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사
바로 엊그제까지만 하여도 정년이라고 생각했을 땐 그런 일이란 가마득히
먼 날로만 여겼습니다만,
막상 닥쳐서 정년퇴임식을 맞이하게 되니, 내일부턴 직장에 나오지 않고
무엇을 할까? 망설여지고 당황스럽습니다.
30여 년 전의 일이 작년쯤인가?
아니면 삼사년 전인가? 생각이 들면서 새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언제나 저의 아내는 아이들의 학비에 쪼들림을 당할 때엔 매달 월급날 오기
만 기다리느라고 세월의 빠름을 모르고, 그냥 지내왔는데, 그새 정년이 되었
느냐고 다소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제가 심어 놓은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기만을 바라
보면서, 그 꿈나무가 나라의 동량재가 되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것이 제 보람이고 살아가는 삶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어언간 35년이 흘러가서 여기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처럼 오랫동안 있었으면서 우리 꿈나무를 위하여 무엇인가 두
드러질 만한 일을 남기지 못한 부끄러움이 더 많을 뿐입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또 큰 사고도 없이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분명 저의 곁에
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기에, 오늘과 같은 영광을 품을 수 있었다고
여기며 그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훌륭하신 스승님과 선배님들의 각별한 사랑과 지도가 없었더라면, 또한 동료
교직원님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후진 영재들의 아낌없는
도움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오늘과 같은 이만큼의 행복을 누릴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므로 나의 정년퇴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분들의 도움과 배려와 가르침
으로 이루어졌음에 감사하다는 말씀 이 외에는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모든 교직원 여러분과 우리의 꿈나무 학생 여러분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며,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가시도록 저 금낭화는 염원을 담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