적인, 또는 무의식적인 소비자의 행동에 기술이 반응하는 것, 사용자가 기술을 쓰기 위해서 어떤 학습도 요구되지 않는 것, 이것이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의 목표다. 인텔리전스는 개인화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필요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일일이 말하고, 찾는 것도 힘든 일이다. 소비자의 생활 패턴, 습관은 물론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기분을 파악하고, 소비자가 말하거나 움직이기 전에 그들이 원하는 것이 구현되어야 한다. 이것이 과도한 친절이 되지 않는 심리적 한계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인텔리전스는 사용자로서 인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기술이다.
경계와 권위를 넘어, 진정한 소비자 시대로
스마트 시대는 어떻게 발전할까?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마음대로 정의해 본 소비자들은 이제 더 많은 것에 대한 개인화를 요구할 것이다. 기기는 물론 자신을 둘러싼 환경도 자신이 정의할 수 있게 되길 바랄 것이다. 운영체제가 탑재된 전화기나 앱스토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로 개인화된 세계를 향해 스마트 시대의 여정은 길고도 혁신적이다.
진화하는 스마트 시대
기기 사용환경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재정렬되어야 한다. 사용자 중심적인 기기 사용환경이란 무엇일까? 집에 있는 전화로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집 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찾아 거기 있는 연락처를 보고 전화를 걸어야 하니 몹시 불편하다. 이것이 바로 공급자 중심적인 사용환경이다. 똑같은 전화기인데, 공급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두 개의 전화기 용도를 구분해서 쓰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적인 환경이라면 내가 쓰는 휴대전화, 집 전화, 사무실 전화, 심지어는 공중전화에서도 동일한 연락처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출근하는 아침을 생각해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TV를 켜고, 뉴스를 들으며 날씨와 교통정보를 기다린다. 오늘 입을 옷과 집에서 나갈 시간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혹시 샤워 중에 시간을 못 맞추면 날씨 정보를 못 보기도 한다. 혹시나 늦어질까, 계속해서 시계를 봐야 하는 출근 준비는 항상 긴장된다.
이것이 개인화되면 어떨까? TV를 켜면 그날 입을 옷과 집에서 출발해야 할 시간이 제일 먼저 뜬다. 코디네이터 프로그램이 그날의 날씨는 물론 리모컨에서 감지된 사용자의 컨디션을 고려하여 옷차림을 추천해줄 것이다. 비 올 확률에 따라 우산을 챙기라는 알림도 줄 것이다. 교통 상황을 감안해 집에서 출발할 시간을 계산해주고, 샤워와 식사가 몇 시 몇 분까지 끝나야 하는지도 추천해줄 것이다.
어떤 날은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이 있다고 알려줄 것이고, 어떤 날은 샤워와 식사를 건너뛰라 할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모두 똑같은 내용의 TV 프로그램을 보아야 할까? 한국인이라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 경기가 박지성 선수 중심으로 중계되기를 바랄 것이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아이들의 수준과 적성에 따라 개인화될 수 있다. 환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병원까지의 왕래다. 병원이 소비자에게 올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가장 쾌적한 실내 온도가 24도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이는 더위를 많이 타고, 어떤 이는 추위를 많이 탄다. 모든 것이 소비자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맞게 최적화되어야 한다. 스마트 시대가 추구하는 개인화의 범위는 이렇게 넓고 깊다.
경계와 권위를 넘는 힘
소비자가 이 모든 환경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범위가 점점 더 넓어져야 한다. 정보생활, 오락, 금융,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 소비자가 살면서 접촉하는 모든 대상이 플랫폼 위에 올라오고, 소비자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생활과 환경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급자들이 만들어둔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는 이 위에서 점점 더 희미해지고, 소비자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화란 상당히 복잡하고 섬세한 설정을 요구한다. 전화번호부와 같이 이미 정보화된 것은 물론이고, 아직 정보화되지 않은 정보도 필요하다. 출근 준비만 하더라도 이 사람의 출근 시간, 출근지, 아침의 행동 패턴, 가지고 있는 옷의 종류, 옷 입는 취향과 체형의 특징 등 수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휴먼 인터페이스와 인텔리전스 기술은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소비자가 이런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되 그 뒤에 숨어 있는 기술들이 그 행동을 정보로 인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낸다.
공급자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일도 엄청날 것이다. 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이익에 반하는 변화를 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집단지성의 힘이 중요하다. 이들은 작지만 광범위한 혁신을 통해 스마트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폭과 깊이를 메워간다. 변화에 보수적이거나, 지향하는 이들에 맞서 기존의 가치사슬을 해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현재 가요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슈퍼스타 K들을 보라. 어떤 기획사도 없이 오직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이들은 기존의 질서와 관성에 대항하는 새로운 형태의 힘이다. 기존의 가치에 구애되지 않는 새로운 힘이 스마트 시대를 끌고 간다. 스마트 시대는 근본적이고 당연시되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모든 경계와 권위를 넘으려 할 것이다. 스마트 시대가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닌 이유, 그리고 이것이 기술 이상의 무게감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스마트 시대가 기업에 묻는다
맞춤화(customization)는 스마트화와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다. 실제로 포마핀의 신발사업은 맞춤화의 사례에 가깝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등장하여 소비자가 집에서 자신의 발 모양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고, 전 세계의 수제구두 디자이너를 골라 신발을 살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면 이것은 스마트화가 될 것이다. 개인화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에서 맞춤화와 스마트화는 분명히 구분된다. 맞춤화는 기업이 하는 것이고, 스마트화는 소비자가 하는 것이다.
인텔리전스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는 과정이 자동화된다 해도 선택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이며 기술은 수단이다. 기업은 다양성을 제공하기 앞서 객관화된 데이터를 찾고, 그를 기준으로 최적화된 선택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자동차를 살 때 선택 옵션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옵션이 아무리 다양해진다 하더라도 소형차에 브렘보 브레이크(유명 경주용 차와 스포츠카에 장착되는 고성능 브레이크)옵션이 붙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에게 완벽한 개인화는 대단히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스마트 시대는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단 한 명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기존의 대기업은 엄청난 사업 모델 혁신을 해야 하지만, 만들어내기 위해 기존의 대기업은 엄청난 사업모델 혁신을 해야 하지만, 스마트 시대의 플랫폼 위에서는 그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구상의 어떤 공급자가 소비자를 만나면 된다. 기업이 풀지 못한 다양성과 비용 사이의 딜레마가 이렇게 해결되는 것이다.
기업은 현대의 발명품이다. 기업의 역사는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200년 안팎이다. 대기업의 역사는 100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코오스나 슘페터와 같은 경제학자가 혁신의 원동력으로 기업에 그토록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출현이 당시로서는 새로운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기업이 아닌 것에 의한 혁신에 놀라고 있다. 스마트 시대는 기업에 묻는다. 소비자들이 그들 스스로 가치를 정의하는 시대에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가 소비자를 향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시대에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현재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반드시 지금의 기업에 의해 지금의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하는가? 공급자가 만들어둔 경계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지금의 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스마트 시대는 속도와 방향성의 문제를 던지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와 달리 스마트 시대는 하나의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다양성과 개방된 협력의 힘이 세상을 바꿔나간다. 중심에서 변화가 일어나 주변부로 파급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변화들이 일어나고, 그 형체가 명확하지도 않다. 변화가 일어나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도 대단히 빠르다. 하나의 큰 조직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스마트 시대에 기업은 이렇게 심각하고,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스마트 시대에 기업은 차원이 다른 경쟁에 직면해 있다. 다른 기업과 경쟁은 물론 불특정의 집단지성과도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는 차원이 다른 요구를 한다. 그들에게 똑똑한 제품과 서비스는 오직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주관적 선택으로 결정된다. 그들은 기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이해한다.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스마트 시대에 맞게 기업의 형태와 전략을 바꾼 스마트 기업만이 이 해답을 찾을 것이다.
본질을 보라
현실적으로 보면, 스마트 시대의 걸림돌은 많다. 스마트 시대는 그 진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득권과 고착화된 사업 방식의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또한 스마트 시대가 특정 플랫폼 공급자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어두운 시나리오도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화에 저항하고, 두려워한다. 스마트 시대를 비현실적 시나리오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 시대를 이끄는 본질적 힘은 소비자이고, 그들은 이기적이며 또한 현명하다. 결국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빅브라더의 비관론은 30년 전에도 있었지만, 그 시나리오의 중심에 있던 기업들의 지금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10년 후 플랫폼의 역할과 형태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스마트 시대에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는 근거는 기업들 간의 세력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 가치에 있다. 플랫폼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도 굳건해 보이는 여러 산업의 가치사슬이 어떤 식으로 해체될지 지금은 단언하긴 어렵지만, 이럴수록 본질적 힘을 보아야 한다. 결국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두려움 없이 소비자의 편에 서야 한다.
소비자의 언어를 이해하라
소비자가 답을 말하는 시대에 기업은 곧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스마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언어를 모국어로 써야 한다. 모국어는 문법을 공부해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쓰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와 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의 언어는 배워지지 않는다. 소비자 조사와 데이터 분석으로 소비자의 언어는 배워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언어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동과 심리 속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느껴야만 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MP3 플레이어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스마트 시대다. 스티브 잡스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수준 높은 소비자이고,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은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들이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반쯤 만들어진 제품을 엔지니어와 소비자가 함께 써보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베타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기업들이 스마트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시 정의하라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스마트 시대에 기업이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고민이다. 출발점은 공급자 중심적인 기존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휴대전화와 집 전화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이것을 고쳐야 한다. 휴대전화를 만들거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집이나 사무실, 공공장소의 전화기에서 사용자의 휴대전화와 동일한 연락처, 문자 수신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진정 사용자 중심적인 전화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지갑을 열어보면 보통 2∼3장의 신용카드가 들어 있다. 신용카드 회사마다 만들어야 하는 카드를 단 한 장으로 통일할 수는 없을까? 이 카드를 분실할 경우 모든 신용카드 회사에 동일하게 분실신고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업역(業域)과 핵심역량, 고객에 대한 가치명제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 외부 조직의 경계도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기업 조직이 설계된 방식과 스마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제공 방식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은 전문성을 기준으로 조직을 나누지만, 소비자들은 자신의 사용 경험을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본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구분, B2B와 B2C사이의 구분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살면서 하는 행동의 영역을 보라. 예를 들어 다른 사람과의 소통, 혼자서 시간 보내기, 생산적인 업무 등과 같은 것들이다. 휴대전화, TV, 컴퓨터와 같은 구분은 공급자의 언어다.
애플이 왜 사명을 바꾸었는지 생각해보자.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디지털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지 컴퓨터 만드는 회사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다시 보라. 이것을 소비자의 관점과 일치시키고,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각인되는 기업만이 스마트 기업이 될 수 있다.
열어라
모든 일을 기업이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할 일이 정해지면 내가 할 부분과 남이 할 부분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관리나 비용의 문제로 소비자에게 제한된 다양성을 줄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솔직하게 직시하라. 여기에 집단지성을 초대하는 것은 스마트 시대에 가장 중요한 혁신이다. 애플은 경쟁사들에 비해 제품을 만드는 제품의 가짓수가 좀 작다. 수십 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는 경쟁사들에 비해 애플은 오직 한 가지 디자인의 제품만 만들 뿐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협력자들은 기회가 생기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을 누린다. 수많은 업체들이 아이폰용 액세서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색상은 물론이고 플라스틱에서 가죽까지 소재도 다양하다. 협력자들의 참여 덕분에 아이폰은 카 네비게이션이 될 수도 있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오디오 시스템이 되기도 한다. 집단지성의 힘은 정보통신사업은 물론 굴뚝사업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캐나다의 광산기업이 골드코프는 광산의 가장 중요한 영업비밀인 지질도를 개방하여, 전 세계의 지질탐사단을 초청해 금을 채굴함으로써 경영난을 타개했다.
협력자들에게 무기를 쥐어주라
집단지성이 기업의 일을 대신하면 기업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기업이 이제부터 할 일은 집단지성의 협력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아이폰용 증강현실 서비스를 만드는 협력자들의 무기는 무엇일까? 나침반 센서다. 음식점을 알려주고 길안내를 해주는 서비스를 만드는 협력자들의 무기는 GPS센서다. 애플은 협력자의 손에 무기를 쥐어줌으로써 아이폰의 놀라운 다양성을 창조해냈다.
기업이 가진 자본과 인력은 개인이 하기 힘든 일들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작은 혁신에 매달리지 말고, 큰 혁신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역할 구분을 생각해보라. 건물주는 건물의 규모와 시설관리, 행인 유치에 신경 쓰고,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소비자를 즐겁게 하는 일은 세입자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 또한 나의 협력자들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모아주라. 이를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충실해야 한다.
아이폰의 새로운 기능에 놀라기 이전에 이것이 너무나 기본에 충실한 제품임을 잊지 말자. 버튼을 터치하면 순식간에 반응을 하고, 보고 싶은 정보가 빨리 뜬다. 이런 기본의 충실함이 소비자를 모으는 것이다. 아이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명령기능과 색맹 소비자를 위한 흑백화면 표시 기능을 지원한다.
한 사람의 고객에게도 소홀하지 않으려는 애플의 섬세함이 협력자들에게 더 많은 수익창출 기회를 준다. 물론 협력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일은 플랫폼 제공자의 일이다. 그러나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아마존이나 이베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그들은 웹이라는 메타 플랫폼에 기반 해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역시 플랫폼 기업을 자처한다. 이들의 플랫폼은 기술적 표준이 아니라,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 간에 형성된 네트워크 그 자체이다. 플랫폼의 정의를 넓혀보면 그 속에 기회가 있다. 경계를 넘는 것은 개인화에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다소 닫혀 있는’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하며, 서로 다른 플랫폼과 상호 운용이 가능한 메타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도매유통이 있으면 소매유통이 있듯, 메타 플랫폼 위에서는 또 다른 플랫폼이 생겨날 것이다. 스마트 시대의 플랫폼이란 대단히 개방적이고 광범위한 메타 플랫폼과 각 분야의 혁신 구심점이 되는 플랫폼들 간의 중층적이고 유기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이폰용 위치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에게 아이오에스(ios)는 메타 플랫폼이고, GPS 활용과 관련된 개발 코드들이 플랫폼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신의 협력자들이 바라는 무기는 무엇인가? 이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이를 활용한 공급자를 만나게 해준다면, 그것도 역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지금 형성된 경쟁 구도와 역할 구도에 갇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스마트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함께 뛰어라
이제 기업경영은 2인3각 달리기다. 협력자들과 자신의 발목을 묶은 채 같은 속도로 달려야만 결승선을 먼저 통과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기업경영은 혼자서 100M 달리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뛰어 결승 테이프를 먼저 끊는 쪽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스마트 시대에도 고수하면, 넘어진다. 독단적인 전략이나 차별화보다 협력자를 배려하고, 그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플의 제품을 보면 상당한 규칙성과 예측성이 있다. 아이폰용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들은 신모델이 언제 나오는지 알아야 현재 제품의 생산과 재고를 조정할 수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애플이 지금 어떤 기능을 개선하고 있는지 내용과 일정을 알려준다. 불필요한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다. 계획과 커뮤니케이션에 능해져야 한다.
협력자들이 나의 전략을 이해하고, 그들의 노력을 더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나의 계획을 알아야 한다.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잘 알려줘야 한다. 경쟁논리로 대부분의 기업활동이 비밀이었던 내성적 기업시대와 달리 스마트시대는 자신의 발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하나’, ‘둘’ 구령을 붙여가며 알려줄 수 있는 외향적 기업이라야만 결승선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
작아져라
스마트 시대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작은 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만 명의 직원을 가지고도, 2만명 규모의 구글과의 경쟁에서 선수를 뺏기고 있고, 그보다 더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페이스북의 직원수는 고작 1,000명 정도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전략의 방향을 정하고 실행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조직의 물리적 규모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다.
애플은 3만 명의 규모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벤처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응하고 실행하는 속도다. 토론하고, 분석하고, 합의하고, 명령을 하달하는 시간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사치다. 동일한 개념체계, 동등한 이해 속도, 공통의 목표의식을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텔레파시처럼 읽어내고, 움직여야 한다. 변화를 체험하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리더, 중층적인 보고체계, 논리에 집착하는 의사결정 구조, 관료적인 조직에 몸을 숨기고 안존하려는 직원들로는 이 시대를 살아낼 수 없다.
파편화된 조직이나 모호하게 정의된 R&R도 혼란을 야기한다.
타깃고객의 유형과 행동분야로 조직을 명확히 나누어야 한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서 기업이 아닌 조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집단지성이 움직이듯, 기업 내 구성원들의 극대화된 창조성에 전권을 주어야 한다. 목표에 따라 조직을 여러 개 두면 한 조직이 실패할 때 기업이 안는 위험부담을 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하고 망설일 시간에 호기심과 열정이 있는 이들이, 실패할지언정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스마트 기업의 실행 방식이다.
<원전, 출처 : 2020 새로운 미래가 온다. 책에서 발췌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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