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샘: 5·31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요즘 정치권이 시끄럽더구나.
글짱: 특히 서울시장 후보 경쟁구도는 마치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것 같아요. 거론되는 후보마다 외모가 출중해서인지 `정책 대결'이 아닌 `얼굴 대결'같은 느낌도 들고요.
글샘: 쩝쩝. 그렇지만 선거정국만 보더라도 `나'를 알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잖니? 자기소개서도 다른 수험생보다 돋보이려고 정성을 들여 쓰는 글이야. 지난 논술탐험에선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면 좋은지 알아봤지?
글짱: 네. 성장과정과 지원 동기 등을 글머리로 쓰는 유형에 대해 설명해 줬어요.
글샘: 그러면 오늘은 지망학과와 학업계획을 서술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예문 1〉 신문방송학이 사회학이나 경제학의 파생학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스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되는 시대에 신문방송학의 비중은 갈수록 커져 지금은 독자적인 학문영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봅니다. 언론학 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돼 왔지만 아직도 미완으로 남겨진 영역이 많을 것입니다. 학부에서 전공으로 배운 언론학을 기초로 대학원이라는 큰 틀 안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열정으로 독창적인 연구물을 완성함과 아울러 졸업 후엔 언론사나 시민사회단체(NGO) 쪽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러한 진로 설정에 맞춰 도전한 언론대학원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나'를 담금질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샘: 한 대학졸업생이 모 대학원 입학시험 때 제출할 자기소개서라며 글샘에게 짚어주기를 요청한 글의 일부야. 대입 수험생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용했단다.
글짱: 정말 잘 쓴 글이네요. 생각이 논리정연하고, 무게감이 실린 듯한 글인데요?
글샘: 그렇게 보여? 아니야. 심사위원인 교수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 거야.
글짱: 허점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글샘: 신문방송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앞부분은 흠잡을 데가 거의 없어. 그러나 `졸업후 진로'를 밝힌 뒷부분이 매끄럽지 않단다. 직업 설정이 불확실한 데다 `도피성 대학원 진학'이라는 느낌이 들거든. 또 `언론학을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다'면서 향후 계획은 `사회복지학'분야로 중심을 이동하는 바람에 일관성이 부족하지.
글짱: 어떻게 다듬어 보라고 조언해 줬나요?
글샘: 자기소개서는 솔직하게 쓰는 게 최고야. 그렇지만 미래 진로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쓰다 보니 우유부단함이라는 약점을 드러낸 글이 됐어. 대학원 지망생의 자기소개서라면 `언론사나 시민단체 쪽이나'식의 어정쩡한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 오히려 자신의 직업관과 가치관이 지원 학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하며 입학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낫단다.
글짱: 대학입시 때 쓰는 자기소개서에도 그런 방식이 필요한가요?
글샘: 그렇지. 다만 `취업 때문에 학과를 선택했다'는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해야겠지. 그러면 대입 수험생이 신문방송학과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쓸까? 위 예문의 뒷부분만 한 번 다듬어 보자꾸나.
〈다듬은 글〉 신문방송학과에서 디지털시대의 청소년문화와 성별에 따른 대중문화의 흐름을 공부할 계획입니다. 학문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여러 교수님의 강의와 조언을 통한 체험학습으로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대학졸업 후 진로는 언론사 기자쪽으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고교시절 봉사동아리 000에서 사회복지시설인 00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소외계층 문제는 여전히 제 삶의 한 부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신문방송학과의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면서 시민사회단체(NGO)쪽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대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적으로 미성숙 상태인 현재의 진로 계획이기에 대학공부를 통해 새로운 적성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글샘: 어때? 비슷한 내용이지만 느낌이 다르지? 이번엔 국문학과에 지망생의 자기소개서 일부를 인용해 보자.
〈예문 2〉 국문학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면서도 여러 부전공제도를 활용해 교직과 언론계로 진출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 실천방안으로 고교 때 교지편집반 경험을 살려 대학신문 또는 대학방송반에서 제 적성을 찾아 볼 생각입니다.
글샘: 국문학과 교수 중 많은 분들이 `선비정신'을 강조하곤 하지. 위 예문에 나온 대목만 보면 마치 국문학과를 `취업을 하기위해 거쳐가는 학과'로 인식하는 듯하단다. 감성이 너무 앞서 `선비정신'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지.
부전공 공부나 대학동아리 활동 계획에 주안점을 두다 보니 정작 국문학과에 대한 열정을 담지 못한 거야. 특히 수시지원 때는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한 심층면접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좀 더 신중하게 써야 한단다.
글짱: 어떤 내용이 더 필요하다는 뜻인가요?
글샘: 〈국문학이라는 학문을 전공하려면 `선비'가 될 각오로 임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이번 학과선택 때 중요한 잣대로 작용했습니다.〉 같은 내용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지 않겠니?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면 애초에 국문학과를 지망하지 말고 다른 학과를 택했어야지.
더 힘을 싣는 내용으로는 국어능력검증시험 등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경험담이 좋아. 소개서 문맥에 따라 적절히 넣으면 평소 국어에 열의를 가진 학생이란 점을 알릴 수 있지.
그러나 거짓글은 금물이야. 심층면접 때 수험생의 답변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과 다르다면 순수성을 의심받게 마련이지.
글짱: 참, 자기소개서에 관한 책을 보면 도움이 될까요?
글샘: 그런 책은 한 권쯤은 읽어 보는 게 좋지. 다른 수험생이 써 놓은 자기소개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거든. 그런데도 이처럼 글샘이 글쓰기 유형을 설명해 주면, 정형화된 틀을 강요한다는둥 딴죽을 거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청소년들이 독창적인 글을 쓸 때도 정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어려움이 없단다.
못 다한 설명은 다음 주에 총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편집부장〉
36) 자기소개서 쓰기(하)
글샘: 요즘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가난했던 어린시절 이야기’가 눈길을 끌고 있어. ‘고1 때 등록금을 못낸 적이 있다’느니.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는 등 후보마다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
글짱: 후보들 대부분이 지금은 성공 대열에 있는 분들이잖아요?
글샘: 그렇기 때문에 서민층 유권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표심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닐까? 그보다는 정책공약으로 경쟁하는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운동이 바람직할 텐데 말이야. 여기서 그 문제는 논외로 하자. 후보들의 자기소개 글은 몇 번씩이나 다듬는 과정을 거친 뒤에 공개한 글이라고 보면 돼.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한 번 읽어 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단다.
글짱: 선거 얘기는 머리 아프지만. 성장과정 같은 대목을 후보들마다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네요.
글샘: 자. 그러면 ‘자기소개서 쓰기’ 탐험에 들어가 보자. 예문을 보며 어느 부분이 허술한지 살펴보자꾸나.
(예문 1) 고교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경험을 쌓았고. 방학 때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글샘: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을까? 어느 곳을 여행했을까? 그런 게 빠져 있어. 또 그 경험이 실제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써야겠지. 법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의 시각에서 한 번 다듬어 볼게.
<다듬은 글> 고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2개월은 제게 값진 사회공부였습니다. 불합리하게 책정된 시간당 임금 등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제도의 문제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은 노동법의 모순은 제 진로를 법학과로 돌리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글샘: 다른 수험생과 별 차이가 없는 아르바이트라 할지라도 어떠한 전환점이 생겼다면 관점을 달리해서 쓸 수 있어. 이런 계기가 지망학과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생생한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지. 다듬은 글의 뒷부분에 법학과에 입학한 뒤 학업계획을 이어서 적는 방식도 자기소개서의 유형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단다.
글짱: 저는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없어 걱정인데요?
글샘: 아르바이트에 연연할 필요는 없어. 여행 또는 캠프활동 등에서 느낀 점도 자신의 목표나 진로설정에 전환점이 될 수 있거든. 그렇다고 없는 얘기를 만들려는 발상은 아예 하지 말거라.
(예문 2) ‘가화만사성’이 가훈인 가정 분위기 속에 화목을 생활신조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들과는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 것 같습니다.
글샘: 자기소개서를 다룬 책에서 ‘가훈이나 생활신조를 넣는 게 좋다’고 하니까. 이런 식으로 쓰는 학생들이 꼭 있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장 좋아하는 글귀. 감명 깊게 읽은 책도 마찬가지야. 상투적인 내용에 공감할 심사위원이 몇이나 되겠니? 이보다는 가슴 아팠던 일이나 감동한 일 같은 체험을 쓰는 게 바람직하단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이나 부모님의 사업실패. 전학. 따돌림. 고입시험 불합격. 학교성적으로 인한 좌절감. 봉사활동하며 느낀 일 등 개인에 따라 쓸 소재가 한두 가지는 있을 거야. 좌절을 겪은 얘기라면 그 극복과정을 넣는 게 필수야. 그리고 예문처럼 ‘~같습니다’투는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으로 평가될 수 있으니까 아예 쓰지 말거라. 이번엔 봉사활동을 사례로 한 글로 다듬어 볼게.
(다듬은 글) 고교 2학년 때 00남도 00시 장애인복지시설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말씀은 제 진로 선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이러한 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손이 닿지 않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효자손 같은 사람"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그때 이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샘: 위 다듬은 글은 글샘이 ‘그런 경우를 가정하고’ 썼단다. 학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경험이나 인물을 사례로 인용할 때는 이런 흐름으로 쓰는 방식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구나.
글짱: 혹시 글샘은 기자시험을 치를 때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을 썼나요?
글샘: 글쎄다. 하도 오래전 일이라. 한 가지 기억나는 건.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라는 동아리에 관한 내용이야. 이색 동아리라서 면접 때 질문받을 거라고 예상했지. 당연히 묻더구나. 대학졸업 때까지 활동했기 때문에 답변이야 청산유수였지. 그래서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의 질문을 예상하고 쓰라는 말도 있단다.
글짱: 아. 그리고 대학마다 몇 가지 질문을 제시해 놓은 ‘공통양식 자기소개서’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글샘: 자율양식보다는 부담이 덜하지. 질문에 맞춰 자신의 삶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서술하면 되니까. 그러나 ‘고교시절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가진 사회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앞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십시오.’라는 질문은 논술을 쓸 때와 같은 사고와 논리가 필요하단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도움될 이야기를 다뤄 봤어. 하지만 자신을 알리는 글이므로 아무리 멋진 예문이 있다 하더라도 남의 얘기를 자신의 삶과 철학으로 포장할 수는 없지. 이러저러한 유형을 참고해 ‘나의 이야기’를 쓰는 데 도움자료로만 활용하면 좋겠어. 미흡하지만 자기소개서 탐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련다.(편집부장)
심강보의 논술탐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